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⑦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남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생산업체인 것처럼 북한에도 2개의 선두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1957년 말 건설된 평양화장품 공장은 평양시 평천구역의 2만㎡의 부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화장품과 치약, 비누 등을 생산한다. 평양화장품 공장은 ‘은하수’ 상표를 단 각종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어 ‘봄향기’를 생산하는 신의주화장품 공장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생산공장이다. ‘너와나’, ‘진주’, ‘광량’ 등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비누와 샴푸 및 살결물과 물크림을 비롯한 60여 가지의 기능성 화장품들을 생산한다. 2003년 8월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하였고 2015년 2월 5일에는 김정은이 대를 이어 현지지도 했다. 노동신문이 지도자의 특정 공장 현지지도를 보도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보도는 신의주와 평양화장품 공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직접 관리하는 공장이라는 사실을 상징한다. 노동신문이 아버지 김정일의 단순 현지지도 보도와 달리 화장품 생산에 대한 김정은의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행태는 화장품 생산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이 매우 특별하다는 점을 반영한다. 특히 김정은이 사람마다 화장품에 대한 기호와 욕구가 다르다는 것을 지적한 것은 화장품 산업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들의 피부는 거주 지역의 기후와 생활환경 및 식성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여성들은 자신들의 피부에 맞는 화장품과 사용법을 발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김정은 현지지도의 특징적인 교시 중 하나는 화장품은 필수소비품인 만큼 저자극적이고 기능적인 화장품을 생산하라는 내용이다. 단순히 피부를 보호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특정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성화장품을 생산하는 것은 화장품 생산의 글로벌 추세다. 

평양화장품 공장은 인기 품목인 ‘은하수’를 자체 개발했으며 인삼이나 알로에, 쑥 등의 천연 재료를 이용하여 북한 주민들의 피부에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자연 성분을 이용하여 기능성화장품을 만들기 때문에 중독이나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특장점이라고 선전하지만 세계적인 수준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북한도 이제 중국산, 한국산 및 일본산 등 외제 화장품과 경쟁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고위층들은 장마당 등을 통해 북한산보다는 한국산 ‘설화수’ 등을 구매한다. 김정은도 이를 의식한 듯 인민들이 다른 나라의 것이 아니라 ‘은하수’를 찾도록 유도하고 세계시장에서도 소문이 나야 한다고 강조한 사실은 한편으로 상품의 품질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측면과 동시에 북한산 화장품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암시한다. 또한 ‘은하수’ 화장품의 인기가 괜찮다고 만족하지 말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제품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화장품을 생산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라는 최고지도자의 지시이지만 하루아침에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화장품 제조는 화학, 물질, 생물학 기술과 함께 용기와 포장 그리고 마케팅 등이 어우러진 종합 산업이라 후발국이 하루아침에 도약하기는 어렵다. 김정은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이 2003년 8월 방문한 평양화장품 공장을 2015년 2월 방문하였다. 화장품 생산에 대한 아버지의 업적을 회고하고 3대 세습의 당위성을 인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유관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김정일의 현지지도 동선을 지속적으로 답습한다. 평양화장품 공장 현지지도도 김정일 유훈통치의 일환이다. 김정은은 2014년 말부터 경공업 공장을 빈번하게 방문했다. 인민친화적 산업의 관심과 함께 공업부문 활성화로 인민생활 안정을 모색하고 있다. 김정은은 화장품공업 발전을 강조하는 등 화장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사람마다 화장품에 대한 요구와 기호가 다르며, 이에 대한 수요는 날로 늘어간다”고 언급하여 ‘은하수’ 화장품의 세계화와 제품의 다양화 등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산 제품의 품질 개선을 계속해서 지시했다.

