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know how beautiful you are)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얼마 전에 서울에서 지인들이 내려와 오전에는 눈 덮인 설산을 오르고 오후에는 주변 유적지를 둘러본 후 카페와 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시간을 다시 기억하게 된 이유는, 메신저에 남긴 지인들의 후기 때문이었다. 누구는 차를 타고 가면서 들었던 헨델의 음악을 기억했고, 어떤 분은 카페에서 마셨던 파나마 게이샤 커피의 산미와 맛있게 먹었던 백반집의 감태와 풀치를 떠올렸고, 또 다른 사람은 우리가 나누었던 수다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기억과 각자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세상과 주변 인물 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심미안(審美眼, aesthetic)’이다. 아름다움과 추함을 분별하여 살피는 마음의 눈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우리와 주변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장치(connectivity)’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경험으로, 각자의 시선과 감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이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평가하는 데에는 앞서 말한 ‘심미안’과 더불어 ‘안목(眼目, discernment)’이라는 두 가지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 두 용어는 우리가 미적 감각을 향상시키고 예술, 자연,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개념이다. 심미안은 개인의 직관적인 미적 감각을 의미한다. 이는 주관적인 경험과 감정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고 평가하는 능력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개인적 취향과 기호가 심미안을 형성하고, 예술 작품이나 자연의 풍경을 감상할 깨 간정의 흐름을 통해 아름다움을 인지한다. 심미안은 개인마다 다르게 발현되며, 이는 예술과 문화가 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아름다운 측면을 보여준다. 윤광준은 그의 저서 『심미안 수업』에서 심미안을 ‘마음의 눈’을 뜨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아름다움을 파악하면 무용한 것이 유용한 것으로 바뀌어, 삶이 지루할 틈도 괴로울 틈도 없다는 것이다. 즉, 내 주변의 모든 사람과 사물이 새롭게 보인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는 그의 관심사인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산업 디자인 등을 넘나들며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을 보는 요령과 이를 통해 행복으로 가는 길을 꼼꼼히 설명한다.

안목은 미적인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유홍준은 그의 저서 『안목』에서 안목을 ‘미(美, beauty)를 보는 눈’으로 정의하고, 안목이 높다는 것을 미적가치를 감별하는 눈이 뛰어남을 말한다고 기술했다. 특히 예술적 형식의 틀을 갖춘 작품을 두고서는 안목의 차이가 잘 들어나지 않으나,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시대를 앞서가는 파격적인 작품 앞에서는 안목의 차이가 완연히 드러난다고 했다. 파격적이고 독창적인 예술의 예로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를 들고 있다. 오늘날 추사의 글씨는 명필의 대명사이지만 추사 당대에는 모두가 그렇게 공감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개성적인 서체를 법도를 벗어난 이상한 취미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추사는 자신의 개성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하소연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도 당대의 안목들은 추사 예술의 진가를 알고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러한 안목이 지금까지 이어져 우리가 추사의 글씨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범위를 조금 넓히면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클래식 음악이 당대에는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의 연주였고, 마네나 모네 그리고 세잔의 그림은 빛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졌다. 퍼머넌트를 비롯한 다양한 헤어스타일과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등 시대를 앞서간 패션 아이템은 내재된 그 파격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오래된 유물(old)이 아닌 영원한 클래식(classic)이 될 수 있었다. 이렇듯 훌륭한 안목을 통해 우리는 평범한 것들 속에도 미의 극치를 발견하고, 예술 작품의 미적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농익은 안목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의 밑거름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 예술작품, 자연의 풍경 등의 경험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시각을 개발하고 아름다움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곁들여 비판적 사고와 깊이 잇는 관찰이 안목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이렇듯 심미안과 안목은 각자의 차이를 가지면서도 함께 조화롭게 작용하여 아름다움을 탐험한다. 심미안은 우리의 감성적 경험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안목은 그 아름다움을 더 깊이 이해하고 파헤치는 도구가 된다. 두 능력을 함께 갖춘다면, 우리는 더 풍부하고 다양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미적 감각의 향상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높은 미적 감각은 자신의 감정적 도취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치열한 인식은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다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은 다른 사람의 평가로부터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진작가 알렉산더 스미스는 ‘사랑은 다른 사람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인정받는 기쁨’이라고 했다. 백아는 자신의 거문고 소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종자기의 죽음 이후에, 거문고의 줄을 끊은 다음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나의 아름다움을 알아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요한 것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의 유무와 그러한 안목을 가진 지인의 존재다. ‘나는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서로에 대하여 그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심미안과 안목이 있는 지인이 필요한 시대다. 감정의 흐름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우리의 안목을 미적으로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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