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김나현 엑티브온 PM(Planning&Marketing)팀 차장

●  덕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를 이르는 말,『엑티브온 입덕가이드(Core Value of ACTIVON)』, 98쪽 

『엑티브온 입덕가이드Core Value of ACTIVON』. 

우연하게 손에 넣은 작은 책자에 붙은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저자는 ‘PM 김나현’. 책 날개 아랫쪽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소통은 애정과 관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입덕가이드는 내가 다니는 회사, 내가 하는 일,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길을 안내해 드립니다.” 이 내용을 보니 흥미가 급속도로 떨어졌다. “아하~ 그냥 회사 홍보 책자군~.” 책을 대충 넘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제목도 남달랐다. △입덕 부정기 △떡밥줍기와 노동 △현타가 오는 시기 △쉴드 불가한 병크 등 알쏭달쏭하지만 재미난 제목이 이어지더니 마지막에는 부록으로 ‘덕질 용어사전’이 담겨 있었다. 내용도 흥미로웠다.(한정판 책이지만 직접 읽어 보길 바란다. 시집 같은 작은 크기에 분량도 102쪽에 불과하다.) 책자를 덮자마자 저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엑티브온 입덕가이드는 무슨 책인가요? 

신입 직원들이 회사를 알아가기 위한 입문서이자, 회사생활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저의 에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가볍게 읽으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목표로 했어요. 

 

엑티브온 입덕가이드를 쓴 이유는요. 

신입 및 중도입사자들에게 문서화된 OJT(on-the-job training, 직무수행 가이드)를 제공하는 『엑티브온 가이드북』을 제작할 계획이었는데, 다뤄야 할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잠시 보류됐어요. 그러다가 PM팀장 님이 ‘핵심가치 공통역량사전’을 혁신적일 정도로 쉽고 직관적인 언어로 바꿔보라는 업무를 맡겼어요. 참고하라며 준 문서가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 문서였습니다. 일반적인 기업들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직관적인 표현들로 쓰여져 있긴 했지만, 핵심가치라는 것이 아무리 구체적인 언어로 전달하더라도 결국은 이 회사나 저 회사나 비슷비슷하고 와닿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M팀 업무의 일부인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회의를 거듭하던 중 불현듯 머리를 스친 것이 ‘우리 회사를 아이돌로 생각하고 덕질을 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였고, 팀장님과 대표님 승인을 받아 두 달 정도 작업을 거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엑티브온 입덕가이드』 발행일은 2021년 2월 10일이다. 엑티브온은 얼마전 오창공장을 준공하고, 본사를 오창으로 통합하여 전직원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작년에는 ‘캡슐톡톡 핸드클린세럼’을 론칭해 처음으로 B2C 시장에 도전했다.) 

 

원료기업에서 PM은 어떤 일을 하나요? 

일반적으로 PM은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를 지칭하지만, 엑티브온에서는 Planning and Marketing을 의미합니다. 이전에는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어 영업팀 직원들이 외부업체에 외주를 주어 전시 부스 디자인, 광고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 등을 진행했는데, 엑티브온 PM팀은 이런 일들을 전담하면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기획 업무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판한『 엑티브온 입덕가이드』도 이 기획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했어요. (김나현 차장은 독특한 프로필을 갖고 있다. 서울대 디자인학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의류와 패브릭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서 미술 대학에 적을 두고 의류학과 수업을 들었다. 탤런트 김태희 씨와 같은 수업도 들었다고. 졸업 후에는 본격적으로 패션 공부를 하러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났다. 화려한 프린트로 유명한 ‘에밀리오 푸치’ 본사에서 프린트 디자인실 인턴으로 근무했다. 귀국 후에는 여성복 디자인 회사에 입사하고 싶었지만 피팅사이즈(165cm 이상, 55 사이즈)가 안돼 신입으로 입사할 수 없었다. 결국 아동복 회사의 수습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하지만 의류업계의 열악한 워라밸과 낮은 연봉에 인테리어 자재를 생산하는 대기업 계열사로 이직한 후 트렌드세미나 TFT에 소속되어 트렌드 관련 업무를 맡았다. 회사를 그만두고는 남편과 함께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트렌드 전문 번역 및 분석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2018년 엑티브온의 프리랜서로 활동하다가 2019년 9월부터 정직원으로 합류했다.) 

