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9＞ ⑳ 마케터
터키에서 디자인 회사를, 한국에선 LG전자 마케팅을 거쳐 SNS 글로벌 마케팅 스타트업에서 약 5년간 일했다. 다양함을 품고 거침없이 살고싶다는 마음으로 현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며 한국브랜드들의 미국 진출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매월 50여개 국내 브랜드의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컨설팅해주는 일을 5년간 했었다. 여러 인플루언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한국의 다양한 브랜드를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소비자에게 소개하며 우리만의 고집스러운 집요함과 독창성에 매료됐다. 또 우리의 장점이 해외서도 통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자신감이 생기다보니 보다 많은 외국인에게 우리 것을 알리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해외를 알아야 하고 더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본사와 유튜브 본사도 있는 미국을 더 가까이 두고 마케팅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매일 10분 정도는 미국에 있는 여러 마케팅 블로그와 플랫폼을 읽고 있다.
처음에는 다 영어라 불편했지만 구글 자동 번역 기능도 있고 언어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읽어 나갔더니 나름 직장인 10분 영어 공부도 되고 한국에서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트렌드를 접해 세미나 발표에도 적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의 모든 테스트는 미국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에 없는 기능이 미국에는 있기도 한데 작은 변화들을 빠르게 파악해야 왜 저렇게 하는가, 그럼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잡고 업무를 할 수도 있다. 트렌드는 아직 내가 만들어 앞장서기는 부족하니 일단 많이 읽고 말해보며 인풋을 일단 넣고 소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넘쳐나는 소스들을 주어 담아 나의 언어로 소화하는것이 결국 마케터가 가져야 할 트렌드를 읽는 방법이다.
01.Later blog
https://later.com/blog/
인스타그램솔루션 회사 Later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다. 인스타그램 피드 예약서비스 등을 운영하는데 이 서비스의 소비자인 마케터들을 위한 정보들의 퀄리티가 꽤 높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등 각종 SNS 채널 등 새로 출시된 기능이나 트렌드에 대해서 자기의 견해를 함께 소개를 해주는데 단순 정보지를 읽는 느낌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마케터의 의견을 비교적 날 것의 느낌으로 파악할 수 있다. 7분~15분 정도 소요되는 블로그 글(물론 우리는 영어를 마음으로 읽으니까 더 오래 걸리겠지만)이 시각 자료들로 충분히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빠르게 이미지들만 살펴봐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협찬에 대해서 알아야 할 점’, ‘인스타그램 릴스 알고리즘’. ‘15가지 릴스 아이디어’ 등 마케터라면 클릭을 안 할수 없는 알찬 정보들이 많다.
1년에 한 번씩 ‘later Con’이라는 무료 온라인 세미나를 오픈하는데 글로벌 회사 마케터가 30분 정도씩 현재 자기가 바라보는 마케팅 시장과 현업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한국에서는 데이터 분석과 결론을 정리 짓기 위한 인사이트가 아쉬울 때가 있는데 Later에서는 마케터 개개인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적어 공유해 주니 깊이 감이 더 생생하다.
구글 자동번역과 온라인 세미나는 유튜브에서 자막과 함께 시청할 수 있으니 바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콘텐츠 구조를 보면서 언젠가 글로벌 무대에서 발표를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Later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latermedia) 계정에서도 온라인 마케팅 트렌드 뿐만 아니라 디자인 감성 충분한 피드들을 엿볼 수 있어서 브랜드사 콘텐츠 기획을 하다가 답답해지면 Later 계정을 훑어보며 영감 거리를찾는다.
02. Hootsuite Blog
Hootsuite 또한 소셜 마케팅 솔루션 프로그램 회사지만 블로그 운영으로 마케터들에게 유익한 정보들을 준다. 한국 마케팅 자료나 기사들을 보면 종종 소스의 출처가 Hootsuite인 경우들을 보고 검색해서 알게 된 사이트.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소소한 꿀팁도 엄청난 노하우지만 Hootsuite의 분석 리포트를 볼때면 이건 어떻게 하는건가 싶을 정도의 데이터 누적량이 놀랍다. 마음이 끌리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마케팅 제안서를 만들 때 감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단단하고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Hootsuite 블로그를 살펴본다. A사 화장품 브랜드 컨설팅을 할 때 이 자료를 바탕으로 베트남은 페이스북 중심으로, 미국 시장은 인스타그램으로 분리하여 콘텐츠 업로드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Hootsuit의 프로그램은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무료로 볼 수 있으며 분기별 발행되는 리포트도 이메일로 수신 신청을 해놓고 있다.
