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4> ⑩ 화장품연구원

 

나용주 아모레퍼시픽 기반혁신연구소, 연구원
나용주 아모레퍼시픽 기반혁신연구소, 연구원

연세대학교 생화학과(학사)와 카이스트 생명과학과(석·박사)에서 공부하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싱가포르 APAC R&I 연구소 주재원으로 있다가 최근 본사 연구원으로 복귀했다. 2020년 6월 『나는 연구하는 회사원입니다』(레인북 출간)를 펴냈다.


트렌드는 스칸디나비아어로 물길의 흐름을 뜻하는 Trendr에서 왔다고 한다. 통상 사회의 커다란 흐름을 의미하지만 좁은 의미로는 어떤 특정 분야에서 유행하거나 새로운 변화의 발생으로 해석한다. 트렌드의 본질은 방향성, 시간에 따른 진화와 변화를 특징으로 갖기에 ‘흐름’이라는 어원과 매우 잘 닿아있다.

화장품을 연구개발하는 회사원 관점에서 봐야하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트렌드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화장품이 가진 속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로 필자는 FMCGFast-Moving Consumer Goods를 종종 떠올린다. FMCG에 속하는 제품은 몇 가지 속성을 갖고 있다. 새로움이 중요하다는 것, 유통기한shelf-life이 짧다는 것, 실생활에 깊이 관여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속성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변화에 민감한 고객들과 만나게 되고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관심과 발전에 따라 하나의 흐름, 즉 트렌드로 발전할 가능성을 갖는다.

요즘은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서 연구 개발자로서는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패스트 코스메틱Fast cosmetics의 시대다. 자칫 잘못하면 시류에 맞지 않는 기술을 얹은 제품을 출시하여 고객에게 외면 당할 수 있다. 물론 긴호흡으로 기술을 충분히 연구개발하여 고객 고충을 덜어주는 궁극의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FMCG라는 화장품의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헤리티지 브랜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제품들이 옛 기술만을 고집하지 않고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반영하여 오랜 역사에 더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사례는 너무나 흔하다. 마치 집 안쪽은 최신 스타일로 싹 리모델링한 100년 된 한옥집의 모습과 같다.

기술의 가치와 변화의 속도 역시 다르지 않다. 인간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일찍 끝날 수 있었던 것은 갈수록 분석 기술이 개선되고 새롭게 개발 되었기 때문이다. 환자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인공지능 의사가 경력이 짧은 의사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암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파폴드라는 인공지능 기술은 기존의 어떤 기술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해 냈다. 당신이 셀피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피부 나이가 몇 살인지, 어떤 제품을 바르면 좋을지 즉시 추천해 주는 기술이 가능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연구방법을 고수해서는 곤란하다. 제형이 잘 깨지지 않도록 안정하게 만드는 계면화학이 중요했던 최초의 화장품 기술이 이후 안전, 안심의 시대를 지나 지금과 같은 바이오 고기능성으로 발전한 것은 화학과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을 지속적으로 제품개발에 반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제, 연구개발자가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개발하는 제품이 오래된 가치를 반영하든,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이든 화장품이라는 제품의 속성을 고려하며 반박자 빠른 기술 전개를 통해 시장의 흐름 즉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연구자의 트렌드 읽는 법

앞서 말했듯 FMCG 특징을 생각하면 연구자는 마켓과 기술 트렌드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기술 트렌드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에 대해 주로 다루려 한다.

 

1. 일상적인 기술 동향 활동

(1) 정보의 획득

◆뉴스 접하기=필자는 몇 개의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두고 있다. 생물학 뉴스와 정보를 얻기 위해 BRIC, 화학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c&en, 과학 전반에 걸쳐 새로운 뉴스와 발견을 소개하는 Science daily 등이다. 화장품과 밀접하게 맞닿은 Cosmetics & Toiletories에도 종종 방문한다. 이런 사이트는 특정한 주제나 기술에 대해 궁금할 때 검색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마치 신문기사를 읽듯 이것 저것 관심 가는대로 훑어보기에 더 좋다. 의식의 흐름대로 내용을 살펴보다가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스크랩 한다(스크랩에 대한 것은 아래에 좀 더 설명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특별한 목적성이 없으면 생산적인 일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정보의 편협성, 편견을 막는다는 점에서 덜 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과정도 필요하다.

업계,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할 때는 직접 그 회사에서 발신하는 내용을 적극적으로 보면 된다. 회사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모니터링을 부지런히 하면 자연스럽게 어떤 것이 새롭게 등장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LinkedIn에서 기업별 계정을 follow하고 있는데 친절하게 어떤 제품이 출시되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업데이트 받을 수 있어서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업데이트를 받게된다. 

