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왜 그곳에 가야하는지 알게해준 자리였다. WGSN이 주최한 ‘2024 메가 트렌드(Mega Trend) Lifestyle & Design’ 세미나다. WGSN은 다가올 메가 트렌드를 이렇게 정리한다. “2024년 수십년에 한번 맞이할 큰 위기와 변화가 연속적이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다중위기’ 시대를 맞이하여 기업과 소비자는 어느때보다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 해야 합니다. 주류는 사라지고 다양한 틈새 시장의 등장으로 보다 많은 선택의 옵션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는 거대한 것 보다는 작은 것을 받아들이고, 성별이나 지리적 위치와 같이 전통적 기준의 정체성 보다는 관심사와 경험으로 서로 가까워 집니다. 발견의 시대를 지나 방문의 시대를 맞이한 우주는 우리에게 무한한 자원과 영감을 제공하며, 인공지능은 이제 둘도없는 협업 파트너가 되어 인간과 함께 새로운 공동창작의 시대를 만들어 갑니다.”

WGSN은 지난 6월 20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 MX관(7층)에서 오전 9시30분과 오후 2시로 나눠 동일한 내용을 두 차례 진행했다. 오전 시간임에도 MX관 279석은 빈자리가 없었다. 보조 의자까지 동원됐다. 이날 참석자는 2회차까지 포함해 600여명이었다. 세미나는 2시 30분씩 각각 진행됐다. 이창욱 ITD KOREA 대표(WGSN Channel Partner)가 발표했다. 1998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트렌드 정보 서비스 기업인 WGSN(Worth Global Style Network)은 세계 21개국 38개 도시에서 250여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소비자 분석부터, 디자인 개발, 유통과 마케팅 제안까지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공 분야는 인사이트, 패션, 인테리어, 뷰티, 식품&음료, 컨슈머 테크 등이다. 2016년 트렌드 분석 전문기업 최초로 런던 스톡 마켓에 상장됐다. 전 세계에서 6500여개 기업(국내 350여 개 기업)이 WGSN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WGSN의 메가 트렌드 세미나는 2016년부터 매년 6~8월에 진행되고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열리지 않아 올해로 6번째다. WGSN 관계자는 메가 트렌드 세미나에 대해 “글로벌 트렌드 전문가들이 검증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이해하고 이러한 변화가 어떻게 제품과 디자인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다음 제품의 디자인을 준비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2024년 우리는 과거에서 미래를 발견하고, 로컬에서 글로벌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제품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2024년 사회, 기술, 환경, 정치, 산업, 그리고 창조 분야로 나뉘어 그 변화를 이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Part 1은 2024+Future Drivers & Innovations을 주제로 △사회-다중 위기의 시대(The Polycrisis Era) △테크-탈중앙화 세상 △환경-결정권자 자연 △정치-대이동(大移動) △산업-우주시대와 신소재 △창조-AI 창작을 다뤘다. Part 2는 2024 Design Stories를 주제로 △Next World △Expanded World △The 3rd World라는 키워드로 제품 개발을 위한 디자인 스토리와 컬러(Colour), 소재(Material), 프린트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즉, Part 1은 Part 2의 뿌리가 되는 이야기들이다. Part 2의 Next World는 △환경-결정권자 자연 △산업-우주시대와 신소재로, Expanded World는 △테크-탈중앙화 세상 △창조-AI 창작으로, The 3rd World는 △사회-다중 위기의 시대 △테크-탈중앙화 세상 △정치-대이동(大移動)으로 각각 연결됐다. 이들은 서로 단절된 상황이 아니라 서로 융합되고 연결되는 관계다.

ⓒWGSN

트렌드 분석에 사용한 언어는 분석에 딱 들어맞는 군더더기 없는 표현이었다. 번역에도 세심할 정도이면, 트렌드 분석에는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간다.  사진과 영상은 참석자들의 손이 핸드폰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게 만들었다.  

첫 번째로 제시한 ‘다중 위기의 시대(The Polycrisis Era)’는 유연한 기능을 통해 소비자의 생활을 지금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장품 산업의 경우 유스투더피플의 클렌징 밤은 메이크업을 제거하는 동시에 다음 메이크업을 위한 베이스가 된다. 뉴트로지나는 사용자의 현재 피부상태에 맞는 제품을 맞춤 제작하여 초개인화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폐기물을 줄일수 있는 제품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도 듬뿍 담겼다. 가령 “힘든 시기에는 친절함이 진가를 발휘한다. 공감은 사후 대응일 필요는 없지만, 비즈니스 원칙의 지침이 될수 있다. 그 어느때보다 압박받고 분노하는 고객과 접점에 있는 서비스업과 담당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을 수용하기 힘들어 하는 가운데, 인간은 고갈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게 된다.” “새로운 세상에서 만나게 될 자연은 또다른 미적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https://riversideca.gov/press/understanding-pf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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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도 켜주었다. 기후 위기는 긴급 상황에서 비상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앞으로 비즈니스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다. 유럽화학물질청에서 과불화화합물(PFAS, Perfluoroalkyl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 사용 제한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PFAS 물질은 비점착성, 방수, 얼룩 방지 물질로 코팅 포장재, 조리용 팬, 매니큐어, 우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새로운 변화도 짚었다. 서구 대중문화가 전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제 다양한 국가의 로컬 취향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령, Glocal-Mix다. 케냐 출신의 덴마크 사람인 Brenda Roslyng이 만든 브랜드 ‘AASAI’는 아프리카의 전통 웰빙 노하우와 스카디나비아의 미니벌리즘을 결합해 출시했다. 주요 성분은 바오바오일(Baobab Oil)이나 시어버터(Shea Butte)인데 아프리카 농장에서 재배된다. Roger Dupé는 부모님의 피부 관리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스웨덴 스킨케어 브랜드 ‘Melyon’을 출시했다. 그는 서아프리카에서 스웨덴으로 이민온 부모에게서 1991년 태어났다. 스킨케어 라인은 유색인종을 염두에 두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부드러운 피부가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고 한다.

