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6> ⑯ 화장품 연구원

조찬송 경희대학교 생명공학원 박사과정 학생
조찬송 경희대학교 생명공학원 박사과정 학생

어떠한 정보도 없이 연구를 시작하려고 할 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어떤 식으로 풀어내야 할까?’, ‘차후에 관련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연구 혹은 기술인가?’ 등 여러 고민이 생기면서 연구 주제를 찾고 수행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에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고민과 생각을 하며 피부의 기초 연구에 임하고 있다. 필자는 화려한 경력을 갖진 않았지만 연구자로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하고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 그러나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그 시작을 겪어야 한다. 어떤 분야에 있더라도 관련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필자가 활용하는 방법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학회·박람회·세미나를 통해 연구 트렌드 파악하기

첫째로는 학회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현재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어떤 분야가 떠오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같은 화장품 업계에 있더라도 다양한 회사, 기관, 학교에서 서로 다른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이다. 학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단순히 관련 학회의 발표를 듣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듣는 것 이외에 발표를 통해 본인의 연구결과를 직접 소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기회가 생긴다면 도전해보자.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즉,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나의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설명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내용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다른 연구자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필자는 최근 대한화장품학회에서 연구내용을 발표할 소중한 기회를 가진 바 있다. 누군가에게 내가 참여하고 수행한 연구결과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떨리지만 매력적인 일이다. 평소 한 분야만 파고들어 연구했던 연구원일지라도 학회에서는 타영역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 화장품 업계의 연구원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볼만한 학회 몇 곳을 소개한다.

①IFSCC = IFSCCInternational Federation of Societies of Cosmetic Chemists는 1995년 처음 시작된 화장품 연구개발 관련 국제 연맹조직으로 매년 Congress와 Conference가 순환 개최되고 있다. 전세계 각국의 화장품 및 피부 관련 연구원과 교수님들이 참여하여 매년 새로운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세계적인 최신 연구동향과 키워드를 파악하기 좋다.

②대한화장품학회 = 대한화장품학회는 1년에 2회 춘계, 추계로 나누어 학술발표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 대표 화장품기업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을 비롯하여 학계, 기업의 연구 개발활동을 확인할 수 있다. 원료의 효과, 제형, 효능평가법 등의 연구에 대하여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 및 학계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 성과들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기 좋다.

③대한피부연구학회 = 대한피부연구학회Korean Society for Investigative Dermatology: KSID는 피부 연구에 특화된 기초 및 임상연구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회이다. 동일한 설립목적의 미국의 SID, 유럽의 ESDR, 일본의 JSID와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무엇보다 피부의 기초연구에 대해 더욱 깊이 있는 연구결과들을 확인할 수 있다. 

④전시회·세미나 = 화장품 원료 박람회인 in-cosmetics에서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원료에 대한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인-코스메틱스 코리아in-cosmetics korea는 화장품 시장에서 사용되는 혁신적인 원료와 새로운 제형, 관련 기술을 직접 접해볼 수 있고, 최신 트렌드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각각의 원료와 효능, 그리고 관련 규제들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외 CI KOREA에서 진행되는 Conference를 통해 전체적인 뷰티 트렌드 이외에도 소재, 제형 등에 대한 연구 및 관련 규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학회처럼 크지는 않아도 간혹 기업에서 세미나가 열리는 경우가 있다. 화장품 관련사이트를 통해 세미나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참여하는 것도 추천한다. 생각보다 정보 공유의 장은 다양한 곳에서 활짝 열려 있다. 

 

화장품 전문 잡지 및 관련 콘텐츠 활용하기

일상에서 화장품 업계의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는 화장품 전문 잡지 및 관련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사람들이 평상시에 뉴스를 통해서 정치, 경제와 관련하여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자연스럽게 아는 것처럼 관련 사이트의 기사를 통해서 전체적인 화장품 업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회사, 학교의 다양한 연구결과와 관련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그러나 재미있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유튜브에서 굉장히 많은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알고 싶은 내용을 검색해볼 것을 권해본다. 

마지막으로, 현재 모집 혹은 진행되고 있는 정부과제가 무엇이 있는지 NTIS에서 확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원할 수 있는 정부과제 리스트를 확인하고, 해당 과제 내에서 진행되는 세부 분야가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 지원해보는 것도 좋다. 

연구는 협업이다. 
교수나 다른 연구원들과 의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을 다른 사람을 통해 듣고 참고할 수 있다. 
가능하면 다른 기관과 협업하여 연구결과를 더욱 발전시키자.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연구 수행의 핵심 

이렇게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국내외 동향, 연구 및 기술, 시장, 산업 분야에 대한 트렌드를 전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어 본인의 연구에 적용하고 진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연구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보다는 ‘연구할 때 꼭 지켜야하는 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① 끊임없이 논문을 읽고 탐구한다. 

관련된 키워드를 가지고 최대한 많은 논문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마인드맵처럼 점점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이다. Google scholar 혹은 PubMed를 통해 찾은 선행 연구들을 토대로 서로 내용을 연결 시켜보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보며 스토리 확장을 시키는 것이다. 논문 읽는 것을 멈추지 말자. 그래야 세운 가설을 검증하며 계속해서 연구를 뻗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② 기록하고 공유한다. 

연구과정의 큰 틀은 같더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변수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다. 변수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실험과정에서 오염이 될 수 있는 변수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너무 당연하지만 굉장히 사소해서 간과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또한, 처리 순서, 시간, 샘플의 농도 등 실험 전과정에 걸친 내용들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진행 과정들을 거슬러 올라가보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서만 계속 생각한다고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연구는 협업이다. 따라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즉, 평소에 지도교수 혹은 다른 연구원들과 의논하고 도움을 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해 듣고 참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가능하면 다른 기관과 협업하여 연구결과를 더욱 발전시키자.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필자는 멜라닌세포 내 멜라노좀의 이동에 관여하는 프로히비틴PHB의 역할에 대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Prohibitin’, ‘Melanosome transport’, ‘Melanocyte’, ‘Pigmentation’ 등 관련 키워드를 가지고 참고할 논문들을 찾아보았다. 전반적으로 Protein interaction을 확인하고 co-immunoprecipitation을 주로 수행하면서 관련된 실험방법을 이용한 논문들을 참고하였다.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지도교수님 및 실험실 구성원과 논의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였다. 이는 실험과정을 다시 되짚어보고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를 반복한 끝에, 2020년 3월 ‘Theranostics(Impact factor 8.57)’에 ‘A novel function of Prohibitin on melanosome transport in melanocytes’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하였다. 

최종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해석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위 연구성과에 대해 화장품 혹은 피부 치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욱 고찰이 필요하다. 피부에 부작용을 주지 않으면서 해당 기전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소재를 발굴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화장품은 제약에 비해서 기초연구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미백, 주름 개선 등 효능이 있는 원료를 찾아 단순히 제품에 적용하고 출시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소비욕구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용 이전에 기초 연구가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참신하면서도 더욱 효과적인 제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이다. 피부 기초연구를 수행할 때 적용 대상을 화장품에 국한하지 않고 관련 질병도 함께 고려하여 폭넓은 연구들이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다. 필자 또한 여전히 새로운 연구분야와 주제에 대해서 위의 과정을 밟아 나가고 있으나 이 글의 내용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조금이나마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도움이 되어 현재의 연구를 되돌아보고 한 템포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화장품 업계에서 또는 관련 분야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연구를 디자인하고 결과를 도출하여 논문, 특허, 실질적인 제품 출시 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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