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소재기업 직원들의 오후 수다’ 시즌 2 - ②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책의 정체는 『노마 발효 가이드(The Noma Guide to Fermentation)』(르네 레드제피 , 데이비드 질버 지음, 정연주 옮김, 한스미디어, 456쪽, 4만5000원)

▶레이첼: 책이 엄청 크네요!!

▶김나현: 제가 요즘 사용하는 양념 중에 쌀누룩 발효 시리즈가 있어요. 쌀누룩 간장, 소금, 된장, 쌈장, 맛간장 이렇게 5가지인가 나와요. 처음에 쌀누룩 간장을 먹어봤는데, 사실 저는 요리를 되게 대충 하거든요. 워킹맘이니까 시간도 없고 계량 이런 거 안 하고 대충 이 정도? 감으로 넣는 스타일인데 그러다 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간장은 그렇게 넣어도 짠맛이 확 진해지지 않더라고요. 특히 이게 염도 자체가 다른 시판 간장에 비해 낮아서 아이한테 먹이기에도 좋고, 염도는 낮으면서 특유의 단맛이랄까요? 발효로 인한 감칠맛이 생겨서 쌀누룩에서 나는 단맛이 올라온다고 해요. 그래서 좀 더 맛있어지는 것 같고 요리를 좀 쉽게 할 수 있더라고요. 확 부어도 급격하게 맛이 달라지는게 아니라 좀 조절하기도 쉽고 맛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가지고, 발효라는게 더 궁금해져서 이 책을 사게 됐어요. 읽다보니 '발효가 어떤 물질의 효능을 극대화 해주면서, 같은 재료를 써도 그것을 완전히 다른 물질로 바꿔준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비슷한 소리를 발효화장품 쪽에서도 들은 것 같았어요. 예를 들면 원물에 어떤 독소가 있는데 그 독성은 감소시켜주면서 효능은 증가시켜주는 그런 사례들이 많아서 '발효라는 게 되게 신기하구나'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이런 생각을 같이 나누고 싶어서 주제를 정하게 됐고, 발효를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서 주제에 포함을 시켜봤습니다.

▶조명찬: 일단 발효가 뭔지 정의를 하고 시작할까요? 발효쪽이 제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발효의 정의는 '유기물이 미생물 작용에 의해 분해 및 변화하는 현상'인데요, 넓게는 미생물에 의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 요구루트, 막걸리, 맥주 이런 식품들이죠. 현재 발효식품은 전 세계에서 다 먹고 있는 안전한 물질로 여겨지고, 이렇듯 이미 알려진 식물, 미생물 등을 이용해 화장품에서는 누룩을 발효하여 얻어지는 갈락토미세스 발효물, 팜을 발효하여 만든 Propanediol 등의 원료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거에요. 선조들은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저장기간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식품을 발효시켰다면, 현대사회에서는 웰빙의 개념으로 즉 건강에 유익한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김나현: 네, 옛날에는 오래 먹기 위한 저장의 목적이 컸고, 지금은 그로 인한 유산균이나 이런 거를 섭취하기 위해서… 발효를 일단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자면, 이게 진짜 효능적으로 어떤 어떤 결과를 기대해서 선호한다기보다 그 '발효'라는 단어에서 오는 어떤 전통적인 느낌, 신뢰감, 뭔가 몸에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때문에 약간 신봉을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요즘 유럽이나 미주쪽 서양인들이 K-발효에 대해서 되게 궁금해하는 것도 저는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한국 여성들 피부가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저도 어렸을 때 어디 나가면 "너 김치를 먹어서 피부가 좋니?"라고 꼭 물어보더라고요. "나는 조리한 김치만 먹어서 별로 그런 건 상관이 없을 텐데… 그냥 나는 피부가 두껍고 너네는 피부가 얇아서 그런 거 아닐까?" 했는데, 어쨌든 그런 발효 음식과 피부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굉장히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리고 발효음식을 찾아보면 전 세계적으로 다 먹고 있지만, 사실 기원이 로마에서 시작이 됐더라고요. 혹시 ‘가룸(Garum)’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모두: 아니요!?

