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정, 동성제약 마케팅본부/ 차장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공헌력’은 ‘경쟁력’이라는 단어의 대체어로서 경쟁자에 대한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서비스의 수혜자인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이다. 혹은 ‘당신이 일하고 있는 분야가 당신의 공헌에 의해 의미 있게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영향력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재능이 많으면 재능을 기부할 수 있다. 그때 선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이것이 공헌력이다. 무엇이든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다른 사람과의 싸움을 전제로 한 전투무기가 아니라 남을 돕는 나만의 차별적 공헌력을 의미할 때, 우리는 함께 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을 더불어 창조해낼 수 있다. 경쟁력은 친구를 만들기 어렵지만, 공헌력은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 구본형의 필살기 中

존경하는 구본형 선생님의 책 ‘구본형의 필살기’는 후배 직원에게 늘 권하는 책 중 하나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키워드가 바로 ‘공헌력’이다. 공헌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서비스의 수혜자인 고객의 새로운 수요에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인데 경쟁력과 비교하여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할 때는 직장인으로서 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관점으로 나를 브랜딩하고 실력을 쌓을 것인가의 관점에서 권장해왔지만 오늘은 ‘우리가 기획하는 상품이 시장에서 공헌력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관점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6월 초 포털사이트 실검을 BTS와 BTS 웸블리가 장악했었다. 세계적인 그룹으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 BTS가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했기 때문이었는데 비틀즈, 퀸, 마이클 잭슨, 비욘세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공연한 그 곳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BTS가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BTS 팬은 물론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흥분했다. 그간 많은 기사와 칼럼,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를 통해 BTS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빌보드차트 1위는 물론 아시아 가수 최초의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은 상품기획자로서 BTS의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BTS 마케팅이란 책을 보면 저자인 박형준 씨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방탄소년단 BTS의 성공원리를 크게 ‘타이밍(Timing)’, ‘타깃팅(Targeting)’, ‘완전완비제품(Whole Product)’, ‘화제성 전파(Viral)’의 네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 타이밍은 시장에 진입하는 시점을 말하는데 BTS가 시장에 진입한 시점은 2000년대 들어와 꾸준하게 K팝이 소개되고 여러 개척자들이 노력한 덕에 글로벌 시장이 적당히 달구어져 있던 시점이다.

두 번째, 타깃팅은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집중 공략하는 고객 그룹이다. 타깃팅은 초연결사회를 맞고 있는 현대에 와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BTS는 K팝을 서비스할 수 있는 세계 시장을 영미권의 젊은 층까지 확대 정의했다. 그리고 전체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전이시킬 수 있는 타깃을 폐쇄적 소수 인종 그룹으로 선정했다.

세 번째, 완전완비제품은 우리가 현재 시장에 퍼뜨릴 수 있는 히트 상품을 의미한다. BTS가 데뷔 초기에 추구했던 강한 힙합 콘셉트는 타깃 고객층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는 좋지만 고객 범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세계적 유행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적당히 소수 인종 그룹을 장악한 이후에 BTS가 보여준 완전완비제품은 ‘화양연화 시리즈’로 대표되는 강한 스토리로 이어진 감성적 콘셉트였다. 이에 맞춰 멜로디, 퍼포먼스, 영상, 노래, 가사 등이 적당한 요소를 이루며 완전완비제품을 만들어냈다.

네 번째, 화제성 전파는 고객이 제품을 퍼뜨릴 수 있도록 재료를 전달하는 것이다. 고객 수용 주기 프레임에서 타깃 고객층이 제품에 반응했으면 그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다른 고객층에 전달하도록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BTS는 이 화제성 전파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BTS는 화제성 전파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쏟아냈으며, 자유롭게 팬들이 콘텐츠에 참여하도록 소통에 최선을 다했다.

위에 언급한 4가지 포인트가 브랜드와 상품의 성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필자가 BTS에 주목했던 건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다수의 젊은 층을 공략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사랑과 이별 노래 대신, 같은 청춘을 지나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하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Love yourself’라는 앨범을 통해 전달한 청춘들의 고민에 대한 답으로 그들은 팬들과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메시지는 UN에서 연설을 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메시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첫 앨범부터 이러한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미니 앨범에서는 “놀고 먹고 싶어 교복 찢고 싶어, 좀 더 욕해줘, 현실 찐따들의 비극적인 코미디” 등 과할 정도의 반항과 현실 비관적인 색깔이 강했다. 당시의 활동은 사실 청소년을 대변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라고 하기에는 과하게 폭력적이고 반항 정신을 확대 해석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일부러 메시지를 과장해 틈새 시장에서 화제성을 일으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및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후 많은 고민 끝에 콘셉트의 변화를 가져왔고, 점점 현재와 같이 청춘들의 생각, 삶과 사랑, 꿈을 주요 주제로 삼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메시지는 더욱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게 만들었고 타깃층에 강력한 공헌력을 갖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화장품을 기획할 때 많은 경우 타깃 상품을 설정하고 그보다 품질 또는 가격에 있어 더욱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출시 된 상품은 또 더욱 경쟁력이 있는 다른 상품에 의해 경쟁력을 상실하고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이는 신제품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이 짧아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상품의 콘셉트를 설정하고 이를 전개함에 있어 BTS의 콘셉트 변화와 타깃팅을 주목하여 적용점을 찾아보고 내가 기획하려는 브랜드와 상품이 왜 세상에 존재해야만 하는지 공헌력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면 좋겠다. 무차별적인 광고공세를 하는 신제품이나 좀 더 저렴하게 출시된 신제품에 타격을 입어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저 그런 상품을 기획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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