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14> ㉕화장품기업 CEO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
김수미 코스웨이 대표는 성신월드뷰티최고위 특임교수, 숙명여자대학교 초빙교수, 파워풀엑스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 그 첫 시작은 언제였을까?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이라는 주제를 보며 나 스스로 트렌드라는 개념에 어렴풋이 관심을 가지던 때를 떠올려본다. 화장품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시장을 분석하고 제품을 기획하던 게 그 첫 시작이다. 화장품과 관련된 일을 시작한 지 3년이 되던 시점으로 기억된다. 3년 동안 아무 관심없이 일을 하다 문득 화장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무슨 이유였을까? 두발화장품, 즉 샴푸·린스·컨디셔너·모발영양제· 헤어스타일링제 등 다양한 두발화장품과 지금은 기능성화장품으로 분류되지만 몇 년 전까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던 모발염색제를 이태리에서 수입하던 3년간은 시장도 고객도 트렌드도 과히 궁금하지 않았다.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 모든 의문은 이태리의 파트너사에게 팩스를 보내서 물어보면 답변을 받을 수가 있었다. 브랜드, 제품, 교육, 트렌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세상을 관찰하고 고객을 탐구할 필요가 없었다. 

수입화장품사를 떠나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한 공장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브랜드의 이름을 짓는 것부터 상품의 이름을 만드는 것까지 0에서 시작해서 100을 만드는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새로 시작한 회사는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해도 답을 해 주는 동료들이 없었다. 공장 설립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일이 처음인 회사였기에 직면하는 업무는 두려움과 함께 몰려왔다. 해외업무를 위해 입사한 회사였지만 연구실, 품질관리, 제조, 생산부서 등 화장품 회사가 개발에 갖춰야하는 인력은 다 갖췄지만 상품기획을 해 본 사람도 할 사람도 없어 다급한 마음에 혼자서 상품기획이라는 개념도 없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중소화장품기업들은 상품기획자가 화장품 개발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조차 미미한 시기였기에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회사의 모든 제품을 혼자서 기획하게 되었다. 속칭 맨땅에 헤딩인 줄도 모르고 머리를 쥐어짜며 화장품을 만들던 시기였다. 어렴풋이 관심을 갖던 트렌드를 마치 동아줄처럼 찾아 헤매던 지점이 여기서 시작된다. 

 

넘치는 트렌드 분석서와 리포트 속에 숨어 있는 해답은? 

화장품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채우기 위해 석사과정을 마쳤음에도 척척박사처럼 답을 해주는 파트너가 없는 현실에서 트렌드는 꼭 찾아야하는 해답과도 같았다. 모든 걸 다 만들 수 있는데 그 중에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트렌드 탐색은 모든 업무의 중심에 있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한국 시장이 명품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Test Bed가 되기 이전 제3세계의 화장품과 동급으로 취급되던 한국 시장의 트렌드를 연구하던 브랜드와 기관도 극히 드물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트렌드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비용은 많이 들지만 세계적인 화장품 박람회에 가는 것이다. 이태리, 홍콩, 미국, 중국 등 다양한 박람회에 참가도 하고 참관을 하며 요즘 화장품 시장의 주요 흐름은 이렇게 가는구나라는 것들을 흠뻑 채우고 온다. 그 과정을 몇 년 반복하면 매 해 별반 다를 것 없는 전시장의 풍경에서 트렌드를 감지해내는 게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변해가는 흐름 안에서 무엇이 트렌드인지를 파악해 나가는 건 많은 경험과 오랜 시간이 해결해주지 못한다. 

아마도 많은 화장품 회사에서 지금도 비슷한 경험을 하며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예측된다. 200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소비자를 분석하는 다양한 트렌드 분석서가 등장 하고 전체의 소비자를 넘어서 90년대생, M세대, Z세대 등 세대를 분석하는 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치 처음 가 본 이태리의 코스모프로프에서 모든 해답을 찾은 것 같지만 그 해답을 아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기에 우리 회사를 위한 정답은 결국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트렌드 분석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한국의 화장품 시장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발산하는 영향력과 함께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K뷰티 브랜드를 글로벌 기업이 사고 파는 일들은 이제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로 시장에서 흔한 일이 되고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해 쏟아져나오는 분석서와 트렌드 리포트, 매달 진행되는 트렌드 컨퍼런스 등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이제는 트렌드를 읽는 게 더 이상 어려운 일은 아니다. 넘치는 트렌드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이제는 트렌드를 읽는 것보다 트렌드를 적용하는 게 관건이 되었다. 

