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을 먹고 사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고 눈을 진화시켰습니다』
이리쿠라 다카시 지음/장하나 옮김/216쪽/플루토/1만6800원

『태양빛을 먹고 사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고 눈을 진화시켰습니다』[이리쿠라 다카시 지음/장하나 옮김/216쪽/플루토/1만6800원]
『태양빛을 먹고 사는 지구에서 살아남으려고 눈을 진화시켰습니다』[이리쿠라 다카시 지음/장하나 옮김/216쪽/플루토/1만6800원]

[더케이뷰티사이언스] 인간은 오감으로 파악하는 전체 정보 가운데 80% 이상을 시각 정보에 의존한다. 눈은 외부 세계를 인지하고 판단하도록 해주고 나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다. 우리는 노랗게 익은 바나나가 보이면 맛있겠다고 생각하며 군침을 흘린다. 녹색이면 아직 덜 익었다고 생각하고, 짙은 갈색이면 상해서 못 먹겠다고 생각한다. 바나나의 색과 모양을 알 수 있는 시각은 당연한 기능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색깔과 자세한 모양은 눈이 고도로 발달해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심리학자가 다양한 눈의 세계를 짚어보며 생물학과 광학을 아우르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인간과 동물의 또 다른 세계도 보여준다. 광학, 심리학, 공학을 아우르는 시각심리학 연구자인 지은이는 인간을 비롯해서 생물에 눈이 생겨나고 진화한 과정, 다양한 눈 구조와 특징, 빛과 색의 특성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하늘 위를 나는 독수리부터 캄캄한 심해에 사는 물고기, 남미 아마존강의 전기뱀장어에 이르는 여러 생물의 시각과 빛의 성격, 햇빛이 인간과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알 수 있다. 블루 라이트가 눈에 나쁘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설명도 담겼다. 또 우리 눈이 ‘2개’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물체를 입체적으로 보고 거리를 잘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눈 하나로 정보를 얻으면 물체의 형태(실루엣)를 판별할 순 있어도 입체감까지는 파악할 수 없다”(50쪽)고 설명한다.

인간이 자신의 피부색을 모른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일상생활에서 대다수 사람은 자신의 피부색을 무색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타인의 피부색에서는 민감해서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알아차린다. 특히 인종이 다르면 그런 경향이 더 깊어지는 듯하다.”(154쪽)

“투명하고 깨끗한 피부도 빛의 반사와 관계가 깊다”는 설명도 관심을 끈다. “우리가 평소 보는 ‘피부색’은 각질층, 표피, 진피에서 반사된 빛이 합쳐진 것”으로 “피부 속까지 파고든 빛이 많이 확산반사되어 돌아올수록 더 환해지고 깊이가 느껴지기 때문에 투명해 보인다. 파운데이션 화장품에 빛을 반사시키는 성분이 많은 이유는 확산반사를 통해 피부의 투명감을 높이기 때문이다”(170쪽)라고 설명한다.

신비하고 놀라운 여러 가지 눈과 태양빛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1장 ‘생존을 위해 눈을 진화시키다’는 단순히 빛만 느낄 수 있었던 기관이 어떻게 복잡한 눈으로 진화했는지를 이야기한다. 2장 ‘잡아먹으려고 하든,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하든’에서는 동물이 포식자인지 피식자인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 등에 따라 눈의 구조와 기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한다. 3장 ‘태양빛 넘치는 지구에서 살아남기’에서는 햇빛을 잘 이용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을 소개한다. 4장 ‘인간은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에서는 아기가 성장하면서 눈의 기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동물이 어느 정도까지 색을 식별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본다. 5장 ‘느끼는 빛’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색을 보고 감지하는 방식, 빛이 시각 이외의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시각에 관한 정보보다 중요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하늘과 땅, 물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물이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모든 생물, 심지어 곤충도 나름의 방식으로 외부 세계를 인식하며 살아간다. 

저자인 이리쿠라 다카시(入倉隆)는 시각심리와 조명환경 전문가로서 현재 시바우라 공업대학교 교수다. 일본 운수성 교통안전공해연구소 등에서 일했으며, 전 조명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뇌에 듣는 색 몸에 듣는 색(脳にきく色 身体にきく色)』, 『시각과 조명(視覚と照明)』, 『조명 핸드북 제3판(照明ハンドブック 第3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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