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신중곤 LG생활건강 미래기반연구소 유전자 Lab. 책임연구원

LG생활건강은 피부특성정보와 유전변이 정보로 구성된 ‘피부-유전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피부-유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생활습관, 나이, 성별 등과 같이 피부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찾고, 타고난 피부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멜라닌 합성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BNC2, MC1R, PPARGC1B, MFSD12 등의 유전체 부위가 한국인의 색소침착에 대해 유전적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또한 한국인의 색소침착에 대해 특이적인 영향을 보이는 유전체 부위 2종을 처음 발견했다. 그 결과는 2020년 8월 피부과학 연구분야 해외저널인 ‘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GWAS Analysis of 17,019 Korean Women Identifies the Variants Associated with Facial Pigmented Spots.’ 

기능적 연관성이 더 확보된다면 한국인의 특이 색소침착 인덱스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연구 내용을 LG생활건강 미래기반연구소 유전자 Lab. 신중곤 책임연구원에게 들었다. 

 

이번에 발표한 ‘GWAS Analysis of 17,019 Korean Women Identifies

the Variants Associated with Facial Pigmented Spots’

논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본 연구는 한국 여성들을 대상으로 피부 색소침착 평가를 수행하고, 개인별로 색소침착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유전적인 요인으로 설명한 연구입니다. 1만7019명의 한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피부 색소침착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장유전체상 관성분석GWAS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피부 색소침착 평가에 대해 먼저 소개 드리면, 이번 연구에서는 두 가지 타입의 색소침착을 평가했습니다. 피부 표면의 얕은 색소침착은 편광을 이용하여 측정하였고, 표피 하단부의 깊은 색소침착은 UV광을 이용하여 측정했습니다. 저희는 멜라닌이 생성되는 표피 하단부의 색소침착을 평가하는 것이 색소침착의 유전적 요인을 확인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표피 하단부에서 생성된 멜라닌이 피부 표면으로 드러나는지를 확인해보았습니다. 두 종류의 색소침착을 비교해본 결과, 피부 표면의 색소침착과 표피 하단의 색소침착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성이 존재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R2 = 0.81 - 0.83, P-value < 2.2x10-16; 그림1). 이로부터 피부 색소침착 연구에는 ‘①표피 하단에서 멜라닌이 생성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과 ‘②생성된 멜라닌이 피부 표면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 두 가지를 동시에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림 1. 피부 표면부 색소침착과 표피 하단부 색소 침착 상관성
그림 1. 피부 표면부 색소침착과 표피 하단부 색소 침착 상관성

이번 연구는 아시아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된 피부-유전체 연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문적인 피부 평가 기기를 사용하였다는 점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자가 설문 응답 기반 색소침착 평가)와 비교하여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였습니다. 색소침착 연관 유전자를 발굴하고 검증하기 위하여 전체 연구대상을 유전적 요인 발굴을 위한 discovery set(그룹 1)와 그룹 1로부터 도출된 결과를 재검증하기 위한 validation set(그룹 2)로 나누어 GWAS(Genome-wide Association Study: 전장유전체상관성분석 – 유전형과 표현형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방법)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통계 분석 방법론으로는 선형 회귀 분석Linear regression analysis법을 이용하였고, 색소침착에 대한 나이의 영향을 보정해주었습니다. (그림 2). 

그림 2. 나이에 따른 색소 침착의 증가 패턴
그림 2. 나이에 따른 색소 침착의 증가 패턴

분석 결과, 총 7개 유전체 부위에(chr2q33, chr5q32, chr9p21, chr9p22, chr10q26, chr- 16q24, chr19p13) 존재하는 유전자 정보에 따라서 한국인 여성의 색소침착 정도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중 5개 유전체 부위에(chr5q32, chr9p22, chr10q26, chr16q24, chr19p13; 그림 3 붉은색 강조) 위치하는 일부 유전자(BNC2, PPARGC1B, MC1R 등)는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기존의 연구들에서도 색소 침착과의 상관성이 보고된 적이 있던 것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서 한국인에게도 해당 부위들의 색소 침착에 대한 유전적 효과가 있음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들에서는 발굴되지 않은, 색소침착에 유전적 효과를 보이는 유전체 부위 2곳을(chr2q33, chr9p21; 그림 3. 초록색 강조) 처음으로 발굴하였습니다. 

 

1만7019명의 연구 대상자를 모으는게 쉽지 않았겠어요. 

연구 대상자 모집을 준비하던 시절부터 따져보면 대략 2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하기 전 기획 단계부터 수많은 선후배 연구원들의 노력이 있었지요.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데이터를 활용한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대규모의 연구이다 보니,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있어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검토도 많이 진행 했습니다. 

 

전장유전체상관성분석(GWAS) 방법이 다소 낯설기도 합니다.
어떤 분석 방법인가요? 