▶김나현: ‘가룸’이라는게 중세 배경 게임 같은거 하다보면 나오는데요, 그러니까 생선 액젓 같은 거예요. 제주도 가면 멜젓에다가 삼겹살 찍어 먹잖아요. 그런 멜젓 같은 비주얼인데 이게 굉장히 오래전에 로마에서 즐겨 먹었다고 해요. 기원은 그리스에서 가져온 거라고 하더라고요. 비슷한 예로 악취로 유명한 음식 중에 스웨덴 청어 통조림이 있어요. 이케아에서 판다던데 그게 스웨덴에서조차 아파트에서 뜯지 말라고 공문을 붙일 정도래요. 하나만 뜯어도 아파트 온 단지 내에 그 냄새가 퍼질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이렇게 옛날부터 서양에서도 발효를 해왔는데 왜 이제서야 발효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그것도 아시아 쪽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건가 궁금해요.

 

“부패와 발효 사이에는 아주 가느다란 경계선이 있는데,

클럽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앞에 가로놓인 줄을 생각해보자.

부패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이다.

무해하건 유해하건 맛을 강화하는 종류건 파괴하는 종류건

상관없이 박테리아 곰팡이라면 뭐든지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뭔가를 발효할 때에는 문지기 역할을 맡아서

원하지 않는 미생물은 막고

파티에 흥을 돋울 만한 녀석들만 들여보내야 한다.”

- 『노마 발효 가이드(The Noma Guide to Fermentation)』

▶레이첼: 옛날 같으면 미국이 글로벌 문화를 지배했겠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특히 K-POP의 인기를 바탕으로 K-뷰티도 인기가 많아져서 그렇지 않을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발효 음식의 역사는 굉장히 오래 됐는데 왜 갑자기 요즘 더 주목을 받고 발효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네요.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석유 화학 공정이 비용적으로 싸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당연시되다가 환경적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이제 바이오 공정으로 동일한 물질을 얻으려는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잖아요. 그런 흐름에서 이렇게 발효가 관심을 받는 것 아닐까요?

▶김나현: 맞아요. 이제는 결과물만이 아니라 처음부터 공정 전체를 파악을 해가지고 좀 더 전체론적으로 접근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젊었을 때 발효화장품을 처음 접한 게 SK-2인데, 당시에 김희애 씨가 광고모델로 나와서 피부를 진짜 투명하게 만들어준다고 해서 되게 혹했었거든요. 대학생이 사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 제품을 통해서 발효화장품이라는 것이 분명히 인식이 됐어요. 그런데 그 당시에는 술 담그는 장인의 손을 보여주면서 "저걸 쓰면 저렇게 손이 안 늙는대!"라고 하면서 효능적인 부분에 집중을 해서 봤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포함을 하지만 발효 공정 자체가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하다라는 점 때문에 더 포커스를 받게 된 것 같아요.

▶레이첼: 이제는 공정뿐만 아니라 공정 후 폐기물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또 폐기물을 다시 쓸 수 있는지 다른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지까지 생각을 하니까요.

▶김나현: 그렇죠. 엑티브온이 이번에 출시한 ‘Activega-Cbiome’도 그런 업사이클링 원료잖아요. 맥주 발효에 여러번 사용하고 남은 효모를 다시 활용해서 만든 원료가 이번에 개발중인 ‘Activega-CBiome’이에요. 식품소재 업사이클링과 발효공정의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소재죠? 그럼 안전성도 검증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이 소재는 2023년 7월 인-코스메틱스 코리아 에서 공식 출시)

▶조명찬: 어떤 물질이든 안전성에 대한 완벽한 근거가 생기려면 한 세기 정도 봐야 돼요. 비교적 최근에 이슈가 생긴 파라벤이라든지 비스페놀에이 이런 것들도 거의 한 세기 정도를 지난 2000년대에 와서야 인체에 축적됐을 때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런 결과들이 공유되기 시작했으니까요. 석유계 물질들도 쓰인 지가 꽤 됐어요. 아직까지는 20세기 초 산업혁명 때 대중화된 물질들을 쓰고 있는 세상이란 말이지요. 지금 안전하게 여기는 것들도 한 세기 후에는 금지원료로 제한될 수도 있어요.

