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왜 얼굴에 혹할까?』의 저자)

책을 읽으면서 웃어본게 얼마만인가. 그것도 화장품 관련 책을 읽으면서 웃은것은 아마 처음이지 싶다. 그 책은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가 쓴 『왜 얼굴에 혹할까?-내면이 중요하다면서』(블랙피쉬)이다. 심리학과 뇌 과학으로 풀어낸 얼굴 안내서인데, 무거울 법한 내용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있다. 이 책을 다 읽자마자 최훈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최훈 교수는 빠르면서도 상세한 답변을 보내왔다. 최훈 교수의 얼굴 이야기를 더케이뷰티사이언스에 담아 보았다.

이번 인터뷰에서 최훈 교수는 “화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얼굴에 관한 책을 쓰는 것은 특별하게 산업쪽으로 적용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제가 즐거운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좌우명이 ‘덕업일치’입니다. 덕질하듯이 연구하는 게 전 좋습니다. 지금도 얼굴 매력 외에도 K pop과 관련된 연구들도 진행 중인데, 사실 이 연구 결과가 좋은 학술 저널에 실릴지 잘 모르지만, 그냥 제가 좋아서 연구를 합니다. 최근 학문을 너무 실용적이고 응용적인 관점에서만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저에게 학문은 자유이고, 즐거움이고, 낭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후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쳐 현재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심리학회 편집위원, 한국인지및생물심리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Q. 『왜 얼굴에 혹할까?-내면이 중요하다면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글쎄요. 솔직히 어떤 메시지를 생각하고 집필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다른 사람들과 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처럼, 그냥 제가 워낙 재미있게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는 분야니까,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나름 메시지를 적어보면, 결국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대부분 소통은 언어를 통해서 한다고 생각하죠. 실제로 맞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그에 못지않게 얼굴을 통한, 몸짓을 통한 소통도 굉장히 많이 일어나죠. 뇌과학적으로 생각해 봐도, 언어라는 매우 고차원적이고, 어렵고, 복잡한 소통보다는 얼굴 및 몸짓에 의한 소통이 더 즉각적이지 않을까요? 매우 짧은 시간 형성되는 첫인상이 오랫동안 그 사람과의 소통에 영향을 끼치는 걸 봐도, 보는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얼굴 및 외형이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특히 소통의 불균형이랄까.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많은 판단을 하지만, 막상 내가 내 얼굴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지에 대해서는 무심한 편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표정 짓는 것을 어색해 하는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해도 어떤 표정을 짓는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소통은 얼굴로 완성된다고 해도 그렇게 틀리지 않을거에요. 그래서 제대로 된 소통을 하려면, 얼굴을 통해서 어떤 정보들이 오고 가고, 그것들을 어떻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을까하는 내용을 책 속에 담고 싶었어요. 

 

Q. 얼굴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과 뇌과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인가요? 

얼굴을 본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얼굴을 본다고 매우 간단하게 이야기하지만, 얼굴을 보는 순간, 우리도 모르게 매우 많은 정보들이 오고 갑니다. 얼굴을 보고, 우리는 상대의 신원을 파악하고, 성별을 파악하고, 내적 상태(정서)를 파악하고, 의도를 파악하며, 매력을 판단하죠. 더 나아가서 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이 사람의 능력은 어떨지, 이 사람의 성격은 어떨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얼굴을 본다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회적 정보들이 활발하게 오고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심리학과 뇌과학입니다. 

그런데 사실 얼굴을 이해하는 과정뿐 아니라 우리 마음 속의 모든 활동은 심리학, 뇌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죠. 심리학과 뇌과학의 공통점은 우리 마음 속 활동을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점이죠.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들을 과학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죠.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건 우리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일거에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첫인상이 중요하다’라는 자체가 틀릴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심리학과 뇌과학이 하는 일은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 정말 사실인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확인하는 거죠. 실제 첫인상의 효과는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얼마자 지속되는지, 첫인상이 바뀔 수 있을지, 그리고 왜 첫인상의 효과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주죠. 

그래서 얼굴을 이해하는 과정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심리학과 뇌과학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어요. 

