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김근 케이K발효연구소 대표

최근 식품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화장품에서도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서 선보인 스테디셀러에 이어 2020년 한 해 동안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제품이 속속 등장하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에는 바르는 제품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얼마 전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식물성 마이크로바이옴을 화장품 원료화해 주목받는 케이K발효연구소의 김근 대표를 만났다. 

케이K발효연구소 및 대표님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케이K발효연구소를 이끌어 가고 있는 김근입니다. 대학교에서 발효 공학에 대한 강의와 연구를 오랜기간 수행하여 왔으나, 그 동안은 발효 공학을 사업에 접목시켜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자체 개발한 미생물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고, 우리가 생산한 제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의 많은 사람들이 실제 사용하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케이K발효연구소라고 하는 회사명은 제 이름의 영문 이니셜이 KK이고 여기에 Korea를 더하면 3K가 되는데, 이를 줄여서 ‘K’로 하고, 여기에 전공인 발효에 제가 좋아하는 연구를 합쳐서 짓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조지아Georgia에서 자동차연료용 에탄올발효로 박사학위를 받고, 위스콘신Wisconsin에서 우유발효공정을 연구하였으며, 다시 콜로라도Colorado로 넘어와 단위공장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Coors 맥주회사와 공동으로 발효 균주를 개발하였습니다. 1980년 후반에 한국으로 돌아와 발효주 제조회사인 배상면주가와 공동 특허를 내었고, 수원대학교에서 발효 공학 강의와 연구를 하면서 40여 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17건의 특허를 등록하였습니다. 현재는 수원대학교 생명공학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창업보육센터 내 케이K발효연구소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최근에는 고호염성 발효균주를 개발하여 베트남 식품업체 1위 회사인 ‘Masan’에 기술이전을 진행하였으며, 그 외에도 미생물친환경 충해방제제연구, 산업적유용균주인 바실러스 유산균, 효모의 발효 균주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발효란 무엇이며, 발효라는 과정을 거치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발효란, 생체가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대사 과정을 말합니다. 미생물이 작용하는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인삼의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증가하거나 콩의 이소플라본이 증가하는 것과 같이 유효성분량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이 가장 대표적인 발효의 장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발효를 통해 고분자 영양소가 저분자로 분해되면서 소화 흡수가 용이해지며, 유익한 세균들의 수가 증가하기도 하고, 병원성 미생물과 유독물질을 생성하는 생물체의 발육을 억제하는 한편 잔류농약 등 유해물질을 분해해서 독성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식품의 맛과 향기가 좋아지고, 발효균의 대사산물이 부패균을 억제하여 식품을 오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피부와 관련하여 설명하자면 발효과정을 거친 원 료는 일반 추출 방법으로 얻은 원료보다 작은 입자 의 원료를 얻게 되어 피부 흡수도 용이하게 됩니다. 발효과정으로부터 얻은 대사물metabolite에는 각종 항산화제, 아미노산 분자 및 비타민이 포함되어, 피 부에 건강한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김치와 된장 같은 한국적인 발효 식품이 치즈나 와인 같은 서양의 발효 식품과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동양은 농수산업에 기초한 쌀·보리와 생선을 주식 으로 한 반면, 서양은 목축업의 발달로 육류를 주 식으로 하다보니 요구르트, 치즈와 같은 우유 발 효 식품과 소시지류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 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동양권이면서도 중국 과 일본은 우리에 비해 발효 문화가 일반화되지 못 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농경을 시작하여 곡물과 채소를 위주로 하는 식문화 속에서 짠맛과 고기 맛이 요구되었고, 이에 따라 소금을 기본 소재로 이용하여 곡류, 두류, 채소류 및 어패류를 발효시킨 염장 발효 식품들이 다양하게 발달하게 되었으며, 이런 발효 식품들은 저장성이 향상되어 장기간 중요한 먹거리로 이용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제사의식 등에 쓰기 위해 재배된 농작물로 또 다른 발효 식품인 술을 빚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염장기술과 양조기술의 조기발달로 장류, 김치류, 젓갈류, 식초류, 주류 등의 저장 발효 식품들은 곡류 위주의 우리 식생활에 중요한 영양공급원이 되었으며, 우리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식품으로 정착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발효에 적합한 온도가 자연적으로 유지됩니다. 세계적으로도 발효 음식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다양하게 발전해 왔으나, 세균, 효모, 곰팡이 등 복합적인 미생물(복합균)에 의한 자연발효라는 점에서 한국의 발효법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미생물에 의해 모든 식자재가 발효되면 맛의 구성성분인 아미노산, 핵산, 유기산, 펩타이드, 단당류, 방향성분 등으로 전환되어 맛의 조화를 이루는데, 이렇게 하여 탄생한 ‘발효에 의한 복잡한 맛’이 한국의 전통적인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제조에 복잡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고 제조방법이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원료의 영양적 가치와 저장성을 증대시킬 수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생산을 위해 동물성 배지 성분들을 모두 식물성 성분으로 대체하고,
각 프로바이오틱스에 맞는 균주 배양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배지 가격도 낮추었습니다.
 