03. Learn with Shopify
쇼피파이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로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에 관련된 노하우를 10여분 정도의 영상으로 꾸준히 제공한다. 쇼피파이에 입점한 온라인 판매에 관심 있는 대상을 위한 교육영상인데 다양한 마케팅 요소의 이야기를 다룬다. SWOT 분석, 온라인 시장에서 리더가 되는 방법, 팔로워 없이 판매자가 되는 인플루언서 팁에서 상품 사진을 잘 찍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짧은 시간 내에 깊이감 있는 디테일을 전달하기는 어렵지만 유튜브 영상에서 집어주는 요소들은 관련 주제에서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키가 된다. 예를 들면 ‘온라인 푸드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방법’이라는 영상을 보면 니치 시장을 찾고, 특별한 성분을 찾아라,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언급을 짧게 해 주는데 내가 더 깊은 정보를 찾아야 할 길목의 이름들을 알게 되었으니 필요한 내용을 더 찾고 공부해보면 된다.
콘텐츠 기획력도 좋고 디자인까지 맛깔나는 인스타 계정 @ritual @soulcycle @latermedia는 팔로우하면서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빼서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 천지에는 볼거리가 많고 영감을 주는 트렌드 거리들이 많다.
일단 볼거리들을 보고 영감을 채워 넣고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게
우리가 세상을 읽는 마케터가 되는 멋진 습관이다.
비어있는 거 아니냐고 낙담해 하지않고 하나하나 읽고 채워가는 재미를 가지는 하루가 되길.
- 트렌드를 읽는 방법. 인풋을 넣었으면 내 목소리나 글로 다시 소화해야 한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전해져서 도움이 되었을 때 그게 진정으로 읽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래서 필자는 블로그에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거나 고정적으로 하고 있는 세미나 발표 시간에 해당 내용에 대한 내 견해와 경험을 함께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을 잘해서 세미나 연사 기회가 온게 절대적으로 아니고 트렌드를 잘 읽고 설명해주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 말 잘하는 마케터가 되고 싶어서 스스로 자리를 찾아 만들어서 하고 있다. 외부 세미나 자리가 없으면 회사신입 교육프로그램에서 인스타그램 트렌드를 설명하겠다고 하기도 하고 마케팅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자료를 설명하기도 한다.
말을 해보면 내가 이해한 범위의 넓이가 그려지고 글로 써내면 앎의 깊이를 알아차릴 수 있다.
글을 쓰면서 핵심 문구를 한 줄로 정리하거나 제목이 쉽사리 안 쓰일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가 봤던 콘텐츠의 문구를 활용해 보거나 최근 베스트셀러 책의 목차를 살펴본다.
책의 제목과 목차에는 책의 본문을 읽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이 담겨있다.
『N잡하는 허대리의 월급 독립 스쿨』이라는 책에서 목차에 있는 ‘마케팅은 의외로 단순하다’를 ‘의외로 단순한 인스타그램’으로 ‘성장의 무기가 되는 독서법’은 ‘마케터의 무기, ‘릴스’ 사용법’으로 관점의 단어를 바꿔서 써보는 거다. 책상 앞에서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눈앞에 보이는 실체들, 내가 눈에 담아뒀던 문장들을 살펴보고 퍼즐 맞추듯 아이디어를 펼치다 보면 고민을 효율적인 노동으로 풀어낼 수 있다.
- 왜 나만의 스타일은 없을까. 마케터가 느낌나게 글을 써대질 못할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인풋은 없고 빈 그릇을 껴안고 괴로워만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일단 볼거리들을 보고 영감을 채워 넣고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게 우리가 세상을 읽는 마케터가 되는 멋진 습관이다. 비어있는 거 아니냐고 낙담해 하지않고 하나하나 읽고 채워가는 재미를 가지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