 

Q. 아름다운 마음을 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얼굴을 보는 경우가 많지 싶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름다운 마음을 보라”는 말은 거짓(?)일까요.
그리고 남성이나 여성이나 외모를 따지는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 최고의 가치를 갖는 사람이겠죠. 문제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오랜기간 동안 함께 지낸 배우자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기도 힘들잖아요. 사실 마음이라는 것도 항상 똑같다고 말할 수 없어요. 어떤 사람은 친구들에게는 매우 천사표인데 배우자에게는 못되게 구는 사람들도 있고요. 아니면 젊었을 때는 쉽게 화를 잘 내는 성향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차분해 지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복잡한 마음을 판단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다들 조금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지름길을 사용하는데, 그 대표적인 방법이 얼굴 및 외형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판단하는 거죠. 그런데 인간의 마음을 보면, 이런 방식이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에요. 우리 마음은 왠만하면 쉬운 길을 찾아가거든요.

이렇듯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통해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것과 적절한 것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요. 예를 들면, 우리의 뇌는 어떤 의사 결정을 할 때 매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결정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의사 결정은 ‘어림법’이라고 하는, 쉬운 말로는 ‘대충 때려 맞추는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우리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관이라, 가장 ‘가성비’ 높은 방식을 선택합니다. 어림법으로 판단을 하면, 뇌가 소모하는 에너지는 매우 낮은데, 그래도 어느 정도 정확률은 보이니, 어림법으로 판단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확률이 가성비의 측면에서 좋은 것이지 절대적으로 높은 건 아니라는 거죠. 예를 들어, 의사 결정을 직업으로 하는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어림법에 의거해서만 결정을 내린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래서 판사들은 이런 어림법에 의한 결정을 하지 않도록 훈련을 받는거죠. 

얼굴을 통해서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실제로 가성비 높은 방식이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방식을 무의식적으로 선호하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판단하는데 이런 부정확한 방법만을 사용한다면 그건 옳은 방식도 적절한 방식도 아니겠죠. 그래서 우리 사회, 우리 문화는 경고를 해 주는 겁니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라고요. 어렵고 힘들어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의 실체를 외형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오랜기간 동안의 대화와 소통으로 판단하라고요.

추가적으로 이야기를 좀 덧붙이자면, 예전에 어느 후배가 술자리에서 상담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 마음이 가는 이성이 있는데, 얼굴만 보고 좋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구요. 그랬더니 어느 선배가 이야기 하더라구요. “야, 네가 좋아하는 아이. 외모가 그렇게 빼어나지 않아. 너에게 한 사람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소중한 경험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마”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니 굉장히 좋은 이야기인 것 같아요. 사실 빼어난 외모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경우는 많아요. 이걸 보통 ‘후광효과’라고 하죠. 쉽게 말하면 ‘잘 생긴게 성격이 좋은거야’라는 말이에요. 외모가 빼어난 사람이 성격도 좋고, 능력도 좋고, 신뢰가 가고, 리더십도 있다고 지각되는 현상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요. 이게 사실 반대방향으로 적용이 되기도 하거든요. 평상시 행동이 바르고 선량하면, 그 긍정적인 측면이 외모에도 반영이 되어서, 실제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사실 얼굴의 생김새와 마음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얼굴과 마음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도 맞아요. 둘 다 보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거든요. 그걸 칼로 무 자르듯이 쉽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렵죠. 그래서 사람을 얼굴로 판단하지 말아라, 마음을 봐라, 이런 말들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서로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려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결혼도 사랑을 평생에 걸쳐서 연습하는 것이라고도 하잖아요. 오랜기간 동안 서로 대화하고 함께 하는 경험을 더해가면서 서로 오랫동안 알아가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Q. 이 책에 ‘디테일보다는 배열’이라고 하셨는데요.
(29쪽) 메이크업을 할때도 마찬가지일까요?

이유라면 ‘우리 뇌가 그렇게 보고 있으니까’라는 말이 정확할 것 같긴 해요. 사실 마음을 공부한 결과는 우리 마음이 이러이러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 왜 그런 경향이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해요. 

‘디테일보다 배열’이라는 것은 얼굴 연구들의 결과들을 종합해 봤을 때, 얼굴에 있는 어떤 정보를 이해할 때에는 눈, 코, 입의 디테일보다는 배열 정보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최훈 교수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분야에서 화장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했다”면서 “화장을 가장 아름다운 착시”라고 불렀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책 『왜 얼굴에 혹할까?-내면이 중요하다면서』(블랙피쉬)의 표지 사진.
최훈 교수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분야에서 화장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했다”면서 “화장을 가장 아름다운 착시”라고 불렀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책 『왜 얼굴에 혹할까?-내면이 중요하다면서』(블랙피쉬)의 표지 사진.