김정은은 여성 화장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전 세계 언론이나 광고 및 내부 보고를 통해 파악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선대와 달리 젊은 지도자이며 유럽 생활 경험이 있기에 화장품을 다양하게 접해봤으며, 배우자인 리설주와도 화장품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그는 여성이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고 화장품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도 선대보다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김정은은 사용자의 기호에 따라 화장품에 대한 선호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국가 정책을 통해 맞춤형 생산을 지시했다.1 

1. 이상현(2016), “23종 38점 새로 개발…세계적 제품과 겨룰 명제품으로”, 연합뉴스 2016년 1월 18일자, http://www.yonhapnews. co.kr/bulletin/2016/01/18/0200000000AKR20160118080000014.HTML?input=1195m (검색일 2017. 1. 11). 
그림 1. 알로에 살결물 화장품 ⓒ남성욱 교수
그림 1. 알로에 살결물 화장품 ⓒ남성욱 교수

김정은은 평양화장품 공장 현지지도에서 앞으로 생산과 품질 측면에서 일대 혁신을 일으키기 위하여 “△생산공정 현대화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기 위한 사업, △화장품의 품질을 담보하고 그 관리를 원만히 할 수 있게 하는데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분석 및 검측설비들을 충분히 갖추기 위한 사업, △새로 꾸린 과학기술지식 보급실 운영을 잘하여 공장종업원들의 기술기능 수준을 부단히 높이는 사업,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포장용기와 상표 도안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을 힘 있게 벌려갈 것”을 주문했다. 또한 화장품 생산에서 앞선 나라들과의 기술교류를 활발히 진행하여 새 제품개발에도 주력할 것도 강조했다. 북한은 평양화장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십 가지의 기능성화장품들은 피부 보호와 노화방지에 효과적이어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알로에, 쑥, 인삼을 비롯한 천연 추출물을 배합하여 만든 살결물과 크림은 외국산 화장품들에 비해 효과가 우수하고 중독 및 부작용 현상이 없다고 선전한다. 

김정은은 2015년 2월 평양화장품 공장 시찰에서 직접적으로 외제 화장품의 장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산 화장품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정은은 “외국 마스카라는 물에 들어가도 유지되는데 북한산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라며, 북한산의 우수성을 맹목적으로 칭찬하기보다는 워터 프루프방수 기능과 번지지 않는 유지력을 갖춘 외제 마스카라를 참고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서 랑콤, 샤넬, 시세이도 등의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면서 북한 화장품 또한 세계적 제품과 겨룰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2 과거 사회주의 체제의 무결점만을 내세웠던 선대 지도자들과는 달리 북한 제품의 문제점을 공개적이고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이례적인 행보이며 동시에 김정은이 젊은 나이로 인해서 겪을 수 있는 지도력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북한은 경제관리 방식을 바꾸어 기업이 이윤을 남길 경우 임금 인상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북한산 마스카라의 문제점을 개선하면 임금을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제품의 생산 및 판매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품질의 제품 생산을 촉진시키고 브랜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도록 부분적으로 자본주의 방식으로 바꾸었다는 것은 북한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를 의미한다. 

2. 중앙일보, 2016년 2월 23일자, 북한이 랑콤과 샤넬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에 도전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러시아 관영 ‘로시스카야가제타 RBTH’는 지난 2016년 2월 20일 “주체 사상의 나라 북한이 조만간 랑콤과 샤넬, 크리스찬 디올에 뒤지지 않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양의 거대 화장품 공장 ‘은하수’가 그런 노력의 중심에 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19612827?cloc=rss|news|politics (검색일 2017. 2). 
그림 2. 2017년 평양화장품공장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그림 2. 2017년 평양화장품공장 현지지도 ⓒ남성욱 교수

