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음(NEXT) 화장품 시장이 될까?’ 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 KBS 객원해설 위원,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장

 

화장품 산업은 단순한 경공업이 아닌 화학공업, 금형산업, 플라스틱산업, 바이오의공학 등 다양한 산업이 상호작용하는 복합적인 분야다. 화장품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다양한 부문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막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한 북한의 경우 화장품의 품질은 한계가 있다. 경제 강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일본 및 한국 국적의 브랜드가 전 세계 화장품 업계를 평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 국가의 화장품 기술은 그 국가의 경제력과 정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북한 화장품의 성분 분석을 위하여 평양에서 생산한 64개 화장품을 반입하여 북한 화장품 생산 관련 화학공업과 금형산업 등의 발전 수준을 분석했다. 북한의 화장품에 대한 선행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초로 64개의 북한 화장품을 기술적 측면에서 분석했다. 화장품의 성분 분석은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 2018~2020년 진행됐다. 또한 북한의 화장품 생산 정책과 화장품의 사용 실태를 교차적으로 점검하기 위하여 200명의 탈북여성을 대상으로 북한에서의 화장품 사용 경험과 남한에서의 화장품 애용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병행했다.

북한 화장품의 전성분 분석 결과 제조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소실되어 제품의 주요 성분이어야 할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 딱딱하게 굳거나 표면에 균열이 발생하고 손으로 만져보면 마치 푸딩처럼 끈적끈적하게 엉기는 등 안정성이 떨어지는 제품도 있었다. 화학기술의 한계로 인한 불안정한 제형 때문인지, 제품을 포장하는 단계에서 나타난 기술력의 한계인지 정확한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 대다수 제품의 유통기한이 최대 2년에 불과해, 통상적으로 3년인 국산 제품과 비교하여 포장과 보존기술이 낙후된 것으로 관측된다. 화장품의 원료가 되는 개별 화학물질에 대한 완벽한 관리와 제조가 화장품 산업의 기본 여건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은 여전히 경공업 제품의 수준이 낙후되어 있다고 평가된다. 

전성분 분석 결과 북한 화장품에 대해 몇 가지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북한 화장품에는 인체에 유해할 가능성으로 국내에서는 논란이 있는 성분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전체 64개의 분석대상 품목 중 7개(11%) 제품에서 유해성 이슈가 존재하는 성분이 검출되었다. 검출된 유해 논란 성분은 메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에틸파라벤, 부틸파라벤, 탈크talc 등 5가지 성분이다. 검출된 횟수는 메틸파라벤 5회, 프로필파라벤 4회, 에틸파라벤 3회, 탈크 1회, 부틸파라벤 1회로 대다수의 유해성 이슈 성분은 파라벤 계열 성분으로 확인되었다. 

파라벤Paraben은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죽이는 특성이 있어서 방부제로 사용되는 성분으로 인체에 흡수 시 내분비계 교란에 대한 우려가 큰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점차 사용을 기피하는 성분이다.1 최근에는 파라벤이 유전자DNA 손상을 일으켜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2 탈크talc는 활석을 분말화한 가루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어 폐에 치명적인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파라벤 계열의 성분이 검출된 제품(92%)에서 파라벤이 성분표기에서 누락되었다. 북한에서도 파라벤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여 파라벤 성분이 사용된 것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혹은 북한의 보건 위생 수준으로 보아 파라벤에 대한 규제 기준이 아직은 부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1.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화장품에 사용이 가능하다고 허용한 파라벤은 ‘메틸파라벤’, ‘에틸파라벤’, ‘부틸파라벤’, ‘이소프로필파라벤’, ‘이소부필파라벤’ 등 총 6가지이다. 하지만 파라벤의 유해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2011년부터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을 만 3세 이하 영유아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유럽연합의 경우도 0.19%를 상한선으로 두고 있지만 한국 식약처의 경우에는 여전히 0.8% 상한선을 고수하고 있다.
2. “[이브닝 이슈] 화장품, 알고 쓰십니까?…‘파라벤’ 유방암 유발 논란,” 검색일 2017년 5월 15일, http://imnews.imbc.com//replay/2014/nw1800/article/3562305_18437.html.

