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13> ㉔ 화장품 브랜드 경영자

남혜성 삼양사 cosmetics PU장, 상무, 공학박사
남혜성 삼양사 cosmetics PU장, 상무, 공학박사

2022년 Y2K 스타일이 복고의 바람을 타고 돌아왔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아름답고 감각적인 뭔가를 찾아 천리안 메이크업 동호회에 둥지를 틀었던 나의 20대 무렵이 떠올랐다. 모노톤의 세상을 물들이는 컬러와 텍스처, 향과 감각적인 비주얼의 세상. 그리고 과감하고 다채로운 컬러를 얼굴에 얹으며 웃던 친구들. 그곳에서 만났던 생생한 사람과 콘텐츠들의 매력에 이끌려 학위 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에서 트렌드와는 뗄 수 없는 이 산업과의 20년 인연을 시작했다. 10년은 연구원으로 10년은 브랜드 매니저로 사람들이 원하는것에 내가 가진 기술을 엮어내는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를 만들고 알려온 시간이었다. 

 

1. 기술트렌드 읽기 

1-1. 기본지식 획득과 확장 프로토콜 

스킨케어 연구원으로서 습득해야하는 것은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료와 제형기술의 골격을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화장품 원료와 기술은 학위 과정중에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요 원료 소재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공정을 거치면서 소재가 어떻게 발현되는지 실험으로 확인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사용해 기술을 습득한다. 그렇게 한국화장품원료집과 INCI명, 구조와 원료상의 성상, 제형처방에서 발현되는 특성을 정리하니 당시 스킨케어연구소에서는 650종 정도의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용하는 원료와 원료가 처방됐을 때 변화되는 특성을 알면 조합으로 만들수 있는 제형에도 기본과 변주가 있음을 알게된다. 우리 연구소의 처방 맥락을 이해하고 선진기업의 제품 전성분을 읽으면 화장품이란 같은 물감(원료)과 붓(공정)으로 같은 캔버스(유형)에 다른 그림(제품)이 그려내는 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화가들(선진기업)은 같은 물감으로 어떤 작품을 완성하는지 궁금해졌다. 당시의 아모레퍼시픽은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가오, 고세라는 ‘선진기업의 기술을 빠르게 배우자’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선진기업의 작품을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하는 프로토콜을 마련했다. 먼저, 5대 선진기업의 연구소 사이트에 친절하게 정리된 주력 제품을 뒷받침한 기술을 조사하고 (그림 1), 그 연구소의 기반기술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논문과 특허를 찾고 올해 IFSCC에서 어떤 내용을 발표하는지 조사하여 시계열에 따라 정리한다. 여기에 우리 연구소의 기술은 어디까지 와있는지 어떤 제품에 적용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고 선진기업과의 격차를 줄일 방법을 찾는다. 이 과정을 몇 년간 반복하고 결과를 아카이빙하면 5대 기업의 카테고리별 핵심 기술 트렌드를 알 수 있다. 

그림 1. 시세이도 미백연구내용 정리자료 ⓒwww.cosme.net.tw 중 시세이도 100년 미백 특집기획
그림 1. 시세이도 미백연구내용 정리자료 ⓒwww.cosme.net.tw 중 시세이도 100년 미백 특집기획

로레알의 안티에이징, 에스티로더의 유전학, 시세이도의 미백, 가오의 소재, 고세의 보습. 그리고 그 기술을 활용해 각 사가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일것인지 흐름을 읽을때는 연구소의 자료도 참고하지만 각 기업의 애뉴얼 리포트도 참고한다(그림 2). BASF, DSM, CRODA 등 주요 원료사들의 신소재, 자료 신제형 을 만드는 기술 트렌드와 효능을 증명하는 새로운 임상기술 트렌드가 더해지면 더 입체적인 기술트렌드가 나온다. 주요사의 모바일앱은 정보의 보고라고 할수 있다(그림 3). 마찬가지로 패키징 트렌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로레알 애뉴얼리포트 ⓒhttps://www.loreal-finance.com
그림 2. 로레알 애뉴얼리포트 ⓒhttps://www.loreal-finance.com
그림 3. BASF의 고객서비스용 앱 ⓒhttps://dlite-global.basf.com
그림 3. BASF의 고객서비스용 앱 ⓒhttps://dlite-global.basf.com

‘중국 향수 패키징 & 화장품 디자인 박람회PCD’ 같은 박람회나 주요기업들의 패키징 소재전략 등은 뉴스큐레이션 등을 통해 모니터링할 수 있다. (그림 4) 이때 RPA업무 자동화, Robotic Process Automation 같은 툴의 도움을 얻으면 쉽게 원하는 소식을 메일링서비스 받을수 있다. 

