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auty time, Reading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가을이다. 예전에는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로 불렀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의미로, 가을이 무척 좋은 계절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가을은 다양한 과일과 곡식이 무르익어 먹을 것이 풍부하고, 여름의 더위가 사라지고 아름다운 실록과 높은 하늘은 우리의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을이야 말로 방에만 앉아 있지 말고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자연을 만끽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한편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은 ‘독서의 계절’이 왔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독서 인구가 늘어나고 관련 행사도 많아져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책을 읽는 행위인 독서의 유익함이야말로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독서가 우리를 아름답게 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책을 읽어 우리의 마음을 다듬고 언어생활과 지적활동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에서의 내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외모와 대외적 분위기를 바꾸는데 일조한다.

혹시 독자 여러분은 독서를 미용의 비결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믿거나 말거나 독서는 여러분의 외모(와 분위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독서는 확실히 외적인 아름다움을 향상시키고 여러분을 좀 더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내외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몇 가지 결론을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취미로서의 독서는(생업으로의 독서는 당연히 아니다!) 뇌 활동을 증진하고 기억력을 높여, 뇌의 노화과정을 느리게 한다. 뇌는 우리의 호흡을 비롯한 모든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기관으로서, 뇌의 건강이야 말로 신체 건강의 척도라 할 수 있다. 규칙적인 독서는 실제 뇌신경의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뇌신경을 만들어낸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으로 불리는 이 현상은, 달리기를 통해 심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새로운 단어를 안다는 것은 세상의 문을 여는 행위다.

다음으로 독서를 통해 읽는 긍정적인 문장과 카타르시스의 경험은 우울증과 슬픔, 외로움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독서를 통한 우울증 치료효과는 자신감 있는 외모를 만드는데 일등공신이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 가벼운 산책을 하고 좋은 음악과 함께 하는 독서는 불면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특히 밤 10시~새벽 2시 사이의 4시간은 인체 항상성 유지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호르몬(hormone, 분비샘에서 나오고)과 사이토카인(cytokine, 백혈구에서 나오고)의 정상적인 활동에 필수적이다. 사실 잠자기 전에 읽는 인문서적이나 과학책은 있던 불면증도 없앨 수 있다. 실제로 저자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니 꼭 해보시길 바란다. 잠을 잘 자고 일어나면 피부와 헤어가 어제와 다르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적절한 독서와 충분한 수면은 뇌 관련 질환의 발병위험을 많이 낮춰준다. 독서를 하기 전과 후의 차이를 몸으로 직접 느껴보라! 판타지 소설과 아름다운 줄거리의 소설을 읽으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고, 스트레스의 해소야 말로 밝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최신 트렌드의 내용을 담고 있는 책과 잡지는 우리의 감각을 최신으로 유지하고 스마트하게 만들어 주며, 이런 트렌디한 감각이야 말로 자신감의 원천이다. 여러 인물의 평전이나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읽다보면, 타자에 대한 이해와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은 모방과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 발달하여 슈퍼소셜(super social)의 능력을 타고 났다고 하는데, 독서가 우리를 풍요롭게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독서량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매력이 넘친다는 임상결과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개최된 다보스포럼(World Economic Forum 혹은 The Davos Forum)에서는 향후 15년간(바로 지금 2023년) 인류에게 대변혁을 가져올 현상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여기에서 언급된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책의 소멸’이다. 즉, 15년 전에 전문가들은 2023년쯤 되면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종이책은 아직 살아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 비중은 줄어들겠지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내 생각에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그의 책 『책의 우주』에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장클로드 카이에르(Jean-Claude Carrière)와의 대담을 통해 책이 죽지 않는 이유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을 펼치고 있다. 예전에는 존재했으나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책과 아직도 판을 거듭하며 굳건히 살아 있는 책, 미래의 인류가 선택할 책이라는 매체, 세상의 변화와 책의 미래에 대해 우주를 유영하듯 자유로운 대화를 이어나간다.

남아프리카 출신의 작가인 데버라 리비(Deborah Levy)는 『살림 비용』에서 “사랑과 거리를 둔다는 건 위험 부담이 없는 삶을 산다는 의미이다. 그런 삶을 살아 뭐해?”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랑을 ‘책’으로 치환하여 다시 읽어보자. 책과 거리를 둔다는 것은 지적인 측면에서 위험부담이 없는 삶을 산다는 의미이고, 그렇다는 것은 정말 권태로운 삶을 산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일회성이고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이다. 이 소중한 인생의 시간에 내가 읽은 책이야 말로 나를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독서는 당신을 내적으로 외적으로 아름답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하는 순간에는 혼자 책 읽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다음 모임에서 만날 누군가가 나에게 “잘 지내시죠? 여전하시네요! 더 젊어진 것 같으세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뒤돌아서 “네 저는 종종 혼자 책 읽거든요”라고 나직이 말할 것이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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