 

엑티브온 홈페이지에 ‘트렌드뷰’를 서비스하고 있지요? 

트렌드뷰는 2019년 말 홈페이지 리뉴얼 오픈에 맞추어 온라인 발행을 시작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노출량을 늘리려면 홈페이지에 새 글을 계속 업데이트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수의 검색어를 포함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처음 기획 의도였습니다. 연구원들이 저널에 기고할 일도 종종 있기 때문에 원고를 작성하는 연습을 하고 스스로 공부가 되도록 하자는 의도가 더해져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원고를 정리하고 편집하여 업로드 하는 작업은 나 스스로에게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벌써 Vol.10까지 발행되었고 올 여름에는 이 원고들을 하나로 묶어 매거진 형식으로 발행할 계획도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다룬 Vo.3~4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8월호에 ‘퍼스널케어 시장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어요. 

 

엑티브온 입덕가이드는 어떻게 활용했는지요? 

『엑티브온 입덕가이드(Core Value of ACTIVON)』 표지
『엑티브온 입덕가이드(Core Value of ACTIVON)』 표지

내부 직원 배포용으로 기획한 책자라서 엑티브온 직원 50여명과 미래의 신규 입사자를 고려해 모두 110부를 인쇄했어요. 제작 비용은 회사가 부담했어요. 판매용이 아닌 소장용 도서로 제작했어요. 이 책의 출판을 위해서 회사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는데, 개인적인 에세이에 가까운 형식이라서 엑티브온 소속 김나현의 이름으로 발행했어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정식도서등록을 거쳐 판매용으로 발행하고 싶었지만, 책 내용에 다수의 연예인과 기업 실명이 거론되는 관계로 내부용으로만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렇다고 A군, B양, C사 등으로 처리하면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았구요. 

 

아직까지 화장품업계에서 이런 형식의 책자를 못 본것 같네요. 

제가 알기론 없습니다. 일개 직원이 이런 책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하게 볼 수 있을겁니다. MEMicro Encapsulation사업부의 경우 부서 다큐영상을 찍기도 하는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돌IDOL과 연결시킨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매번 회의 때 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애정을 갖게 할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게 만들까 고민하는 임원진을 보다가 떠올리게 된 아이디어입니다. 당시 제가 한창 덕질에 불타오를 때였는데요, 옆에서 누가 말려도 오직 최애(가장 사랑함)를 위해 발벗고 나섰던 경험을 통해 애정이 있다면 이 모든 일들이 전혀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을 깨달았고, 다른 부분들도 하나하나 대입해 보니 '덕질판'은 그야말로 사회생활의 축소판이나 다름 없었어요. 이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덕질 용어들을 최대한 풀어쓰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팬덤의 형태는 
고인물이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며 새롭게 유입된 
뉴비들이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회사의 고인물은 적폐가 될 수도 있지만 회사의 
역사 그 자체이고 지식과 노하우, 인맥이 축적된 무기이기도 합니다. 
여러 해에 걸쳐 정착된 방식이 뉴비의 시각에서 볼 때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이들의 의문을 통해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위치의 구성원들이 서로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 안에서 회사와 개인 모두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 44~45쪽 - 

 

우리는 AI가 아니기에 
세심한 배려와 다정한 말씨에 한 번 더 요청사항을 살펴보게 되고, 
할 수 있는 한 더 빨리,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일을 똑부러지게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으로도 좋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유쾌하다면 
다른 직원들과의 시너지로 인해 조직 전체의 업무 능률도 향상됩니다. 
특히 요즘은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얼굴을 보지 않고 
주고받는 말과 글들이 많아집니다. 
오해를 일으키지 않는 이메일과 문자 작성 요령 또한 필요합니다. 
- 53쪽 -
 
- 『 엑티브온 입덕가이드Core Value of ACTIVON』 중에서 
주) 뉴비 : 인터넷 상의 게시판이나 동호회에서 활동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 주로 인터넷상의 예절이나
어투, 기능 따위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수룩한 사람을 낮추어 부르는 말. 

 

대표님과 아이돌을 연결시킨것은 무리수(?) 아닌가요.^^ 대표님도 보셨지요? 

