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17> ㉙비즈니스&마케팅 멘토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대기업과 중견기업,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을 통해 사업성장을 돕고 있다. 삼성과 현대, 두산에서의 대기업 경험과 컨설팅사, 스타트업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두 기업군의 장점을 상호이식 시켜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거나 사업적 문제 해결을 찾도록 하고 있다. 주로 사업전략과 마케팅전략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9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6회 대상 수상을 계기로 『일의 기본기: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까지 세 권의 베스트셀러를 연이어 냈다. 현재 개인과 회사 SNS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콘텐츠 제작과 배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업에 있어서 트렌드 예측은 필수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트렌드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주요 의사결정을 책임지는 대표와 리더급이라면 사업방향성이나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 깊게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소위 리더들이 조직을 이끄는 인사이트의 시작점이 변화하는 트렌드를 미리 짚어내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먼저 트렌드를 예측하고 트렌드에 맞춰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서 내놓는 것은 사업의 존속과 성장을 위한 강력한 방법 중 하나다. 단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거나 매해 나오는 트렌드 예측 책에 나오는 수준의 이야기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이나 일과 연계해서 매우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같은 현상을 봐도 남들보다 한 단계 두 단계 더 깊게 보고 인사이트를 뽑아내거나 여러가지 트렌드를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결론을 내야만 한다. 사업을 하다보면 항상 돈은 모자라기 마련이다. 따라서 돈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 구체적으로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은 명확하고 좁게 타깃팅해서 스나이퍼가 조준사격하는 것과 같다. 기관총으로 여기저기 연사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된 돈과 자원의 한계를 극복해서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몇몇에 집중하는 것이다. 

남들이 말하는 트렌드는 참고 정도로만 삼고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만 의미가 있다. 특히 시중에 돌아다니는 트렌드 예측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 대부분은 이미 현상이 발생해서 결과까지 나온 경우들을 가지고 해석해서 트렌드라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미 결과가 나온 것을 보기 좋게 정리한 것에 가깝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결과론적 해석’이다. 트렌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대부분 명확한 결과가 나와 있을 수 없다. 다만 작은 변화의 실마리들과 그 실마리에 대한 결과만 있고 이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트렌드다. 또한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책이나 콘텐츠에 나오는 트렌드 이야기면 이미 경쟁사 포함 수많은 기업과 사람들도 알고 있다는 의미다. 똑같은 정보는 정보로서 가치가 없다. 거기에 나와있는 내용 그대로 사업과 마케팅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업과 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행은 트렌드의 시작점이지만 그 자체가 트렌드는 아니다 

먼저 유행의 특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트렌드의 시작점이 유행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행 중 무엇이 트렌드가 될까? 유행은 휘발성이 있다. 특정한 사람(고객)이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주제에 갑작스러운 관심이 몰리는 것이 유행이다. 동시에 그 주제와 연관이 높은 제품과 서비스에도 관심이 몰린다. 그리고 사람(고객)은 유행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시적인 재미와 안정된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급격히 관심이 사라진다. 트렌드는 이 지점에서 다른 행보를 한다. 관심이 사라지는 대신 사람들의 일상적인 관심사 중 하나로 변화한다. 그 차이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유행은 질리는 대상이고 트렌드는 질리지 않는 대상이다. 

바둑과 같은 게임처럼 모든 사업은 트렌드를 통해 한수 앞을 미리 봐야만 한다 ⓒ강재상
바둑과 같은 게임처럼 모든 사업은 트렌드를 통해 한수 앞을 미리 봐야만 한다 ⓒ강재상

 

사업을 위한 트렌드를 예측해보자 

중장기적인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도, 하다못해 단기적인 유행을 예측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트렌드 예측 방법을 알려주겠다 말하고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진실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신내림 받은 점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대신 우리가 고민해봐야할 부분은 예측을 예상해보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 각종 트렌드 실마리를 근거로 시간축을 넣어 연결해보고 그 선을 미래로 그었을 때 어떻게 될 지를 예상해보자는 의미다. 그리고 그것을 예측했다고 말한다. 

