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⑪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화장품에 대한 수요는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하시면서 우리 녀성들을 비롯한 근로자들의 생활을 보다 아름답고 고상하면서도 문명하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이바지 하는 화장품들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중략) 평양화장품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은하수’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괜찮은데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품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화장품을 생산하는데 모를 박고 투쟁하여야 한다고 하시었다. 화장품의 질을 부단히 높여 우리 인민들이 다른 나라의 것이 아니라 ‘은하수’ 상표를 단 우리의 화장품을 먼저 찾게 하고 나아가서는 은하수 화장품이 세계시장에서도 소문이 나게 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18년 7월 31일 ‘봄향기’라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북한산 화장품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봄향기’는 북한 신의주 화장품 공장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브랜드의 한 종류다. 북한 매체들은 같은해 8월 1일자 보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봄향기가 생산되는 신의주 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주요 정치 일정에서 대내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인 노동신문의 정론에서 화장품 관련 이야기를 헤드라인으로 다룬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이 화장품 관련 사업을 주요 경공업 사업 중 하나로 띄우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북한산 화장품에 북한 당국이 고무된 모양새다. 

그림 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018년 7월 31일 정론 '봄향기' ⓒ남성욱 교수
그림 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018년 7월 31일 정론 '봄향기' ⓒ남성욱 교수

김 위원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북한 화장품의 중국 수출은 2015년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여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다렌 무역관에 따르면 2017년 북한 화장품의 중국 수출은 2015년 4000달러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9000달러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수입은 2015년 9700달러에서 2016년 9900달러로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화장품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조제향료, 화장품류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으나 2015년 이후 북한의 화장품 수출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출용 브랜드 육성하는 평양화장품 공장 

1962년 준공된 평양화장품 공장은 ‘은하수’ 상표로 비누와 치약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시작해 20여종, 80여개 화장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발전했다. 이 공장은 화장품 용기 도안 개발과 상표 디자인, 화장품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개발하는 화장품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은하수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향수나 여드름용 화장품을 내놓고 있으며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는 수출용 브랜드를 육성하고 있다. 2015년 2월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화장품 공장을 방문할 때는 “은하수 화장품 인기가 괜찮은데 여기에 만족 말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품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투쟁하라”고 말했다. 2019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은하수’ 매장이 문을 열기도 했다. 

그림 2. 북한 봄향기 화장품 ⓒ남성욱
그림 2. 북한 봄향기 화장품 ⓒ남성욱

조선중앙통신은 2017년 10월 29일 김 위원장이 최근 확장 보수 공사를 마친 평양화장품 공장을 방문한 후 세계 유명 브랜드 화장품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10대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체류 경험이 있는 김 위원장은 외국 화장품의 우수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정상급 화장품 브랜드인 랑콤과 샤넬, 시세이도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해 가면서 북한 화장품의 품질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2월 신의주화장품공장을 시찰하면서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하품만 하더라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2017년 10월 평양화장품 공장 시찰에서는 또 다시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을 주문하는 등 품질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김정은의 계속되는 화장품 키워드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이다. 북한산 화장품의 브랜드화를 통해 국제시장에서 자국산 화장품의 우수성을 홍보해 새로운 선전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매체로는 최초로 평양화장품 공장을 방문해 제조 시설과 상품, 판매 현황 등을 취재했다. 
북한이 화장품 공장을 외국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평양화장품 공장의 화장품 수출에 대한 관심과 마케팅은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전통 생산품인 개성 고려인삼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는 제조 공정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평양화장품 공장은 자사가 생산하는 개성 고려인삼 화장품인 ‘은하수’가 국외시장 확대에 나선다고 조선신보를 통해 전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의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가 개성 고려인삼을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인 은하수를 현재 러시아와 이탈리아에 수출한 데 이어 국외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 고려인삼으로 만든 기능성화장품인 은하수는 인삼크림, 인삼물크림(로션), 인삼살결물(스킨), 자외선방지 크림, 유액분 크림 등이 있으며 여느 기초화장품들과 달리 피부의 보습 기능을 높이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3년 동안 수십 명을 대상으로 임상 검토를 한 결과 개성 고려인삼을 원료로 사용한 화장품이 피부의 보습, 광택, 탄력성, 유연성이 높아 불순물제거와 미안, 약리적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수준의 봄향기 화장품 연구소 준공 