ⓒ『트렌드를 읽는 기술』(헨릭 베일가드·Henrik Vejlgaard), 2008년, 비즈니스북스
ⓒ『트렌드를 읽는 기술』(헨릭 베일가드·Henrik Vejlgaard), 2008년, 비즈니스북스

 

막연하던 트렌드를 명확하게 밝혀 준 단 두 권의 책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의 『메가 트렌드(Megatrends)』 ⓒ아마존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의 『메가 트렌드(Megatrends)』 ⓒ아마존

트렌드의 갈증과 홍수 속에서 겪게 되는 혼돈을 해결해 준 건 바다 건너 박람회도 명성 있는 강연자도 아닌 단 2권의 책이었다. 꽤 오랫동안 화장품을 개발하고 트렌드를 찾아 헤매다 트렌드를 분석하는 집단을 관찰하며 얻은 나만의 트렌드 읽는 법은 첫번째 책에서 얻은 한 줄의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1982년 출간된 미래사회 예측서『 메가 트렌드Megatrends』의 저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는 “똑같은 구름에서 떨어진 빗방울이라도 높은 산꼭대기의 목초지에 떨어지느냐, 넓은 평야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각각 다른 대지에서 다른 식물을 싹 틔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빗방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따라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한 방울이 될 수도 있고 하수구로 퐁당 사라지는 다른 한 방울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고 그 다음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직관을 가지게 된다면 트렌드는 더 이상 미지의 것이 아니다. 이런한 관찰을 반복하다보면 화해라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처음 등장한 시점에 그 마지막 도미노는 화장품 커머스가 되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EWG 그린등급이 최고의 상품으로 포장되고 향이란 것은 화장품에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유해한 성분으로 배척되던 사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는 앞선 기술력과 자유로운 포물레이션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헨릭 베일가드(Henrik Vejlgaard)의『 트렌드를 읽는 기술(Anatomy of a Trend)』 영문판(사진 왼쪽)과 한글판 ⓒ아마존, 교보문고
헨릭 베일가드(Henrik Vejlgaard)의『 트렌드를 읽는 기술(Anatomy of a Trend)』 영문판(사진 왼쪽)과 한글판 ⓒ아마존, 교보문고

2008년 헨릭 베일가드Henrik Vejlgaard가 선보인 책 『트렌드를 읽는 기술』은 트렌드 해부학Anatomy of a Trend이라는 원문처럼 트렌드란 무엇인지, 트렌드가 어떻게 생성되고 확산되고, 그 배경에 어떠한 비밀과 패턴이 있는지부터 트렌드를 읽는 기술적인 방법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경험과 직관에 의해서 파악되는 개념이라고 인식되는 트렌드는 사회적인 흐름과 함께 발생하는 특별한 변화가 있다. 트렌드 해부학에서는 트렌드의 의미를 이미 일어난 무엇인가가 아니라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든 일어날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예측을 말한다. 트렌드Trend라는 이름을 가진 잡지가 1936년 창간되었을 당시에 트렌드의 의미는 신제품의 소식을 의미했다. 트렌드의 개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제품을 만드는 제품 개발로 인해 생기는 변화 과정으로 진화했다. 트렌드는 변화 과정 뿐 아니라 변화된 소비 가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수시로 변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스타일을 먼저 발견하고 준비한다는 건 결코 쉬운일은 아니지만 무수히 많은 책들 속에 막연한 트렌드를 명확하게 밝혀주는 두 권의 책을 한 번씩 꺼내어 읽으며 트렌드에 대한 인식을 맑게 초기화했다. 

 

반복적인 질문,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고 트렌드를 감지하는 방법

트렌드를 찾기 위해 헤매던 초기, 전세계 박람회장을 다니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 촉을 민감하게 기울이던 시기에는 트렌드에 흠뻑 젖어 있었으나 그 중에 유의미한 트렌드가 무엇인지 감지할 수 있는 지각이 갖춰지지 않았다. 마치 온라인상에 넘쳐나는 정보들과 가짜 뉴스들 사이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내지 못하는 지금과 평행이론처럼 맞닿아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트렌드와 트렌드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구분해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평생 갈 것 같은 스타일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다신 올 것 같지 않던 배기팬츠와 크롭티가 등장하고 누구도 따라할 것 같지 않은 스타일을 어느새 모두가 따라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만드는 집단이 누구인지를 감지하고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예측하는 것, 매달 매년 반복되는 지점에서 만나는 동일한 집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계속 반복적으로 한 지점에서 동일한 대상을 관찰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감지할 수 없는 변화를 인식하게 된다. 

