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품질의 평가 기준이 인지적이고 논리적인 데 비해 이미지에는 감성이 개입되기에, 좋은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에 대해서는 감정적이 애착이 생긴다. 이미지 경쟁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좋은 품질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나음보다 다름』, 북스톤, 홍성태·조수용)

블랙홀처럼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거대한 디지털 경제 가속화에 브랜드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지난호 칼럼에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바 있다.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의 저서 『미래를 경영하라』에서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3가지 시사점에 대해 함께 알아보았는데 다시 정리하면, ‘첫째, 브랜딩하라. 둘째, 디자인은 결정적 요소다. 셋째, 이야기를 하고 경험에 사활을 걸어라’가 그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세 가지 시사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브랜딩하라’의 주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소비자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인지도 또한 얻지 못한 브랜드는 브랜드라고 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브랜드는 기업에서 자사가 생산한 제품에 붙이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주축이 되어 제품의 혜택을 좀 더 높은 차원에서 감성적으로 연결하고 선호 대상으로 인식했을 때 비로소 소비자들의 가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로 하여금 그 브랜드의 가치를 인지하게 해 브랜드의 충성도와 신뢰를 유지하는 과정이 바로 브랜딩 branding이다.(『디자인 기획과 전략』, 커뮤니케이션북스, 김문기)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인지하게 하는 것, 곧 브랜드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경쟁력 다섯 가지는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이다. 일반적으로 저가격보다는 높은 가성비가, 가성비보다는 독특한 기능이, 기능보다는 좋은 품질이, 품질보다는 뛰어난 명성이 진입장벽이 높다.(『나음보다 다름』, 북스톤, 홍성태·조수용)

브랜드 매니저는 현재 자사 브랜드의 경쟁력이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명성 중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따른 브랜딩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이 때 회사 또는 브랜드 담당자가 생각하는 브랜드 경쟁력이 아닌 소비자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경쟁력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비자가 저가격에 가치를 두고 있는 브랜드가 명성에 맞춰 브랜딩을 하는 브랜드를 흉내 낸다거나 소비자가 품질에 가치를 두고 있는 브랜드가 가성비에 맞춰 브랜딩을 하려고 한다면 소비자와의 소통에 실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음은 브랜드의 경쟁력 5가지 중 특정 가치를 유지하는 전략을 고수할 것인지 저가격으로 시작한 브랜드이지만 가성비, 기능, 품질 그리고 명성을 얻기까지 점진적이고 발전적인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전략을 실행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그에 따른 전략을 실행을 해야 한다.

필자는 K-Beauty가 상품이 아닌 브랜드로 성장하고 상표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로 도약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가격과 가성비가 아닌 품질 그 이상의 브랜드 명성을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에 브랜드 경쟁력이 머물러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저가격, 가성비, 기능, 품질 등은 많은 부분 상향 평준화 되어 있어 독보적인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네 가지 브랜드 경쟁력 모두 상대적인 평가를 통해서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신제품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어려운 미션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좋은 명성과 이미지는 어떻게 쌓을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중요한 건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이미지는 없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것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취향과 문화를 지지하고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이 부재하다면 이를 먼저 찾아야 하며,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이 있다면 이에 부합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있도록 디테일을 더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곧 타깃 하고자 하는 특정 소비자층에게 매력 있는 취향과 문화로 연결되며, 브랜드가 명확한 취향과 문화를 소유하게 된다는 것은 더 나은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브랜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이는 브랜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된다.

K뷰티를 대표한 브랜드 중 로레알에 인수된 ‘스타일난다’의 사례를 공유하고 싶다.

“옷이 아니라 문화를, 코스메틱이 아니라 매력을 만듭니다. 우리는 '같음'이 아닌 '다름'으로 트렌드를 선도하는 스타일난다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감성이며,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제품이 아닌 문화입니다.”

현재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전의 스타일난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스타일난다 브랜드 소개문구다. 스타일난다는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고 이를 효과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줄 아는 브랜드다. 소비자들이 스타일난다의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난다의 감성과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는 옷으로 시작한 스타일난다가 액세서리와 화장품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비결이다. 스타

일난다의 모델인 ‘난다걸’들 또한 여성들의 워너비 모델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스타일난다만의 취향과 문화를 구축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되었다.

소비자가 브랜드에 기대하고 요구하는 분명한 취향과 문화가 있을 때 브랜드는 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판매할 수 있다. 이는 높은 진입장벽이 되며 확고한 브랜드 팬덤을 바탕으로 더욱 브랜드다운 브랜딩과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는 선순환의 기초가 된다.

지난 6월26일 CJ올리브영이 ‘올리브영 클린뷰티’라는 자체 기준을 만들고 12개 브랜드의 160여개 제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유해의심성분 배제, 동물보호, 친환경이라는 올리브영 자체 기준에 부합하는 각 브랜드들이 클린뷰티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어떻게 차별화되는 브랜딩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클린뷰티라는 키워드가 더욱 큰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각 브랜드들이 ‘나음’이 아닌 ‘다름’의 명확한 차별화 지점을 가지고 매력 있는 취향과 문화를 구축해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본다. 또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브랜드는 K뷰티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클린뷰티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우정 어반디지털마케팅 브랜드투자사업본부 본부장

▶ 동성제약에서 20여 년 동안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주)어반디지털마케팅에서 브랜드 투자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브런치에 작가명 “다이버토리”(https://brunch.co.kr/@divertory)로 글을 쓰고 있다.
▶ 최우정의 ‘BRAND WITH A BRANDSHIP’은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1월호부터 2021년 6월호까지 매월 게재됐다. 이 칼럼을 온라인으로 읽고 싶다는 독자 의견을 반영해 매주 1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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