▶김나현: 지금도 막 1등급 세제 이런 거 쓰면서 이거 정말 안전한 거 맞나 의심은 돼요.

▶조명찬: 그건 아직 모르는 사항이죠. EWG 1등급 원료도 자료가 없어서 green 등급인 경우도 있거든요. 어떤 원료가 다음 세대에서 유해한 물질이다라고 판단이 될지는 몇 십 년의 연구와 실제 나오는 결과값의 자료가 쌓여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나현: 아~ 근데 오히려 저는. 지금 말씀하셔서 알게 된 건데, 이 발효에 대해서 사람들이 신뢰하는 이유가 '오랜 역사에 걸쳐서 안전성이 검증이 된 것'이라고 받아들여서인것 같아요. 이게 화장품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실험실에서 검증이 된 자료는 아직 많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방법을 계속 조상들이 사용해왔고 식품으로 섭취를 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전한 방법 아닐까'라는. 역사 그 자체가 데이터가 되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한 세기는 지나야 안전성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발효 같은 경우에는 몇 세기가 아니라 9000년 전부터 활용됐다고 하니까.

▶조명찬: 그러네요.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이 데이터니까 그렇게 볼 수 있죠.

▶김나현: 발효가 그런 강점이 있네요. 지속 가능한 공정이고 효능도 있으면서 안전성까지 이렇게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가는.

▶조명찬: 그런가하면 발효의 최대 약점이 변취와 변색이죠.

ⓒ크라우드픽
ⓒ크라우드픽

▶김나현: 그렇죠, 변질. 발효라는게 전통적으로 해온 거여서 뭔가 굉장히 쉬운 방법처럼 느껴지는데요. 왜냐하면 김치 담그고 이런 것만 봐도 그냥 우리 집 할머니, 화학 생물 전혀 모르시지만 너무나 맛있는 김치를 몇십 년 동안 담그셨고,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접근하기 쉬운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죠. 이 책에서도 보면 진짜 위생을 되게 강조해요. '미생물을 위한 식탁 차리기'라는 챕터가 있는데 여기 재밌는 표현이 있어서 읽어드릴게요. “부패와 발효 사이에는 아주 가느다란 경계선이 있는데, 클럽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 앞에 가로놓인 줄을 생각해보자. 부패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이다. 무해하건 유해하건 맛을 강화하는 종류건 파괴하는 종류건 상관없이 박테리아 곰팡이라면 뭐든지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뭔가를 발효할 때에는 문지기 역할을 맡아서 원하지 않는 미생물은 막고 파티에 흥을 돋울 만한 녀석들만 들여보내야 한다”라고 비유를 했더라고요. 그래서 특정 미생물을 더 접종을 해주고, 들어가서는 안 되는 미생물을 차단하고… 이게 근데 되나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레이첼: 그러니까 실험을 할 때는 멸균 과정이 무조건 필요한 이유가 이거예요. 왜냐하면 저희가 원하는 특정한 균주만 자라게끔 하고, 또 부패되는 것을 실험에서는 오염, 컨태미네이션(contamination)이라고 부르거든요. 이렇게 접종을 해서 결과로 이 물질이 나와야 하는데 중간에 다른 물질이 나왔어요, 그러면 컨탬이 이유일 수 있는데 그러면 그 실험은 망하는 거죠.