◆푸시 시스템 활용(RSS 및 이메일)=관심이 더 높은 기술 키워드에 대해서 PubMed에서 제공하는 RSS 피드 시스템을 이용하는 편이다. RSS는 Rich Site Summary의 약자로 어떤 사이트에 새로운 콘텐츠가 올라올 경우 그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RSS 서비스 리더reader에서 이용하는 방법이다(나무위키). PubMed에서 검색어를 입력하면 결과가 쭉 나오는데, 이때 검색창에 보면 Create RSS라는 메뉴가 보인다. 이 메뉴를 클릭하면 순서대로 RSS 피드를 생성하는데 사용자는 최종적으로 링크를 복사하면 된다. 복사한 RSS를 RSS 서비스 리더에 등록하면 매일 알아서 업데이트 해준다. 필자는 skin, anti-aging과 같은 단어의 조합으로 피드를 받고 있다. 피드를 받으면 제목과 초록이 보통 보여지기 때문에, 빠르게 필요한 내용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구글 알리미의 키워드 기능을 활용하면 원하는 주기에 맞춰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나 문서를 모아서 이메일로 알려준다. 구글 검색창에서 '구글 알리미'를 검색어로 넣으면 알리미에 대한 링크를 바로 찾을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검색어를 알리미 검색창에 넣고 알림 받을 이메일 주소를 입력한 뒤, 알림 만들기를 누르면 주기적으로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수신 빈도, 출처, 언어, 지역, 개수 등 다양한 옵션을 조정하여 입맛에 맞게 관련 뉴스의 최신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외부 전문 기관의 도움 받기=전문적으로 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트렌드를 조사하는 회사들이 많다. 화장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술을 주로 다루는 곳도 있고 전세계의 모든 트렌드를 모니터링 하는 회사도 있다. 이런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학계를 비롯,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가지고 있어 기술의 응용 관점에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Case study로 단기간 계약 또는 연 단위 계약 등 조건은 다양하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지만 필요한 정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 특정 주제에 대해 심화 조사를 요청하면 내용을 정리해서 웹세미나 또는 질의 응답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정말로 기술 트렌드에 민감, 민첩하게 대응하고 싶다면 사내의 전문가에게만 의지하기 보다는 넓은 시야와 경험을 가진 외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2) 획득 정보의 보관과 활용

필자는 과거 열렬한 에버노트 사용자였다. 에버노트는 노트를 정리하고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플랫폼)다. 앞서 말한 일상적 기술동향 활동으로 얻은 정보를 전부 기억할 수는 없다. 1차 스크리닝을 거친 정보를 매 건마다 정리하고 요약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일단 스크랩하는 단계로 한 곳에 모아두는 일이 필요했다. 에버노트는 그런 점에서 유용한 스크랩 툴이다. 스크랩으로 모은 정보를 추후에 가공하고 괜찮은 아이템은 하나의 노트북 안에 넣어 놓아 언제든 필요할 때 찾아보도록 했다. 검색 기능을 잘 활용하기 위해 태그를 붙이는 방법을 활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정보를 모으고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필자는 일단 모아 놓으면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는 것들이 많다. 스크랩한 내용이 많아지면 그 다음에 하나씩 보면서 정리하는 식이다. 당시엔 필요했다고 생각되는 것인데 그렇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고 언제 스크랩 했는지 모르게 새롭게 발견하는 내용도 있다. 지식 정보를 숙성하는 과정이라고 봐도 된다.

지금은 사내 보안 때문에 에버노트를 활용하기 어렵다. 그런 제약이 없던 때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필자가 모은 자료 전체를 공유한 적이 있다. 동료와 공유하는 기능은 유료 서비스다. 회사에서 따로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보니 개인적으로 돈을 지불해서 사용해야 했지만 활용도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스크랩한 노트를 공유하면, 공유 받은 동료가 관심있는 노트에 자유롭게 코멘트를 달 수 있었다. 요즘은 워낙 프로젝트 관리, 협력 플랫폼이 많아져서 다른 대안을 학교나 회사에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개인적으로 노션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정보를 모으고 정리한다. 노션의 기능을 완전히 활용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용을 모으고 생각을 정리해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

