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식 팀장 (THE BODY SHOP, Property팀)
함순식 팀장 (THE BODY SHOP, Property팀)
대한민국 쇼핑 1번지 명동은 1980년대까지 금강제화, 엘칸토, 에스콰이어와 같은 제화 브랜드들이 상권을 주도했다. 1990년대에는 유니클로, 자라, H&M과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 매장이 이끌어 왔다. 2000년대부터는 화장품 브랜드숍만 60여개점, 크고 작은 화장품점을 모두 합하면 100여개점에 이르는 화장품 매장이 들어섰다. 이 때부터 명동은 패션의 거리에서 화장품의 거리로 불리우게 된다.

2000년대에는 아무리 비싸도 1만원을 넘지 않는 중저가 브랜드숍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패션 브랜드들이 주름잡고 있던 명동은 서서히 화장품 브랜드숍의 안테나 또는 플래그십 매장으로 바뀌었다. 이 시기에 3300원 신화의 미샤는 실제로 매장에서 취급하는 600여개의 제품들 중에서 절반 이상이 3300원이었다.

브랜드숍은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때마침 불어닥친 한류(韓流)열풍으로 일본과 중국 관광객의 필수코스가 되는데 저렴한 가격대비 질 좋은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화장품은 ‘싹쓸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 그래서 그 당시의 한류스타 배용준, 비, 김현중, 김수현 등이 프린트된 등신상(Life-size statue, 等身像, 실제의 인간(모델)과 거의 같은 크기의 전신상)과 포스터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화장품 매장 앞에서는 “いらっしゃいませ。安い(어서오세요, 싸요)”, “谢谢。欢迎再来。(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등 일본어나 중국어로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항상 울려 퍼졌다.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을 직접 고용해 관광객을 응대할 수 있는 매장이 늘어났다. 100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관광객에게는 묵고 있는 호텔로 직접 배송해 주거나 해외에 있는 집까지 국제특송으로 무료로 보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화장품 1번지 명동에서의 성공은 브랜드숍의 전국 확대에 영향을 미쳐 2009년 기준 아리따움이 1000개, 뷰티플렉스 850개, 미샤 450개, 스킨푸드 420개, 이니스프리 260개, 에뛰드 180개, 토니모리 100개, 네이처리퍼블릭 70개 등에 달했다. 하지만 2016년말부터 시작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조치 여파로 중국 관광객 숫자는 급감하게 되고, 브랜드숍은 직격탄을 맞기 시작한다. 2012년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국가 1위는 일본이었다. 일본인 다음으로 순위를 기록하던 중국인은 2013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크게 앞서 나가다가 2016년에는 전체 방문객 1545만명 중 무려 50%가 중국인(775만명)으로 조사되었다. 사드배치에 따른 보복여파로 2017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전년대비 반 토막이 났고,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1. 명동 중앙로 한 복판에 건물 3채가 나란히 비워져 있다.2. 명동1번가에서 한 브랜드숍이 폐점한 자리는 아직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1. 명동 중앙로 한 복판에 건물 3채가 나란히 비워져 있다.2. 명동1번가에서 한 브랜드숍이 폐점한 자리는 아직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2017 방한 외래관광객 특징’을 보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명동이 부동의 1위다. 쇼핑 목적이 가장 높고, 그 중에서 화장품‧향수를 구매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또 개별여행은 전년 56.6%에서 91.7%로 35.1%p 늘었고, 단체여행은 전년 37.4%에서 6.9%로 30.5%p 감소했다. 단체 관광객들이 서로 깃발을 들고 왁자지껄하게 명동을 돌아다니며 싹쓸이 쇼핑을 하는 광경을 더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한한령(限韓令, 한국 단체관광 금지령)’을 해제했다지만 단체 관광객의 행렬은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들마저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가 늘게 되면서 명동의 브랜드숍 매출은 회복할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중국과 가까운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년째 선호 여행지 ‘TOP 10’에 들지 못하고 있다. 1위 일본에 이어 태국,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다.
 

브랜드숍의 매출이 반 토막까지 떨어지자 과거 브랜드숍을 이끌던 화장품 1세대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명동을 떠났다. 그 자리는 회사에서 직영으로 운영을 하거나 다른 가맹점주들이 어렵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건물 임대인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임대료를 깎아주거나 임차인을 구한 임대인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임대인들은 최근 ‘OOOO전문점’에 깔세(임차인이 모집되기 전까지 1~3개월 단기계약으로 맺는 임대차계약)를 주고 있다. 브랜드숍 임차인도 결국 폐점을 선택하고 마는데 1층부터 3층까지 플래그십 매장이 대부분인 명동은 월 평균 임대료가 1억5000만원~2억원 선이며, 과거 2억원 전후에 거래되던 권리금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화장품 1번지 명동의 씁쓸한 모습은 앞으로 브랜드숍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 의존하던 마케팅 방식과 막무가내식 세일 경쟁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이미 국내 소비자들도 온라인 쇼핑과 H&B스토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점점 적자로 전환하고 있는 오프라인 브랜드숍 매장의 구조조정은 당연시 되고 있으며,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 생존방식을 찾아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