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8> ⑱ 마케팅 컨설턴트

김정헌 WK마케팅그룹, 마케팅 컨설턴트
김정헌 WK마케팅그룹, 마케팅 컨설턴트

트렌드는 분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흐름이다. 메가트렌드부터 마이크로트렌드까지 트렌드는 분명 그 트렌드만의 라이프사이클이 존재하며 우리가 지켜보는 트렌드의 모습은 그 라이프사이클 속에서 단편적인 순간을 포착한 것뿐이다.

그렇기에 트렌드를 읽는다는 것에는 사실 명확한 정답이 없다. 같은 트렌드의 현상에 대해서도 개개인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비즈니스 영역 안에서도 R&D 또는 영업, 마케팅 등 각각의 해당 직무 관점에 따라 트렌드가 달라보이기 때문이다. 

즉, 트렌드를 읽는 것은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트렌드를 분석하는지에 달려있다. 같은 트렌드의 현상을 발견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트렌드를 읽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트렌드의 흔적을 찾고, 현재 향유하는 트렌드를 포착하여 그 트렌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이 시대에, 그것을 결정하는 가장 큰 축인 트렌드를 영리하게 활용해야 한다. 트렌드를 읽는 것에는 분명 정답이 없지만 트렌드라는 파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를 분석하라

요즘은 과거의 것이 갑작스럽게 성공의 길을 걷는 경우가 너무나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느 순간 어떠한 제품이나 서비스들이 밈Meme을 통해 확산되면서 유명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과거의 것이 최근 들어 크게 성공하는 현상도 이따금씩 일어난다.

최근에는 비의 ‘깡’,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SG워너비의 ‘살다가’가 대표적으로 과거의 콘텐츠임에도 요즘 들어 다시 크게 유행한 사례이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역주행 트렌드라고 말한다. 역주행 트렌드는 과연 누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유튜브를 통해 크게 유행이 되어 번졌다는 것이다. 비의 ‘깡’은 유튜브의 댓글을 통해 놀림의 장이 되었다. 댓글을 통해 시청자들은 ‘깡’이라는 노래에 대한 재미있는 비평을 남겼으며 이것은 밈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하나의 밈이 되어버린 ‘깡’은 놀랍게도 엄청난 역주행을 달성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브레이브걸스의 ‘롤린’도 4년 전 출시되었던 노래임에도 2021년 상반기에 최고의 인기를 기록하였으며, 최근에 다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SG워너비의 노래 역시 유튜브를 통해 다시금 역주행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러한 역주행 트렌드를 만든 것은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 플랫폼의 힘이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시청자들의 유튜브 체류시간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서 작동한다. 시청자의 취향에 맞춰 기존에 자주 시청했던 영상과 비슷한 연관 동영상을 노출시키거나,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자주 보는 영상을 역으로 추천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유튜브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현재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주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요즘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영상을 3개 이상 시청하면 자연스럽게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를 트렌드의 중심으로 이동시킨다. 이전에는 노출되지 않았던 새로운 채널의 영상들이 갑작스럽게 유튜브 홈 화면에 올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들을 통해 현재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들의 관심사와 바이럴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영상들을 시청하면서 댓글들을 살펴보는 것이 기본적인 출발이다. 

인기 있는 영상을 찾는 것은 유튜브의 ‘탐색 기능’을 활용하면 실시간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유튜브 트래픽 소스 중 3위 안에 들어가는 것이 탐색 기능인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유튜브가 직접 트래픽이 급상승한 인기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실제로 탐색 기능을 통해 많은 시청자가 신규 채널로 유입이 되고, 탐색 기능은 트렌드가 형성되는 발판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탐색 기능을 통해 추천된 동영상들을 살펴보고 댓글의 동향을 파악해보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를 읽는 것에 도움이 된다. 

ⓒ2021년 5월 3일 오전 10시, 유튜브 탐색 기능 https://www.youtube.com/feed/explore.
ⓒ2021년 5월 3일 오전 10시, 유튜브 탐색 기능 https://www.youtube.com/feed/explore.

이렇게 트렌드를 포착했다면 그 트렌드를 이끈 것이 누구이며, 어떤 식으로 그것이 확산되었는지 비즈니스 시각을 가지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튜브를 통해 역주행 트렌드를 짚어보면 댓글을 통한 바이럴로 콘텐츠의 흥행이 결정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콘텐츠의 흥행을 결정하는 것은 이제 대중매체의 일방적인 노출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주도적으로 확산시키고 흥행시키는 것으로 완벽하게 주체가 바뀐 것이다. 

특히나 시청자들이 트렌드의 주체가 되어 자발적 바이럴을 만든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콘텐츠의 팬이 되게 만드는 요소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비의 ‘깡’은 Fun한 요소가 시청자들을 자극했으며,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은 군부대 위문공연에서 보여준 ‘진솔함’에서 시작되었고, SG워너비의 노래들은 김진호의 ‘숨겨진 스토리’로부터 탄력을 받아 역주행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을 도출했다면 자신의 현업 비즈니스와 연관성을 찾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인사이트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 떠오르는 역주행 트렌드에 우리의 기업과 제품을 대입시켜 활용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이다. ‘우리 제품이 Fun과 연결이 되는 가?’ 아니면 ‘진솔한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가?’ 또는 ‘기업이나 제품의 브랜드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는가?’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를 분석하는 것이 트렌드를 읽는 가장 중요한 단계인 것이다. 