기술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는 오직 기술만 바라볼 때 찾아온다.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기술일지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대상은 사람이다. 
갈수록 고객의 관심과 생각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면 곤란하다. 
우리가 하는 연구, 기술의 방향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3) 타 분야 기술 트렌드를 내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필자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시스템 생물학과 같은 인접 분야 기술의 발전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한 것인데 어떤 기술이 있는지, 산업이나 학계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궁금해서 찾아본다. 꼭 어떤 과제를 만들어야한다는 당위성도 없다. 솔직히 이해를 하겠다는 욕심은 접었다. 그러나 자주 보다보면 주요한 키워드는 캐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근 관심을 갖는 것은 업무 효율화인데,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방법이 없을까 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조사를 해보니 기존의 데이터를 학습하여 루틴한 업무를 대체해 줄 기술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즉 루틴한 실험 업무에 대해 보고서를 쓸 때 데이터 처리와 보고서 작성을 자동화함으로써 시간과 자원을 줄이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직접적으로 제품 개발의 기술 관련성이 낮지만, 회사에서 주어지는 과업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측면에서 기술 트렌드를 모니터링 하다보면 어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지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일 하는 연구원이라면 현안을 처리하는데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연구개발 과제도 마찬가지다. 기술 자체만 깊숙하게 들여다 보다보면 최적화 포인트에 한계를 갖기 쉽다. 그럴 때 인접 기술을 적용해서 다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처음 원고를 요청 받았을 때 트렌드를 읽는 법이라고 하여 트렌드 자체에 고민을 했었다.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이 글의 취지는 트렌드를 '읽는 법'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수없이 다양한 정보가 돌아다니고 있다. 정보만 모아두는 행위는 쓸모가 없다. 적극적으로 기술 정보를 모은 다음엔 사실과 거짓을 분류하는 것도 필요하고, 분류한 사실에서 어떤 흐름을 찾아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많은 정보와 시그널 중에서 핵심과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우리는 ‘통찰’ 또는 ‘인사이트’라고 부른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정보들의 가치를 정리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최근 읽고 있는 『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게리 클라인)』라는 책에는 몰입, 경험과 경력에서 오는 전문성을 주요 역량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갑작스런 ‘아하’ 순간은 없다. 정보 그 자체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그 안에서 통찰을 발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며 멋진 통찰의 순간과 만날 준비를 해야한다. 다만 책에서는 통찰이 얻어지는 과정에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도 있다고 하니,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트렌드를 찾으려고 하다보면 여러 소스를 모니터링 하게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확증 편향’이다. 아직 대세가 아님에도 연구자, 조사자 개인의 관심 분야이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권위 있는 사람의 한 마디를 바탕으로 마치 그것이 진실인양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가져야 트렌드라고 인정한다는 기준과 정의는 없지만 조사자의 편견으로 인해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확대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꽤 오래 전에(10년도 더 지난 이야기다) 실험 생물학회를 참관했다. 그때 miRNAmicroRNA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얻었다. 흥미로워서 해마다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 해왔는데, 몇년이 지나니 피부에서 발견과 활용 사례가 등장했다. 가슴이 뛰었다. 조만간 강력한 트렌드가 될 것이라 믿었고, 일찍부터 발견한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하지만 막상 필자가 기대했던 것만큼 화장품 영역에서 트렌드로 발전 되지 않는 것을 보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고민한 적이 있다(이것은 miRNA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트렌드가 된다는 것은 어떤 신호들이 하나로 모여 진화한다는 것이다. 결과론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떤 기술도 스스로 자신을 ‘내가 트렌드다’라고 주장한 적은 없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은 인간과 공생하는 미생물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진화해 왔다. 그런데 피부 미생물을 이해하고 활용하면 피부 개선에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고객의 고충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뛰어난 솔루션이 될 것임을 깨달은 회사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표방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출시하게 되었다. 그렇게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은 기술 자체의 트렌디함 뿐 아니라 회사의 관심이 모여 순식간에 대세로 올라섰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연구개발 되고 학계의 주요 관심사기도 하지만 화장품의 대세 기술이 되기엔 어려운 것도 있고, 기술적 성숙도가 올라가는 중에 큰 흐름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자신이 기술 트렌드를 보는 눈이 없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트렌드는 단지 기술 그 자체만 보아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트렌드를 제대로 캐치하는 과정은 많은 사람의 지혜,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 집단지성)가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

기술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는 오직 기술만 바라볼 때 찾아온다. 갈수록 기술과 함께 인문학의 접점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흐름도 하나의 트렌드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대체 왜 사람을 이해해야 할까? 기술만 잘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닌가.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만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면 1차원적인 솔루션만 가능하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아픈 곳만 딱 확인하고 약을 처방해 주어 섭섭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동안 아픔으로 불편을 많이 겪지는 않았는지, 다른 곳은 어떤지, 이 약으로 개선되는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등 나를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기술일지라도 그것을 사용하는 대상은 사람이다. 클린뷰티 트렌드에 공감하려면 고객이 환경에 대해 갖게 되는 관심의 이유, 사회적 책임이 담긴 제품인지 궁금해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단지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니까 거기에 맞는 기술의 옷을 적당하게 입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연구자 스스로 트렌드에 공감하고 행동함이 요구되는 시대다.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클린뷰티에 맞는 실험법을 새롭게 개발 한다던가, 기존의 방법을 단축하거나 개선해서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는 없는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즉 진정성 있는 연구의 완성은 기술과 사람에 대한 '찐' 관심이 만날 때 가능하다.

갈수록 고객의 관심과 생각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면 곤란하다. 우리가 하는 연구, 기술의 방향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인문학에도 관심을 갖고, 고객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 이해하도록 노력하자. 핫플레이스에 가서 사람들을 관찰해 보자. 무엇을 먹고 마시고 즐기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 보면 다양한 기술 속에서 진짜 중요한 트렌드를 뽑아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연구개발자로서 가장 바라는 것은 내가 연구개발한 기술이 화장품의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 모두 언젠가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가 되는,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멋진 기술이 담긴 제품을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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