처음엔 단순히 같은 이름에서 출발하여 쉬어가는 페이지로 구성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농담으로 그칠만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방탄의 민윤기님과 엑티브온의 조윤기 대표님 모두 앞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그러나 자신의 경영철학 만큼은 양보없이 밀고 나가는 모습이 겹쳐진다고 생각했어요. 모두 대구출신이라는 평행이론은 웃자고 한 소리지만 신기했고요. 대표님께서도 초안 단계에서부터 그 내용을 보셨어요. 최종 탈고 전 내용을 모두 허락받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특별히 언급은 하지 않으셨지만, 삭제하라는 지시도 없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질문 드리고 싶네요.(김나현 차장은 조윤기 대표에게 답변을 받아 전해주었다. 조윤기 대표 답변: “솔직히 저는 방탄에 민윤기가 있다는 사실을 김나현 차장의『 엑티브온 입덕가이드』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저와 같은 이름의 너무나 유명한 K-팝 아이돌이 있다는게 제게도 영광이죠. 그리고 윤기란 이름 참 좋은 이름이네, 라고 생각하며, 부모님께 감사했습니다. ^^ 제가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은 이유는 작가님(?)의 생각과 느낌, 의도가 왜곡없이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랬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입됨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글쓴이의 생각을 왜곡하게 만들고 회사에서 홍보성 글을 작성하여 배포하게 만든다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게다가 저의 어떤 코멘트 보다도 직원의 입장에서, 김나현 차장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조직문화에 잘 적용하여 작성해 준 것이 단지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이 책을 보면, 소통을 많이 강조했는데요. 
역으로 보면 그만큼 소통이 안되고 있는게 아닐까요? 

네, 그렇죠.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 소통이 쉽지는 않은데요, 사실 지금까지 거쳐온 회사들 중 규모를 막론하고 소통이 잘 되는 조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입덕가이드에도 썼지만 같은 스타를 좋아하는 덕후들 간에도 소통의 부재는 늘 문제를 일으키구요. 입덕가이드 책날개 부분에 적어둔 문장을 빌려 말하자면, “소통은 애정과 관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관심이 있어야 하고, 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전직원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를 사내 게시판에 공개했습니다. 각 부서의 역할은 알아도 개개인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팀의 구성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려주는 자료를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써 본인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게 되고 다른 직원들은 그 사람을 좀 더 잘 알고 이해하게 됩니다. 

 

이 시대에 애사심이란 무엇일까요? 

애사심을 갖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제13장 '현타가 오는 시기'에 빗대어 이야기했습니다. 금전적인 보상,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는 휴가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 더 쉽고도 어려운 방법은 개인의 노력을 진심으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힘든 업무를 견뎌내고도 결국 사람 사이에서 상처를 받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애사심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조윤기 대표님을 부자로 만들어 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회사의 매출에 기여하고, 외부에서 더 좋은 평판을 받는 회사로 만들어, 결국은 더 안정적이고 돈도 많이 주는 회사를 오래 다니기 위한 것입니다. 

 

엑티브온의 자랑할 점을 꼽는다면요. 

제3장 ‘덕통사고’에서 언급한 부분인데요, 비슷한 규모의 타기업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제 경험에 바탕하며, 스타트업은 제외합니다.) 복지가 훌륭합니다. 문화생활비와 자기계발비 지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연차제도, 본인과 가족들의 기념일에 지급되는 상품권 등이 제가 다녔던 대기업 계열사와 견주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불우한 이웃을 돌아보자’는 경영철학과 전직원이 참여하는 봉사활동입니다. 그리고 엑티브온은 훌륭한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 문화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사업분야는 다양하게 확장되겠지만 뷰티업계에 뿌리를 둔 만큼, 일상에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한 예술 지원 활동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김관영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여 홈페이지와 제품 브로슈어 등에 활용하였고, 지난 5월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피카소전에 ‘캡슐톡톡 핸드클린 세럼’(손청결제)을 협찬했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는데 영감을 준 내 가수 ‘업텐션UP10TION’과 언제나 그 곁을 든든히 지키는 ‘허니 텐HONEYTEN’, 특히 우리 SNS 덕친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덕질이 세상을 구할거에요!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