 

영화 사례를 통해 트렌드와 예측방법을 살펴보자 

몇몇 케이스들을 통해 트렌드가 어떻게 오는 지와 어떻게 예측하는지 알아보자.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영화를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다들 아시다시피 상업영화는 영화 개봉과 동시에 흥행여부가 결판나는 마케팅 난이도 끝판왕 중 하나다. 거대한 상업영화는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에 트렌드에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영화 제작 특성상 한 편의 영화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대중적 흥행을 위해서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데, 제작에 수년이 걸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트렌드를 미리 예측해서 움직이는 수 밖에 없다. 

마케팅 잘하기로 유명한 디즈니의 영화들을 살펴보자. 80년대말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90년대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등 디즈니는 창사 이래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한다. CG나 3D가 아니라 한땀한땀 정성들여 사람이 그린 2D 애니메이션들을 영화관에 대거 올렸는데, 그야말로 개봉할 때마다 돈을 쓸어모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이 때 디즈니의 성공포인트는 애니메이션은 유아동용이라는 편견을 깨고 성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과 화려한 영상, 귀에 꽂히는 뮤지컬 넘버로 애니메이션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점에 있다. 그 노력과 성과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처음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이 아카데미 본상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단지 흥행 뿐 아니라 작품성 자체도 인정받게 되었다. 과연 이 당시 영화관으로 달려간 성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까지 TV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난 사람들이다. 이들이 과거 TV로 즐겨보던 만화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영화관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다. 

디즈니의 라이온킹 애니메이션(1994년)과 실사영화(2019년작)비교 ⓒ각 사
디즈니의 라이온킹 애니메이션(1994년)과 실사영화(2019년작)비교 ⓒ각 사

이후 디즈니는 80년대 CG,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픽사를 전격 지원하고 나중에는 결국 인수한다. 2D애니메이션 트렌드도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사람들은 슬슬 질려할 것이고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디즈니 제 2의 전성기가 온 지 딱 10년이 지나자 2D 애니메이션 트렌드는 급속히 식어갔다. 그리고 디즈니는 80년대말부터 90년대까지 그 가능성과 상업적 힘을 테스트해온 CG, 3D 애니메이션으로 2D 애니메이션을 대체한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라따뚜이, 월E 등등이 연히어 히트하며 픽사는 황금기를 맞이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뒤에서 웃고 있는 디즈니의 또다른 황금기가 펼쳐진 것이다. 트렌드 면에서 예측가능했던 근거는 무엇일까? 2D 애니메이션의 따스한 감성과 동화책 같은 분위기는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점차 새로움은 덜하고 질리게 되면서 점점 더 현실에 가까운 리얼한 분위기를 원하게 된다. 즉,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CG, 3D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1990년대에 이어 2000년대 디즈니의 성장을 이끌어낸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디즈니는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했을지 조금씩 감이 올 것이다. 당연히 관객은 또다시 10년이 지나 CG, 3D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지고 슬슬 질려하기 시작한다. 이즈음 디즈니가 꺼낸 카드는 리얼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기반 실사영화다. 내용과 분위기는 애니메이션 보다 더 애니메이션 같고, 리얼함의 극한점인 실사영화로 말이다. 그래서 90년대 2D 애니메이션들을 줄줄이 2010년대로 소환한다. 디즈니 제2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미녀와 야수, 라이온킹, 알라딘 등등 모두 실사영화로 만들어 개봉해서 또다시 엄청한 흥행을 기록한다. 여기에 트렌드 변화를 고객 변화에 맞추는 작업을 더한다. 1990년대 영화관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관객들은 지금 가정을 이룬 중장년이 되었다. 이들에게 추억을 되살리게 만드는 동시에, 가족영화로서 원래 타깃인 유아동 신규 관객까지 두 고객층을 동시에 공략한 것이다. 쌍끌이 흥행에 흥행규모와 성공확률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 다음은 어떻게 될까? 항상 그렇듯 디즈니는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실험을 이전 트렌드가 한창 유행일 때 테스트해보는 성향이 있다. 2020년대 남아있는 2D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CG 3D지만 2D 감성이 묻어나는 애니메이션들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그 시발점이자 테스트는 겨울왕국 하나만 이야기해도 모두 설명이 될 것이다. 1990년대 감성을 21세기의 사고관에 맞춰 3D지만 따스한 2D 분위기로 되살려내는데 집중하게 될 것이다. 향후 나올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들을 보면 증명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가

