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용기와 내용물의 상관관계가 더 중요해질 겁니다”

“매년 이맘때면 열리면 연례행사가 있다. 대학원 석·박사졸업논문 발표회다. 오늘이 그날이다. 오늘은 박사 과정만 발표하는것으로 스케줄을 잡았다. 내가 지도한 학생도 이번에 발표를 해서 걱정과 기대감으로 신경이 쓰였다. 매년 그랬지만 제자들의 논문 지도 시에는 에너지 소모량도 많고 목덜미도 뻣뻣해지고 눈도 침침해진다. 내가 지도한 학생이 발표장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어떻게 평가 받을지에 대한 나 자신의 책무에 대한 족쇄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표한 학생은 화장품 용기 재질과 약리활성 관계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기업에서 꼭 필요한 주제이나 아직 그 아무도 도전해보지 않은 분야다. 참고문헌도 부족하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많이 망설였는데 학생과 실타래 풀듯 조심조심 진행하다 보니 결과가 도출되었다. 오늘 그 결과를 오픈했다. 현업에 있는 박사님도 심사위원으로 참석했고, 다른 분들도 기업에서 꼭 필요한 결과라고 칭찬을 많이 하셨다.”

안봉전 대구한의대 교수가 2022년 11월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어떤 논문인지 궁금했다. 안봉전 교수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이내 답변이 왔다. 대구한의대 화장품약리학과에서 화장품약리학을 전공한 배민준 브리즈디엔씨^BREEZE.D&C 대표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논문명은 ‘벨벳콩^{Mucuna pruriens} 추출물의 약리활성 검증 및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의 효능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A study on the verification of Mucuna pruriens extract's pharmacological activity and the correlation of the efficacy with recycled plastic pellets}.’ 

이 논문은 2022년 12월 박사 인준이 통과 되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저명학술지 ‘Molecules’에도 등재됐다.(논문명 Anti-Inflammatory Activity of Velvet Bean (Mucuna pruriens) Substances in LPS−Stimulated RAW 264.7 Macrophages, https://doi.org/10.3390/molecules27248797) 배민준 박사와 이번 박사 학위 논문에 관한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박사 학위 논문인 ‘벨벳콩^{Mucuna pruriens} 추출물의 약리활성 검증 및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의 효능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의 주요 내용과 성과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벨벳콩이 지니는 항산화 및 항염증에 관한 우수한 약리활성 검증과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의 효능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벨벳콩 추출물의 천연소재 기반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서의 활용 가치를 입증했으며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이 추출물의 효능 안정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Q.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피부에 관한 문제는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화장품 안전성 및 천연성, 친환경 요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무독성 및 자연 순환에 관계되는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와 화장품 제형 및 천연소재 기반 추출물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중요성은 점차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배민준 대표는 나이키스포츠코리아, 하겐다즈코리아, SC제일은행에서 20여년 일하다 화장품용기·합성수지 도소매 기업 엠제이케미칼(SK케미칼, 롯데케미칼 라이센스 획득)과 환경 특수 화장품용기 제조기업 오비탈을 창업했다. 2021년 ‘56회 발명의 날’에 친환경 화장품용기를 제작해 화장품용기 제조 분야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특허청장 표창을 받았다.) 

Q. 벨벳콩^{Mucuna pruriens} 추출물의

천연소재 기반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서의 활용 가치는?

과도한 염증반응은 병변을 심화시켜 다양한 질환을 초래하며, 과다한 활성산소종의 생성으로 노화 및 발암, 세포 구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벨벳콩^{Mucuna pruriens}이라는 천연소재를 활용하여 항산화 및 항염증 관련 각종 실험을 진행하였고, 우수한 효능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항산화 및 항염증 관련 기능성 화장품의 소재로써 벨벳콩 추출물의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Q.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이