▶김나현: 완전 멸균인 상태에서 필요한 균만 접종을 했는데 중간에 그렇게 오염이 됐다면 어떤 상황이 발생을 해서 그렇게 되는 건가요?

▶레이첼: 첫 번째는 핸들링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오염된 것과 접촉되었거나, 아니면 멸균이 제대로 안 되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요.

▶조명찬: 진짜 많아요. 저도 미생물 실험하다 보면 미지의 미생물이 검출될 때가 있거든요. 외부환경이 아니면 실험자에 의한 오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험자의 청결도 중요한 요소이죠.

▶레이첼: 근데 원인 찾는게 어렵잖아요.

▶조명찬: 실험을 하고 예측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전 항상 실험자 본인을 먼저 체크를 해보고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갑니다. 미생물이라는 물질을 다루기 위해서는 청결과 멸균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레이첼: 그 손에 있는 미생물 자체가 달라서 김치도 담근 사람마다 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사실 부패가 그런 것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까요?

▶김나현: 김치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손으로 해도 부패가 되지 않는 이유가 염도 자체가 너무 높기 때문이겠죠. 보통 식품을 발효시키는 경우에 엄청 짜잖아요. 그러니까 그 염분 자체가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원료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니까 부패를 막는게 더 어려운 일 같아요.

▶조명찬: 그냥 환경적으로도 너무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균주가 살기 위해서.

▶레이첼: 보통 타깃 물질을 못만드는 걸 ‘콘탬’이라고 하는데 중간에 다른 애가 끼어들어서 이제 걔가 더 잘 자라는 경우도 콘탬이라고 부르니까, 상대적으로 약한 균주가 더 잘 자라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어요. 산업용 균주로 할 때는 저희가 손실을 감수해야 되는 경우도 있어서 다른 균주들이랑 대조해서 실험을 해봐요. 그래서 이 균주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성이 있고 다른 균주에 비해서 쉽게 오염이 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죠.

티벳 버섯 ⓒ크라우드픽
티벳 버섯 ⓒ크라우드픽

▶김나현: 갑자기 궁금해진게 있어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어디서 가져오신건데 혹시 ‘티벳 버섯’이라는 거 아세요? 그게 이름이 또 따로 있던데… 광고에도 나오고. 금속이 닿으면 안되고 플라스틱에다가 분양을 받아요. 한 덩어리를 받아서 거기에다가 매일 우유를 붓고 키워요.

▶조명찬: 케피어(kefir grain)?

▶김나현: 어 맞아요! 그래서 요새 무슨 케피어유산균 해가지고 제품도 나오더라고요 근데 케피어가 뭐야 이랬는데 알고 보니까 제가 옛날에 먹었던 티벳 버섯인 거예요. 당시에 뚜껑 이런 것도 없이 싱크대 위에다가 두고 저녁에 우유 부었다가 자고 일어나서 먹고 이랬거든요. 탈이 나지는 않았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렇게 먹어도 괜찮은 거였나 싶어요.

▶조명찬: 같은 개념이죠.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케피어유산균하고 우유를 섞어서 주시곤 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싫어서 "썩은 거 아니야?"하고 거부하곤 했어요. 맛이 우유 맛이 안나고 신 맛 나고 막 이러니까.

▶김나현: 근데 그렇게 발효를 시켜도 부엌에다 그냥 놔두는 거잖아요. 홈메이드 요거트 만들 때도 그냥 우유 팩에다가 불가리스 뭐 이런 거 넣고 식탁에 그냥 놔두잖아요. 그렇게 해도 되는 거에요?

▶레이첼: 요거트의 경우에는 유산균이 부패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거에요. 그 케피어유산균이 증식하면서 다른 균주나 곰팡이를 억제해서 컨탬이 안 되고 사람이 먹어도 괜찮은 물질이 되는거죠. 그런데 다른 균주나 곰팡이의 양이 너무 많아지면 유익균이 싸울 수 없는거고. 균주의 내산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이제 배양액 자체에 젖산 같은 게 들어가서 억제하는 경우도 있어서, 균주 자체로 실험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얘기도 나오는 거 보면 대사산물 때문에 그런 게 억제될 수도 있다고 봐요.

