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흔』옛날 마흔이 아니라지만 마흔 앓이를 겪고 있는 당신에게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이 책의 저자는 ‘여전히’, ‘아직’, ‘어쩌면’을 꺼내더니 ‘이만하면’이라고 읊조리다가, ‘여유’를 떠올리기도 하더니 ‘알수가 없다’고 하면서도 ‘나를 덜어내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은이가 일상 생활에서 겪은 마흔 앓이의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희망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글감은 별다를게 없다.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나 아내와 소소하게 나누는 정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의 생각은 이 책의 소제목에서도 짐작할수 있다. 모두 4개 장으로 구성된 소제목은 △나이듦을 받아들일 용기 △잠시 길을 잃어도 목적지는 잃지마라 △가족 그리고 일상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이다.

이쯤되면 그의 글을 살짝 읽어보아도 좋지 싶다.

“예전엔 여성만 갱년기를 겪는다고 했지만 남자도 그 시기가 있다고 한다. 마흔 중반이면 호르몬 변화가 충분히 일어날 때다.” (130쪽)

“50살이 가까워 오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과 함께 삶의 허무함, 직장 생활의 공허, 일상의 무력감이 나를 감싼다. 앞만 보고 달려왔나 보다.” (91쪽)

“노화에 따라 인지능력, 운동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몸처럼 마음에도 찾아온 노화에 대해서는 이해를 통한 받아들임보다 안타까움이 앞선다.” (135쪽)

“마흔이 넘은 이후엔 급격히 지인 가족들의 부고 소식이 연락의 이유가 되었다. 일터에서도 대부분 누군가의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아버지와 어머니, 친척들의 부고가 잦아졌다.” (203쪽)

“네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노력할게.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 진짜 관심과 사랑의 증거니까 말이다.” (150쪽)

“다른 이의 성장을 돌봐주는 리더를 만나고 싶다. 나도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 (118쪽)

19년차 연구직 회사원다운 '과학적인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슬쩍 비추기도 한다. (저자는 연세대학교 생화학과에서 학부를 마치고 카이스트 생명과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에서 연구직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 물질로, 분비가 적거나 빨리 분해되면 불안이나 짜증이 유발된다. 분해를 억제하면 처진 기분과 우울감의 개선을 기대하게 된다.” (21쪽)

“피부 세포만 하더라도 턴오버(죽은 세포는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대체하는 것) 주기가 굉장히 빨라서 약 한 달 뒤면 표피 세포는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57쪽)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학문이 있다. 유전적 형질이 몸을 전반적으로 지배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 노화의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64쪽)

“40살 이상의 피험자에서 2-nonenal이란 성분이 검출되었다. 이 성분은 불쾌한 기름기, 풀 냄새 같은 향을 낸다. 연구의 주장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몸에서 좋지 않은 냄새를 풍기게 되는 것이 맞다. (중략) 불쾌한 냄새만 나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했다.” (66~67쪽)

“평소 상무님은 R&D를 Receive and Delivery로 만들지 말라고 강조하곤 하셨다.(원래 R&D는 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와 개발이다) 말인즉슨 해달라는 요청에 생각없이 받아다가 처리하고 결과만 전달하지 말라는 의미다. (중략) 어떤 일을 제대로 잘 하려면 ‘생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5~206쪽)

“칼로리는 재미있는 개념이다. 밤 12시가 되면 리셋된다. 하루 종일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든지 소비했든지 다음 날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제로에서 시작한다.” (210쪽)

저자는 흥미로운 논문도 소개한다. 2022년 이그 노벨상 경제학 부문 수상자들의 연구결과다. 논문명은 'Talent vs. Luck, the role of randomness in success and failure'. 저자는 이 논문의 핵심주장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능력 있다고 여겨지는 일부의 사람들에게 100의 자원을 몰빵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능력의 여러 사람들에게 적당히 자원을 나눠주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성공을 이끄는 정책과 전략이 될 수 있다.” (218쪽)

이 책에는 저자가 본 영화 뿐만 아니라 읽은 책이 인용된다. 그래서 그가 읽은 책의 리스트를 뽑아 보았다. 그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안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더 알 수 있지 싶어서다.

『그냥 하지말라』(송길영), 『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 『나의 슬기로운 감정생활』(이동환), 『돈의 심리학』(모건 하우젤),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반지의 제왕』(존 로널드 루엘 톨킨), 『불안』, 『사랑의 기초』(알랭 드 보통), 『숨』(테드 창), 『슈독』(필 나이트), 『스몰빅:작은 성공을 반복하라』(제프 헤이든),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어린왕자』(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이의 세계』(김소영), 『여덟 단어』(박웅현), 『여행의 이유』(김영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유시민의 공감필법』(유시민), 『임포스터』(리사 손),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질서 너머』(조던 패터슨), 『1Q84』(무라카미 하루키).

저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요즘 마흔』을 이렇게 말한다.  “저의 책은 한 평범한 40대 남자의 일터와 가정,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관심, 반성과 성장에 관한 덤덤한 - 그래서 더 현실적인 - 에세이입니다. 읽으면서 아, 남들도 나랑 비슷하구나..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분들에겐 미리 40대의 삶을 추측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이미 50대가 되신 분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 앞서 저자는 연구직 회사원의 애환을 다룬 『나는 연구하는 회사원입니다』를  썼다. 저자와의 인터뷰는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0월호에 실려있고,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화장품 과학에서도 읽을 수 있다.

[나용주 지음/레인북/252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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