함순식, THE BODY SHOP 자산관리팀 부장
함순식, THE BODY SHOP 자산관리팀 부장
코로나19의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면세점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 1025억 원을 기록하였다. 이는 1월 매출액 2조 247억 원 대비 45.5%, 2019년 12월 매출액 2조 2848억 원 대비 51.7% 하락한 것이다. 2월의 면세점 이용객 수 역시 175만 명으로 올 1월 384만 명 대비 54.3% 감소했다.

출처: 한국면세점협회
출처: 한국면세점협회

출국장 면세점의 올 2월 매출액은 1286억 원으로 올 1월 2694억 원 대비 52.3% 급감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한·중 항공편 운항이 중단 또는 감편되면서 면세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과 따이공(보따리상)에 의한 매출이 전년대비 77% 급감하면서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올 3월은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한 지역과 국가가 181개까지 확대됨에 따라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매출액 역시 3월은 전년대비 5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는 연간 1조 1000억 원, 월 8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출국장 면세점의 사정은 더욱 어두운 상황이다. 

더불어 봄 시즌 성수기에 대비해 발주한 약 3조원에 달하는 제품들은 재고로 남아 창고에 쌓여있는 상태다. 사상 최악의 매출 감소 속에서 대규모 고용 인력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점점 가중되고 있다. 며칠 전 면세 업계 1, 2위인 롯데와 신라가 우선협상권자로 선정된 DF4(주류·담배), DF3(주류·담배) 구역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의 입찰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면세점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브랜드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체 매출액 중에서 면세점 채널 비중이 약 30%, LG생활건강 역시 전체 매출액의 40% 가까이를 면세점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을 대표하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수출과 면세점 채널의 부진으로 인해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대비 10~20%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성암빌딩을 재무 건전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매각을 준비 중이다. 성암빌딩에 입주한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들은 2017년 용산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이 곳은 유휴자산 상태였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따른 ‘언택트Untact’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며 온라인 화장품 매출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외출을 자제함에 따라 색조 화장품은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으나, 트러블과 보습에 도움을 주는 기초 화장품은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브랜드숍을 대표하는 명동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어 내국세 즉시 환급(텍스리펀드) 건수 역시 크게 감소하였다. 올해 3월 외국인에게 발급된 텍스리펀드 건수는 지난 1월 대비 2.8%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급 건수가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여 무려 97.2% 감소하였다.

대형 백화점 3사의 3월 매출도 일제히 하락했다. 2019년 3월과 비교해 올해 3월 매출액은 롯데백화점 42.6% 하락, 신세계백화점 29.2% 하락, 현대백화점 34.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 증가와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핸드백(-60.2%), 구두(-59.9%), 여성복(-59.3%) 순으로 매출 하락폭이 컸으며, 신세계 백화점은 가방류(-69.8%), 국내 잡화(-66.4%), 여성복(-56.6%) 순으로 매출이 줄었다. 현대백화점은 여성복(-64.1%), 구두(-54.3%), 핸드백(-51.7%) 순으로 매출 하락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품 매출액은 3사 모두 25%에서 35%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은 봄 정기 세일 행사를 통한 고객 방문율을 높여가면서 하반기 소비심리의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경기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종 가맹점의 97%가 매출이 하락하였고, 특히 화장품 업종은 매출이 48.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에 대해 지난 3월 10일부터 14일까지(5일간) 전국 16개 시도에서 운영 중인 외식업 1214개, 도소매업 835개, 서비스업 1125개 가맹점(총 3464개)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조사에 참여한 가맹점 중 도소매업과 서비스업의 매출 하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화장품 가맹점의 48.4%(응답자 150명/조사자 310명), 이미용 가맹점의 52.3%(응답자 23명/조사자 44명)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비교하여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하락하였다고 답변하였다. 

조사대상 가맹점주들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영업시간의 축소(64.4%), 매장 판매직원의 감축(52.9%), 대출과 같은 운영자금의 확보(32.4%), 일시적인 휴점 또는 폐업(7.8%)을 이미 시행하였거나,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상 복수응답) 또한 유통 현장에서는 부가가 치세의 감면(72.6%), 매출하락에 따른 손실분 지원(55.5%), 고용안정화를 위한 4대 보험료의 지원과 임금 보전(47.6%) 등 실질적인 정부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상 복수응답) 

조사대상 가맹점주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할 때까지 가맹본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며, 가맹금(로열티 등)을 감면하여 주는 방안(48%)과 원부 자재의 납품가를 인하하거나 지원해 주는 방안(44.8%), 가맹점의 한시적인 휴업을 허용하는 방안(16.9%) 등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상 복수응답)

코로나19에 의한 주요 브랜드숍 화장품 매장의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숍 8개사의 매장 수는 지난해 연말 3558개였으나, 2020년 3월말 기준으로 3384개의 매장이 영업 중이다. 3개월 사이에 174개의 매장이 철수한 것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92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었으나 지금은 31개가 줄어든 889개가 영업 중이다. 더페이스샵과 미샤, 토니모리도 각각 4~6% 매장 수가 줄어들었다. 한편 에뛰드 매장은 10%, 잇츠스킨 매장은 17% 줄었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81개 매장에서 22개를 철수해 현재 59개만 영업 중이며, 3개월간 폐점한 매장이 전체의 27%로 가장 폐점률이 높은 브랜드숍이 되었다. 이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3개월) 31개 매장을 폐점하였다.
이니스프리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3개월) 31개 매장을 폐점하였다.

스킨푸드는 지난해 189억 9970만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2018년 매출액 652억 8890억 원과 대비해서 71%나 급감했다. 2017년 매출액이 1267억 7560만 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매출액이 1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무려 85% 줄어든 것이다. 

스킨푸드는 누적적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2018년 10월 8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8년 10월 19일자로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받았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스킨푸드는 인수대금으로 2000억 원을 제시한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83조제1항이 정한 회생절차의 종결 요건을 갖추어 2019년 10월 18일부로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화장품 유통채널이 아무리 온라인과 H&B 스토어를 중심으로 성장한다고는 하지만 브랜드숍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브랜드숍의 경쟁력은 얼마나 다양하고 확실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한데, 급격히 줄어든 매장 수는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브랜드숍의 기본은 가맹사업임을 잊지 말고 가맹본부는 가맹점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신상품과 히트상품을 만들어 공급함으로서 함께 시너지를 내야 한다. 

브랜드숍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3개월) 174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브랜드숍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3개월) 174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또한 분명히 지나갈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기회를 잃은 브랜드숍이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에 어떤 속도를 내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계속 부담되는 임대료, 관리비, 판매수수료, 인건비 등과 같은 고정비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불필요한 광고선전비용은 물론 브랜드숍의 마진율을 방해하는 세일 판매 정책을 개편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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