▶김나현: 진짜 되게 여러 가지가 작용을 하니까 어렵네요.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레이첼: 그게 신기한 것 같아요.

▶조명찬: 복합적이라서 어렵죠. 그 기전들이 환경에 따라서 기준도 달라지고 정리를 하기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측은 하는데 미세하게만 바뀌어도 결과가 또 달라져 버리니까.

▶김나현: 이 책 『노마 발효 가이드』가 다양한 발효식품의 레시피 북인데요, 따라하면 금방 만들 수 있을 것 같이 써놨는데, 용기 소독부터 해가지고 엄청 까다롭게 관리를 해야 되더라고요. 근데 이런 식품 같은 경우에는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염분이나 젖산 같은 요소에 의해서 어느 정도 위생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거죠. 완전한 멸균 상태가 아니어도 부패로 진행되지 않게끔 막아주는 역할을 했는데, 실험실에서 화장품 원료를 목적으로 발효에 접근을 하는 거는 너무 조절해야 되는 요소도 많고 식품처럼 소금이나 젖산 같은 것들이 부패를 방지하는 작용을 기대를 할 수가 없으니까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식품에서의 원리를 응용해서 공정에 적용할 수는 없나요?

▶조명찬: 개념 자체가 좀 다른 것 같아요. 저희가 접근하는 발효는 결국에는 좀 더 명확한 타깃 물질이 있거든요. '우리는 이거를 뽑아야 돼' 하기 때문에 명확한 기전이 있어야 되고 완벽한 양산을 위한 프로세스가 있어야죠.

▶레이첼: 그렇죠, 예를 들어서 투입되는 원물이 100g이 있으면 이게 완벽한 케이스면 100g 의 타깃물질이 나와야 하는데, 만약에 그 안에서 다른 물질이 나오면 타깃물질의 양도 줄어들고 그러면 그 공정이 이피션시(efficiency, 효율)가 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이피션시를 따질 수 밖에 없는데.

▶김나현: 그냥 어떤 하나의 물질을 순수하게 뽑아내는 것 자체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근데 요새 화장품 쪽도 그렇고 영양제도 그렇고 무슨 OO에서 추출한 유산균을 넣었다, 이런건 무슨 말인가요? 어떤 브랜드는 '김치 발효 성분이 함유되어 피부를 촉촉하게 보습하고…'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다른 화장품 같은 경우에도 꼭 김치가 아니라 무슨 예를 들어 블루베리 발효 성분 이런 식으로 하던데 이런 경우에는 뭐가 어떻게 들어간거죠?

▶레이첼: 근데 이거 너무 좀 명백하지 않은 게 그냥 발효 성분이 정확히 뭔지 얘기를 안 한 것 같아요. 발효 성분이 들어갔네 그건 마케팅 입장인데, 근데 정확하게 어떤 성분, 발효를 하기 위해 들어가는 성분인지 아니면 발효하고 나서 추출한 성분인지.

▶김나현: 잘 모르겠어요. 이거를 만들기 위해 김치를 담그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근데 이제 김치 발효 성분이라는 설명은 부정확한 것 같아가지고.. 김치를 발효시킬 때 작용하는 균주를 말하는 걸까요?

▶레이첼: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김나현: 다음 시간에는 주로 발효가 어떤 측면에서 사용이 되고 원물로 사용이 되는 것들이 주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런 거 좀 살펴보고 얘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성분이나 브랜드에 주목할 만한지 알아보고요. 확실히 바이오랑 마이크로바이옴 콘셉트으로 새로 나오는 브랜드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은데 얼마나 지속이 될지 잘 모르겠어요.