이런 경향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자들이 그 이유에 대한 가설을 내놓기는 했어요.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우리에게 얼굴이 너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거에요. 우리는 공동 생활을 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여기에는 얼굴로 하는 소통도 포함되죠. 사실 과거로 돌아가서 인류의 조상 때를 생각해 보면, 말로 하는 소통보다 얼굴로 하는 소통이 더 중요했을 거에요. 우선 얼굴을 보고,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 나에게 적대적인 사람인지 아닌지를 빨리 판단한 다음에 어떤 언어적 소통을 할 지 결정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얼굴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속도가 매우 중요해요. 빨리 상대방의 신원을 파악하고, 대충의 성격을 파악하고, 나에게 해를 끼칠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얼굴의 눈, 코, 입 등의 세부 특징들을 디테일하게 지각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요. 따라서 그 보다 눈, 코, 입의 배열 정보를 가지고 빠르게 판단하는 방식을 만들어 낸 거죠. 그래서 신원을 확인하거나, 매력을 판단할 때 배열 정보가 더 영향을 많이 끼칩니다. 

이런 경향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방식이기 때문에 메이크업을 할 때도 당연히 적용이 됩니다. 그리고 실제 메이크업 방식을 보면, 이런 배열 정보를 바꾸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죠. 예를 들면 스모키 화장의 경우, 눈의 실제 위치 및 크기에 대한 착시를 유발해서 전반적인 배열 정보를 변화시키죠. 볼터치도 마찬가지에요. 실제보다 입체감을 주면서 지각되는 배열 정보를 바꿔 줍니다. 입술을 실제보다 더 크고 길게 칠하는 것 역시 배열 정보를 바꿔 주는 것이죠. 

적절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형 수술을 해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똑같이 쌍꺼풀 수술을 해도 그게 전체적인 배열 정보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 매력도가 크게 변화하는데, 눈 모양만 조금 바꾸는 수준에서 머무르고 전체 배열 정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그 효과가 감소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Q. 기업은 유명 모델을 기용하고, 많은 돈을 들여 광고를 하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통 기업이 광고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심리학적으로 ‘단순 노출 효과’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인데요, 단순 노출 효과는 어떤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그 자극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파리의 에펠탑을 예로 많이 들죠. 에펠탑은 파리의 명물이긴 합니다만, 그 모습을 잘 보면 좀… 볼품 없지 않나요? 그냥 철골 구조물이죠. 제가 예술적인 감각이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별로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만 그런게 아니고, 당시 파리에 사는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해요. 모파상과 같은 유명 예술인들이 에펠탑 건립에 반대하는 탄원서도 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에펠탑이 파리의 어디서나 너무 잘 보였데요. 그랬더니 점차적으로 에펠탑을 반대하는 주장이 줄어들었답니다. 너무 잘 보여서 자주 봤더니 에펠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죠. 이렇듯 자신의 제품을 자주 노출시켜서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서 광고를 집행하는 겁니다. 

그 광고에 유명 모델을 기용하는 것은 이것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그냥 단순하게 노출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유명 모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제품의 이미지를 연합시켜서 학습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 이야기는 다 아시죠? 음식과 종소리를 지속적으로 함께 노출시켰더니 둘이 서로 연합되어서 나중에는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광고도 마찬가지죠. 짧은 시간에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고, 가장 효과적으로 제품에 관한 정보를 줄 때 이미 구축되어 있는 모델들의 이미지를 빌리는 것이죠. 제품과 모델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 둘 사이에 연합이 형성되고, 그 연합이 학습되어서 제품만 봐도 모델의 이미지가 투영될 수 있게 되는 거죠. 

 

