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 꿀이 흐르는 땅' … 생물자원의 보고 '습지' 발달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으로 청룡의 해이다. 동양 철학에서 청색은 동쪽을 의미하며, 12간지의 용을 상징하는 진시(辰時)는 아침 07~09시를 의미한다. 해가 뜨는 아침의 동쪽에서 용이 전해줄 좋은 소식이 기대되는 한 해이다. 베트남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한국이 그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시아 국가에서 용은 왕을 상징하며,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신비의 동물이다. 그래서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베트남에서도 용과 관련된 명칭이 많이 남아 있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는(Hà Nội, 河内)는 강의 안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이는 1831년 민망(Minh Mạng) 황제가 명명한 최근 이름이다. 하노이의 옛 명칭 중 하나는 '탕롱(Thăng Long, 昇龍, 승룡)'이다. 여전히 하노이의 중심 거리와 노이바이 공항을 연결하는 대교의 이름으로 남아 있다. 이 명칭은 1010년 리(Lý) 태조가 하노이를 수도로 정하며 ‘탕롱’으로 명명하였다. 이는 ‘용이 승천’하는 왕도임을 의미하는 이름이다.

하노이의 동쪽에는 롱비엔(Long Biên, 龍邊, 용변)이라는 곳이 있다. ‘용의 주변’이라는 뜻으로 중국이 베트남을 지배할 때 하노이를 부르는 지명이였다. 하노이의 명칭에 용(龍)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는 하노이를 지나가는 홍강의 물줄기가 용과 같은 형상을 닮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하롱(下龍, 하룡)베이'에도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진다. 베트남 개국 초기 바다를 통해 침략을 받았는데, 옥황상제가 어미용과 새끼용을 보내 베트남인을 돕도록 했다. 용들은 외적을 물리치고 이곳이 너무 아름다워 떠나지 않고 살게 되었다. 이후로 사람들은 용이 내려온 곳이라는 뜻의 ‘하롱’으로 이 지역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용이 떠나지 않고 머물러 살 만큼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다. 용이 올라가는 탕롱과 용이 내려온 하롱은 서로 조화가 잘 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경기도 다낭시’라는 별칭이 붙은 다낭시에서 가장 유명한 상징물 중 하나가 '용다리(Cầu Rồng, 龍橋)'이다. 불과 물을 뿜어내는 용을 보기 위해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용다리의 머리가 바라보는 쪽은 해가 뜨는 동쪽이다.

‘청룡의 해’에 용의 상징을 많이 품고 있는 베트남은 용과 같이 힘차게 올라가기 위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주요 경제 컨설팅 기관 중 하나인 CEBR(Center for Economics and Business Research)은 베트남을 세계 경제 단체 목록(WELT)에서 2038년을 기준으로 가장 큰 도약 가능성을 갖춘 동남아시아 국가로 평가헸다. CEBR이 제공한 세부 정보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WELT에서 2033년에는 24위를 기록하고 2038년에는 세계 21위의 경제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어 지고 있다.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은 현재 ASEAN의 고령 국가로 불리는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 대부분의 국가를 추월하여 동남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뒤를 잇는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에는 베트남의 생물자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베트남 생물자원의 현황과 전통지식들, 이를 활용한 음식과 문화, 역사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생물자원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닌 역사와 함께 만들어져 온 것이기에 다양한 측면으로 살표보면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에는 베트남의 생물다양성과 농업 분야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1650㎞

베트남의 지리적인 특성을 보면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1650㎞에 달하며, 동서 최장거리 600㎞, 최단거리 48㎞이며 전체 해안선의 길이는 약 3260㎞에 달한다. 중국, 라오스, 캄보디아와 국경이 맞닿아 있으며, 이 국경선들은 높은 산악지역으로 형성되어 있어, 서고동저의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지형을 따라 대부의 강들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베트남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생물자원의 보고인 습지가 잘 발달되어 있는데 베트남에는 현재 9개의 람사르 지정 습지가 있다. 9번째로 지정된 번롱 습지는 홍강 삼각주에 위치하며, 강과 호수가 있어 다양한 수중식물들이 어우려져 독창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또한 세계적 멸종위기종 원숭이인 델라쿠르랑구르(Delacour's langur)가 자생하고 있으며, 물새류의 낙원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습지 이외에도 해안선과 고산지대, 호수와 강에는 수많은 생물자원들이 서식하고 있다.

베트남은 1995년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효되었고, 2014년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되었다. 베트남에서는 육상 생태계와 관련된 1만3200종 이상의 식물과 1만종의 동물군이 확인되고 있다. 이밖에도내륙습지에서는 3000종 이상의 수생 생물이 확인되었고, 열대 해양지역에서는 20개 이상의 전형적인 생태계가 있고, 1만1000종 이상의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16개의 작물군과 800종 이상의 다양한 종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은 세계 식물 육종 중심지 중 하나로 꼽힌다.

성경에 가장 이상적인 축복의 땅에 대한 표현으로 ‘젖과 꿀이 흐른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베트남이 정말 이런 최고의 축복의 땅으로 보인다. 땅의 젖줄인 강들이 온 지역에 있으며, 엄청난 생물다양성들이 놀라운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베트남에는 꿀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2018년 기준 베트남의 꿀 생산량은 약 5만톤으로 이중 90%가 수출되고 있다. 이러한 생산량은 수출량으로 세계 6위, 아시아권에서는 2위에 해당한다. 한국과 달리 1년 동안 꽃이 피는 베트남의 지역적 특성이 양봉 산업에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한다.

베트남은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풍부하고, 강으로부터 내려오는 퇴적물들이 만들어내는 기름진 토양은 농업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베트남은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경기 성장이 둔화되었지만, 농수산 관련 수출액은 오히려 급증했다. 2023년 11월까지 전년대비 17% 늘어난 243억 달러를 기록하여, 베트남의 주요 산업 분야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농산물 중에서 청과류는 53억2000만 달러, 쌀은 44억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74.5%, 36.3% 급증하였다. 이외 수출액 30억 달러 이상 품목은 커피, 새우, 목재 등이 있다. 향후 베트남은 2030년까지 농업 수출액 목표를 260억 달러로 설정 하였으며, 2050년까지 세계 최고 농업생산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후변화로 생물자원과 농업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에 베트남을 더욱 관심있게 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