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2020년 판.
『CEO MESSAGE』 2020년 판.

새해 들어서자마자 한 권의 책을 두고 SNS가 시끌시끌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지난해 말 내놓은 책『 CEO MESSAGE』 때문이다. 이 책을 구하려는 일반 독자가 2만여 명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책이었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스캔한 PDF 파일도 공유됐다. 사연은 이랬다. 한 기업 대표가 이 책을 구해 읽고 개인 SNS에 호평하는 소감을 올리자, 이 책을 구하고 싶다는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미디어에 소개됐다. LG생활건강 측도 도서 무료 제공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문제는 인쇄 부수. 이 책을 소개한 기업 대표가 책 배송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설문조사가 화근이었다. 책을 요청한 독자의 수가 예상 부수를 크게 뛰어넘어선 것. 이 때문에 이 책을 SNS에 소개한 기업 대표는 일부 신청자에게 책을 배송하고, 30여 권을 국민도서관에 기증해 누구나 온라인으로 책을 빌려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발표했다. 개인정보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LG생활건강의 성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뷰티업계의 불황에도 LG생활건강은 2020년 매출 7조8445억 원, 영업이익 1조2209억 원, 당기순이익 8131억 원을 달성했다. 16년 연속 성장이다. 뷰티Beauty와 데일리 뷰티Daily Beauty를 합산한 전체 화장품 매출은 5조5524억 원, 영업이익은 9647억 원을 기록했다. 

이쯤되면 그 책이 궁금하다. 이 책의 표지에는 저자도, 출판사도, 가격도 없다. 각각의 도서에 붙이는 국제표준도서번호인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도 없다. LG생활건강 로고만 찍혔다. 그리고 ‘CEO MESSAGE (2005~2020)’라는 책 제목과 ‘여러분들이 일과 삶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할 때 이 책에 담긴 짧은 글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문구만 적혀있다. 

표지를 넘기면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부회장 명의로 “LG생활건강 가족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인사말이 나온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LG생활건강 임직원용으로 제작, 배포된 사내용 비매품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책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임직원들에게 보낸 글을 재편집해 엮었다”면서 “초쇄는 9000부였고 추가로 5000부를 인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CEO MESSAGE』는 2015년, 2017년에 이어 2020년이 세 번째 판이다. 이 책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영전략(31편) △고객가치 창조와 혁신(21편) △바람직한 조직의 모습(31편) △성과를 내는 일하는 방식(34편) △탁월한 리더와 인재(21편) △직장에서의 마음가짐(27편) △정도경영(30편) 등 7개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195편의 글이 실려있다. (세 번째 판에는 2005년, 2006년 메시지는 빠져있다.) 선정된 글만 봐도 매월 1~2편씩 14년 동안 글을 쓴 셈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3월부터 2~3개월에 한 번씩 주제를 바꿔 쓰고 있다. 200자 원고지 3매 분량의 CEO 메시지를 직접 쓴다. 메시지는 스토리Story를 중심으로 차석용 부회장의 경영철학과 전략, 정도 경영, 고객, 성과, 조직 운영 등을 전한다. 이 글은 회사 화장실 등에 ‘CEO 메시지’로 게시된다.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서도 임직원들에게 전파된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자 원고지 3매 분량인 CEO 메시지를 직접 써서 임직원과 소통하고 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2005년부터 200자 원고지 3매 분량인 CEO 메시지를 직접 써서 임직원과 소통하고 있다.

이처럼 차석용 부회장은 ‘CEO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알린다. 차석용 부회장은 2015년 1월 메시지에서 “내실없이 몸집만 불리는 M&A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우리는 대단히 성공적인 M&A를 진행해 왔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M&A가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퍼즐을 맞추듯 꼭 필요한 분야의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이기 때문입니다”라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가 M&A를 할 때마다 ‘LG생활건강,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라는 기사를 띄우곤 하는데 이는 우리의 M&A 철학과 맞지 않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24개 기업을 사들였다. 

2015년 5월에는 손자병법의 ‘오행무상승(五行無常勝‧한 번 승리가 영원히 반복되는 것이 아님)’을 소개하면서 LG생활건강이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해서 긴장을 풀지 말라고 주문한다. “중국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산업도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익을 많이 낼 때 ‘이제 좀 긴장을 풀어야 되겠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중국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산업도 위기에 대비해야하는 시점이 굉장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입니다.

