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18년 기준 화장품책임판매업체 수가 1만2673개로 집계되었다. 연 평균 증감률을 고려했을 때 2020년 현재 1만5000개 이상의 화장품책임판매업체가 등록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장품책임판매업체 1곳이 1개 또는 그 이상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에 최소 1만5000개의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독립성을 소비자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1만 5000개나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인구가 78억 정도라고 한다. 세계에는 각기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진 78억의 사람이 살고 있는 셈이다. 인종, 국가, 문화, 교육, 성별, 나이,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관과 스타일을 가진 78억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것이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같은 브랜드는 없다.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 비슷해지는 순간 브랜드의 독립성과 가치는 훼손된다. 때문에 상표가 아닌 브랜드로써 소비자와 소통을 하기 원한다면 브랜드의 독립적인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소비자의 선호도를 확보한 브랜드에 카피 브랜드의 출시와 공격은 숙명적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독립적인 브랜드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지켜낼 수 있을 지 꾸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때 독립적인 브랜드의 가치를 직관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바로 디자인이다.

 

값비싼 광고를 통해 심리적으로 인식을 조작하기보다는

보기 드문 상품을 디자인하는데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라

- 필립 코틀러 -

 

필립 코틀러는 ‘보기 드문 상품을 디자인하는 데 더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라.’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보기 드문 상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조건 튀는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일까? 보기 드문 상품을 디자인한다는 것은 브랜드의 독립성을 먼저 확보하고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다른 브랜드와의 확실한 차별점을 가져가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브랜드의 독립적인 가치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단순히 디자인이 튄

다고 해서 지속적인 소비자 선호도를 가져올 순 없을 것이다. 때문에 필립 코틀러가 말하는 보기 드문 상품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독립적인 가치가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일이 필립 코틀러가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라고 하는 디자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인 브랜드에는 어떤 브랜드가 있을까?

미국의 ‘드렁크 엘리펀트(Drunk Elephant)’라는 브랜드를 소개하고 싶다. 2012년 론칭된 드렁크 엘리펀트의 설립자는 티파니 매스터슨이다. 그녀는 드렁크 엘리펀트 브랜드를 2019년 시세이도에 매각했는데 인수금액은 8억4500만달러(한화 약 1조원)였다. 이는 브랜드 론칭 7년만에 일어난 일이다. 2018년 연간 순매출액 1억달러를 올린 드렁크 엘리펀트가 1년 순매출액의 10배에 달하는 금액에 인수된 것은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브랜드로서 드렁크 엘리펀트의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드렁크 엘리펀트의 로고와 제품들 ⓒ드렁크 엘리펀트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드렁크 엘리펀트의 로고와 제품들 ⓒ드렁크 엘리펀트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드렁크 엘리펀트 설립자 티파니 매스터슨 ⓒ드렁크 엘리펀트 홈페이지
드렁크 엘리펀트 설립자 티파니 매스터슨 ⓒ드렁크 엘리펀트 홈페이지

어떤 브랜드보다도 빠르게 선점한 ‘클린뷰티’ 콘셉트를 바탕으로 드렁크 엘리펀트가 판단하기에 의심스러운 6가지 성분(에센셜 오일, 건조 알코올, 화학성분 선크림, SLS, 실리콘, 향/색소)을 배제한 솔루션 중심의 제품을 출시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잠재적인 니즈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클린뷰티는 매우 많은 브랜드에서 시도하고 있었던 콘셉트이고 이는 현재진행 중이기도 하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클린뷰티라는 키워드가 앞으로 더욱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브랜드에서 클린뷰티를 콘셉트로 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세이도로부터 인수된 요인에는 콘셉트와 제품력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오타니 마사히코(Masahiko Uotani) 시세이도 CEO는 한 인터뷰에서 드렁크 엘리펀트에 대해 “안전과 효능에 초점을 맞춘 콘셉트와 장난스럽고 특이한 이미지를 결합한 드렁크 엘리펀트의 접근법은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품력 외에 장난스럽고 특이한 이미지에 주목한 것이다.

드렁크 엘리펀트의 설립자 티파니 매스터슨은 그의 블로그에서 드렁크 엘리펀트의 로고에 대해서 말했는데 모든 제품에 공통적으로 인쇄되는 코끼리 일러스트는 그녀의 딸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브랜드 로고로 사용할 코끼리 일러스트를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던 것을 딸의 그림에서 발견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그녀가 찾고 있던 질문의 답을 찾는 것, 그러한 즐거움이 드렁크 엘리펀트의 로고가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에겐 일상에서 일어나는 그리고 만나는 모든 것에서 얻는 영감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브랜드에 녹여냈다고 할 수 있다.

클린뷰티를 콘셉트로 하는 많은 브랜드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동물 일러스트와 일상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표현한 비비드한 제품의 포인트 컬러들은 드렁크 엘리펀트가 비슷한 클린뷰티 제품들 사이에서 디자인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튀기 위한 선택이 아닌 브랜드 기획자의 철학과 이야기가 뒷받침 되어 브랜드의 본질을 전달하는 디자인은 드렁크 엘리펀트의 가치가 구별될 수 있도록 했다고 생각한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BRAND WITH A BRANDSHIP’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6월호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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