 

그림 1. 북한 화장품의 국내 유해성 이슈논란 성분
그림 1. 북한 화장품의 국내 유해성 이슈논란 성분

둘째, 제품의 성분표기에 기입되지 않은 성분이나 물질이 검출되었다. 전체 64개의 분석대상 품목 중 17개(27%) 제품에서 성분표기에 기입되어있지 않은 성분이나 물질이 검출되었다. 검출된 성분은 프로필파라벤, 에틸파라벤, 메틸파라벤, 부틸렌파라벤, 프로필렌글리콜, 티타늄디옥사이드, 글리세린, 비타민E아세테이트, 엘라스토머 등 9가지 성분이다. 검출 횟수는 프로필파라벤, 에틸파라벤, 메틸파라벤, 프로필렌글리콜, 티타늄디옥사이드 각 4회, 부틸렌파라벤, 글리세린, 비타민E아세테이트, 엘라스토머 각 1회이다. 프로필파라벤, 에틸파라벤, 메틸파라벤, 부틸렌파라벤 등의 파라벤 계열 성분은 전술한대로 인체에 흡수 시 내분비계 교란에 대한 우려가 큰 방부제 성분이다. 프로필렌글리콜은 습기를 흡수하는 수분 보유 효과가 뛰어나 보습제의 원료로 쓰인다. 티타늄디옥사이드는 자외선 차단 제품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피부 표면에 보호막을 만들어 자외선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글리세린은 모발이나 피부에 수분을 보급하고 건조를 막아주는 성분으로 프로필렌글리콜과 함께 보습제의 주성분으로 사용된다. 비타민E아세테이트는 비타민E에 아세트산에스테르기를 더해 비타민E 성분의 안정화를 높인 기능성 첨가원료이다.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를 구성하는 불포화지방산의 과산화過酸化를 억제하여 노화피부의 특징인 탄력성 저하, 지선기능 저하와 색소침착 등의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라스토머는 실리콘을 사용한 제형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실리콘을 사용한 제형은 오일을 사용한 제형에 비해 한 단계 진보된 형태의 제형으로 사용감이 더욱 부드럽다. 이 부드러운 느낌을 내는 성분이 엘라스토머이다. 다만 검출된 횟수 중 에틸렌파라벤 4회, 메틸파라벤 2회, 프로필파라벤 1회는 0.003% 수준의 극미량이 검출되었다. 이는 공정과정 중에서 의도치 않게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공정과정에서 극미량이 제품에 첨가된 것을 ‘트레이스trace’라고 하는데, 트레이스는 오차범위로 인정된다. 하지만 인체에 유해성이 없는 기능성 첨가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비타민E아세테이트, 엘라스토머 등의 성분을 제품의 성분표기에 기입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다. 다만 미표기 성분이 극히 소량이라 표기의 필요성을 굳이 인식하지 못했거나 당초 의도하지 않은 물질이나 다른 물질에 포함되어 첨가되거나 혹은 북한은 남한과 달리 표기에 대한 기준이 확고하지 않은 결과로 추정된다.3 

3. 2008년부터 국내에서 시행된 전성분 표시제도는 소량이라도 표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용량이 10ml 초과 50ml 이하, 또는 중량이 10g 초과 50g 이하 화장품의 경우 공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전성분을 표기할 필요가 없었으나 최근 개정된 사항으로 타르 색소, 금박, 샴푸와 린스에 들어 있는 인산염의 종류, 과일산(AHA), 기능성화장품의 경우 그 효능·효과가 나타나게 하는 원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배합 한도를 고시한 화장품의 원료는 표기하게 되었다. 
그림 2. 성분분석에서 확인된 미표기 성분
그림 2. 성분분석에서 확인된 미표기 성분