Q. 메타버스 시대가 오면서 화장품기업들은 
온라인상으로 많은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데요. ‘불쾌한 골짜기 현상’도 올 수 있을듯합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uncanny valley’이란 인간이 아닌 대상이 너무 인간과 유사해지면 급격하게 불쾌감이 발생한다는 것인데요, 네모 상자를 이어붙인 것 같은 로봇이 어느 정도 인간의 형태를 띠면 선호도가 증가하다, 지나치게 인간과 비슷하게 보이면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론들이 있어요. 기계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 같은 이유를 언급하는 것은 아니고요, 조금 더 인지적인 측면에서 주로 설명합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면 그 대상이 속한 범주로 정형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오류로 해석하죠. 사이보그를 보면, 그 사이보그를 로봇이나 인간으로 범주화를 해야하는데, 너무 사이보그가 인간과 유사해서 사이보그와 인간 중 하나로 범주화하기 힘들 때 우리의 뇌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식의 설명이에요. 이외에도 다양한 설명이 있지만, 여기서 소개하지는 않을게요.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제안된지는 꽤 오래됐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것은 ‘폴라 익스프레스(The Polar Express, 2004년)’라고 하는 애니메이션이었어요. 3D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사실 당시 최고의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실제 사람과 최대한 유사하게 캐릭터를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그 캐릭터를 보고 뭔가 불편함을 느꼈고, 그 때문에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즉, 영화의 흥행 실패 이유로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지목한 것이죠. 이런 분석 때문에 가상으로 캐릭터를 만들 때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고려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어요. 따라서 메타버스 환경이 발달하고 있는 오늘날 캐릭터 개발을 할 때도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개발되는 캐릭터가 지각되었으면 하는 범주를 결정하는 것일거에요. 확실하게 로봇, 즉 비인간으로 범주화되기를 바라는지, 아니면 인간처럼 지각되기를 바라는지를 개발자 입장에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면, 뮤지컬 ‘캣츠’가 영화화 된 적이 있죠. 뮤지컬은 매우 인기가 있었는데, 이에 비하면 영화는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어요. 이때도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죠. 그 영화를 보면, 캐릭터들이 고양이인지 사람인지 불명확해요.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사람의 특성이,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고양이의 특성이 너무 강했던 거죠. 그래서 고양이로 범주화하기도, 사람으로 범주화하기도 힘든 ‘고양이 인간’이 되고, 결과적으로 불쾌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봅니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면, 아무리 분장을 잘 해도 그냥 고양이 탈을 쓴 사람이거든요. 그러니 딱히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죠. 영화도 고양이 인간으로 캐릭터를 개발하지 않고, 정말 고양이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거에요. 최근 메타버스를 보면 아바타의 캐릭터를 예전 사이월드 정도로 하던데, 이렇게 아예 단순 캐릭터화 한 아바타에서는 아무런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얼굴의 매력을 판단하는 건, 상대방의 입장에서 왼쪽에 보이는 얼굴, 

그러니까 나의 오른쪽 얼굴로 내 얼굴의 매력을 판단합니다. 

화장을 할 때 오른쪽 얼굴에 더 신경을 쓰고, 눈썹 라인을 잡을 때에도 왼쪽 얼굴을 기준으로 

오른쪽 얼굴을 맞추는 편이 더 유리할거에요.

만약 정말 사람 같아 보이는 캐릭터를 개발하고 싶다면, 그때의 문제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사람이라고 하기에 너무 눈이 크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거든요. 최근 가상 인간이 여러 명 개발되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이질감이 없죠? 물론 아직은 기술력이 완벽하지 않아서, 가끔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요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요. 그런데 그 가상 인간들을 잘 보면, 가상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부분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즉, 가상 인간이라고 해도 10등신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최근에 자신의 아바타를 제작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좋을거에요. 본인의 얼굴인데 실제보다 너무 눈을 크게 만들거나 하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어요. 특히 본인이 스스로의 얼굴을 보면, 눈, 코, 입을 실제보다 크게 지각하기 때문에 본인의 기준과 타인의 기준이 다를수도 있으니, 자기 아바타의 눈을 키우는데 너무 욕심을 부리진 않아야 할거에요.

 

Q. 이 책에서, 얼굴 중에서는 왼쪽이 더 매력적인데, 상대방 왼쪽 눈에 비치는 내 얼굴은 
오른쪽 얼굴이기 때문에 오른쪽 얼굴이 내 얼굴 매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므로 화장이나 
얼굴을 매만질때에는 오른쪽 얼굴에 더 신경써야한다고 했는데요. 

