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19> ㉜ 언론인

이연실(체리) 최보식의 언론, 논설위원
이연실(체리) 최보식의 언론, 논설위원
최보식의 언론 논설위원, 영남일보 칼럼니스트로 글을 쓰면서 민간외교대사, 글로벌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200개 넘는 지구촌 각양각색의 나라 사람들과 소통했다. 임마누엘 교수와 공저로『 지구별... 가슴에 품다』책을 썼다. 곧 시집도 출판된다.

나는 트렌드의 변화에 관심이 크다. 지구촌 사람들의 의식주를 통해 현실을 느낀다. 예를 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나라였다. 지금은 예전과 매우 다른 분위기이다. 태권도 선수로서 한국과 한국 드라마 등에 푹 빠져 있던 10대 후반의 사우디아라비아 여학생이 있었다. 

태권도 세계 한마당 행사 차 제주도에 온 그녀를 만났다. 그 당시 수십 개국에서 온 청소년들을 보며 그들이 한국에 얼마나 열광하는지 실감했다. 도복 차림으로 있을 때는 중동에서 온 여학생인가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 팀의 경기가 끝나자 전설의 여배우 비비안 리보다 훨씬 더 예쁜 여학생이 민소매에 핫팬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깜짝 놀랐다. 평소 검은 차도르로 얼굴과 손만 내놓고 온몸을 전부 가리고 다니는 나라가 아니던가? 거의 수영복 수준의 옷차림에다 생기발랄하게 웃던 그 여학생, 의외여서 내가 웃으며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너무 좋아요. 옷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잖아요.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요? 나는 전통이나 종교로 구속되는 삶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우리는 모두 21세기에 살고 있거든요. 바뀌어야 해요.” 

사우디아라비아의 보수적인 어른들에겐 돌발적이고 도전적으로 보일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가 상투를 틀고 댕기머리를 하며 살던 시대와 같은 입장 이랄까?『 서유견문기』를 썼던 유길준 같은 선구자는 당시 매우 튀는 사람이었다. 그 시절 일반인들이 볼 때 전통을 부정하는 인물로 보였을 것이다. 만일 지금 누군가 이 땅에서 상투를 틀고 다니면 언론에 나올 기이한 인물로 취급받을 게 아닌가? 

여성들의 옷차림에서 지구촌 트렌드를 읽는다. 현대 이슬람 문화권의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히잡을 벗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이연실
여성들의 옷차림에서 지구촌 트렌드를 읽는다. 현대 이슬람 문화권의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히잡을 벗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이연실

아프가니스탄은 여성들이 강제적으로 부르카를 쓴다. 과거 그 나라 여성들은 영국의 영향으로 매우 개방적이고 세련됐다. 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중 한국에 온 유학생들, 또는 사업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도 한국에서 옷을 자유롭게 입었다. 

현대 이슬람 문화권의 젊은 여성들은 대체로 히잡을 벗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그래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한국에서 입는 옷이 확 달라진다. 어떤 이들은 차도르를 과감히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는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자기표현의 욕구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특히 표현의 자유를 갈망한다. 

이슬람권 여성들은 히잡이나 부르카, 차도르, 니캅을 쓴다. 그런데 나라마다 다르다. 파키스탄은 인구가 2억 명이 넘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이다. 한류 열풍도 강해 한국어도 많이 배운다. 한국 태권도는 인기 종목이다. 최근 파키스탄 여성들 사이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멋을 부리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내가 아는 파키스탄 어느 장군의 아내는 늘 전통의 상 대신 일반옷을 입었다. 옷 색깔이 대단히 화려하고 아름다운 걸 선호했다. 

나는 주로 발로 뛰는 현장 중시형이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반드시 
각 분야 전문가와 대화를 나눈다. 그것도 한 분야나 한 나라가 아니다. 
문화든 문명이든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중앙아시아는 모두 이슬람 문화권이다. 그러나 일반 히잡보다는 두건을 쓰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옷을 자유롭게 입는 편이다. 대개의 한국인들은 이슬람권 여성들이 모두 차도르를 입거나 히잡을 쓰는 줄 안다. 문화권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드시 강제로 입게 하는 나라가 있고 자연스럽게 권유하는 국가도 있다.

이집트의 경우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다. 아랍 국가로 분류돼 이슬람 신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초기 기독교인 콥트교 신자들도 있고 매우 다양한 종교인들이 있다. 히잡을 쓰는 여성도 있으나 일반적인 옷, 화려하고 섹시한 옷을 즐겨 입는 여성들이 의외로 눈에 띈다. 지난번 이집트 방문에서 나는 이집트의 변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여성들의 옷차림에서 지구촌 트렌드를 읽는다. 한류 열풍은 지구촌 이슬람권 여성들의 삶도 은근히 바꾸고 있다. 웬만한 진성 신자들이 아니면 옷도 자유롭게 입으려 노력한다. 심지어 먹는 것도 변화되고 있다. 굳이 할랄 식품이 아니어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경우도 본다.

나는 주로 발로 뛰는 현장 중시형이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반드시 각 분야 전문가와 대화를 나눈다. 그것도 한 분야나 한 나라가 아니다.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싱가포르 생활과 해외 여러 나라 출장이나 여행을 통해서 지구촌 현실을 오감으로 느낀다. 문화든 문명이든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국내에서는 일산 킨텍스나 서울 코엑스 행사에 자주 간다. 물론 해외 국제행사에도 최대한 참여한다. 현장에 가면 세상의 빠른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특히 잊을 수 없었던 러시아 사마라주 세계 할랄 행사도 특별했다. 러시아 중에서도 할랄 관련 국제 행사가 열린 도시이다. 이슬람권 신자들이 다수인 곳이지만 옷차림이 매우 개방적이었다. 머리에 두건을 쓰는 정도였다.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지구촌 사람들과의 대화가 내게는 무척 흥미롭다. 최근 화두는 한국 여성들의 옷차림이나 화장품 또는 드라마와 K팝이다. 한글을 배우는 이들도 늘고있다. 물론 한식을 먹는 것도 유행이 되어간다. 사람의 의식주는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지배한다. 그래서 무엇을 입고 먹는가는 인간의 정체성도 나타낸다.

한류열풍이 지구촌 젊은이들의 패션까지 변화시키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외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 젊은이들이나 프랑스 학생들도 한국에 호기심을 갖고 열광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한국은 더 멋진 문화를 그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 한국의 문화에 반해서 웃으며 왔다가 울면서 떠나는 외국인들이 70%라는 것,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 문화가 아무리 우수하거나 특별해도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교만과 오만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트렌드란 사람 마음의 변화가 눈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우리 것만 다 옳거나 멋진 것만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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