BB크림을 바른 남성의 얼굴이 어색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거칠고 푸석함 민낯으로 세상을 활보하는 남성은 자기관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준다. 보송보송한 빨래 내음이 깨끗함을 주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몸에서 풍기는 섬유유연제 향이 깨끗함을 선사하는 매력이 아닌 향기가 아닌 세제로 자신의 향기를 표현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남성의 그루밍과 향기에 대한 소비자의 변화된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세상에 외치는 징후를 포착하는 트렌드는 어딘가에 슬며시 숨어있다가 갑자기 뾰족하게 나오지 않는다. 우리들의 삶에 스며들어 있다 조금씩 번져 나오는 것들이 트렌드로 확산되어 가는 것이다.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화장품은 세상에 등장한 지 수십년이 되어가고 있고 같은 듯 다른 이름으로 클린뷰티와 비건이 화장품의 흐름을 압도하고 있다. 

화장품 기업에서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 
그 본질은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고 경영에 적용하기 위함이다. 
세상에 어떠한 새로운 트렌드가 밀려올지라도 자신과 맞는 트렌드를 적시에 적용하고 
나와 맞지 않는 트렌드를 과감히 선별하는 전략, 
그게 바로 트렌드를 분석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된다. 
 

기록, 가장 좋은 트렌드를 예측하는 방법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마지막 도미노에 다다르기 이전에 첫번째 도미노가 움직일 때 마지막에 넘어지는 도미노가 무엇이 될 지를 예측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또한 마지막 도미노를 넘어뜨릴 첫번째 도미노를 감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과 마지막을 관통해서 보는 훈련 즉 시장의 흐름, 법률과 제도, 유통의 변화, 산업의 동향 등을 그대로 관조하지 않고 새로운 소식과 변화들이 감지될 때마다 향후 미칠 영향을 미리 예측해보고 기록해보는 방법 또한 매우 유효한 방법이다.

 

학습, 트렌드에 매몰되지 않고 트렌드를 감지하는 방법

글로벌 기업과 함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100년 된 기업이 어떻게 트렌드를 만들고 적용하는지 축적된 자료로 학습을 하고 새로운 시즌의 트렌드를 만들고 확산하는 과정에 동참해왔다. 프로페셔널 브랜드들이 제안하는 트렌드들은 한 시즌에 국한되지 않고 전문가 시장에서 시작되어 이후 셀럽 등을 통해 확산되며 마지막으로 소비자 시장에 이르기까지 몇 년에 걸쳐 압도적으로 확산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트렌드 헌팅을 하러 불특정 장소와 세대를 관찰하지 않아도 전문가 집단이 무엇을 연구하는 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트렌드에 대한 포모Fear of Missing Out는 가볍게 제거할 수 있다. 

 

다시, 트렌드 읽기의 기본

동일한 질문의 반복, 예측과 기록, 학습과 관찰은 트렌드를 예측하고 감지하기 위한 간편한 방법이다. 트렌드 읽기의 첫 발은 책읽기로 내딛었고 관찰과 질문을 통해 트렌드의 실마리를 도출할 수 있었다. 트렌드를 읽기 위해 최근에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부문은 다양한 계층과 집단간의 모임이다. 만나는 모임별로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포럼, 컨퍼런스, 세미나 등을 통해 매순간 흘러가는 트렌드들을 힘주어 분석하지 않아도 적재 적소에 필요한 정보들을 취득할 뿐 아니라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그대로 투영해서 볼 수 있다. 회사를 설립한 이후 리더가 아닌 전문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을 인식한 이후에는 매년 최고위 과정을 통해 뷰티 산업을 넘어 경영과 기술의 트렌드를 동시에 준비중이다. 화장품 기업에서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 그 본질은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를 이해하고 경영에 적용하기 위함이다. 세상에 어떠한 새로운 트렌드가 밀려올지라도 자신과 맞는 트렌드를 적시에 적용하고 나와 맞지 않는 트렌드를 과감히 선별하는 전략, 그게 바로 트렌드를 분석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된다. 

같은 일을 오랫동안 동일하게 반복하며 발전을 이루지 못하면 불필요한 퇴적물이 되지만 축적된 경험이 발전을 거듭하게 되면 대체불가한 영역에 다다르게 된다. 트렌드를 관찰하는 방법 중 쉽게 적용해 축적된 경험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방식을 일부 공유하였다. 상기에 언급한 몇 가지 방법 외에 아주 많은 방법들이 존재한다. 화장품 성분, 품목, 기술, 소비자의 니즈를 관찰하고 분석하는 것부터 특정 브랜드를 추적 관찰하는 방법 등 전방위적인 호기심과 관찰은 트렌드 읽기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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