트렌드 변화의 시작점은 유행과 같다.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하면 변화의 실마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한계점에 이르면 급격히 변화한다. 유행과 같지만 주기가 다르다. 트렌드를 예측해서 사업방향성을 설정하고 먼저 준비해서 시기가 왔을 때 흐름을 타는 것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많은 방법 중 하나다.

트렌드의 방향성은 반대방향, 새로운 프레임이다. 사람들이 질리기 시작하면 질리게 된 부분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정반대방향의 그 무엇이 나온다. 디즈니 사례에서 동화책 같은 따스한 감성이 현실적으로 리얼한 분위기로 이동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새로운 프레임이 더해진다. 단순히 정반대 방향에 있는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거기에 흘러간 시간에 걸맞은 그 무언가 하나가 더해지고 과거와 조금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세미힙합이나 힙합바지가 90년대 복고풍과 레트로와 만나며 큰 통바지로 탈바꿈해서 다시 오고, 체인 장식이 보다 가늘게 꾸며진 장식으로 바뀌고, 헤나문신과 귀걸이 등이 문신으로 바뀌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사업적 활용 측면에서 보면 반대방향으로 예상해보고 거기에 어떤 새로운 프레임을 씌울까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통해 트렌드를 예측하는 동시에 트렌드를 리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반합의 원리’라 할 수 있다. 

성수에서 진행한 LG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 (2021) ⓒ강재상
성수에서 진행한 LG 팝업스토어 ‘금성오락실’ (2021) ⓒ강재상

여기에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는 거시적 관점의 변화다. 기술, 경제, 사람 등 큰 흐름에서 보이는 특성은 고스란히 트렌드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 부분을 놓치면 트렌드 예측을 하기는 했는데 뭔가 다른 방향으로 헛짚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90년대 아케이드 오락실들이 고전 게임 뿐 아니라 VR이나 AR게임까지 도입, 확장된 것을 떠올려본다면 곧바로 이해가 될 것이다. 

트렌드는 거시적, 미시적 조짐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온다. 
조짐은 일상 및 시장과 고객에서 시작된다. 
남들이 말하는 이미 나온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트렌드 예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산업과 시장, 일상까지 주위를 관찰하는 것이 
트렌드를 직접 예측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출발점이다 
 

트렌드 예측을 위한 기본 자세는 무엇일까 

트렌드를 남들보다 먼저 예측하고 선점해서 사업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유행과 트렌드를 가져올 조짐, 실마리에 민감해야 한다. 지진이나 해일이 갑자기 오지 않듯이 트렌드도 미리 신호를 보낸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방법에서 언급한 내용을 이렇게 다시 정리해볼 수 있다. 거시적 관점에서의 조짐을 보고 그래서 그럴 수 밖에 없는 흐름 맥락적 이유를 찾아 확인해본다. 그리고 미시적 관점에서의 조짐을 보고 예상 못했던 작은 변화에서 오는 흐름에 숨겨진 것들을 다시 확인해본다. 그렇게 하면 트렌드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상과 논리적 추론으로 이루어진다. 마케팅 잘한다는 기업들의 마켓 인사이트, 마켓 인텔리전스 부서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 이런 것이다. 나 역시 직장인 시절 이런 팀에서 일하면서 계속 훈련 받아왔다. 

트렌드는 거시적, 미시적 조짐들의 복합적인 작용으로 나온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짐이 일상 및 시장과 고객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남들이 말하는 이미 나온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트렌드 예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산업과 시장, 일상까지 주위를 관찰하는 것이 트렌드를 직접 예측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출발점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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