우리의 뇌가 좌, 우반구로 나뉘어 있다는 건 다 아실거에요.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이라는 표현도 흔하게 쓰잖아요. 그런데 좌, 우반구가 나뉘어져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각 반구가 하는 기능이 좀 달라요. 역할 분담을 한다고 할까요. 우반구가 창의적인 일을 하고, 좌반구가 논리적인 일을 한다는 말도 들어보셨을 거에요. 얼굴의 매력을 판단하는 건, 우반구가 주로 담당을 합니다. 그런데 우반구에 입력되는 정보는 우리가 왼쪽 눈으로 보는 정보(더 정확하게는 초점을 기준으로 왼쪽 시야에 있는 정보)에요. 그러니까 상대방의 입장에서 왼쪽에 보이는 얼굴, 즉 나의 오른쪽 얼굴로 내 얼굴의 매력을 판단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화장을 할 때, 오른쪽 얼굴을 더 신경써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와 관련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우리 얼굴이 정확하게 좌우 대칭이 아니에요. 좌우 얼굴이 조금 다르게 생겼죠. 그래서 여러분들도 셀카를 찍을 때 더 사진이 잘 나오는 쪽의 얼굴이 있을거에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쪽 얼굴보다 왼쪽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고 해요. 왼쪽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점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을 분들도 꽤 될 것 같긴 한데요. 개인차는 있을 수 있어요. 그런데 실험을 통해서 보면 사실이에요. 동일한 사람의 왼쪽 얼굴을 보여주는 경우와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는 경우의 지각된 매력도를 비교해 보면, 왼쪽 얼굴을 보여주었을 때 높거든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우리의 표정을 관장하는 곳이 우반구인데, 우반구는 왼쪽 얼굴에 대해 통제권을 가져서 왼쪽 얼굴의 표정이 더 자연스럽고, 표정을 잘 짓는다는 것은 얼굴 근육을 더 잘 사용한다는 것이어서 왼쪽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러니 좀 억울하죠. 난 왼쪽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상대방은 오른쪽 얼굴을 보고 나의 매력을 판단하니까요. 그러니까 화장을 하거나 할 때 오른쪽 얼굴에 더 신경을 쓰고, 눈썹 라인을 잡으시고 할 때에도 왼쪽 얼굴을 기준으로 오른쪽 얼굴을 맞추는 편이 더 유리하실거에요. 물론 개인차는 있습니다.

 

Q. 피부를 화장으로 보정한 상태보다 민낯에 안경을 착용하면 매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안경을 쓰는 것이 얼굴 매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논란이 있습니다. 과거에 수행되었던 연구들을 보면, 안경을 쓰면 지적인 이미지는 강화되는 반면에, 매력도는 떨어진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안경을 액세서리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요. 심지어 눈이 좋은 사람이 안경알을 빼고 안경을 착용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이렇게 안경을 패션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안경이 매력을 높인다는 경험적 증거가 될 수 있겠죠. 실제로 최근의 연구들은 안경을 쓰면 매력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들을 보여주며, 그 원인에 대해서 몇몇 설명들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얼굴이 좌우 대칭일수록 매력이 높아지는데, 안경은 기계로 찍어낸 완벽한 대칭형이기 때문에 안경을 쓰면 얼굴의 대칭 정도가 높아지고, 따라서 매력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또, 안경을 쓰게 되면 아무래도 안경으로 주의가 모아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얼굴의 다른 곳에는 상대적으로 주의가 덜 가게 되죠. 그래서 피부의 잡티 등이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즉, 피부가 더 깨끗하게 보인다는 것인데, 깨끗한 피부 역시 얼굴 매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요인입니다. 따라서 민낯일 때 뿔테 안경을 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화장한 얼굴에 안경이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안경의 효과가 민낯일 때 더 크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 얼굴 매력을 평가하는데
놀랄만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화장법(메이크업)도 그럴까요?
피부색이나 눈, 코, 입, 헤어 등에 따라 다른 기준이 있지 않을까요? 

사실 화장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화장의 세계는 너무 어렵더라구요. 세계의 화장 유행을 완전히 분석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화장의 연구를 수행한 외국의 연구자들은 시대에 따라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장이 지향하는 바는 일치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동서양고금을 막론하고 여성 화장의 경우(여성으로 국한하는 경우는 남성의 화장은 역사적으로 그 기능이 급격하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눈과 입 주변과 피부 간의 대비contrast를 강화하고, 피부의 톤을 깨끗하게 만드는 형태를 갖고 있다고 해요. 화장의 기법이 달라지기는 해도, 피부의 톤을 깨끗하게 보정하고, 눈과 입 주변에 색조를 더 하는 것이 기본적인 형태이지 않을까요? 

