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필자가 2017년부터 베트남 화장품 시장을 조사하면서 늘 궁금한 점이 한가지 있었다. 고객이 사용하는 화장품 종류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고객들이 클렌징폼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페이셜 클렌저는 스킨케어 단계의 가장 기초 제품으로 피부 관리를 위한 필수 과정이며, 더운 베트남에서 땀을 많이 흘리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에 클렌징이 더욱 중요한 것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비누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클렌징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제 규모를 고려할때 한국 대비 상대적으로 클렌징폼 보다는 저렴한 비누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비누를 사용하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팩트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했지만,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는 궁금했다.

그림 1. 베트남 고객 화장품 사용 종류 2018 기준 ⓒQ&Me
그림 1. 베트남 고객 화장품 사용 종류 2018 기준 ⓒQ&Me

베트남의 경우 전체 화장품 종류 중 클렌징 제품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할 만큼 고객들이 클렌징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은 클렌저 제품을 선택시 pH, 클렌징 능력, 거품력, 보습력 등을 고려하며, 다른 화장품 대비 높은 품질 기준이 적용된다.

그림 2. 베트남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클렌저 ⓒ쇼피
그림 2. 베트남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클렌저 ⓒ쇼피

“왜 베트남에서는 비누 사용이 거의 없는 것일까?”에 대해 오랜 시간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중에 베트남 역사와 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해석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베트남은 1975년까지도 전쟁이 벌어졌으며, 전쟁 이후 대부분의 산업 기반이 파괴되거나 정상 기능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베트남의 뷰티 관련 산업은 단계별 산업 발전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 기간은 물론 전쟁 종료 이후에도 소비재 생산을 위한 인프라, 자원, 인력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소비재 등은 수입을 해야 했다. 베트남 내부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옛날 방식을 사용하였다.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베트남에서는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탁을 위해서 세탁 비누 대신 전통적인 세탁 방법인 잿물을 이용했다. 새로운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으로 경제가 활성화 되기 전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잿물로 세탁을 하는 경우가 도시 이외 지역에서는 계속 있었다고 한다. 도이머이 정책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베트남은 일반적인 발전 단계에 있는 ‘세탁 비누의 단계’를 건너뛰어 가루 세제 시장으로 급격히 개편 되었다. 가루 세제는 합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방식으로 초기에는 수입된 가루 세제를 소분하는 방식의 비즈니스가 이루어 졌다. 가루 비누가 시장에서 판매가 확대되면서 ‘세안용 비누 시장’ 역시 형성되지 않고, 바로 클렌징폼 시장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즉 베트남 고객들에게는 비누를 사용한 경험이 없게 되었고, 이러한 흐름에는 다국적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개척 활동과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기업은 유니레버이다. 유니레버는 유니레버 베트남을 설립하여 현재 27년이 되었다. 유니레버는 베트남의 크고 작은 모든 유통 채널을 장악하여 막강한 유통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브랜딩과 마케팅을 바탕으로 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그리고 원료를 직접 수입하여 베트남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 또한 다른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 현재 베트남 고객들은 유니레버 베트남 제품을 매일 3500만개 가량 사용하고 있다. 주로 샴푸, 세제, 손세정제, 치약, 칫솔 등 퍼스널케어와 관련된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에게 유니레버 브랜드들은 아주 친숙해졌다.

그림 3. 유니레버 베트남의 브랜드 ⓒhttps://horeco.vn/
그림 3. 유니레버 베트남의 브랜드 ⓒhttps://horeco.vn/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는 지속가능성이며, 이 지속가능성 중 물 절감에 대한 부분을 실천할 수 있는 제품들이 Waterless 제품군이다. Waterless 제품들은 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적게 사용할 수 있는 공정을 이용한 제품으로 대표적으로 파우더나 오일류, 고체 화장품 즉 비누 등의 제품들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별도의 방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피부 자극이 적어 피부 안전성도 더 높다. 천연 비누는 물을 적게 사용하는 제조 공정을 사용하고 있으며, 클렌징폼이나 바디 샤워젤 보다 물 사용량이 적은 장점이 있다. 또한 비누에서 나오는 폐수는 짧은 시간에 유기적 분해가 가능하여 수질 환경에 도움이 된다. 또한 물을 제외한 제형으로 제품의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이동 중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친환경 소재로 포장을 하거나, 포장재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고체나 가루 형태의 제품들은 재활용 종이 등으로 포장이 가능하다. 지속가능을 위해서는 고체나 파우더 클렌징 제품들이 더 많아져야 함은 분명하다.

그림 4. 워터리스 제품 ⓒhttps://www.cosmeticsandtoiletries.com/
그림 4. 워터리스 제품 ⓒhttps://www.cosmeticsandtoiletries.com/

비누 사용 경험이 적은 베트남도 최근 천연 비누 브랜드가 출현하고 있다. 이러한 베트남 비누 브랜드중 하나인 스킬풀 핸즈(Skilful Hands)의 창립자인 응우옌 투 장에 따르면, 비누는 천연 성분을 활용해 피부를 안전하게 세정시켜 주면서 수질 보호에 기여하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응우옌 투 장이 현재 생산하는 비누 제품들은 식물성 기름, 식물성 버터(올리브, 코코넛, 팜, 시어 버터, 카카오 버터 등)와 같은 천연 성분으로 만들어 지고 있으며, 비누에 가장 자연스러운 향을 내기 위해 에센셜 오일을 사용하고 색을 내는 미네랄 안료를 사용하고 있다.

그림 5. Skilful hands 창업자 응우옌 투 장 ⓒ스킬풀핸즈 페이스북
그림 5. Skilful hands 창업자 응우옌 투 장 ⓒ스킬풀핸즈 페이스북

비누의 이러한 친환경적 장점 때문에 비누를 사용하는 베트남 고객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쇼피의 Top Sales의 판매량만 비교해 보면 기존의 클렌징 제품 대비 비누는 15% 수준이며, 판매 금액으로는 7% 정도만 차지하고 있다.

그림 6. 베트남 쇼피에서 판매중인 비누 ⓒ쇼피 베트남
그림 6. 베트남 쇼피에서 판매중인 비누 ⓒ쇼피 베트남

베트남 시장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은 절대로 한국인의 생각과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베트남만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한국식으로 베트남 시장을 해석하고 제품을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점들을 겪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비누는 빙산의 일각이다. 보이지 않는 다름들이 더 많이 있기 때문에 늘 겸손하게 배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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