그림 4. 패키징 트렌드 자료 ⓒhttps://www.designrush.com›trends›cosmetic-packaging-design
그림 4. 패키징 트렌드 자료 ⓒhttps://www.designrush.com›trends›cosmetic-packaging-design

재구매율이 높은 스테디 셀러가 된 제품은 수 년간의 기술 축적과 그 기업의 미래 방향을 볼 수 있는 지표 상품이다. 매년 스테디셀러의 메인 콘셉트 보드만 아카이빙해도 업데이트되는 부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매년 업데이트되는 요소가 바로 그 기업과 그 브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기술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선진기업의 스테디셀러는 제품을 설명하는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방식도 국가별로 다르다. 우리나라, 일본, 미국, 유럽에서 표현이 미묘하게 다른데. 일본은 모식도와 일러스트를 많이 사용하고, 유럽은 3D 그래픽 영상, 미국은 B&ABefore & After 사진을 정성들여 만든다. 각 나라별 사용자들의 특 성에 맞춰 흥미를 끌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기 때 문에 국가별로 같은 상품이어도 일본에서 출시한 제품은 계절이나 지역에 따른 피부변화를 반영한 디테일한 설명이 포함되고 미국에서 출시한 경우 사용전후의 피부변화 컷이 포함되거나 하는 차이가 나타난다(그림 5). 

그림 5.a. 일본의 일러스트형기술설명(http://www.shiseido.co.jp) b. 유럽의 3D 모션그래픽영상 c. 북미의 B&A 사진ⓒ shutterstock.com
그림 5.a. 일본의 일러스트형기술설명(http://www.shiseido.co.jp) b. 유럽의 3D 모션그래픽영상 c. 북미의 B&A 사진ⓒ shutterstock.com

주요기업에서 신기술이 개발되어 논문이나 학회발표가 되면 평균적으로 2년내 상품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기술 M&A가 일어나거나 소재기업과 MOU가 맺어지는 소식이 들리면 6개월 정도 후 제품에 반영된다. 

일본기업들은 제형의 특성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폴리머에 관심이 많다. 2018년 미국의 올리보랩의 세컨스킨폴리머 기술을 인수하여 2020년 아넷사의 자외선차단제에 적용한다거나 거품의 기포가 꺼지지 않게 하는 폴리머를 자체 개발해 클렌징폼에 적용해 퍼펙트휩 같은 메가히트상품이 스테디셀러가 되게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한다. 2022년 4월부터 고객의 피부DNA검사를 시작했으니 이 결과 또한 어떤 제품에 반영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로레알은 효능 이론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기업이다. 랑콤의 제네피크를 통해 스킨유전자케어의 개념을 도입한다거나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개념을 뷰티산업에 도입하는 등 바이오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LVMH그룹의 디올도 iPS기술을 선도하는 교토대 ciRA과 공동연구 결과를 스킨케어라인에 도입하는 등 혁신적인 바이오기술을 뷰티에 도입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몇 년전 샤넬에서 혁신적인 무계면활성제의 버블세럼을 출시했다. Capsum이라는 마이크로플루이딕스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등장해 글로벌 세럼제형은 수십년만에 가용화와 유화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일과 물이 유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완벽히 제 사용감을 유지하며 텍스처의 혁명을 가져왔던 제품이었다. 아쉽게도 국내기술로는 아직 유사제형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혁신적인 신기술을 탑재한 제품들은 대세감을 형성하며 히트상품이 될까?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기술혁신으로 만든 신제품의 성공률은 10% 수준으로 참담함 쪽에 가깝다. 개발에 투입되는 비용이 훨씬 많은 편이기 때문이다. 연구원으로서 이유가 궁금했다. 기술트렌드 분석만큼은 자신있었지만 성공하는 상품에 대한 답을 얻기는 어려웠다. 그 시기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저주받은 탄탈로스Tantalus처럼 물이 눈앞에 있는데 마실수가 없는 좌절감을 주었다. 브랜드 매니저들과 일하는 프로젝트팀에 들어가면서 경계를 확장할수 있었다.