사실 심리학이나 뇌과학에서는 화장의 기법 자체보다는 그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에 더 주목을 하는데요, 결국 화장의 목표는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매력이라는 것은 진화적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건강을 어필하는 수단으로 해석 될 수 있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인간 행동의 목적은 생존과 번식으로 수렴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시각에서 보면 화장의 기법도 결국은 스스로 건강함을 증명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시대에 따라서 건강하다는 이미지도 변화될 수 있지만, 그 와중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요. 피부가 깨끗해 보이면 더 건강해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훈 교수는 수많은 인용문을 어떻게 정리할까? 

하하 글쎄요. 그냥 틈나는 대로 읽고, 다시 쓸 것 같은 부분들은 노트로 남겨 놓기는 합니다. 핸드폰의 메모 기능과 카톡을 잘 사용합니다. 그런데 사실 박사 과정 학생이었을 때는 ‘비블리오그래피’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는 했습니다. 논문을 읽으면 간단하게 정리해서 파일에 저장해 놓는 것인데요. 매우 요긴하게 사용했는데, 교수가 된 이후에는 그렇게까지 정리할 시간은 없더라구요. 그리고 이것 저것 검색하는 걸 좋아하는 편입니다. 얼마전에 스테이크 굽는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기 위해서는 30초마다 한 번씩 뒤집어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게 어떤 연구자가 실험을 한 결과라는 겁니다. 그걸 듣고는 그 실험이 너무 궁금해서 마구 검색을 했고, 지금도 틈나면 검색을 하곤 합니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해서 제 기준으로 실험으로 볼 수 있는 연구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ㅠ ㅠ) 

이런 식으로 검색하는 게 취미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기는 걸 잘 하는 편입니다. 

 

Q. 하얀 얼굴이나 붉은 입술이 아름답다는 생각은 서구 사회의 시선으로 보는 기준인가요?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얼굴색이 하얗고 입술이 붉을 때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사회 문화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결국 얼굴색이 좋고, 입술이 붉다는 것은 더 건강한 상태라는 것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얀 얼굴, 붉은 입술에 대해서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회 문화적 영향이 아닌, 인간의 본성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이쯤에서 어느 분은 이렇게 반문하실 것 같아요. 최근에는 갈색톤의 얼굴이 더 건강해 보이고, 더 매력적으로 평가를 받는데, 그럼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구요. 사실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선호되는 얼굴색이 바뀌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기 보다는 사회문화적 영향이라고 봐야겠죠. 타고난 속성과 사회문화적 영향은 서로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 사회와 접촉이 빈번하지 않은 오지의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원주민의 경우 유색인종임에도 불구하고 밝은 피부톤을 가진 사람들을 더 매력적으로 판단했다고 해요. 물론 결과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백인 서구 문명과 접촉이 많을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고 하니,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완전 무시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밝은 피부톤을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회문화적인 영향으로만 생각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Q. 황금비율, 얼굴 대칭, 평균, 눈썹, 피부 등에서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기준이 있을까요?

보통 ‘제 눈에 안경이다’라는 말을 하죠. 사실 다른 사람 얼굴의 매력을 판단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얼굴 아름다움의 기준이 완전히 주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심리학 연구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어요. 사회, 경제적인 위치, 나이, 인종, 문화에 상관없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송중기와 박보검 중에 누가 더 잘생겼냐를 물어보면 사람마다 다른 답변이 나오겠죠. 정말 개인의 취향의 문제가 될거에요. 하지만 저와 박보검 중에서 누가 잘생겼냐를 물어보면, 정말로 다른 답변이 나올까요? 슬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얼굴의 아름다움에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다는 주장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연구들이 그 보편적인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을 밝히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실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론이 난 것은 없어요. 그래도 일반적으로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항은 ‘대칭성’과 ‘평균성’ 정도입니다. ‘대칭성’은 얼굴의 좌우가 대칭적으로 일치할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걸 말합니다. ‘평균성’은 가장 평균적인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널리 받아 들여지고 있는 대칭성과 평균성만 해도 아직까지 논란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칭성의 경우에는 매우 명확한 매력의 기준입니다. 화장을 할 때 일부러 눈썹을 좌우 짝짝이로 그리는 사람은 없잖아요. 원을 그려도 좌우가 대칭인 것이 더 아름답지 일부러 삐딱하게 그린 원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잖아요.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뇌과학적으로도 대칭성의 매력은 잘 설명됩니다. 일단 좌우 대칭인 얼굴은 자신이 유전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이상이 없음을 잘 보여주는 예가 됩니다. 또 뇌에서의 정보처리 과정 측면에서 보면 좌우대칭인 얼굴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비대칭인 얼굴을 처리하는 것보다 더 용이합니다. 뇌에서 정보처리가 쉬우면 우리는 상대의 얼굴이 아름답다고 지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을 반대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비대칭인 얼굴이 더 인상적이라 기억이 쉽게 되고, 더 매력적으로 기억된다는 연구들도 존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보편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죠. 

