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식, THE BODY SHOP 자산관리팀 부장
함순식, THE BODY SHOP 자산관리팀 부장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은 화장품 온라인 채널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비대면 소비는 화장품 매장에 직접 방문하여 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중을 계속해서 감소시키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행하는 멤버십 할인 행사와 각종 프로모션은 과거와 다르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선택도 오프라인 판매직원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구매후기에 몰리고 있으며, 유튜브와 SNS까지 합세한 인플루언서의 리뷰를 보고 구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19와 온라인 구매 비중의 증가에 따라 화장품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부터 온라인 채널 확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와 협업해 온라인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으며, 온라인 몰에서만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대용량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어서 쿠팡 전용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Enough Project를 론칭했고, 11번가의 ‘오늘 발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커머스 무신사와 합자 조합을 결성하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주축으로 한 뷰티와 패션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역시 온라인 채널 확장에 집중하는 한편, 수익이 나지 않는 오프라인 매장은 계속해서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12월 920개에서 올해 10월 기준 758개로 162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에뛰드도 10개월 전과 비교하여 79개 매장이 문을 닫아 19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LG생활건강은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하여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을 통합한 자사몰을 운영 중이다. 이니스프리와 함께 브랜드숍 업계 1, 2위를 다투던 더페이스샵도 경영악화에 따른 위기에 봉착했다. LG생활건강의 자회사로 브랜드숍을 대표하던 더페이스샵은 법인 청산절차를 준비 중인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모기업 LG생활건강에 흡수 합병됨에 따라 경영 자율성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페이스샵의 청산절차가 완료되면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부문 중 프리미엄사업부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원브랜드숍’ 더페이스샵을 ‘멀티브랜드숍’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더페이스샵도 지난해 12월과 비교하여 10개월 새 90개의 매장을 폐점하여 현재는 5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샤와 어퓨를 영업 중인 에이블씨엔씨도 오프라인 적자 매장의 구조조정은 계속하되, 온라인 유통 채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에이블씨엔씨는 전체 매출의 10%에 불과한 온라인 매출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몰 마이눙크닷컴의 매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미샤는 지난해 12월 570개에서 192개 매장이 문을 닫아 378개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다. 미샤는 현재 눙크나 미샤플러스와 같은 ‘멀티브랜드숍’으로 전환 중이다. 

토니모리는 온라인 유통채널에 집중하고자 ‘배달의 민족 B마트’에 실시간 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배송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파악된다. 토니모리도 다른 브랜드숍과 마찬가지로 올해에만 94개 매장을 철수하고 10월 기준 45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니스프리 마이샵(MY SHOP)
이니스프리 마이샵(MY SHOP)

브랜드숍 본사가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다 보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차로 인한 피해는 오프라인 브랜드숍 가맹점이 받고 있다. 매장에서 제품을 테스트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소비자의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니스프리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마이샵MY SHOP’ 제도를 운영 중이다. ‘마이샵My Shop’은 이니스프리 고객이 직영몰에서 오프라인 단골 매장을 등록하고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해당 고객이 구매를 완료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등록된 단골 가맹점으로 귀속시키는 제도이다. 하지만 가맹점 상생을 위한 마이샵 제도는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브랜드숍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불신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온라인 가격할인이 브랜드숍에서 진행하고 있는 주요 판매 정책이나, 오프라인 가맹점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진행되다보니 이를 보다 못한 가맹점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10월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는 화장품 브랜드숍 본사와 가맹점간의 불공정 문제가 핵심이 되기도 하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가격 갈등에 따른 가맹점의 제보가 잇따라 나왔다. 한 방송에서는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1만원에 판매 중인 제품이 쿠팡에서 약 35% 저렴한 6530원에 판매 중인 것을 두고 해당 가맹점주는 본사 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에뛰드 가맹점경영주협의회와 상생 협약을 체결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아리따움은 총 60억 원의 가맹점 지원을 포함한 시행안에 대하여 합의했다. 가맹점 임대료 지원, 재고상품 특별 환입, 폐점 시 인테리어 지원 위약금 면제와 상품 전량 반품(2021년 1분기까지), 가맹점 전용 상품 50% 확대 공급, 자사몰의 매출을 가맹점에 일부 되돌려 주는 마이스토어 제도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니스프리는 총 40억 원의 가맹점 지원과 함께 가맹점 임대료 지원, 온라인 직영몰 마이샵 제도의 수익 확대 등에 합의했다. 에뛰드도 총 14억 원의 가맹점 지원을 포함하여 임대료 지원, 부진재고 특별 환입, 폐점 시 인테리어 지원 위약금 면제(2021년 1분기)와 상품 전량을 반품받기로 하였다. 이니스프리와 마찬가지로 자사몰의 매출을 가맹점에 일부 되돌려 주는 마이샵 제도를 개선하여 가맹점의 수익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브랜드숍 가맹점 세 곳과의 상생 협약을 위해 총 12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였으며, 이는 상반기에 이미 지원한 80억 원을 합하면 모두 200억 원 수준이다. 

2016년 10월 알리바바의 마윈马云은 “가까운 미래에는 전자상거래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전자상거래와 오프라인 매장이 결합된 신유통 시대가 올 것”이라고 중국 항저우 윈치 대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미래형 유통 방식인 신유통新零售, new retail을 강조한 그는 부동산을 위주로 성장한 오프라인 유통 형태와 현재의 온라인 거래 모두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격과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유통 채널은 고객의 개성화, 스마트화, 맞춤형 소비가 증가하게 되면서 온라인으로만 채울 수 없는 공백이 커질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의 오프라인 매출 규모는 계속 축소되고 있다. 고객의 소비 패턴은 이미 온라인으로 기울었으며, 요구하는 서비스도 변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도 과거 오프라인의 영업방식을 고수할 수 없거니와 온라인 가격 할인이 최선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온라인몰에서 시중가의 30~50%를 할인하고, 매출 수수료를 뗀 후 택배 등 물류비용과 광고, 마케팅비용을 감안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 브랜드숍 시장은 내년에 코로나19와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보다 더 많은 브랜드숍 가맹점들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상생과 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화장품 기업의 정책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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