발효와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우리 몸 안이나 피부에 사는 미생물 군집과 이들의 유전체 (유전자 집합)의 전체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많이 먹고 있고 잘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인 프로바이오틱 스Probiotics는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산균을 비롯한 몸에 유익한 살아있는 미생물 균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발효 식품에 많이 들어 있으며, 이러한 프로바이오틱스 섭취에 의해 우리 몸 속 마이크로바이옴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프 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프로바이오틱스가 우리 몸 속에서 잘 증식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먹이가 됩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유익균의 선택적 성장을 촉진하여 전체 군집 구조를 변화시키고, 숙주의 대사와 면역체계 강화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란 프로바이오틱스와 이들의 먹이가 되는 올리고당, 식이섬유와 같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담은 제품을 말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만 단독으로 섭취할 때보다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하면 보다 빠른 유산균의 증식, 효능,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신바이오틱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질환치료에 효능이 있는 미생물들은 건강기능 식품의 개념이 강한 프로바이오틱스를 넘어서, 의약품 개념이 도입된 파마바이오틱스pharmabiotics 라고 불리는데, 이는 제약을 뜻하는 ‘파마슈티컬pharmaceutical’과 생균을 뜻하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합성어로 질환 케어를 위해 의료용으로 사용 가능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유래 균주 및 유래물질을 뜻합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하는 개념이 최근 식품, 화장품 등에서 급격하게 주목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장을 포함한 소화기관 전체의 95%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체중의 불과 1~3%만을 차지하면서도, 중요한 면역 작용에 관여하며 약물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고 신진 대사에 큰 영향을 주는 기능적 단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마이크로바이옴을 ‘제2의 장기forgotten organ’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몸속에 마이크로바이옴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그 균형이 깨지면 트러블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러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 질환뿐만 아니라 아토피와 같은 피부 질환, 비만이나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 그리고 최근에는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과 노화 및 암 등 다양한 질병과 인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까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은 해로운 외부 환경으로부터 피부 장벽을 보호해주는 일종의 방패역할을 합니다.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밸런스가 잘 유지되면, 피부에는 영구적이거나 일시적인 균집 형성이 적절히 작용하여 피부의 붉어짐, 건조, 피부표면 약화로 인한 노화로부터 보호하는 작용을 합니다. 특정 유익균, 유산균의 각종 대산물이나 일부분(프로 바이오틱)이 함유된 화장품을 표피층epidermis에 도포해 약해진 스킨 마이크로바이옴 강화 및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우리 몸에서 분해하거나 소화할 수는 없으나 몸에 서식하는 유익균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정 당류나 그 외 성분(프리바이오틱) 함유 화장품을 통해 피부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유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에게 건강한 먹이를 제공해주어 피부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등의 건강한 피부를 위한 여러가지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에 도움을 주는 프로바이오틱스 생산을 위한

'비건 식물성배지'를 개발하게된 계기가 있나요?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을 의미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생산을 위한 세포 배양을 위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배지가 동물성 유래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식물성 배지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최종적인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이케이라고 하는 화장품 원료회사와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 케이K발효연구소와 수이케이는 이러한 동물성 배지 성분들을 모두 식물성 성분으로 대체하고, 각 프로바이오틱스에 맞는 최적 배합 비율과 이 배지에 맞는 균주 배양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기술에 사용되는 배지 성분도 기존보다 저렴한 배지 성분으로 대체하고, 기존에 과량으로 사용되었던 성분의 양도 줄여서 전체적으로 배지 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보았습니다. 

 

케이K발효연구소 마이크로바이옴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케이K발효연구소는 프로바이오틱스를 비롯하여 바이오산업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균주들을 보유하고 있고, 각 균주들에 적용되는 배지와 배양기술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에 사용되고 있는 균주들은 외국에서 들여오거나, 사람 및 동물의 장, 식물, 토양 등에서 분리된 것들입니다. 케이K발효연구소에서는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에 필요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들을 한국인 피부에서 분리하고 채집하여, 한국사람들의 피부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를 확보하여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이들 프로바이오틱스의 최적 배지와 배양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또한 나날이 발전하는 연구결과 정보를 토대로 한국인의 스킨 마이크로바이옴에 맞는 프로바이오틱스,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 파마바이오틱스 제품을 수이케이와 함께 개발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현재 제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학교 졸업생이 미국 뉴욕 소재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최신 연구를 수년째 수행해오고 있어, 이를 통해 얻어진 최신 정보를 제품개발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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