■  최훈 교수가 화장품업계에 추천하는 책 
화장품 업계를 잘 몰라서, 어떤 책이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고 많이 공부한 책 중에는 아래의 세 권이 가장 좋았습니다.
ⓒ아마존·교보문고
ⓒ아마존·교보문고

▶ 『 Face perception』(Bruce, V., & Young, A 지음. Psychology Press, 2013).

『 표정의 심리학』.(폴 에크만 지음, 허우성, 허주형 역, 바다출판사. 2020).
▶ 『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데이비드 페렛 지음, 박여진 역. 엘도라도 출판사. 2014
 
Q. 아름다움에 대한 심리학, 뇌과학 연구가 화장품산업에도 도움이 될까요? 
현재는 어느 정도 연구된 수준이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글쎄요.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는 최근 심리학과 뇌 과학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얼굴에 국한 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 움’ 지각에 초점을 맞추어 폭넓게 진행됩니다. 특 히 최근에는 뇌과학의 측면에서 아름다움 지각을 다루는 ‘신경 미학’이라는 영역도 생겨났고, 이에 관한 연구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멉니다. 현재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매우 복잡한 마음속 특성을 다양하게 분해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심리학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복잡한 마음을 분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은 복잡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매우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섞여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일단 그 섞여 있는 것에서부터 각각의 요인들을 분리해 내서, 각 요인들의 효과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요인들의 효과가 확인되면, 그 이후에는 여러 요인들이 서로 섞였을 때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의 효과를 확인하죠. 

아름다움, 특히 얼굴의 아름다움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칭성, 평균성 정도의 요인들을 찾아내고, 그 요인들의 효과를 밝히는 과정입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지금 화장품 산업에 적용시키기에는 아직 설익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심리학 및 뇌과학의 연구가 화장품 산업에 궁극적으로 도움이 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전공이 시각vision인 만큼 디자인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 중인데, 디자인 전문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면, 결국 저나 전문가분들이나 알고 있는 점은 비슷합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을 전문가분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죠.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험을 통해 안다는 것은 결국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는 것입니다. 심리학 및 뇌과학의 연구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Q. ‘화장의 심리학’이란 무엇인가요? 

사실 화장의 심리학이라는 용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쓸만한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정통 심리학이라기 보다는 대중 심리학pop psychology에 가까운 내용들이 많죠. 하지만 화장의 심리학이라는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 보통은 화장이 우리의 마음에 미칠 수 있는 심리적인 영향에 대해서 초점을 많이 맞추고 있습니다. 화장을 하는 행위가 심리적 행복과 자존감을 높여준다는 연구도 있었고요,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쳐서 자신과 유사한 스타일의 화장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화장 방식에 따라 신뢰성이나 유능감을 다르게 판단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죠. 

그런데 최근 제가 연구하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분야에서도 화장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시지각 연구가 다루는 소재 중 하나가 착시illusion인데, 사실 화장도 착시 중 하나잖아요. 전 개인적으로는 화장을 가장 아름다운 착시라고 부릅니다. 화장의 효과를 착시의 차원으로 해석해 보는 것이죠. 예를 들면, 스모키 화장을 하면 눈이 실제 보다 더 커보이는데, 이는 ‘델뵈프 착시’라는 원 주변에 조금 더 큰 원이 있으면 그 원이 실제보다 더 커보이는 착시 현상을 적용시켜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한 문법의 아름다움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만의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법이어야 합니다. 말로는 쉬울 것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내용의 뷰티beauty를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익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낯선 것이어도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그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화장품을 비롯한 Beauty는 한국이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면 

K Beauty의 앞날은 밝을 것입니다. 

또한 화장의 효과를 시지각적 요인으로 접근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눈 주변에 화장을 하면 얼굴의 매력도가 높아지는데, 이를 대비contrast라는, 즉 피부색과 눈 주변의 밝기 차이라는 시지각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얼굴의 대비가 높아지면 매력도가 상승하거든요. 

그런데 아직 화장의 심리학은 심리학의 영역에서 폭 넓게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의 주제는 아니에요.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연구자들이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으니, 앞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화장하는 여성과 남성의 마음은 같을까요? 다른점은 무엇일까요?