▶조명찬: 마이크로바옴 같은 경우에는 건강식품 식품 쪽에서는 계속하고 있고 투자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김나현: 화장품 쪽에서는 지금 시세이도도 스킨케어 브랜드 ‘갈리니(GALLINÉE)’를 인수해서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하잖아요. 시세이도가 그렇게 연구소를 설립할 정도면 뭔가 계속 나올 게 있지 않을까요?

▶조명찬: 새로운 아이템들은 계속 나와요. 근데 그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소재 자체는 2010년부터 나왔던 소재고 큰 붐이 일어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이 크게 히트했던 시절은 기억이 안나거든요. 마치 10년째 주목받는 신인처럼요. 그러니까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콘텐츠는 미생물 관련 소재의 그냥 단골 손님이에요.

▶김나현: 이게 제 생각에는 결국 소비자의 피부에 뭔가 드라마틱하게 드러나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붐이 안 오는 것 같아요. 어떤 공정상으로나 그런 쪽으로 뭔가 좋은 개발이 있어도 이게 효능적인 면에서 뭔가 확실하게 다른 원료에 비해서 드러나는 게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지금까지 붐이었던 것 중에 예를 들어 시카는 항염, 진정, 재생 작용이 확실하다고 해서 모든 화장품에 다 시카(CICA)가 적용이 됐잖아요.

▶조명찬: 이미 저희가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에 접목되어 있는데 인식을 못하는 거죠. 저도 원료를 개발하고 마이크로바이옴 마케팅 포인트 찾기가 진짜 어려웠거든요.

▶김나현: 그러니까 우리 생활의 근간을 이미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하나를 딱 집어가지고 어떤 거야라고 설명을 해주기도 힘들고. 보통 이게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해가지고 나온 화장품들 보면 그냥 효능 자체가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맞춰준다'에요. 이를 통해서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이렇다고 하는데 이게 잘 안 느껴지는 거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니 내 피부 위에서 균들이 균형을 맞추고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현미경을 이렇게 들여다봐야 되는데. 그래서 이제 시세이도가 매장에서 테스트하고 결과지를 뽑아주더라고요. 그런데 결과를 받아도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건지? 어려운 것 같아요. 만약에 내가 피 검사를 해서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운동하고 ‘오메가 3’ 먹고 이러겠는데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검사에서 유해균이 너무 많아 이러면 어떻게 해야 돼요? 그래서 '마이크로바이옴 균형 회복'이라고 홍보하는 제품들을 사용하면 정말 내 피부가 정말 좋아지는지… 거기까지 다가가는 게 너무 어려운 거죠.

▶레이첼: 마이크로바이옴 히트가 어려운 이유도 그거 아닌가요? 사람마다 갖고 있는 미생물이 달라서 한 제품으로 모두의 피부에서 동일한 효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어서.

▶김나현: 그래서 이제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보면 이제 맞춤형화장품에 적용이 되기는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요. 대형 브랜드들도 이제 맞춤형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에 맞춰서 개인별 마이크로바이옴 파악도 더 강화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정확하고 적절하게 적용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DNA 검사같은거요. 20만원 정도라는데요. 집에 안마기 설치하면서 서비스로 받았거든요. 근데 하나도 안 맞아요. 그러니까 내가 원래 유전자에는 이렇게 되어 있는데 생활 방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지금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정말 하나도 맞는 게 없어요.

▶레이첼: 그 정도면 다른 사람이랑 바뀐 거 아니에요?

▶김나현: 생각보다 어려운 주제지만 재밌게 얘기해요. 우리가 뭐~ 여기서 독자나 소비자들한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이런 거 아니니까. 실험하고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한 고민을 토로해도 좋고. “이런 점이 어려워서 못 해먹겠다!" 이런 것도 좋고, 아니면 "이거 잘 모르겠다. 이거 우리에게 미래가 있는 거 맞는가?" 그런 거 얘기해도 되고요.

<Part.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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