벨벳콩 추출물의 효능 안정도를 높인다는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 

4℃, 25℃의 온도 조건에서 10,000μg/mL 농도의 벨벳콩 추출물을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ECOTRIA, PCR-PP, Grico)에 30일 동안 침지 시킨 다음 변색 및 변취, pH 변화, 기존 벨벳 콩 추출물에 대비한 효능 평가를 실시하였다. ECOTRIA, PCR-PP 펠릿에서 벨벳콩 열수 추출물은 변색을 나타내지 않았으며, 벨벳콩 70% 에탄올 추출물과 벨벳콩 70% 아세톤 추출물은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 색상 변화를 나타냈다. Grico 펠릿에서는 25℃ 온도 조건의 벨벳콩 열수 추출물과 벨벳콩 70% 에탄올 추출물, 벨벳콩 70% 아세톤 추출물은 노란색으로 색상 변화를 나타냈다. pH는 1 이상의 큰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 추출물의 효능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ECOTRIA, PCR-PP 펠릿에서 30% 미만의 전자공여 활성 변화가 측정됐다. Grico 펠릿에서는 기존 벨벳콩 추출물 대비 전자공여능 감소가 확인됐다. ABTS+ 라디칼 소거 활성, SOD 유사 활성, 환원력, 총 페놀 및 플라보노이드 함량 분석 결과, 모두 기존 벨벳콩 추출물 활성에 대비하여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에서의 벨벳콩 추출물 활성이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은 다양한 온도 조건 하에서 추출물이 지닌 생리활성에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결과는 각 실험마다 상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SK chemicals의 ‘ECOTRIA’는 소비자 재활용 물질^{Post-Consumer Recycled Materials} 30%와 ECOTRIA^® R series Copolyester의 혼합물로 구성된 준결정성 Copolyester 제품으로, 재활용 공정을 통해 오염물을 제거하여 우수한 투명도와 내화학성 및 느린 결정화 속도를 특징으로 갖는다. LOTTE Chemical의 ‘PCR-PP^{Post-Consumer Recycled Polypropylene}’는 국내 최초의 식품 및 화장품 용기에 적용이 가능한 소재로, 소비자로부터 사용된 화장품 용기를 수거하여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플라스틱 리사이클 원료로 만든 다음 적합한 공정을 거쳐 재탄생되는 재생 플라스틱 소재이다. Dawin group의 ‘Grico’는 잉여쌀과 생분해원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유해물질 발생에 대한 우려가 없으며, 저온의 호기성 토양조건에서 생분해됨으로써 미세플라스틱 및 잔류독성이 남지 않아 토양과 해양생태계 보호 및 지구 온난화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Q.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으로 ECOTRIA, PCR-PP, Grico를 사용한 이유는? 

효능 안정도의 연구목적 biodegradable, sustainable packaging 시장의 확장에 따라, 화장품 분야에서의 친환경 요구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바이오패키징은 필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생분해 및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 중 화장품 용기로 사용 유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는 PLA^{Poly Lactic Acid}, PCR^{Post-Consumer Recycled}, ECOTRIA, Grico 용기의 경우, 특정 조건에서 용기가 분해되는 특성 상 화장품 내용물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한다. 하지만 다양한 화장품 조성물에 대응하여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화장품 조성물의 특징별, PLA, PCR, ECOTRIA, Grico 용기가 화장품 내용물의 안정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Q. 이번 연구의 의미는? 