2017년 10월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2년 동안 개건리모델링한 평양화장품 공장을 다시 현지지도 했다. 2015년 2월 현지지도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연건축면적 2만9200여㎡의 건축공사를 완공하고 281종·1122대의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어 놓았으며, 모든 생산공정의 자동화, 무균화, 무진화를 완벽하게 실현했다고 발표했다. 개건된 평양화장품 공장은 연간 화장품 1500만개, 화장품용기 1000만개, 미용비누 2000톤을 생산하는 현대적인 화장품 생산기지가 되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에서 통합생산 지령실, 화장품 직장, 비누 직장, 화장품용기 직장, 도안창작실, 화장품연구소, 화장품 분석소, 과학기술 보급실, 제품견본실 등 공장의 여러 곳을 돌아보면서 개건 상황과 생산 및 연구실태, 제품의 질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생산지휘와 경영활동을 과학적으로, 종합적으로 분석 예측하고 최대한의 실리를 보장할 수 있게 통합생산 및 경영정보관리 체계를 높은 수준에서 구축하였다”고 치하했다. 또 "피부보호 및 기능성화장품, 분장용화장품, 머리칼 화장품, 세척용 화장품을 인민들의 기호와 수요에 따라 여러가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원료배합, 주입, 포장공정의 자동화를 언급하며, 화장품용기 생산공정에서 줄지어 나오는 용기들도 하나같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2017년 리모델링한 평양화장품 공장은 
연간 화장품 1500만개, 화장품용기 1000만개, 미용비누 2000톤을 생산하는 
현대적인 화장품 생산기지가 되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마스크 착용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화장품 을 개발했다. 
이어 평양화장품 공장은 미용 차원을 넘은 화장품 생산도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연화장품을 20여종을 개발했다고 한다. 
 

개건된 평양화장품 공장은 화장품생산 공장답게 모든 생산현장과 복도를 유리 칸막이로 격폐시키고 위생통과실을 새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성능이 좋은 공기조화기를 설치해 무균화, 무진화를 완벽하게 실현했다. 새로 설립한 화장품연구소와 화장품분석소는 현대적인 분석 및 측정, 실험설비들을 통해 화장품 등의 정성 및 정량분석, 유해물질 검출 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노화방지크림, 미백 살결물(스킨), 여드름치료 크림, 머리칼 고착제 등을 새로 연구 개발했다. 북한은 평양화장품 공장을 ‘과학연구와 생산이 일치된 기술집약형 산업의 본보기공장, 우리나라 화장품산업의 중심으로 전변되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화장품 공장에서 생산하고있는 화장품들의 가지 수도 많고 질도 좋을 뿐만 아니라 용기의 모양은 물론 포장곽들도 참 곱다”면서 “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여성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 있게 되었다”고 치하했다. 또 “현대화, 과학화, 공업화된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세계적 수준의 화장품을 받아 안고 좋아할 우리 여성들, 우리 인민들을 생각하니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화장품 공장이 생산구역, 교양구역, 생활구역이 명백히 구분되고 모든 건축물들이 녹색형, 에너지 절약형으로 꾸려졌으며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종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완전히 때벗이 하였다”면서 공장 개건의 성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와의 접촉이 많아지며 북한산보다 외국산 화장품을 많이 쓴다는 것을 파악하였다. 평소 정책적으로 국산화를 꾸준히 강조하였던 김정은은 자국산 제품의 품질을 높여 북한 주민들도 국산품을 애용하고 동시에 세계화를 통해 여러 국가의 국민들이 북한산 화장품을 쓰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는 북한 주민들의 선망의 대상인 일본의 ‘시세이도’나 한국의 ‘설화수’ 같은 제품을 만들어, ‘북한판 시세이도’, ‘북한판 설화수’로 외화벌이도 하고 북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를 기대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적인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화장품공장은 마스크 착용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치료용 화장품 을 개발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020년 3월 “일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 대기 습도보다 마스크 안의 습도가 상대적으로 90% 이상 높아지고 온도도 올라가며 이에 따라 접촉 부위에 자극성 및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접촉성 피부염을 미리 막을 수 있는 치료용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평양화장품 공장은 미용 차원을 넘어 치료용 화장품 생산도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천연화장품을 20여종 개발했다고 한다. 2020년 12월 북한은 평양화장품공장을 북한식 현대화의 본보기 공장이라며 김정은의 치적으로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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