 

2. 사용자 트렌드 읽기

2-1. 프로젝트팀 조직

한 브랜드의 리뉴얼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리뉴얼하는 브랜드의 콘셉트에 어울리는 핵심소재를 발굴해내어 그것을 우리 기업만의 기술로 가공해 효능의 가치를 높인 완성도 높은 제품을 브랜드의 시그니처 상품으로 만들어내면서 코어가 단단한 핵심소재와 기술, 효능과 그것을 실감하는 인지 품질로 브랜드의 비전을 그려내는 방법을 경험한 것이었다. 주춧돌과 대들보 없이 버틸수 있는 집이 없듯, 브랜드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사용자가 알지 못할지라도 생각해야 하는 영역이 있다. 안정성과 안전성은 기본실력으로 갖추어야 하고 핵심소재와 기술, 즉각적 효능감과 인지 품질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외관도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추어야 한다. 정말 멋진 기술로 만든 제품이어도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패키지에 담겨있지 않다면 사용자에게 선택받기란 쉽지 않아서이다. 브랜드매니저와 함께했던TFTask Force를 통해 연구내용을 더 이해하기 쉽고 가치있게 보여주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했다. 즉, 정보안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안에 적힌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처음으로 사용자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이다. TF가 끝나 론칭 행사를 함께하며 개발한 제품을 판매할 직원들에게 교육했던 경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사용자가 지갑을 열게하는 마술을 부릴수 있는 판매직원들과 카운슬러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론을 풀어내면서 기술이 사용자의 눈높이에서 전달될 때 더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는 걸 경험했다. 판매직원들과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이 제품이 서너번 미팅 후 그럴듯한 패키지에 넣어 높은 가격으로 희소성을 주장하는 제품인지, 긴 연구를 거쳐 도출해 낸 핵심소재와 그 소재를 다루는 철학과 원칙에 따라 만든 제품인지 결국은 구매하는 최종소비자가 알아야하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알 권리가 있다면 알려야 할 의무도 있는것이다. 가능한 많은 사용자가 이 제품을 만들어 낸 사람의 마음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면 이 제품과 제품을 탄생시킨 브랜드에 더 많은 공감을 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과 열망이 가득했던 시기에 두가지 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2. 고객직접관찰 조사와 시즌마케팅기법 조사 

요즘은 온라인조사를 많이 진행하지만 온라인조사를 통해서는 제품사용의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마케터와 연구원이 한쌍을 이루어 제품사용자의 가정을 방문해 맥락을 조사하는 방식은 주니어 마케터와 연구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학습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크림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사람, 에센스를 유난히 많이 사용하는 사람 등 어떤 특정 카테고리에 대해 익스트림한 사용 행태를 보여주는 사람과 평범한 보통의 사용자를 비교조사 하는 것만큼 인사이트를 주는 조사는 없었다. 같은 제품이 기후가 달라지는 곳에서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던가 하는 결과의 맥락도 그 지역의 고객이 사용하는 환경에서 그 제품이 받아들여지는 맥락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그동안 꾸준히 분석하던 브랜드들이 현지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홍콩의 코스모프로프(11월)나 일본의 드럭스토어 쇼(3월) 등은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좋은 박람회이다(그림 6). ESG를 기업단에서 브랜드단에서 상품단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그 하이어러키Hierarchy, 단계적 조직를 이해하 는데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

그림 6. 도쿄 드럭스토어쇼 ⓒhttps://drugstoreshow.jp
그림 6. 도쿄 드럭스토어쇼 ⓒhttps://drugstoreshow.jp

 

2-3. 빅테크 컨퍼런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자의 일상을 데이터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데이터로부터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길을 잃은 느낌이 들면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공유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콘텐츠인 빅테크의 컨퍼런스에 참석해보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매년 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기술마케팅 행사를 열어 한 해 동안 업데이트된 기술을 소개하고 이를 활용하고 싶어했던 기업과 브랜드와 진행했던 협업사례도 공유한다. 2018년 3월 구글은 AI, 유튜브 소비실태 및 검색방식의 변화를 리뷰했다. 3년간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은 소비시간이 정체된 데 비해, 유튜브는 265억 분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는데, 전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유튜브 시청기간은 2021년 무려 1000억분이 되었다. 구글은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알고 싶으면 구글링하거나 유튜브를 검색하라”고 한다. 

페이스북은 검색한 내용을 기반으로 취향을 예측해 추천하는 새로운 애드테크 기술을 발표하고, 아마존의 기술책임자CTO인 베르너 보겔스Werner Vogels 박사는 ‘AWS 서밋’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미래를 펼쳐보이며.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으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재창조Re:Invent하는 ‘빌더builder’가 새로운 사회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런 빅테크의 컨퍼런스와 키노트 스피치는 가장 진보된 마테크Martech, 마케팅+테크놀로지의 사례를 학습하고 도입될 마케팅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리라고 생각한다. 마테크 덕분에 마케팅과 브랜딩은 한번 더 격변하게 되었다. 이제 데이터 브랜딩의 개념도 보편화 되고 있는것같다. 광고에서 브랜드 정체성을 느끼게하려면 어떤 화면을 어떤 내용으로 어떤 폰트로 만들어 어느정도 기간 플레이를 해야하는지도 계량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내며 브랜드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가장 최신의 기술로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트렌드를 읽어내는 연습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트렌드는 중심을 지키고 단단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해 중심이 고립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검색트렌드를 통해 특정시즌 많이 검색되는 피부고민에 대해 모니터링하거나 특정 이슈에 추천되는 제품들의 특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쓸 수있다. 최근 올리브영은 국내 최대 뷰티트래픽 최대 사이트의 특성을 반영해 금주의 검색랭킹 TOP. 추천상품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았다(그림 7). 

