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박귀교 한국콜마 책임연구원
한국콜마가 국내 자생 식물인 황근Hibiscus hamabo Siebold & Zucc.을 원료로 화장품 제품화에 성공했다. 황근은 무궁화속(히비스커스속) 식물 중에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이다. 이 원료는 국제 화장품 성분 사전ICID에 등재(INC명 : Hibiscus Hamabo Extract, Trade name : Golden Hi-biscus Extract) 됐으며, 국내 특허등록(등록번호 : 10-2018533) 및 PCT 출원(국제출원번호 : PCT/KR2017/014622)도 마쳤다.
한국콜마는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MOU 체결을 시작으로 황근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섰고 황근의 안티폴루션, 항산화, 항염, 항주름 및 항알러지와 같은 다양한 효과를 확인했다. 최근에는 황근 추출물이 함유된 바디워시 및 바디로션을 풀무원건강생활과 공동 개발해 제품화에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한국콜마 피부천연물연구소 소재개발1팀 박귀교 책임연구원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박 연구원은 2012년 한국콜마에 입사했다.
박 연구원은 “우리나라 꽃, 우리나라 무궁화 황근을 연구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생생물이 우리나라 무궁화 황근과 더불어 새로운 연구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산 화장품 원료로서 주목받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Q. 황근은 노란 무궁화라고도 불리던데요, 다른 무궁화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황근Hibiscus hamabo Siebold & Zucc.은 우리나라 무궁화속 식물 중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식물(무궁화 분포지 : 중국남부, 황근 분포지 : 중국, 한국, 일본)로 해안가에 자생하며 국내에서는 제주도, 전라남도 일부 지역에 분포하고, 전 세계적으로 중국, 한국, 일본에 분포합니다. 한자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를 황黃, 무궁화 근槿으로 7~8월에 옅은 노란색의 아름다운 꽃이 특징입니다. 무궁화의 경우 화학적 구성 성분 및 생리활성 효능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황근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어있지 않아 이번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Q. 소재 개발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황근을 용매를 이용하여 추출하고 농축한 후 동결건조를 통해 추출물을 제작하고, 같은 방법으로 용매별 분획물을 제작하였으며, 크로마토그래피법을 활용한 분리·정제와 구조 규명을 통해 주요 화합물인 틸리로사이드Tiliroside를 밝혔습니다. 추출물, 분획물 및 틸리로사이드 화합물 각각을 벤조피렌, 질산암모늄, 포름알데하이드와 같은 공해물질과 함께 처리하였을 때, 피부 세포를 보호(피부 세포 손상 억제)하는 in vitro 실험 결과를 통해서 황근의 피부 안티폴루션 효능을 밝혀 이에 대한 내용을 특허로 등록하였습니다.
Q. 틸리로사이드는 어떤 성분인가요?
틸리로사이드는 황근의 핵심성분입니다. 황근의 잎, 줄기, 꽃에 함유된 물질이라는 것을 분리·정제 및 구조 결정과 분석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 화합물은 다른 히비스커스속 식물에서는 보고된 적이 있지만 본 연구를 통해 황근에서 처음으로 분리 보고되었습니다. 항산화, 항염, 미백, UV 보호 등의 선행연구 결과가 있으며, ICID 및 화장품 성분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화장품 성분으로서 중요한 물질입니다(INCI명 : Tiliroside, 전성분명 : 틸리로사이드).
황근의 메인 성분인 틸리로사이드는
다른 히비스커스속 식물에서는 보고된 적이 있지만 황근에서 처음으로 분리, 보고되었습니다.
ICID 및 화장품 성분사전에 등재된 중요 물질로
항산화 ·항염 ·미백 ·UV 보호 등 선행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Q. 자생 식물로 ICID에 등재되고, 특허를 획득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황근을 신규 화장품 소재로서 국제적 통용을 위해 미국 화장품협회PCPC에서 발간하는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국제 화장품 성분명INCI Hibiscus Hamabo Extract로 등재하였고, 국내에서 화장품 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대한화장품협회KCA에서 발간하는 화장품 성분사전KCID에 황근추출물로 성분명을 등재하였습니다. 또한, 특허 획득으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한국콜마만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유일 무궁화 황근의 가치와 우수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글로벌 시장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자생식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Q. 한국콜마에서 국내 자생식물로 ICID에 등재된 소재는 어떤게 있나요?
한국콜마 피부천연물연구소에서 ICID에 등재한 자생식물은 모두 11종으로 황근(INCI명 : Hibiscus Hamabo Extract) 이외에 미선나무, 다릅나무, 냉초, 해당화, 왕호장근, 가락지나물, 새머루, 헐떡이풀, 더위지기, 어리연꽃이 있습니다. 활발한 연구에도 아직 등재되지 않은 자생식물이 훨씬 더 많기에 자생식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개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Q. 황근 추출물의 독성 테스트도 진행했지요?
황근 추출물을 인체 유래 섬유아 세포인 CCD-986sk 및 피부 각질형성세포 HaCaT에 처리하는 in vitro 세포 독성 시험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최대 처리 농도 이하에서 황근 추출물은 CCD-986sk 세포 및 HaCaT 세포에 대해 유의적인 세포 독성을 나타내지 않음을 확인하였고, 효능 시험 농도는 추출물이 세포에 독성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하였습니다.
Q. 황근 원물 확보 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황근은 환경부가 지정 및 관리하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로 법령에 따라 엄격하게 보존·관리되고 있습니다. 연구를 위해 원물 확보는 국립생물자원관과 업무협약MOU 체결을 시작으로 인공증식증명서를 발급 받아 복원 및 증식된 황근을 실험 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연구용 꽃 확보를 위해 제주도에서 복원종에 대하여 채취허가서를 발급 받아 직접 채취도 하였습니다. 해안가에 가까울수록 더 많은 꽃이 피어있는 전경을 보고 신기하고 아름다웠으며 한여름에 꽃을 따느라 땀을 비오듯이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꽃 속에 숨어있는 벌레들 때문에 한송이 한송이 딸 때마다 움찔거렸지만 그래도 연구용 시료 채취부터 제 손으로 직접한 것은 처음이어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제품 개발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을텐데요.
식물의 특성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식물 추출물의 경우, 여러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용해도가 좋지 않아 제형에 적용하게 되면 제형 내 분산이 잘 되지 않고 제품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국콜마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형에 용이하게 적용하고 안정성을 개선시키는 황근추출물 원료를 개발하였습니다.
Q. 적용된 제품은 출시되었나요?
지난 5월 풀무원건강생활에서 ‘풀무원로하스 바디 안심 워시(500ml)’ 제품에 국내 특허 받은(등록번호:10-2018533호) 황근추출물 원료가 적용되었습니다. 피부에 저자극이면서도 환경 오염원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안티폴루션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이 특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품에 적용된 사례입니다.
Q. 화장품 분야 이외에는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요?
황근추출물을 이용하여 안티폴루션 외에도 다양한 효능 시험을 실시하여 항산화, 항염, 항알러지 효과를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성분 연구를 통해서 자연계에서 처음으로 분리·보고되는 신규화합물을 규명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황근은 화장품 뿐만 아니라 식품 및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이 있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Q. 안티폴루션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미세먼지 등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오염을 방지하는 화장품을 안티폴루션 화장품이라고 하며, 미세먼지가 심해짐에 따라 세계적으로 안티폴루션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관련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세계 안티폴루션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94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에 앞으로도 이러한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Edited by 안용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