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18> ㉚ 기획자

오명석 그립컴퍼니 신사업본부 First Mover Team, 매니저
오명석 그립컴퍼니 신사업본부 First Mover Team, 매니저

매년 말부터 다음해 초까지 3개월 정도 오프라인 서점과 온라인 서점사이트를 둘러보면, ‘OO트렌드’라는 책이 많이 등장한다. 각 연도를 딴 트렌드 관련 도서 출간수는 2012년 121종에서 2022년 222종으로 10년 동안 2배 가량 늘었다. 2020년에 는 375종에 달했다.(2021년 리얼미터 기준 국내 1위 선호 도서구매 플랫폼 교보문고 자료) 그만큼 트렌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림 1) 

그림 1. 교보문고 트렌드 관련 서적 출간 종수 ⓒ 교보문고
그림 1. 교보문고 트렌드 관련 서적 출간 종수 ⓒ 교보문고

이에 책을 통한 트렌드 읽기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현장 경험’을 통한 트렌드 학습 노하우를 공유한다. 

필자는 5개 사업을 경험하면서 영업에서 글로벌 마케팅, 사업개발 및 기획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산업적으로는 라이브커머스, 전기자동차, 소셜 커머스, 부동산플랫폼·시행업, 창업 등 다양한 업군에서 일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각자의 장점과 무기가 있기 마련이다. 필자의 무기는 ‘트렌드 분석’이었다. 필자 또한 새롭게 맞이하는 산업군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고민이 많았으며, 다양한 방법을 탐색했다. 그 결과 주니어 시절부터 전사 트렌드 메일링 서비스에서 사내외 강사 활동까지를 수행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현재는 대표 직속으로 신규사업 발굴·운영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과 트렌드 읽기에 대해 공유한다. (만일 방법론을 바로 알고 싶다면 중간 글을 건너 뛰고 제일 뒤의 내용만 살펴봐도 된다.) 

 

트렌드 감각은 습관이다 

엑셀을 잘하는 직장 동료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 마우스는 거의 손도 대지 않고 오로지 모니터만 바라보면서 키보드 만으로도 각종 단축키와 수식으로 데이터 작업을 한다.(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을 볼때도 비슷한 아우라aura가 느껴진다.) 마치 신들린 듯한 모습에 넋을 잃고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그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작업을 물흐르듯 매끄럽게 잘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처음부터 잘 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하루 아침에 저렇게는 못하겠구나.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따로 있구나.” 

트렌드도 마찬가지다. 많은 분들이 트렌드에 관해 이렇게 요청한다. “한 시간안에 트렌드를 알기 쉽게 알려주세요.” 그래서 트렌드를 정리해서 강의 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트렌드를 모두 이해했을까? 아마도 트렌드를 100%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대충 이런 것이 있구나”를 느낄 뿐이다. 다시말해서 스스로 트렌드를 파악하고 흐름을 읽는 힘을 키워야 한다. 강의를 들었다고 습득되는 것이 아니다. 트렌드 읽기에는 왕도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트렌드 읽기의 달인達人’이 될 수 있을까? 어떤 분야의 달인이 되려면 (표 2)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표 1. 필자의 트렌드 분석 경험을 통한 사내 업무
표 1. 필자의 트렌드 분석 경험을 통한 사내 업무
표 2. 어떤 분야의 달인이 되는 순서
표 2. 어떤 분야의 달인이 되는 순서

 

트렌드를 읽을 때 주의사항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행위를 통해 성취하려는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의미에서 트렌드는 운동과 같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근육과 그 성격이 다르듯 ‘어떤 목적으로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활용하느냐’ 에 따라 활용법이 다르다. 

 

첫째. 트렌드를 알고 싶은 목적을 분명하게 인식하라. 

내가 현재 진행하는 업무의 성취도를 높이기 위함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론 해당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은 것도 있을 것이다. 전자의 경우, 내가 확실하게 가설을 검증하고 싶은 소수의 키워드를 가지고 계속 알아보며, 내면의 비판적 자아와 계속 대화를 통해(가령 ‘이게 맞는거야?’) 정반합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후자의 경우, 내가 몸담고 있는 산업의 키워드에서 벗어나 그 외적으로 관련 있는 분야는 없는지 계속 넓혀 보면서 어떤 거시적 상황들이 해당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는 보는 것이다. 

 

둘째, 헬스장에 한 번 가서 근육을 만들 수 없다. 

근육질 몸매는 끊임없는 식이요법과 꾸준한 운동이 병행되어야 만들 수 있다. 단기간에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요약본이 좋아 보여도 머릿속에 남는 건 없다. 내가 요약한 것이 훨씬 머리에 남는다. 한 곳에 모든 정보가 있을 것이라는(바이블이 어딘가에 있을거야!) 환상을 버려야 한다. 나만의 인사이트는 복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시말해서 내가 파악하려는 산업의 트렌드를 본격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은 나의 여가 시간과 취미를 조금씩 해당 산업으로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가령 자동차 산업 종사자가 그 분야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자동차 대회도 참관해보고, 여행을 갔을 때 자동차 박물관에도 들러야 한다. 많이 봐야 친해지고, 관심이 생긴다. 자신의 시간도 써야 한다. 

 

셋째, 늘 비판적 자아를 갖고 있어라. 

자신이 분석한 트렌드가 맞다고 확신하더라도 끊임없이 의심하고, 검증해야 한다. 스스로 메타인지 (metacognition, 1970년대 존 플라벨J. H. Flavell이 만든 용어로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를 하고, 자신이 수립한 가설이 맞는지 검증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폐해를 들여다 본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년)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It ain’t what you don’t know that gets you into trouble. It’s what you know for sure that just ain’t so.)”

 

넷째, 통계적인 마인드를 가져라. 