차석용 부회장은 이 책의 인사말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여러분들이 일과 삶에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할 때, 이 책에 담긴 짧은 글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까지 가는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 여정이 여러분과 함께여서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행복입니다.” 

차석용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는 “다가올 2021년의 글로벌 경제는 The Long and Winding Road(길고 험한 길)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전망의 불확실성과 소비심리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라면서 “지금과 같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제의 정답, 어제의 관점이 오늘까지 유효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몰락의 시작점이 됩니다. 진화를 멈춘 동물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가 되는 조직이 아니라 자발적인 재생이나 부활이 가능하고 급격한 변화에도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익숙한 것에서 탈출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이기는, 역동적인 회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차석용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중심으로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언택트 시대의 도래로 기존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트렌드인 클린뷰티, 더마화장품의 대표 브랜드들은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색조는 럭셔리 대표라인 자산을 활용함과 동시에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며 경쟁력을 강화해야겠습니다. (중략) 중국, 일본, 미주 지역의 비대면 사업 비중을 확대하며 해외사업을 강화해 나가야겠습니다. 또한 MZ세대에게 익숙한 라이브커머스의 실행력을 강화하고 네이버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디지털마케팅 역량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Digitization도 구체적 비전을 가지고 착실히 준비하여 고객 가치 극대화와 업무 방식 고도화를 이루어 나가야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차석용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을 재건하고 성장시킨 전략이 담긴 책 『그로잉 업-LG생활건강 멈춤 없는 성장의 원리』는 북스톤에서 일반인에게 2019년 출간된 바 있다. 홍성태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가 썼다. 

 


■ 밑줄긋기 - 『CEO MESSAGE』 
“결국 회사는 사람입니다”
ⓒ 『CEO MESSAGE』 일러스트
ⓒ 『CEO MESSAGE』 일러스트

• “‘지금까지의 사업 모델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 대신 ‘까만 백조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신선한 시각으로 아주 확률이 낮은 재앙에서도 회사의 미래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 ‘The Black Swan Theory’, 2009년 1월

• “지금 Beautiful의 가장 큰 문제는 면세점의 장밋빛에 취해 정작 중요한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사람’은 ‘세상을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을 이길 수 없습니다.” - ‘장기적인 성장을 생각합시다’, 2015년 11월 

• “결국 회사는 사람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건물이나 매출과 이익 같은 숫자가 아닙니다. 이렇듯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모인 회사는 길게 갈 수가 없습니다. 이게 바로 참된 사람들로 꽉 찬 진정성 있는 회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 ‘진정성 있는 회사’, 2019년 3월

• “어제의 정답, 어제의 관점이 오늘까지 유효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몰락의 시작점이 됩니다” -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하고, 다른 기업은 몰락하는가’, 2020년 11월

• “촉을 지니기 시작한다면 경쟁사들이 절대로 우리를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 ‘촉이 살아 있는 회사’, 2013년 11월

• “저는 의사결정은 빠르게 하되 실행을 통해 검증하고 보완해나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시장 여건이 변하면, 기존에 의사결정을 내렸던 정책이나 전략이 있더라도 그 방향을 과감하게 수정하여 변화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 ‘빨리 결정한 후 진화시킨다’, 2019년 11월

• “사업은 Action(변화)과 Reaction(대응)의 반복입니다.” - ‘변화를 대하는 자세’, 2020년 6월

•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혼자 고민하지 말고,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정직한 보고’, 2020년 4월

• “리더들이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더불어 인재육성, 신사업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고민하고 관심을 가질 때, 우리 회사도 더욱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방향성에 대한 리더의 역할’, 2010년 8월

•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대접받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구성원들을 어떻게 육성시킬 것인지, 그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들이 일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을 의무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 ‘권리 VS 책임’, 2012년 3월

• “리더가 항상 깨어있어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할 때 모든 구성원들이 리더를 신뢰하고, 업무에 더욱 몰입하여 더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리더는 바라는 바가 뚜렷해야 합니다’, 2020년 4월

• “우리는 불황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을 다시 점검하고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 ‘불황의 순기능’, 2014년 10월

• “당당함의 기본은 투명함입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투명한 업무처리로, 고객과 회사는 물론 본인 스스로에게도 당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당당함의 기본은 투명함입니다’, 2009년 1월

• “솔직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이고, 강한 사람과, 강한 기업만이 타인 앞에, 고객 앞에 당당할 수 있고,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솔직하다는 것은 강하다는 것입니다’,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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