셋째, 제품의 성분표기에 기입되어 있는 성분이 실제로는 누락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전체 64개의 분석대상 품목 중 19개(30%) 제품에서 제품의 성분표기에 기입되어 있는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몇몇 기능성 제품의 경우에도 주요 성분으로 간주되어야 할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도 확인되었다. 성분표기에 기입되었으나 성분분석 결과 검출되지 않은 성분은 에틸파라벤, 프로필파라벤, 비타민C, 비타민E,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1,3-부틸렌글리콜, 페녹시에탄올 등 8가지 성분이다. 검출되어야 할 성분이 누락된 횟수로는 비타민E, 프로필렌글리콜 각 6회, 1,3-부틸렌글리콜 5회, 페녹시에탄올, 에틸파라벤 각 2회, 프로필파라벤, 비타민C, 글리세린 각 1회이다. 비타민E 성분은 전술한대로 항산화 작용을 하여 피부의 과산화를 억제하고 주름개선 효과 및 표피 재생 기능을 한다. 비타민C 성분은 항산화 성분으로, 조직 성장 및 복구를 도우며 신체 단백질의 1/3을 차지하는 콜라겐 생성을 돕는다. 콜라겐은 피부와 세포를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점막을 형성하고 피부 주름을 개선하며 피부 처짐을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여 노화방지를 돕는다. 비타민E와 비타민C 등 비타민 성분은 불안정하여 공정 과정에서 쉽게 분해되어 파괴되기 쉽다. 

북한 화장품에서 비타민 성분이 성분표기에는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로 검출되지 않은 이유는 북한 생산 기술의 부족으로 인한 제형 내 불안정성을 극복하지 못해 성분 첨가 과정에서 비타민 성분이 파괴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비타민 성분의 소실을 방지하기 위해 비타민 ‘유도체’를 사용한다. 유도체란 비타민의 대체 성분으로 인체에 흡수 후 비타민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성분으로 전환되는 성분을 의미한다. 유도체 성분의 사용으로 국내 제품에서는 비타민 성분이 파괴되지 않아 효능이 유지된다. 반면 북한의 생산기술은 아직 유도체 성분을 사용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은 보습제 역할을 하는 성분이다. 1,3-부틸렌글리콜 또한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피부 표면에 흡수하고 있던 습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보습성분의 일종이다. 보습기능은 기초화장품의 주요기능이며 피부 주름개선, 피부 노화방지, 피부 미백기능은 해당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에서 각각 강조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실제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의 기능에 대한 신뢰가 매우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페녹시에탄올은 방부제 기능을 하는 성분으로 본래 방부제로 많이 쓰이던 파라벤이 독성으로 인한 유해성 이슈가 불거지자 대체성분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포함되어야 할 페녹시에탄올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은 방부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 사용기한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3. 전성분 표기성분 불검출
그림 3. 전성분 표기성분 불검출
그림 4. 불분명한 성분의 정체
그림 4. 불분명한 성분의 정체

넷째, 제품의 성분표기에 기입된 성분의 정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전체 64개 분석 품목 중 9개(14%) 제품에서 성분표기에 기입된 물질의 정확한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불분명한 성분들은 보존제, 보습제, 고급지방알코올, 천연방부제, 천연보습제분, 천연자외선 흡수제, 하이드로퀴논유도체, 점증제 등 8가지 성분이다. 정체불명의 성분이 검출된 제품은 보존제 성분이 4회, 보습제, 고급지방알코올로 표기된 성분이 각 2회, 천연방부제, 천연보습제, 천연자외선흡수제, 하이드로퀴논유도체, 점증제가 각 1회 확인되었다. 일반 보존제와 천연방부제 등 보존제 성분이 전체 불분명한 성분의 39%로 확인되었고 천연자외선 흡수제, 천연방부제, 천연보습제 등 화학성분 대신 천연재료 사용을 시도한 제품이 전체 불분명한 물질의 23%로 나타났다. 이는 점차 화학성분 대신 천연물질을 사용하여 인체에 무해한 유기농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외 화장품 생산 추세를 모방했으나 기술의 한계로 인해 아직은 제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 5. 64개 분석대상 품목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
그림 5. 64개 분석대상 품목에 대한 성분분석 결과

다섯째, 아예 제품의 성분표기 자체가 부재한 경우가 있다. 전체 64개 분석대상 품목 중 13개(20%) 제품은 성분표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국내의 경우 2008년부터 ‘화장품 전성분 표시지침’ 에 따라 제품에 첨가된 모든 성분을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나열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의 경우 성분표기와 실제 첨가된 성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한 성분표기에 나열된 순서도 두서없이 나열되어있는가 하면 심지어 성분표기 자체가 없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북한에는 화장품의 성분표기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 하더라도 법적인 강제성이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표기성분 불검출 19개, 미표기된 성분 검출 17개, 성분 미표기 13개, 성분 불분명 9개, 유해 성분 포함 7개로 분석되었다. 결국 북한은 전성분 표시제도를 정확하게 시행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기준으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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