트렌드를 알려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면, 어떤 저자나 강사는 마치 자신이 제시하는 것이 정답인 것처럼 설명한다. 사실 그런 성향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대중 앞에 서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면 안된다. 그들이 주장하는 말에 담긴 통계와 그 근거를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다섯째, 산업의 본질을 놓치지 말라. 

산업에는 절대 불변의 본질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일 통계적 근거는 빈약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사이트라면, 그 통찰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눈으로 보려고 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다음의 인터뷰를 생각해 보자. 

 

트렌드를 파악하는 방법 

트렌드를 읽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다. 다음의 내용을 평소에도 습관처럼 실천하고 찾아보기 바란다. 

 

첫째, 매일 뉴스를 읽자. 

뉴스 제목만 봐도 좋다. 가볍게라도 찾아서 읽는다. 키워드는 자신이 속한 산업군의 핵심 회사명, 기술명, 관련 키워드로 잡으면 된다. 요즘 주식투자용 뉴스 클리핑 서비스가 많으니 그것을 활용하면 더 수월하게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이렇게 매일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필요한 분야의 인사이트가 많이 늘어난다. 국내 뉴스가 부족하면, 해외 뉴스를 찾는다. 글로벌 트렌드는 국내 기사가 해외 기사보다 2일 정도 늦는 편이다. 해외 정보를 발빠르게 수집하고 싶다면 해당 산업의 전문 뉴스 사이트를 보면 된다. 특히 뉴스에는 출처와 통계가 있다. 그 출처를 따라가서 원문을 보는 것이 통찰력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주로 협회, 통계청, 애널리스트, 원문사이트 등이다). 메일링 서비스를 신청하는것도 좋다. 다만 정보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져 잘 안볼 수 있다. 홍보용 뉴스도 볼 수 있는데, 이런 홍보기사는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구별할 수 있고, 걸러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선 뉴스부터 보자. 

 

둘째, 산업 보고서를 읽자. 

구글에는 PDF로 파일 양식을 골라 볼 수 있는 검색 키워드가 있다. 이 방법으로 검색하거나 슬라이드쉐어 등의 사이트를 보면 애널리스트, 강좌 자료, 정부자료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좋은 보고서를 찾을 수 있다. 이 자료에서도 출처를 찾아 들어가면 더 많은 유익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셋째, 컨퍼런스나 전시회를 방문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국내 컨벤션 사이트에 들어가 관련 행사 목록을 보거나, 대회 정보를 인터넷에서 검색한 뒤 관심 있는 행사의 일정을 메모해 두고 현장을 찾아가길 추천한다. 

 

넷째, SNS에서 전문가를 찾는다. 

블로그나 유튜브와 같은 SNS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자신을 PR하기 위해 글을 올리거나 개인 방송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최근에는 뉴스나 책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전문가들의 글과 의견을 구하는게 쉬워졌다. 필자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많이 보는 편이다. 블로그에서 옛날 글은 티스토리, 최근 글은 브런치를 살펴본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에도 통찰이 담긴 콘텐츠가 있다. 이런 방식은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잘 채워주는 나만의 구루Guru와 교류하면서 실시간으로 생생하고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교류를 통해 통찰력을 가진 글들이 나의 SNS 피드에 뜨게 만들 수 있다. 

 

다섯째. 책을 읽는다. 

구글북스를 검색하면 내가 원하는 키워드, 산업에 대한 서적의 일부 본문과 함께 책의 정보를 대략적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나에게 맞는 책을 탐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다가 차차 다양한 책을 탐색하고 전문적인 책을 읽다보면 나만의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깊이 있는 책은 읽기 힘들수도 있지만 명저인 경우가 많다. 

 

여섯째, 테마 여행을 간다. 

테마에 맞는 인사이트 여행을 가는건 생각보다 큰 도움과 즐거움을 준다. 필자는 커머스에 있을 때 미국 아마존 본사의 임직원을 수소문해 사무실과 아마존 상점을 견학해 궁금한 것을 해결했다. 중국의 신유통을 경험하기 위해선 중국 핸드폰을 발급받아 체험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감각과 인사이트는 국내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접한 콘텐츠와는 차원이 다르다. 

 

일곱째, 트렌드를 경험한다. 

필자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궁금해 신혼집의 방 한칸을 외국인에게 내주며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로서 3년 정도 40여명의 외국인을 만나본 적이 있다. ‘긱이코노미gig+economy의 합성어’가 궁금할땐 배민 라이더를 신청하여 직접 음식을 배달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사용자로서 각 프로세스마다 피부로 이들의 경영철학들을 느끼게 된다. 이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말하는 강사나 직장 동료와는 다른 깊이있는 관점을 갖게 만드는 힘을 길러준다. 

 

여덟째, 사람들을 만난다. 

오픈채팅방·카페·라인 등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 있는 온·오프라인 그룹에 가입한다. 이러한 커뮤니티에서 온라인 대화를 보고만 있어도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스터디 활동도 많은 도움이 된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업무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조심할 부분도 있다. 자신의 업무에 불평불만이 심하게 많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부풀려 과시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중심을 잘 잡을 필요가 있다. 

 

아홉째, 글을 쓴다. 

글을 쓰는 행위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더욱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의미를 갖는다. 그 과정에서 냉정한 자기검열이 이루어진다. 또한 내 생각을 정기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트렌드를 더 신중하게 보려고 하고, 적극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더불어 나의 글을 읽고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응원을 보면 동기부여도 된다. 

 

마치며 

이상으로 필자가 트렌드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가짐, 트렌드를 읽는 방법을 공유했다. 필자가 제시한 트렌드 읽는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몇 개의 내용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필자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 한 가지를 던지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나만의 트렌드를 읽는 법은 어떤 것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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