 

2. 트렌드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라 

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Product Life Cycle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그 과정에 따른 효과적인 세일즈 전략을 펼치지만 트렌드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 유행하는 트렌드가 과연 ‘어떤 유형의 트렌드인지’, 또는 ‘트렌드 라이프사이클에서 어느 위치에 도달한 상황인지’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한 예로 과거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던 A기업의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 이 기업은 스마트마스크를 제조하는 기업이었는데 2020년도 3월,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시중에서는 마스크 수요가 갑작스럽게 높아졌고, A기업에서는 출시 후 제품이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에 마스크 생산량을 이전 예측보다 10배 이상 높이게 되었다. 

분명 코로나라는 엄청난 이슈로 인해 마스크를 포함한 개인위생용품의 시장 확대는 예측된 트렌드였고, 다양한 데이터 리서치 결과치로도 스마트마스크의 검색량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기업은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 분명 제품은 잘 팔리긴 했지만 애초에 목표했던 성과의 20% 수준을 달성했을 뿐이었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쳐화면 https://datalab.naver.com
ⓒ네이버 데이터랩 캡쳐화면 https://datalab.naver.com

A기업이 간과했던 점은 무엇일까? A기업은 개인 위생관리 트렌드에 집중한 나머지 스마트마스크 트렌드의 라이프사이클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 스마트마스크는 매년 봄철에 단기적으로 상승했는데 이것은 황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누적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매년 황사 시즌마다 주기적으로 스마트마스크의 검색어 트렌드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A기업에서는 ‘개인위생제품의 시장 확대’라는 트렌드 관점에서만 접근하다 보니 스마트마스크의 트렌드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한 것이다. 

트렌드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트렌드를 적용할지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 트렌드가 어느 정도 단계에 도달하였으며 앞으로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지에 따라 기업에서는 트렌드를 활용하는 정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맞는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도 있고, 트렌드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으며,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제품이라면 출시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 그만큼 현재 트렌드 라이프사이클이 어디쯤 도달했는지 다양한 데이터 리서치를 통해 분석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트렌드는 조금씩 모습을 변화하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비즈니스에서는 트렌드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진행중인 트렌드에만 집중하고 그 트렌드를 잡기위해 몰두하는 경우가 많은데, 
분명한 것은 그 트렌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고 
먼저 준비할 때 더 큰 성공을 맞이할 수 있다. 

3. 트렌드의 변화를 추적하라 

트렌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기 마련이다. 트렌드가 서서히 소멸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트렌드는 조금씩 모습을 변화하며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최근의 상황을 통해 살펴보면 코로나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고, 많은 사람들이 만남을 가지지 못하면서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간접적 경험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고, 변화의 속도가 비교적 느린 교육 현장에 비대면 교육이 접목되면서 이제는 온전히 온택트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언택트 트렌드를 뛰어넘어 온택트 시대로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다. 

ⓒ Hoppin 공식 홈페이지(https://hopin.com)
ⓒ Hoppin 공식 홈페이지(https://hopin.com)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여 성공한 ‘Hoppin’이라는 기업의 사례를 보자. Hoppin은 2019년 6월 설립하여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한 유니콘 기업이다. 설립 후 1년만에 기업가치가 4000억원을 넘었고, 2021년 3월에는 기업가치가 6조가 넘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언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비대면 화상채팅 서비스들이 유행하고 있을 때, Hoppin 역시 비슷한 기술로 세상에 서비스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그들이 겨냥했던 트렌드는 조금 달랐다. 기존 화상채팅 서비스들이 언택트 시대에 필요한 ‘소통’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했다면 이들은 온택트 시대의 간접경험 트렌드를 겨냥한 ‘가상이벤트’라는 키워드로 콘셉트를 잡았다. 

Hoppin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다양한 이벤트들을 온라인을 통해서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상 이벤트 구축 플랫폼이다. 간편하게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가상 이벤트를 개최할 수 있으며 수백만명이 참여할 수 있는 메가 이벤트도 만들 수 있다. 

Hoppin이 다른 화상 채팅 서비스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그들이 소위 ‘칵테일 파티’라고 말하는 매칭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가상 이벤트라는 콘셉트에 맞게 실제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교 모임을 온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게 구현해냈다. Hoppin을 통하면 이벤트가 끝난 뒤 랜덤으로 참가자들을 매칭시켜서 간단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칵테일 파티, 강연자와 참가자들이 소규모 그룹으로 모여서 채팅할 수 있는 ‘노변담화’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이렇듯 비즈니스에서는 트렌드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그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진행중인 트렌드에만 집중하고 그 트렌드를 잡기위해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그 트렌드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고 먼저 준비할 때 더 큰 성공을 맞이할 수 있다. 

ⓒGartner, layout design by wedesign / www.wedesignx.com
ⓒGartner, layout design by wedesign / www.wedesignx.com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가트너 기술전략 트렌드 발표자료’를 추천한다. 매년 가트너 주식회사는 10대 전략기술 트렌드를 발표하고 많은 국가 및 기업들이 이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미래 예측을 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한다. 기술트렌드를 통해 향후 어떤 기술들이 트렌드로 작용할 것인지 살펴보면 현재 주류로 작용하는 트렌드의 변화를 논리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트렌드를 읽는 것은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비즈니스 영역에 활용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트렌드를 이끄는 주체에 대해서 이해하고 트렌드의 라이프사이클을 통해 나만의 인사이트를 갖춘다면 효과적으로 트렌드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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