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②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진다.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여성들이 미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북한 역시 국가건설 초기부터 여성의 관심사인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한국전쟁 이후 전후복구 시대에 경제재건 과정에서도 김일성은 인민경제 발전을 강조하여 1953년 8월 5일 ‘모든 것을 전후 인민경제 복구발전을 위하여’를 교시했다. 교시를 통하여 경공업의 발전을 도모했고 화장품 산업의 육성이 시작되었다. 

 

김일성 시대 

김일성은 북한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력 활용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따라서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전후 복구사업에 매진하는 과정에서 주택, 도로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긴급 복구, 재건과 동시에 경공업 제품 생산에도 주력했다. 북한 당국은 다양한 경제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충족시키는 화장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필수품 증산 대책을 내세웠다. 1957년 9월 23일 내각결정 제90호로 공표한 ‘생활필수품 증산대책에 관하여’에서 화장품 및 잡화류 생산에 대한 구체적인 교시를 내렸다.

김일성이 여성의 미와 화장품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항일운동을 하던 시절의 경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성의 회고록인 『세기와 더불어』1) 제6권에는 1934년의 기억을 집필한 내용이 들어있다. 주로 산악지대에서 무장투쟁을 하던 유격구 시절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일본군에 추격당하고 중국군에게도 감시를 당하던 어려운 시절에 함께 투쟁을 하며 누이처럼 가깝게 지내던 최금숙이라는 여인이 등장한다. 김일성은 항일투쟁이라는 험난한 여정에서도 최금숙이라는 여성에 다양한 감정을 갖게 된다. 당시 형성된 김일성의 여성관 및 미인관은 북한의 여성정책 및 화장품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2)

1) 1992년 4월 15일 김일성의 80회 생일을 기념해 발간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이 회고록에 대해 ‘혁명위업의 앞길을 환히 밝혀주는 투쟁과 삶의 교과서’라고 강조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주민들에게 보급·교육하고 있다. 김일성에 대한 해외선전 차원에서 이 책을 영어·중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일본어 등 5개 국어로 번역·출판해 보급하고 있다. 현재 ‘항일혁명편’이라는 부제가 붙은 제1~6권과 ‘계승본’ 제7, 8권까지 출간되었다. 항일혁명편 제6권과 계승본은 김일성 사후에 발행되었다. 항일혁명편은 1912년부터 1937년 5월까지 김일성의 출생, 성장, 항일운동 활동 등을 기술하고 있다, 계승본은 1937년 11월부터 해방 후인 1945년 10월까지의 활동을 담고 있다.
2) 조선로동당출판사(1977), 「김일성 저작집 47 (1933.2 - 1935. 2)」 제8장 반일의 기치높이(1934. 2- 1934. 10), 5. 마촌작전. 

여성의 심리를 읽는데 남다른 감각이 있다고 추정되는 김일성은 여성 노동력의 적극적인 활용과 남성들의 적극적인 혁명 과정 수행으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의도는 북한 정권 수립이후 각종 정책으로 추진된다. 사회주의 건설 초기부터 중공업 우선 추진 정책과 동시에 소비재 위주의 경공업 정책을 보완적으로 추진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의 엔진이 되는 기계류 등을 우선순위에 두고, 다른 모든 경제 분야보다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자 한다. 산업화 중에서도 특히 중공업 우선 정책으로 ‘강제된 성장forced growth’을 도모한다. 김일성 역시 중공업 우선 정책을 폈지만 경공업인 화장품 공장은 예외적으로 사회주의 초기 시기부터 건설되었다. 북한은 1949년 일본인들의 화학공장을 개조하여 신의주화장품공장을, 1957년 평양화장품공장을 각각 건설하였다.

 

김정일 시대

화장품 육성 정책은 북한의 2대 지도자인 김정일 시대에도 계속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경공업을 경제건설의 매우 중요한 고리로 중시하였고, 1984년 2월 16일 ‘인민생활을 더욱 높일 데 대하여’라는 교시에서 인민소비품 생산을 강조하였다. 