노동신문은 2022년 12월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명한 영도에 의해 훌륭히 건설된 신의주화장 품공장 봄향기 연구소 준공식이 12월 26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소는 나노재료, 머리칼 화장품 등 관련 연구실 20여 개와 실험실, 분석실, 과학 기술 성과 전시실 등으로 구성됐으며 80가지의 현대적인 실험, 분석 설비 수백 대가 갖춰져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한 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자동화, 무인화된 첨단 생산공정을 갖추고 있으며 위생 통과실과 공기정화 설비를 갖추는 등 공정의 무균화, 무진화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신문은 연구소 설립으로 “화장품 개발과 도안, 설계, 생산공정 현대화, 제품 판매 등에 이르기까지 인민들의 미적 정서와 시대적 요구에 맞게 화장품 공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화장품의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결국 해외로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데 연구소 설립의 목적이 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신의주화장품공장을 현지 지도하면서 연구소와 분석소를 잘 꾸려놓고 화장품 공업을 생산과 과학기술이 밀접히 결합한 기술집약형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대한 가르침을 주었으며 연구소 설계안을 지도해 주는 등 건설에서 나타나는 모든 문제를 풀어주어서 연구소가 설립되었다고 강조했다. 신의주화장품 공장은 ‘봄향기’ 상표로 고려인삼 성분을 추출해 보습과 미백, 노화 방지 기능을 갖춘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 등에 따르면 조선의 고전소설인 ‘춘향전’에서 유래한 봄향기春香 화장품은 ‘대동강 맥주’와 함께 2018년 중국에서 인지도 있는 ‘북한산’Made in DPRK 브랜드로 꼽혔다. 북한에서는 젊은이들이 사랑을 표현할 때 봄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춘향春香’ 화장품을 주기도 한다. 

KOTRA 다롄무역관은 “유엔 산하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평양화장품 공장이 생산하는 화장품 브랜드 ‘은하수’와 묘향화장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미래’가 국제상표 출원 시스템에 등록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화장품 회사들은 단순한 브랜드 홍보가 아닌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을 통해 수출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외국에 수출하는 북한의 화장품 공장은 평양화장품 공장과 신의주화장품 공장 이외에 묘향화장품 공장 등이 있다. 묘향화장품 공장은 ‘미래’ 상표로 조선묘향천호합작회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기능성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매체 대상 홍보마케팅 강화 

북한은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화장품 공장을 중국 매체에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화장품 공장을 외국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었다. 2018년 8월 18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매체로는 최초로 평양화장품 공장을 방문해 제조 시설과 상품, 판매 현황 등을 취재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화장품 공장은 북한의 유명 브랜드 ‘은하수’를 생산하고 있으며 공장 내부는 조용하고 깔끔했으며 화학제품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고 있으며 모든 공정은 자동화돼있으며 오염 방지를 위해 외부와 격리된 채 화장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양공장측은 자사 제품인 은하수와 외국 유명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와 샤넬 등의 품질을 비교하는 영상을 소개하는 등 북한 화장품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당시 리선희 평양 화장품 공장 제조 책임자는 “세계 유명 브랜드 138종의 화장품을 정밀 분석해 화장품을 개발했다”면서 “우리 제품은 영양 성분 면에서는 세계 유명 브랜드를 따라잡았거 나 능가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화장품 공장 의 전시관에는 러시아, 이란, 호주 등 수출 대상국 이 표시돼있는 등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리선희 책임자는 구체적 인 수출 주문 명세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달에 러시아에서 주문을 받아 생산공정이 바쁘게 돌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도 북한 화장품을 파는 매장이 오픈했고 인터넷을 통한 판매도 확대되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대표 화장품인 봄향기는 이곳에서도 적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었다. 외국 관광객 및 중국인들이 구매하고 일부 판매업자들은 50세트까지 구매하여 중국 내부에서 소매를 하기도 하였다. 