그림 7. ‘올리브영’의 검색키워드기반 시즌상품 추천기능 ⓒhttps://www.oliveyoung.co.kr
그림 7. ‘올리브영’의 검색키워드기반 시즌상품 추천기능 ⓒhttps://www.oliveyoung.co.kr
그림 8. 안면인식기반 유튜버 멘토 추천 앱 ‘잼페이스’ ⓒhttps://www.zamface.co.kr
그림 8. 안면인식기반 유튜버 멘토 추천 앱 ‘잼페이스’ ⓒhttps://www.zamface.co.kr

AI로 내 얼굴을 분석해 나와 가장 닮은 스타일의 유튜버를 추천해 스타일을 벤치마크해줄 수 있게 해주는 앱도 있고(그림 8, 잼페이스zamface) 실제로 피부와 얼굴형을 분석해 제품을 추천해주는 뷰켓beauket 같은 스토어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담당들은 ‘녹스인플루언서noxinfluencer’라는 인플루언서별 영향력 지수를 모니터링하고 브랜드와 합이 맞는 인플루언서를 추천하는 툴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한다. 

팬데믹의 3년간 디지털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역변시키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마케팅의 구루 필립 코틀러조차 마켓 5.0은 결국 사용자를 중심으로 기술의 역할을 정의하고 의도를 정의할 수 없으면 아무리 진화된 기술이라도 마케팅에는 활용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3. 트렌드를 읽고 무엇을 할까? 

가오KAO라는 기업이 있다. 식품과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만드는 기업이었는데 가네보 인수와 함께 단번에 아시아 NO.1 시세이도를 위협하며 급성장하고 있어 성장 동력이 궁금했다. 그 성공사례를 기술과 함께 분석하다 흥미로운 개념을 발견했다. 기술경영MOT, Management of Technology이었다. 가오는 기술의 발전으로 개발 된 시그니처 상품Tech-driven과 시장의 미충족 욕구Unmet needs에서 유도된 상품needs driven이라는 두 가지 범주로 상품을 분류하여 각각 다른기술과 개발로드맵을 운용하고 있었다. 기업의 핵심기술을 적용할수 있는 유형의 상품은 긴 호흡으로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개발을 진행해 시그니처 상품으로 육성하고,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특정 집단 구성원의 일상과 문화에서 파악하는 광고 연구의 질적 방법)와 생활자 연구센터에서 도출된 고객의 행동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로는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콘셉트를 뽑아내 기술 완성도는 높지 않아도 시장 수요가 발생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이렇듯 기술주도형 상품과 욕구주도형 상품을 출시해 몇 년간 계속 추적하며 각각의 영역에서 성공률과 완성도를 높여가며 정교하게 고도성장을 하고있었던 것이었다. 

고유의 기술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시그니처 제품이 줄기를 이루고 고객들과 호흡하며 그들의 일상속으로 들어갈수 있는 트렌디한 제품으로 풍성한 가지를 이룰 때 큰 파도와 작은 파도를 모두 견뎌내는 단단한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사용자의 트렌드를 읽어내다 보니 어느덧 브랜드 경영자가 되어있었다. 기술도 계속 변하고 사용자도 사회도 환경도 계속 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중심인 줄기STEM를 놓지지 않고 경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닌가한다. 경계를 확장해주는 큐레이션 콘텐츠들이 또한 중심잡기를 도와주고 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는 화장품 산업의 R&D와 트렌드,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콘텐츠를 통해 화장품 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 제품에 내포된 요소들을 사용자와 나누는 방식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다. 가치는 한 컷의 사진으로, 영상으로, 공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태도로도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의 외모와 말투가 그 사람의 개성을 대표하듯 브랜드의 정체성도 다양한 요소로 구체화 시킬 수 있는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과정과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

브랜드 빌더란 그런 과정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코코샤넬의 말처럼 ‘패션은 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상품은 지나가도 브랜드는 남는다.’ 트렌드란 중심을 지키고 단단하게하는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공급해 중심이 고립되지 않게 만들어주는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스타일을 남기는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어내며 동시에 브랜드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가장 최신의 기술로 꾸준히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트렌드를 읽어내는 연습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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