“인민생활을 높이기 위하여서는 경공업혁명을 일으켜야 합니다. 경공업혁명을 일으켜 질 좋은 여러 가지 인민소비품을 많이 생산하여야 인민들의 생활을 더욱 윤택하고 문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경공업혁명을 일으킬 데 대한 당의 방침을 철저히 관철하여 인민소비품 생산에서 새로운 전환을 가져오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같은 해 8월 3일 상업부문 책임일군들과의 대화를 정리한 ‘주민들에 대한 상품 공급 사업을 개선하는데서 나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하여’라는 담화는 김정일이 경공업이 인민들에게 풍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1989년 6월 9일과 12일에 김정일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군 및 도당책임비서들과 한 담화 ‘당을 강화하고 그 령도적 역할을 더욱 높이자’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공업 발전을 강조하였다. 특히 신속하게 경공업을 발전시키고자하는 김정일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림 1. 평양화장품공장 김정일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1. 평양화장품공장 김정일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2. 신의주화장품공장 김정일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2. 신의주화장품공장 김정일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김정일은 경공업 발전을 경공업 혁명방침이라고 명명하고 혁명적 차원에서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1990년 6월 2일에는 전국경공업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인 ‘경공업혁명을 철저히 수행할 데 대하여’를 발표했다.3) 이를 통해 김정일이 여성을 비롯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야 사회주의 혁명이 가능하다고 인식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역설적으로 중공업 발전에 비해 소비재 산업이 너무 낙후되어 있어 불균형을 시정해야 인민들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일은 2003년 8월 평양화장품공장을 방문하였다. 평양화장품공장의 유학천 지배인은 김정일 위원장이 ‘인민들에게 질 좋은 화장품을 더 많이 안겨줄 데 대한 방향’을 제시해줌으로써 공장의 전 힘을 기술혁신에 쏟게 됐다고 말했다. 김정일의 방문 이후 기술혁신 열풍을 일으켜 소비자의 취향을 신제품 개발의 출발점으로 삼고 생산 공정도 그에 맞게 바꿨다. 신제품 개발 핵심부서인 ‘기술준비실’의 역할도 강화하였다. 생산 공정의 대대적인 개선이후 평양화장품공장은 2007년 수세미오이살결물(스킨로션), 남성화장세트, 미안美顔크림, 황백치약 등 10여 종의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하는 성과를 냈다.4) 

3) 김정일(1990), <경공업혁명을 철저히 수행할 데 대하여>, 전 국경공업대회 참가자들에게 보낸 서한.
4) 데일리NK, “평양화장품공장 ‘소비자 취향’ 따라 기술혁신”, 2008년 2월 20일자, http://www.dailynk.com/korean/read. php?cataId=nk09000&num=53175 (검색일: 2017.1.20). 

김정일은 2008년 11월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비누직장을 방문하였다. 북한은 공장의 생산라인을 ‘직장’이라고 부른다. 2008년 11월 25일자 로동신문은 “조선의 김정일 최고지도자가 최근 평안북도 공장기업소들을 시찰하면서 최신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해 현대과학기술로 국민경제에 대한 기술개조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은 공장 시찰 시 정보화시대의 요구에 따라 기계 생산절차의 현대화, 과학화, 정밀화를 계속 추진함으로써 기계 생산의 튼튼한 물질적인 기술기초를 닦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학기술은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수준 제고의 담보라고 하면서 노동당이 제출한 과학중시의 방침을 잘 시행해 현대과학기술을 토대로 국민경제의 기술개조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5) 

5) 노동신문, 2008년 11월 25일자. 

그림 3. 미래상점에 방문한 김정은과 리설주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3. 미래상점에 방문한 김정은과 리설주 ⓒ남성욱 교수 제공

 

김정은 시대 

최고지도자의 화장품 사랑은 3대 지도자 김정은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현지 지도 행보를 보면 그의 관심분야와 정책 방향성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2015년 2월 평양화장품공장을 현지 지도하고 천연 저자극 화장품을 개발하라고 지시하였다. 김정은은 이 공장을 시찰하면서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직접 언급하며 “외국의 아이라인, 마스카라는 물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국내에서 생산된 것은 하품만 하더라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색조화장품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공장의 개건을 지시했다. 

2016년 3월 28일 김정은이 북한식 백화점인 평양 보통강변 미래상점과 종합봉사기지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정은의 상점 방문은 김일성, 김정일 선대의 사업을 자신이 잘 이어받고 있다는 점을 선전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정은은 앞서 2012년 이 상점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념원(염원)대로 상점운영을 잘 하자”며 미래상점이라는 상호를 짓기도 했다. 또한 주민들을 위한 시설인 미래상점 등 민생 현장을 찾은 것은 5월 초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매장들 마다에 우리가 만든 화장품·일용품· 전자제품·식료품을 비롯한 갖가지 질 좋은 상품들이 꽉 차 있는데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방문하여 특히 여성들의 관심사인 화장품을 꼼꼼하게 돌아보았다. 김정은은 화장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질 좋은 상품이라고 치켜세웠고 현지 지도 중에도 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림 4. 용악산 비누공장 김정은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4. 용악산 비누공장 김정은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5. 신의주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그림 5. 신의주 화장품 공장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제공

