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무척 분주했다. 손도 머리도 바빴다. 밑줄도 그어야 하고, 메모도 해야 하고, 사진도 찍어두면 좋겠고, 다른 사람과 공유도 하고 싶다. 머릿속으로는 놀란다. ‘일본에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구나.’ 꽤 오래전 들었던 이야기도 생각났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본에 간다”던 어느 무역인의 말이다. 지금도 유효한 것일까? ‘지은이의 말’을 옮겨보면 이렇다. “예측이 힘든 시기일수록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트렌드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전 세계가 하나가 된 지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트렌드를 살펴봄으로써 넓은 시야를 가지고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옆 나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닥칠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기 위한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기를 바란다.”(9쪽) 우리나라와의 정치·사회적인 문제 때문에 '이 곳'을 외면하거나 분노만 표출할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저성장’, ‘고령화’에 더해 ‘Z세대’, ‘기술’,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에 주목한다. 전 세계 소비 트렌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1장 ‘저성장 시대, 가격을 웃도는 가치를 전달하다’에서는 한국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가성비를 뜻하는 ‘코스파(Cospa, cost performance의 일본식 표기)’에 대해 소개하고,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타이파(시간 가성비, time performance)’, ‘스페파(공간 가성비, space performance)’라는 용어를 살펴본다. 이러한 용어들의 핵심은 ‘퍼포먼스(performance, 성능)’다. 즉 자신이 사용한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깔려 있다.

2장 ‘Z세대, 이유가 있어야 소비를 한다’에서는 일본 Z세대(1995~201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만의 독자적인 가치관과 트렌드를 소개한다. 이를테면 술자리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참가하지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이나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한 비용을 위한 소비에는 너그럽다. 고가의 제품도 구입한다. 이들은 목적, 이유, 의미가 있을때만 지갑을 연다. 또한 “환경과 사회를 위한 옳은 일이라 할지라도 기능이나 디자인을 희생하는 것은 당연히 원하지 않는다.”(145쪽) Z세대의 다음 이야기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스토리에 엄청나게 공감해서 산다기보다는 브랜드에 스토리 자체가 있다는 것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되는 물건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철학이 있는 브랜드가 품질에 더 신경을 쓸 것 같아요" (138쪽)

 

“스토리에 엄청나게 공감해서 산다기보다는 브랜드에 스토리 자체가 있다는 것이 대량 생산, 대량 소비되는 물건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철학이 있는 브랜드가 품질에 더 신경을 쓸 것 같아요"

3장 ‘100세 시대의 과제, 디지털로 해결하다’에서는 고령화 사회와 관련된 트렌드를 살펴본다. 특히 “고령층의 니즈를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것, 고령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시니어 시장의 공략을 위한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과제”(159쪽)라는 점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또 한가지. 일본이 간병의 디지털화를 서두르는 이유도 알 필요가 있다. “일손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도 있지만 선제적으로 간병 관련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들 특히 동남아시아 및 중국에 관련 비즈니스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202쪽)

4장 ‘기술, 취향의 다변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다’에서는 얼굴 인식 결제 시스템 도입, 호텔과 공항에서 일하는 로봇, 반려로봇 등 기술의 발달이 일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소개한다. “세상의 과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업이 만들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과제 해결'을 넘어 사람들의 정서적, 심리적 반응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 또한 중요하다. 일상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갖고 싶다'는 욕구를 겨냥하고 감성에 접근하면 여태까지 없던 소셜 로봇의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248쪽)는 저자의 생각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5장 ‘친환경, 아깝다는 정신을 십분 발휘하다’에서는 친환경 관련 비즈니스의 사례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내세우며 '환경에 좋으니까 구입해주세요'라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없다. 환경에 공헌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제품 자체에 매력이 있어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먹고 싶은, 사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친환경 제품 시장에서 성공하는 비법일 것이다”(267쪽)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도 접할 수 있다. 가령, △미백 효과 요구르트, 면역력 강화 음료 등 기능성 음료 △로토제약의 기능성 아로마 △‘쇼핑 난민’ 고령자를 위한 이동 슈퍼 △매일 노선이 달라지는 버스 △먼지로 만든 캠핑용품 등이다.

 

“브랜드의 얼굴인 홈페이지에 굳이 '친환경' 키워드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자칫하면 친환경 이미지를 식상하게 느낄 수 있는 소비자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Z세대이지만 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균형 잡힌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화장품 산업과 관련된 콘셉트나 신기술도 소개되어 있다. 시세이도가 만든 브랜드 ‘바움(BAUM)’은 '나무와의 공생(Coexistence with Trees)'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나무의 뿌리, 줄기, 껍질, 열매 등에서 추출한 원료를 사용해 스킨케어 제품과 향수를 만든다. 용기는 가구 공장에서 나온 폐자재를 사용한다. 그런데 브랜드 홈페이지에는 친환경 활동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알린다. “브랜드의 얼굴인 홈페이지에 굳이 '친환경' 키워드를 내세우지 않는 것은 자칫하면 친환경 이미지를 식상하게 느낄 수 있는 소비자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친환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Z세대이지만 이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균형 잡힌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141쪽)라고 분석한다.

일본의 화장품 회사인 가오와 앳코스메(@COSME)'는 피부의 피지로부터 리보핵산(RNA)을 검출하는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오는 AI개발사인 프리퍼드 네트웍스(PFN)와 공동으로 '가상 인체 생성 모델'을 만들었다. 시세이도(Shiseido)는 피부 성질을 파악해 개개인에 맞는 스킨케어를 조언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세(KOSE)는 '메종 코세 긴자(Maison Kose Ginza)'에 그린 아트리에(Green Atelier)를 마련, 다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화장품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쓰다 남은 화장품으로 만든 물감을 활용하는 것을 ‘스밍크 아트(smink art)’라고 부른다. 이것은 화장품을 다 쓰지 않고 버리는 일종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시 ‘지은이의 말’을 옮겨본다. “지금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인 ‘저성장’에 있어서는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힌트를 줄 수 있다고 본다. (중략) 최근 한국에서 화두가 되는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라는 인구학적 변화를 일본은 우리보더 한참 앞서 겪기 시작했다. (중략) 저성장이 당연시되고 늙어가는 사회인 한국의 소비자들은 어떠한 제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열 것인가? 소비자들의 심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이에 대한 힌트를 모색하기 위해 일본의 소비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대응한 비즈니스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5~6쪽)

저자는 도쿄에 거주하며 경영 정보와 뉴스를 제공하는 미디어의 애널리스트로 소비 및 산업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일을 한다. 저서로는 『도쿄 리테일 트렌드』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사지 않고 삽니다』 『라이프스타일 판매 중』이 있다.

[정희선 지음/원앤원북스/296쪽/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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