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12> ㉓ 여성 월간지 기자

김은정 월간 ‘퀸’, 편집국 기자
김은정 월간 ‘퀸’, 편집국 기자
KBS부산방송총국 구성작가, 푸드TV PD를 거쳐 현재 ‘월간 퀸’ 기자로 일하며 인물 인터뷰, 세프 인터뷰, 닥터스 코너 기사를 맡고있다. 맛집 유튜버(채널명 ‘비올레타 tasty life’)로도 활동중이다.

필자는 32년 역사의 여성 잡지사에서 매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 하고 기사를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인쇄 매체가 점점 쇠퇴하고 인터넷 매체로 옮겨 가고 있는 시대에 3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매달 치열한 마감을 하고 나면 어느 새 또 새로운 책이 나온다. 종이를 넘겨 가며 봐야 하는 올드한 감성의 매체이다 보니 내가 트렌드를 읽는 방법도 무슨 빅 데이터니 AI니 하는 첨단 방법이 아니라 어쩌면 아날로그적인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는 아날로그적 방법을 통해 나는 깊이 있고 진정성있는 정보를 얻고 트렌드를 읽고 있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신문 읽고 스크랩 

나의 하루는 한손엔 커터칼을 들고 신문을 펼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첫 사회생활을 KBS부산방송총국의 구성작가로 시작하며 생긴 습관이다. 

‘응답하라 1994’에도 나왔듯 열대야의 푹푹 찌는 여름으로 기억되는 1994년 당시 내가 작가 생활을 할때는 인터넷이라곤 구경도 못해 본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궁금한 것을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일초만에 엄청난 정보의 홍수가 넘쳐나지만 당시는 그야말로 발품팔아 정보를 얻던 시절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신문 서너 가지를 보며 프로그램 원고 작성에 참고가 될만한 기사는 무조건 오려 내어 스크랩! 일반적인 일간지는 기본이고 교통신문, 여성신문 등 내가 맡은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특정 신문은 물론 은행, 기업 등의 사보도 스크랩했다. 20대때부터 그렇게 매일 아침 서너가지 신문을 읽고 스크랩하는 것이 생활화되다 보니 지금도 하루라도 그 일을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 기사 내용에 따라 문화, 경제, 인물, 시사, 미용 등등 나눠 파일에 스크랩한다. 이쯤되면 트렌드에 역행하는 짓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온라인으로 슬쩍 슬쩍 넘겨 가다 보면 흘릴 수 있는 정보를 인쇄 매체로 보고 스크랩까지 하면 더욱 꼼꼼히 머릿 속에 꾹꾹 저장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다양한 콘텐츠의 유튜브 구독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정말 박학다식, 잡학다식한 사람이 있다. 도어락에 손을 대면 불이 들어오는 과학적인 원리에서부터 이케아는 어떻게 해서 생긴 회사일까하는 외국 기업의 탄생 스토리, 심지어 요즘 중학생 아이들의 이성에 대한 가치관까지 다방면에 걸쳐 도대체 모르는 것이 없는 알쓸신잡의 표본이다. 그 사람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은 것을 아냐고 물으니 자신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고 트렌드를 읽는다고 했다. 그가 구독하는 채널만도 1000여개. 그사람을 보면서 유튜브를 통해 얻는 것도 만만찮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구독하는 채널은 30여개 되고 꼭 구독은 아니어도 관심사나 궁금한 게 있으면 유 튜브에 검색해 찾아 본다. 주 관심사인 맛집, 요리, 여행에서부터 미용, 패션, 부동산, 재테크, 시사, 의학 정보 등 유튜브는 정말 없는게 없는 신통방통한 세상이다. 물론 유튜브 내용 중엔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지극히 사적인 견해로 여론을 호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콘텐츠는 분별력을 가지고 그런대로 감안하고 본다. 

재테크 부동산의 흐름을 잘 읽어주는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 갈무리 ⓒ김은정 기자 제공
재테크 부동산의 흐름을 잘 읽어주는 ‘재테크읽어주는 파일럿’ 갈무리 ⓒ김은정 기자 제공

주로 보는 콘텐츠 중 시장의 돈의 흐름과 재테크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채널로 ‘재테크 읽어주는 파일럿’이 있다. ‘재파’로 불리는 이 채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마리라이프’를 통해서는 요즘 인기있는 차박에 필요한 정보와 아름다운 차박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차박 장비가 어떻게 발전해가는지 트렌드를 읽는다. ‘아일랜드 트래블러’도 자주 보는 채널인데 뻔한 호텔이나 펜션이 아닌 요즘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숙소 정보를 많이 얻는다. 

또한 유튜브 구독자이면서 아직 미미하지만 나도 숨은 맛집과 여행지에 관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들려고 보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맛집과 여행지에 대해 항상 자료도 찾아보고 직접 발품팔아 다니며 발굴하기도 한다. 

 

서점 방문 및 베스트셀러 순위 파악

서점이야말로 최신 트렌드를 알 수 있는 넓은 장이다. 신간이 어떤 것들이 나왔는지 각 코너의 베스트 셀러는 무엇인지 쭉 살펴보면 책 제목만 봐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잡지 일을 하다 보니 잡지 쪽도 빼놓지 않고 본다. 책을 일일이 펼쳐 보지 않아도 앞표지의 주요 기사들 제목만 봐도 내용이 파악된다. 매달 혹은 매주 신선한 원유처럼 갓 짜낸 새로운 내용을 실어야 하는 잡지이다 보니 잡지에 실린 기사들에서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요즘 핫한 인물, 대중들의 관심사, 재테크 법, 자녀 교육법, 뷰티, 패션, 건강, 인테리어 등등 한권의 책에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는 잡지야말로 트렌드를 읽는데 도움이 되는 매체다.