김정은은 집권 5년차인 2016년 평양시 만경대구역 소재의 용악산비누공장을 방문했다. 2016년 6월 4일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선군정치 시대에 군사시설을 방문하는 동시에 여성들의 관심이 많은 비누공장을 방문하여 교시를 하였다.6) 

6) 노동신문, 2016년 6월 4일자 조선중앙통신보도내용.

“우리 인민들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화장품을 안겨주시기 위해 헌신과 노고를 바쳐가고 계시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여러 가지 물비누 등을 생산하는 현대적인 비누공장을 용악산 기슭에 일떠세울 데 대한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었습니다.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생전에 물비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할 데 대한 교시를 주시었다고 하시면서 인민들 속에서 수요가 높은 머리물비누, 목욕용물비누, 가루비누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인민생활 향상과 직결되어 있는 공장, 당에서 중시하는 공장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표 1. 김정은 집권이후 화장품 공장 및 상점 현지지도 사례
표 1. 김정은 집권이후 화장품 공장 및 상점 현지지도 사례

김정일이 생전에 물비누 생산에 교시를 주었던 용악산비누공장에 대를 이어 방문한 김정은은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며 애민지도자상을 선전하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인민경제에 통치자금을 투자하지는 않고, ‘200일 전투의 기적과 위훈’을 내세우며 기관별 자체 해결을 강요하였다. 특별한 예산투입보다는 자체 노력으로 품질향상을 강조함으로써 해당 공장관계자들은 중국으로부터 소재와 원료를 도입하는데 주력해야 했다. 북한은 화장품 성분 및 용기 등에서 내부 생산이 어려운 품목이 많아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 화장품의 성분은 주로 화학공업의 부산물이나 원료 등을 토대로 제조되는 경우가 다수다. 북한은 화장품 성분을 전부 생산하지 못함에 따라 중국에서 원료를 수입해서 사용한다. 김정은은 4개월 후인 10월 29일 완공된 평양시 용악산비누공장을 재차 방문하여, 불과 몇 달 사이에 규모가 큰 현대적인 공장이 완공된 데 대해 대만족을 표시했다. 물비누와 세척제 가지 수 및 생산량 확대와 질 향상, 제품상표의 세련화, 비누 원료와 향료의 국산화 문제에 대한 과업을 제시했다. 6월 건설현장 방문 후 10월 완공된 현장에 재방문한 것은 애민지도자상 연출, 건설치적 부각 및 기한부 완공을 확인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2018년 7월 신의주 화장품공장을 방문하고 제품의 질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장에서 짧은 기간에 자동화,무균화, 무진화가 실현된 세척용 화장품, 머리칼용 화장품을 비롯한 여러가지 화장품 생산공정을 현대적으로 꾸려놓은데 대하여” 평가하면서 “제품의 위생안전성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생산현장에 위생통과실을 새로 꾸리고 공기조화설비들을 설치하여 생산공정의 무균화, 무진화를 완벽하게 실현하였을 뿐 아니라 작업현장 바닥과 벽체를 에폭시수지와 아크릴수지칠감으로 마감하여 화장품을 생산하는 공장답게 생산현장이 깨끗하고 정갈하다”고 말했다. 특히 “화장품의 가치를 높이는데서 화장품용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제품의 특성과 기호품으로서의 특색이 살아나면서도 사용에 편리하게 각이한 형태와 크기, 색깔로 만들며 화장품을 선물하거나 기념품으로 줄 수 있게 포장형식”을 다양화할 것을 지시했다. 내용물, 포장과 함께 화장품의 3대 요소 중의 하나인 용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2012년 김정은 집권이후 화장품 공장 및 상점 현지 지도는 공개된 사례만 5차례에 이르고 있어 단일품목 공장 현지지도로는 최고다. 이는 김정은의 화장품 생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021년 9월 21일 “공장에 깃든 절세위인들의 열화같은 인민사랑의 세계를 깊이 체득해 가는 평양화장품공장 종업원들”이라며 관련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김정은 총비서가 “우리나라의 화장품 공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세우려고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고 지도자의 화장품 육성 정책은 국가적 시책으로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 정권의 화장품 사랑은 3대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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