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이 말하기를 ‘의식은 우리가 인지하고 하는 행동이나 습관으로서 우리 행동패턴의 5% 정도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95%는 어디서 영향을 받고 있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무의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어떨까? 많은 마케터는 고객은 무의식적으로 구매를 결정하고 구매를 합리화하기 위해 의식의 언어인 논리를 사용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화장품의 콘셉트는 어떻게 기획되어야 할까?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무의식에 대 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식의 언어는 논리, 무의식의 언어는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 다. 같은 제조사의 전성분도 거의 비슷한 A와 B의 화장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대신 좀 더 저렴하고 B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신 A 화장품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만약 소비자의 구매행동이 논리적으로 의식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A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상상력의 언어로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행동이기 때문에 A 화장품보다 B 화장품이 더 많이 판매될 수도 있다. 이를 잘 이해하면 콘셉트를 기획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코끼리의 형상
코끼리의 형상

생각 상(想)자와 모양 상(像)자를 쓴 ‘상상(想像)’ 이란 말은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중국 사람들이 인도에서 온 코끼리 뼈만 가지고 ‘코끼리의 형상을 머릿속으로 그렸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화장품이 소비자에게 있어 코끼리 뼈가 되어 소비자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다면, 그래서 소비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면 경쟁 상품과의 가성비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비슷한 상품이 많지만 바로 그 제품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무의식이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무의식에 접속하여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콘셉트는 어떻게 기획할 수 있을까? 많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지면이 제한되어 있기에 핵심적인 몇 가지를 나누고자 한다.

철학을 만들어라.

‘지속가능성을 고민합니다. 동물 실험을 반대합니다. 사회약자를 위한 기부를 합니다. 인권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비건을 실천합니다.’ 등등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브랜드 철학을 세우고 그에 맞는 슬로건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캠페인 활동을 통해 이를 적극 알리기도 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곧 브랜드 동일시(brand identification: 브랜드에 소비자가 심리적으로 강한 유대관계를 갖는 것)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자아 이미지와 일치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며 이는 소비활동으로 연결된다. 좋은 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한 좋은 캠페인 활동은 많은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자칫 유명 브랜드 또는 매출 규모가 있는 브랜드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오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미 많은 스타트업이 똑똑하게 이러한 콘셉트 기획을 하고 있다.

스토리를 만들어라.

특정 성분의 효능·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좋은 경우 연구원과 상품기획자는 이에 대한 연구결과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더 많이 얘기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데이터의 숫자는 소비자의 인식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을 뿐 무의식의 영역에 접근하기 어렵다. 데이터 이상으로 상상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SK-II의 성공에 있어 피테라™라는 성분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한 양조장에서 일하는 나이 든 주조사의 손이 주름진 얼굴과는 다르게 젊고 부드러운 것에서 영감을 받아 주조사가 지속적으로 손을 담궜던 발효액에 대한 연구를 통해 피테라™를 발견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상으로도 제작되어 많은 여성이 SK-II 피테라 에센스를 사용하면 내 피부도 주조사의 손처럼 맑고 투명한 피부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고 믿음을 강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기획은 선점이 중요하다. 다른 브랜드에서 사용한 스토리를 가져올 때는 그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기획의 디테일이 요구된다.

시연방법을 개발하라.

시연방법의 개발은 화장품을 기획한 후에 하는 것 보다 기획하기 전부터 검토되면 좋다. 이에 맞춰 포뮬라를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상품기획자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홈쇼핑 제품을 기획할 때는 기본적으로 시연방법을 미리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쿠션 파운데이션으로 메이크업을 한 후 전화를 받아도 스마트폰의 액정에 파운데이션이 묻어나지 않는다던가 과도한 탈색으로 더 이상 빗질이 되지 않는 모발이 단 한 번의 트리트먼트 사용으로 빗질은 물론 모발이 찰랑거리기까지 하는 영상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시연을 접한 고객은 좀 더 쉽게 제품 사용 후에 얻을 수 있는 베네핏을 상상할 수 있다. 이런 시연 방법을 인플루언서와 일반 소비자들이 SNS 리뷰 콘텐츠로 재생산하게 된다면 제품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상상을 넘어서 믿음을 갖게 된다. 이 또한 경쟁사에서 하지 않은 시연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연구해보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시연일지라도 이미 경쟁사에서 자주 반복적으로 시연한 방법이라면 소비자는 상상하기 보다 스킵(Skip)할 확률이 높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CATCH UP WITH CONCEPT’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창간호(2019년 1월호)부터 2019년 12월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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