서점 방문이 어려우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제공하는 신간 안내와 베스트 셀러 순위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직접 책을 사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내용을 요약해놓고 1위에서 10위까지 순위도 정리해주니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광고는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

시대를 한발 앞서가는 것보다 반발 정도 앞서가는 것이 딱 좋다고 생각한다. 한발이나 앞서면 사람들이 ‘너무 시대를 앞서 가는 것 아냐’라고 생각하고 못좇아 갈 수도 있는데 반발 정도만 앞서가면 ‘저건 뭐지’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따라가기에 좋다. 딱 그 정도 앞서가는 것이 광고가 아닌가 싶다. 다시 90년대 얘기로 돌아가자면 90년대 초·중반 모 화장품 광고에서 이병헌과 김원준 두 남자를 내세워 ‘X세대’라는 그 시대의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광고회사에서 남자도 외모를 가꾸는 시대라는 트렌드를 읽어내고 반 발 앞서 유행을 주도한 것이다.

트렌드를 읽으려면 요즘 어떤 광고가 많은지를 보면 된다. 몇 년전만 해도 게임 광고가 엄청나게 많더니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안마의자와 의료기 광고가 부쩍 많아진 것 같다. 광고대행사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철저히 시장조사를 하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반영해서 나오는 결과물이 광고다. 그러니 광고만 봐도 시대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요즘은 예전처럼 TV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튜브나 네이버, 페이스 북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으니 그런 플랫폼에서도 어떤 광고들이 많은지를 보는 것도 트렌드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각계 각층의 인물 인터뷰 

잡지사에서 저명인사와 셰프, 의사 인터뷰를 담당하고 있다. 매달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앞서 가는 인물들을 만나다 보니 그들에게서도 엄청난 지식을 얻고 세상의 흐름을 읽게 된다. 

잡지사에서 매달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제공
잡지사에서 매달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제공

그동안 인터뷰했던 사람들은 정말 각계 각층에 수도 없이 많다. 대학교수, 정치인, 기업인, 건축가, 화가, 가수, 작가, 음식학자, 영화관계자, 굵직한 단체의 회장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만났는데 그 중 트렌드를 읽고 미래 사회를 예측하게 해 준 대표적인 분으로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를 들 수 있다. 일반인들에겐 ‘인구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아직 우리 사회는 인구학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조영태 교수는 10년 내에 닥칠 우리 사회의 인구 절벽시대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해 왔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달라질 지역사회의 문제, 산업계의 변화도 예측해 우리가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조영태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책 백권 이상을 읽은 듯한 엄청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와의 인터뷰도 잊을 수 없다. 유 교수는 단지 건축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를 제시해 주는 앞서가는 건축가다. 특히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집의 기능도 변화되어 감을 지적하고 앞으로 도시의 모습도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를 설명했다. 또한 얼마나 군더더기없이 꼭 필요한 말들만 하는지 인터뷰를 하면서 동시에 내 머릿속엔 4페이지 분량의 기사 타이틀과 서브 타이틀, 기사 내용까지 싹 정리가 되었다. 이렇듯 앞서가는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것은 내겐 정말 보물같은 시간이다. 어떤 자료를 뒤지거나 책을 찾아 보지 않아도 이렇듯 최고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게서 깊이있고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분들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나면 내 머릿 속이 뭔가 유익함으로 꽉 차는 듯한 뿌듯함을 느낀다. 

온라인으로 슬쩍 슬쩍 넘겨 가다 보면 흘릴 수 있는 정보를 
인쇄 매체로 보고 스크랩까지 하면 
더욱 꼼꼼히 머릿 속에 꾹꾹 저장하고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홍보담당자의 보도자료 

기자 일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보도자료 메일을 많이 보내 준다. 특히 신제품 홍보에 대한 보도자료가 가장 많은데 나는 내가 제품 홍보 기사를 맡지 않고 있는 때라도 이 메일들을 지우거나 차단하지 않고 그대로 챙겨 본다. 따끈따끈한 신상들을 통해서 세상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용품을 통해서는 요즘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읽을 수 있고 와인같은 주류 신제품을 통해서는 집콕 시대에 달라지는 혼술 문화도 알 수 있다. 호텔의 새 프로모션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코로나 시대에 휴가 문화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가성비인지, 가심비인지 등을 파악하게 된다. 특 히 음식료품 분야로는 요즘 들어 밀키트 제품이 다 양하게 쏟아져 나오고 각종 소스나 다양한 맛의 면 류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또 한 코로나19로 인해 집밥을 해먹는 사람들이 늘어 서일 것이다. 

이렇듯 신제품 보도자료들도 세상의 변화와 흐름 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트렌드를 읽고 미래 사회를 예측하게 해 준 대표적인 분으로 조영태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사진은 인구절벽시대에 대비책을제시한 조영태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 ⓒ김은정 기자 제공
트렌드를 읽고 미래 사회를 예측하게 해 준 대표적인 분으로 조영태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사진은 인구절벽시대에 대비책을제시한 조영태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 ⓒ김은정 기자 제공

나의 트렌드를 읽는 법은 뭔가 첨단의 방법으로 대단한 통계를 읽고 분석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 접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치고 사람과 소통하는 아 날로그적인 것이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고 촌스러 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정보에 깊이가 있고 사람 냄새가 나는 이런 방법을 나는 아마도 오래 유지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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