모두가 N잡러 세상이 된다거나 물리적(Physical) 세계와 디지털(Digital) 세계가 개별적으로 존재로 다뤄지기 보다는 하나로 얽히고 설킨 세상이 되고 있다는 점도 제시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의 정치관, 도적적 가치관과 일치하는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분석은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음을 알려준다.

제2의 우주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흐름도 흥미롭다. 우주 발굴을 위한 축적된 기술은 보존 소재 혁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화장품산업과도 연관되어 있다. 스위스의 스킨케어 RÉDUIT BOOST는 미국 항공 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가 개발한 전자기장 기술을 활용해 피부에 적합한 활성 성분을 정확히 찾아내는 제품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아리바이오(스페이스바이오)는 미국 우주재단(US Space Foundation)으로부터 자사가 개발한 스킨케어 ‘에포라(Epfora)’가 ‘우주기술인증(Certified Space Technology)’을 받았다고 알린바 있다. 우주를 관광하는 소비자를 위한 화장품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AI 창작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도 내놓았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창욱 ITD KOREA 대표는 “AI라는 아이는 굉장히 똑똑한 지능 지수를 갖고 있지만, 인간에게만 있는 감성지수와 같은 공감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면서 “우리는 AI 창작의 새로운 기회를 협업에서 찾을 수 있다. AI를 좋은 협업 파트너로 활용하면서 동시에 언제나 협업 파트너였던 소비자와 함께 협업한다면 완벽한 트라이앵글로 공동 창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장품산업에 대한 메가 트렌드가 궁금했다. WGSN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가 끝난 후 정리해주었다. “화장품 분야는 2023년 현재, 어느 다른 산업과 비교해도, 바이오테크, 소재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포용성과 관련된 지속가능성 트렌드 등, 트렌드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트렌드 리딩 산업입니다. 향후 글로벌 곳곳의 숨겨진 뷰티 노하우와 성분을 활용하여 다양한 제품과 스토리를 통해 비즈니스 기회로 만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WGSN의 트렌드 분석은 분석으로 그치지 않았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는 점도 일깨워 주었다. 화장품업계는 기후변화를 제품 스토리와 기능에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잡지 Popular Science는 Pour Moi의 ‘Smoke Alarm Drops’를 ‘The 100 greatest innovations of 2022’로 선정했다. 이 제품은 산불 연기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세럼이다. 국내 스타트업 에이오티코퍼레이션의 브랜드 ‘그레이즈 포인트(GRAZE POINT)’는 핸드 전용 자외선 차단 핸드 크림을 출시했다. 토양, 물, 식물 등의 천연 소재를 대체(인공, 합성, 바이오)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Haeckels는 유전자 시퀀스를 통해 멸종된 꽃의 DNA로 향기를 생성한 지속가능한 향수를 개발했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재활용한 제로 웨이스트 캔들로 업사이클링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보단(Givaudan)의 Bisabolife는 항염증제 스킨케어 성분인 알파 비사보롤((-)-a-bisabolol)을 실험실에서 재배한다. 비사보롤을 자연에서 천연 방식으로 얻으려면 나무 껍질 1t에서 7kg 밖에 얻을 수 없다. 제작·생산과정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프레쉬베이비23(Freshbaby23)은 가열 및 냉각 프로세스를 생략하는 비가열제조 방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생략하고 있다.

WGSN는 메가 트렌드 세미나의 취지를 이렇게 말했다. “특정 소비자 또는 산업을 타깃해 이해하는것이 아닌, 패션부터 인테리어, 뷰티, 그리고 테크까지, 다양한 산업과 마켓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으로 중요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분야 외 다른 산업에서 적용한 아이디어와 제품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수 있어요. 산업, 또는 특정 제품에 대한 더욱 자세한 트렌드와 적용 예시는 WGSN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이창욱 ITD KOREA 대표는 글로벌 셀럽과 소통하는 팁(TIP)도 알려주었다. “인스타그램 DM을 보내면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또 한가지.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면 1Pager 핸드아웃과 발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자료집을 QR코드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었다. 자료집 쪽수만 무려 228장에 이른다. 발표 자료를 핸드폰으로 찍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참가 비용은 WGSN 유료구독시 9만원, 비구독시 13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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