GWAS는 복합 형질complex trait과 유전자gene 사이의 상관성을 밝히기 위한 분석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정한 형질 하나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매우 많고, 유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형질에 효과를 보이게 됩니다. 즉 하나의 형질에 연관되는 많은 유전자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전장 수준에 대한 연관성 분석이 한번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을 전장유전체상관성분석GWAS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림 3. 한국인 대상 색소침착 GWAS 분석 결과.
그림 3. 한국인 대상 색소침착 GWAS 분석 결과.

 

이번 분석에 사용된 Janus 3 system도 궁금합니다. 

Janus 3 system은 이미지 기반의 피부 측정 기기로, 세 종류의 광원(일반광, UV광, 편광)을 이용하여 피부 이미지를 촬영 및 분석합니다. 일반광으로는 주름, 모공, 피부색을 평가하고, UV광으로는 피지, 포피린, 표피 하단부의 색소침착을 평가하며, 편광으로는 피부 표면의 색소침착을 평가합니다. 측정 후 바로 분석이 되기 때문에 연구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피부과에서도 많이 활용하는 기기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여성들의 피부 색소침착에 대한 유전적 효과를 처음으로 확인했습니다.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색소침착 연관 유전체 부위 
2곳도 발굴했습니다. 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피부 색소침착에 연관된 
유전적 요인에 대한 효능 성분을 발굴 한다면, 색소침착을 예방하는 
개인 유전정보 맞춤 효능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논문을 보면, 인종 별로 색소 침착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조금씩 비슷하게 존재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렇다면 각 인종에게 나타나는 색소 침착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유전정보 단위에서는 크게는 인종 마다 작게는 개인 마다 조금씩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작은 유전정보 차이들이 모여서 인종 별, 개인 별로 색소 침착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색소 침착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자체는 특정 부위에 멜라닌이 과다 생성되어 피부 표면으로 올라오는 동일한 과정을 수반하기에 인종에 상관 없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체 2종을 발견했는데요. 한국인에게만 발견되나요? 

네, 그렇습니다. 새롭게 발견한 유전체 부위 2종과 색소침착 사이의 연관성을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발견하였고, 이는 한국인의 피부 특성과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새롭게 발굴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한국인에게만 유전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 되어있지만, 이렇게 신규 발굴된 유전체 부위는 다른 인종에 대한 추가 연구에서 그 유전적 효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유전체부위의 효과를 재현한 것과 같이요. 

 

Discovery 단계보다 validation 단계의 샘플 수가 감소됐던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Discovery set와 validation set의 샘플 수를 임의로 조정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 대상자들의 유전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GWAS 연구에 많이 사용되는 microarray chip 중에서 2가지 종류를 사용하였습니다(Illumina사의 GSAMD version 1 및 version 2). 두 종류의 chip에 포함된 유전자 마커의 종류가 조금 다르게 분포하고 있어 연구 대상자 별로 사용한 chip의 종류에 따라서 discovery 및 validation 단계를 구분하였고,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는 discovery 단계보다 validation 단계의 샘플 수가 감소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색소 침착은 유전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환경적 영향이 더 큰가요? 

그리고 색소 침착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절대적인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환경적 영향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환경적 요인이 모든 측면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유전적인 요인 보다 환경적 요인의 종류가 더 다양하기 때문에 그 영향의 변동성 역시 더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본 연구의 후속 분석에서 연령대에 따른 유전률(연구집단의 표현형 차이를 유전정보 차이로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을 비교해 보았을 때, 연령대가 낮을수록 색소침착에 대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높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조금씩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커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인 색소 침착 연관 유전자에 따른 효능 성분 연구가 완료된다면, 맞춤 예방의 좋은 사례로서 제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춤 효능 성분을 통한 예방 이전에는 색소침착에 안좋은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 여성의 다른 연령대 혹은 

남성들을 조사한다면 이번 연구와 다른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까요? 

나이, 성별에 따라 피부 두께가 다르고, 자외선에 대한 반응이나 멜라닌의 이동 또한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같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유전정보의 차이가 크지는 않겠지만, 표현형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므로 이번 연구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지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수집한 데이터와 정보 사용 동의서들을 연구에 활용할 때 문제점이 없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그리고 대규모의 피부 및 유전정보 데이터를 활용하다 보니 분석에 앞서 데이터 관리 및 QC 과정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분석에 사용될 데이터가 잘못 정리되어 있다면 그 후의 과정은 아무 의미를 가지지 못하니까요. 

 

이번에 발견된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하실 예정인가요?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색소침착 연관 유전자들에 대해 자사 연구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색소침착을 조절할 수 있는 유전자 맞춤 효능 성분을 발굴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부 세포에 효능 성분을 처리하였을 때 색소침착 연관 유전자들이 어떻게 조절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지요. 두번째 후속 연구는 개인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타고난 선천적 색소침착이 어느 정도일지를 예측하는 플랫폼 개발 연구입니다. 색소침착 연관 유전자의 효과를 수치화하여 예측 알고리즘 구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요? 

예전부터 유전정보를 다루는 연구를 많이 진행해 왔지만, 아직까지 ‘유전자’라는 개념이 많은 분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까지는 많은 유전자 연구들이 질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피부와 같이 평범한 특성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유전자’가 조금 더 친숙한 개념으로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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