글쎄요. 사실 남성 화장에 관한 연구들은 많지 않아서, 학술적으로 화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밝힌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게으름을 피워서 찾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제가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연구가 화장하는 남성의 마음입니다. 

여성들이 화장할 때의 마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었거든요. 여성들의 화장은 마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죠.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들 아실거에요. 화장을 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것도 다른 식으로 말하면, 스스로 작아 보일 때 화장을 통해서 스스로 최면을 거는 그런 효과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남성의 화장은 좀 달라요.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이 세계 1위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주변에 화장하는 남성이 많을까요? 막상 주변에 ‘너 화장하니?’라고 물어보면, 한다고 말하는 남성은 많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관찰을 했는데, 화장하는 남성들도 스스로는 화장한다고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아는 어떤 남학생은 비비크림을 바릅니다. 그럼 여기서 물어볼까요? ‘비비크림’은 화장품인가요, 아닌가요? 솔직히 제 기준에서는 비비크림은 화장품입니다. 그런데 막상 비비크림을 바른다는 그 학생은 비비크림을 바르는 것은 화장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선크림과 비슷한 거라고.(그런데 선크림도 넓은 의미에서는 화장품이죠.) 어떤 남자 어른은 눈썹을 그립니다. 그런데 눈썹을 그리는 것은 화장이 아니라고 하세요. 눈썹 문신도 하지 않냐고, 효과가 똑같은데 굳이 눈썹 그리는 게 화장이냐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화장을 하는 행위가 아직 여성에게 특화된 행위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화장을 해도, 그 행위를 화장으로 범주화시키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화장을 하는 마음 자체는 비슷할 것 같아요. 단지 사회문화적 영향때문에, 특히 고정된 성역할이 오랫동안 사회를 지배했던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남여의 차이가 발생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Q. ‘K뷰티’를 대표하는 한국인의 얼굴이 있을까요?
그 얼굴은 글로벌에서도 영향력이 있을까요?

한국인의 얼굴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국 화장법은 있는 것 같아요. 얼마전에 한·일 합작으로 만들어진 걸그룹이 있었는데, 그 중 일본인 멤버가 일본에서 활동했을 때의 얼굴과 한국에서 활동했을 때의 얼굴을 비교한 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화장을 잘 모르는 제가 봐도 확연한 차이가 나더라구요. 한국 화장 스타일의 전형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실 한국인의 대표 얼굴은 그 이미지가 한 사람에게 귀속될 수 있지만, 화장법이 K Beauty의 대표 이미지가 된다면, 그 이미지는 정말 K Beauty의 이미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K Beauty의 대표 이미지가 있다면 글로벌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시계도 스위스산이면 더 쳐주고, 명품도 이태리산이면 더 쳐주지 않나요? 이제 화장품을 비롯한 Beauty는 한국이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면 K Beauty의 앞날은 밝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Q. K뷰티만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K Beauty 만의 아름다움이란 우선 아름다워야 할 것이고, 동시에 한국으로 특정지어질 수 있어야 할 것 입니다. 말로는 쉬울 것 같지만,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될 수 있거든요.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한 문법의 아름다움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만의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법이어야 합니다. 

어려운 것 같지만 예술의 세계에서는 모두 동일한 과업인 것 같습니다. 너무 과격한 문법을 가진 예술 작품은 배격당하지만, 너무 일반적인 문법을 가진 예술작품은 좋은 작품으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이는 뇌과학적으로도, 심리학적으로 마찬가지입니다. 음악을 예를 들어보면, 예측되는 코드의 진행일 때 뇌는 더 편안함을 느끼고, 이런 뇌의 편안함은 해당 음악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너무 예측 가능한 코드로만 진행이 되면 뇌는 금새 흥미를 잃어 버립니다. 그래서 예측 가능한 코드로 진행이 되다가 파격적인 코드 진행이 있으면 우리는 가장 높게 평가를 하게 됩니다. 

 

Q.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앞의 답변에 이어서 덧붙이자면,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한 마디로 계속 부딪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내용의 뷰티beauty를 세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익숙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앞에도 언급했던 단순 노출 효과를 봐도 알 수 있듯이 낯선 것이어도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면 그 선호도가 높아집니다. K뷰티의 능력을 믿고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면 초반에는 좌절이 있을지언정, 궁극적으로는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ed by 안용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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