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김한라 KAIST 박사과정(‘Crazy Day 아이디어 공모전’ 대상 수상)

카이스트KAIST가 참 재미난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파격Crazy, 창의Creative, 도전Challenging, 배려Caring 등 KAIST의 실험정신과 혁신 정신을 담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행하기 위해 만든 ‘Crazy Day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대상은 김한라 씨(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가 제시한 ‘KAIST 콘텐츠 네트워크KAIST Contents Network, KCN’가 받았다. KCN은 KAIST가 제시하는 첫 실험적인 아이디어에 구성원 개개인이 단어, 논문, 문화콘텐츠, 밈meme 등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방사형으로 연결해 대형 마인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즉, 특정 인간 집단의 개념 연결망인 ‘집단 두뇌 지도’다. 

그는 “KCN은 인간의 복잡한 생각을 언어적으로 해석하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두뇌의 신경세포 연결망이 생각의 패턴을 만드는 것처럼, 각각의 개념들이 이어진 결과를 보면 그 조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얼마나 양질의 생각을 대량으로 모을 수 있는지에 따라 KCN의 효용성 편차는 매우 클 것입니다. 하지만 약도처럼 이어진 KAIST만의 생각의 지도를 제작하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최종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김한라 씨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후 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비학교 작곡과정을 수료했고, JTBC, EBS, 엔씨소프트에서 근무했다. 그에게 KCN에 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들었다. 

 

Q. 대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수상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엔 ‘이런 걸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2차, 3차 평가까지 통과해서 신기했습니다. 집단의 뇌 지도를 만들어 다양하게 활용해보자는 취지에 공감해주신 것 같습니다.

 

Q. 카이스트에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있나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사과정 3년차입니다.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으로 문화예술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실에 있습니다. 나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창작에 대한 연구는 물론 직접적인 창작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원래 작곡을 하기도 하고 얼마 전 ‘포스텍SF 공모전’ 수상으로 소설 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연구적으로는 창작물 데이터로 혁신의 패턴을 분석하거나 인공지능 생성 모델을 공부하는데 이것들이 다시 창작에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Q. 카이스트 콘텐츠 네크워크KCN의 제안 배경은 무엇인가요? 

KCN은 지식 그래프knowledge graph의 일종으로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다만, 수학 개념 그래프나 일반 단어 그래프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된 개념들로 구성된 지식 그래프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달리 사람은 내용과 형태를 넘나들며 생각하기 때문에 KCN을 통해 사람의 생각 패턴과 비슷한 지식 그래프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Q. KCN 참여자들은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상적인 KCN을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마치 인터넷 검색을 하듯이 다른 사람들의 뇌 속 생각을 검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구글이 검색 알고리즘에 지식그래프를 사용하는 것처럼 KCN을 이용하면 검색어 입력 시 뷰티업계 종사자의 생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생각 교류에 필요한 리소스를 줄여줍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대화하고 회의를 하는데, KCN은 그러한 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들이 만든 콘텐츠 네트워크가 있다면, 

소비자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뷰티 제품과 연관시키는지, 

뷰티시장의 다양한 개념들이 소비자 인식 속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분석하고 마케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지속적으로 다양한 주제를 설정하거나 확장할 수 있나요? 

네트워크를 만들 때 특정 주제를 설정하려 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생각을 축적하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와 관련된 노드Node들을 넣는 식으로 개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특정 주제로 유도하거나 시기별 네트워크 변화를 보는 등 원하는 방향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즉, 네트워크의 각 노드Node는 문학·음악·그림·영화·역사적 사건·논문·뉴스 웹사이트·장소·인물 등 우리가 보고 듣는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Q. 부작용은 없나요? 허위 정보 등이나 관련 없는 정보가 생산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가장 우려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유해 및 허위 정보는 차단해야 하겠지만 무엇이 관련 없는 정보인지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자유롭게 노드를 추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KCN을 구축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나요? 

네트워크 구축 과정을 웹으로 구현한다면 웹 개발 비용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홍보 비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사실 비용보다도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네트워크에 충분히 담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네트워크에 있는 다양한 노드를 보고 그것으로부터 연상되는 자신의 생각들을 꼼꼼히 추출하기 위해선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노드를 연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스크리닝하거나 노이즈가 발생하는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마치 끝없는 설문조사를 할 때 매번 집중해서 선택지를 고르기 어려운 것과 비슷합니다. 

 

Q. 카이스트 이외의 구성원들에게 KCN을 적용할 수 있나요? 

KCN은 어느 집단에서든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화장품 관련 종사자 중에서도 연구원만을 대상으로 만들 수도 있고 마케터나 소비자까지 모두 포함하여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느 집단의 인사이트를 보고 싶은지에 따라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범위를 정하면 됩니다. 가령 화장품 연구원과 마케터의 생각을 모아 KCN을 만들면,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여 화장품 원료나 연구개발 방향을 정하거나 연구원과 관련된 무언가를 마케팅 소재로 삼는 등 평소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 즉 서로 다른 생각의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카이스트 콘텐츠 네트워크(KCN) 예시 이미지 ⓒUNESCO ‘Dive into Culture Heritage’ https://ich.unesco.org/en/dive
카이스트 콘텐츠 네트워크(KCN) 예시 이미지 ⓒUNESCO ‘Dive into Culture Heritage’ https://ich.unesco.org/en/dive

 

Q. 화장품산업이나 연구, 마케팅에 KCN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KCN은 어떤 생각의 접점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화장품 마케팅, 연구 분야 종사자와 소비자가 참여해서 만든 KCN이 있다면, 소비자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뷰티 제품과 연관시키는지, 뷰티시장이라는 맥락에서 다양한 개념들이 소비자 인식 속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분석해 연구와 마케팅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 성향 및 관심사 분석을 통해 뷰티제품 연구 소재를 추천해주거나 마케팅 방향 및 타깃 소비자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KCN은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과 생각을 모아놓은 것이기에 당면 문제에 대한 다른 그룹 사람들의 생각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Edited by 안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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