그림 3. 김정은 위원장의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 ⓒ남성욱
그림 3. 김정은 위원장의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 ⓒ남성욱

 

선질후량先質後量의 경공업 생산 대표 품목이 화장품 

북한은 최근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종합적인 경제발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화장품 공장 현 지지도에 나서며 화장품을 공산품 산업 발전의 견인차로 지목했다. 김 위원장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여러 경제과업 가운데 소비품 생산을 콕 집어 급선무라고 하면서 “선질후량 원칙에서 인민들이 경공업의 덕을 실지 입을 수 있도록 소비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하였다. 북한의 화장품 육성 정책은 기존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 온 경공업의 성과를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북한 당국이 화장품 산업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 진출하는 북한 화장품은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다시 증가할 것이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22년 7월 “최근 평양의 책방과 책 매대에 여성들의 미를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새 도서들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며 관련 서적들을 소개했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2020년 중국으로의 실질 수출액이 약 200만 원대로 급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월 대중국 실질 수출액은 2382달러, 한화로 약 263만원이었다. 이는 11월 북한의 대중 수출액인 112만5000달러에서 전력 수출액(112만2812달러)을 제외한 것이다. 전력의 경우 북중 합작 수력발전소에서 서로 주고받은 전기로, 실질적인 수출이 아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실질 수출한 품목 가운데 화장품이 1854달러 상당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타제품(509달러), 비누(19달러)가 뒤를 이었다.

같은 달 중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품목도 16종에 불과했으며, 전력을 제외한 북한의 대중 수입액은 14만3000달러에 그쳤다. 코트라가 2021년 1월 발표한 ‘2020년도 북한 대외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북한의 전체 교역 규모는 73.4% 줄었으나, 러시아와의 교역 규모는 전년과 견줘 11%만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외국과 교역이 급감하며 화장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 수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한 무역상은 2021년 말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신의주화장품공장이 원료 부족으로 생산이 여의치 않다”며 “중국에서 원자재가 들어가지 못해 몇 달째 빨랫비누조차 생산하지 못하고, 샴푸나 비누가 없어 여자들이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할 판이라는 걱정까지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중간의 교역 중단으로 화장품의 원부자재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북한의 화장품 생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뷰티서적 인기 매우 높아 

코로나19 상황이지만 북한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평양에서 메이크업 방법이나 몸매 관리법을 다룬 서적이 인기를 끄는 등 뷰티beauty에 대한 관심이 남한 못지않게 뜨겁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2022년 7월 “최근 평양의 책방과 책 매대에 여성들의 미를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새 도서들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며 관련 서적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평양에서 발행된 신간 서적인 『아름다운 피부 가꾸기』는 개인의 피부 특성에 따라 맞춤형 피부 보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비결을 소개하고, 『화장품에 대한 이해』는 여성들이 화장품의 각 종류와 특성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기초상식들을 제공한다. 또 『사계절 화장법』과 『각이한 유형의 화장법』은 고유의 얼굴형뿐 아니라 계절과 장소에 맞게 세련된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화장법을 알려준다. 4권의 시리즈를 통해 북한 여성들은 새로운 화장과 뷰티에 대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를 관리하는 방법을 체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화장품의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의 화장품에 대한 높은 관심은 결국 세계적인 수준으로 품질이 향상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동기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제품에 지속적으로 반영하다 보면 품질은 자연스럽게 제고될 것이다. 또한 북한 화장품의 수준이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언제가 프랑스 파리의 화장품매장에서 남북한 화장품이 나란히 판매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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