최근 석유 기반 포장재의 가격 인상 및 포장 폐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지속 가능한 포장재, 바이오 기반 및 생물 분해성 폴리머 시장의 확대에 따라, 화장품 분야에서의 친환경 요구도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PLA는 lactic acid에 기반을 둔 폴리에스터로 옥수수전분 또는 사탕무와 같은 바이오 자원을 원료로 하여 만든 친환경 수지를 말한다.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PLA는 lactic acid의 직접축합중합^{direct condensation polymerization} 또는 고리형 중간체 lactide의 개환중합^{ring opening polymerization}에 의해 생성되며, 환경친화적이고, 무독성 포장을 위한 최적의 대안 중 하나다. 이번 연구에서는 벨벳콩^{Mucuna pruriens} 추출물을 사용하여 천연소재 기반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서의 활용 가능성 및 추출물과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의 효능 안정도에 대한 상관관계를 검증했다. 생분해 바이오화장품 패키징 시장의 대두에 따라 각각의 제형에 따른 생분해 화장품 용기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이번 실험결과, PLA, PCR, ECOTRIA, Grico 용기 화장품 조성물의 안정도에 미치는 긍정과 부정의 결과값을 얻었다. 특히 장기 보관 판단 유무에 대한 기초적 연구를 실행했다. 즉, PLA, PCR, ECOTRIA, Grico 용기는 조성물의 스킨케어 시장이나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의 대체제로써의 가능성을 확인하려고 했다. 

Q.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벨벳콩 및 플라스틱 펠릿의 실험에 인용할 데이터의 부재였다. 그리고 20일 경과 후 45℃ 온도 조건의 벨벳콩 추출물은 흡수 및 증발, 소실로 인해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으며, 이는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 추출물을 담은 용기의 밀봉 및 밀폐 상태와 관계된 요인으로 생각된다. 재활용 플라스틱과 추출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참고문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실험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Q. 이번 연구가 화장품산업에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벨벳콩 추출물은 항산화 및 항염증, 월등한 도파민 성분으로 관련 기능성 화장품 소재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에 의한 벨벳콩 추출물의 생리활성 감소 및 변화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친환경 소재와 추출물 간의 물성변화 및 생리활성 변화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친환경 소재 개발의 밑거름 자료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펠릿과 시료의 상관관계에 의한 △변성 정도의 육안 테스트(이물질 유무, 향, 색의 변화 등 pH 테스트, 점도 테스트, 항균력 테스트(화장품 보존력테스트), 온도별 테스트, 습도별 테스트 △보관 기간별 테스트(평균 화장품 시료별 보관기간 길면 2~3년) △펠릿 용기에 따른 발효화장품, 알코올류화장품, 일반화장품, 천연화장품 등 내용물에 따라 안정도 테스트 진행과 같은 연구실험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화장품 산업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Q. 보완할 점은?

약리활성 부분에서 용매와 추출 과정 변화에 따른 벨벳콩의 효능 증진과 더 많은 종류의 항산화 및 항염증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 벨벳콩 추출물 효능과의 상관관계 실험에서 45℃ 온도 조건의 벨벳콩 추출물은 흡수 및 증발, 소실로 인해 실험을 진행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과 추출물을 담는 용기의 다양화 또는 밀봉 및 밀폐 상태의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온도 조건과 30일 보다 장기간의 보관 기간이 보완되어야 할 점이다.

Q. 앞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싶은지.

벨벳콩 시료는 이미 의학계에서 치매, 불면증 등에 작용하는 의약품으로 시판되고 있다. 앞으로 의학계 및 화장품업계와 수면장애, 염증 완화 및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를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

Q.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친환경’을 넘어 ‘필必 환경’의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2019년 12월 우리나라 정부도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했고, 유색 페트병 사용에 관한 개정안이 담긴 ‘자원재활용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친환경 정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플라스틱은 음료부터 화장품 용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이면서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중에서도 재활용이 가장 안 되고 있는 제품이 화장품 용기인 것도 사실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 환경오염에 대한 개선 의지가 확고하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깨끗한 환경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가격 경쟁력만 따진다. 아무리 좋은 친환경 제품도 가격이 우선시 된다. 상업적 논리 때문에 한국에서는 친환경 정책이나 의지가 계속 후퇴되고 있어 안타깝다. 화장품 제형과 용기 패키지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친환경 산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보다 실질적인 정부 차원의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국내는 친환경 용기의 분리배출 표시 및 기준 등에 관한 재활용 분류 기준조차 불명확하다. 기업들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친환경 제품 사용을 미루는 상황이다. 우리 모두 친환경 화장품 용기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Edited by 안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