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김동찬 『올 댓 코스메틱』 저자

‘화장품 연구원의 똑똑한 화장품 멘토링.’ 2018년 9월 초판에 이어 지난 7월 개정판이 나온 책 『올 댓 코스메틱』(이담북스 펴냄)의 부제다. 10여 년간 화장품을 연구해온 전문가가 화장품 성분부터 올바른 화장품 사용법까지 쉽게 설명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에서 생명과학(학·석사)을 공부하고, LG생활건강 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2009~2019년)으로 일했다. 이어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투자팀장(2019~2020년)을 거쳐, 2020년부터 엘앤에스벤처캐피탈에서 수석심사역을 맡고 있다. 화장품 연구원에서 저자로 변신한 그에게 화장품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후배들이 K뷰티를 샤넬, 로레알처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책 부제에 ‘화장품연구원’이라고 하셨는데요. 자부심은 여전히 크군요. 

자부심이 없었다면 10년간 다니지도 않았겠죠. ^^ 처음 참석하는 모임에서 화장품 연구원 출신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느껴집니다. 보통 모임에서 회사, 업무 이야기를 싫어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제 직업에 관하여 이것저것 물어봐 주는 것이 싫지 않습니다. 제 직업 얘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죠. 

 

화장품연구원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하셨는데요. 

2015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중국 상하이에 파견을 갔었어요. 2015년 상하이에 갔을 때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가 없어서 현찰을 들고 다녔어요. 당시 G2로 각광받던 중국이고 상하이는 글로벌 도시여서 기대가 컸었는데 생각보다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후 2017년 또 한 번 갈 일이 있었는데 그 때도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었어요. 그렇다고 현찰을 사용하지도 않았어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로 모든 상점에서 결제가 가능했기 때문이에요. 중국어를 할 줄 몰라 2015년에는 택시도 못 탔었는데 2017년 상하이에서는 중국어를 못해도 모바일로 택시를 호출하고 페이로 자동 결제가 되었어요. 점심시간에는 오토바이 배달원이 거리를 덮었고 공유자전거부터 전기차까지 2년만에 도시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놀라움이 너무 컸어요.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했죠. 2020년 대한민국보다 2017년 상하이가 더 앞서 있었죠.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굼했어요. 자료를 찾고 공부한 결과, 수 많은 스타트업이 만들어낸 혁신이 나라를 바꾸고 있는거였어요. 한국에 돌아온 이후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에 대해 공부를 하였고 변화에 동참하기 위하여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업을 바꿨습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화장품 연구원 경력이 단절된 것은 아니에요. 누구보다 뷰티테크 산업에 대한 분석은 잘 할 수 있기에 관련 기업도 많이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화장품칼럼을 기고했다고 했는데요. 

『올 댓 코스메틱』 (이담북스 펴냄) 표지
『올 댓 코스메틱』 (이담북스 펴냄) 표지

브런치에 2017년 5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작성했던 글을 엮어서 출판하였습니다. 그 전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네이버 블로거에 몇 년간 조금씩 글을 썼어요. LG그룹에서 운영하는 LG BLOG에 4년간 화장품 관련 글을 기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무엇인가요? 

여러가지 이유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입사 후 화장품 연구원으로 9년이 지난 시점이었을거에요. 조만간 입사 10년이 되는데 내가 그 동안 연구하면서 배웠던 것을 정리하고 싶었고 스스로에게 10년간 수고했다는 상을 주고 싶었어요. 시작은 그렇게 하였고 사람들에게 화장품의 속살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조금 과학적이지만 어렵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화장품을 너무 잘 안다는 사람들은 많고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들이 넘쳐나지만 진짜 화장품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전업한 이후 뷰티테크 영역을 많이 살피고 있어요. 이번 개정판은 화장품 연구원이 아닌 벤처캐피탈리스트 입장에서 미래 화장품에 대한 의견을 실었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화장품 연구원’을 위한 TIP 
▶ 계획에도 없는 화장품 연구와 아이디어 회의는 매일 이루어져요. 괜찮은 시제품이 만들어지면 마케터와 공유하고 선정(pick) 되어 6개월 전 출시계획이 잡힙니다. 이때부터 제형을 다듬고 안정성을 확인하고 피부 안전성을 파악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중간 중간 소비자 품평을 거치며 최종 제품이 선정되면 1개월전에 생산을 하게 됩니다. 보통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요. 
▶ 화장품의 외관을 제형이라 합니다. 우리가 바르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물질을 뜻하죠. 스킨, 크림, 에멀전, 오일 등을 통틀어 제형이라 칭해요. 제형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안정성입니다. 화장품은 수상과 유상, 두 개의 상이 연속적인 혼합을 이루고 있는 에멀전입니다. 마요네즈나 아이스크림과 같아요. 서로 섞이지 않는 두 상이 혼합되어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층 분리가 일어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유화제를 사용하는데, 비율이 맞지 않으면 오일층과 수상층이 분리되고 화장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집니다. 화장품 연구원이라면 매일 매일 안정성 체크로 하루를 시작하지요. 
▶ 소비자들은 효과가 좋은 화장품을 구매한다고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선택 기준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제형감이에요. 이 제품을 발랐을 때 피부가 좋아지고 아름다워지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해 주는 제품을 개발해야해요. ‘신의 눈물’이라는 와인 만화에서 보았는데, 심사위원이 와인을 마셨더니 어린 시절이 생각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어요. 화장품을 설명할 때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광고를 하지만 실제 소비자는 화장품이 피부에 닿고 흡수될때의 느낌으로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요. 내가 개발한 제품을 발랐을 때 어린 시절 피부로 돌아가는 꿈을 꿀 수 있게 하는 제품을 개발하면 롱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에요. 

국내에 잘못된 화장품 정보가 많은데요. 

‘3의 법칙’이 있죠. 실제로 3명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게 되어버려요. 화장품은 블로거, 인플루언서, 유튜버의 활약이 너무 크고 매출을 높이기 위한 회사들이 검증없이 만들어 낸 잘못된 정보 때문에 검증 없이 흐름에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적인 예가 ‘무방부제’ 화장품이에요. 방부제 중 하나인 파라벤은 유해하다고 알려졌지만, 논문을 찾아보면 그렇지 않은 결과가 많이 나오죠. 화장품 회사들이 ‘무방부제’ 화장품을 표방하지만 사용 원료 중 하나인 ‘헥산다이올’은 방부제로 등록만 안 되어 있을뿐, 방부제와 같은 역할을 해요. 그럼 그 제품이 무방부제 화장품인가요? 아니에요. 근데 아무도 말을 안 하죠. 오히려 파라벤보다 더 독할 수도 있는데 암묵적 합의에 의해 입을 다물고 있어요. 

한 화장품 어플도 그런 이슈에서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들이 언급하는 원료 등급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느낌은 달라요. 독성은 함량이랑 연관되어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쏙 빠지고 소비자들이 공포감을 가질 수 있는 내용만 올라와있죠. 제조사들마저 여기에 편승하면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려는 곳이 오히려 비판받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아요. 제조사들 도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공익기관도 아니고 혼자 다른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죠. 결국 소비자들이 스스로 똑똑해질 수 밖에 없어요. 

 

이 책의 첫 주제가 ‘정제수’인데요. 이유가 있는지요? 

화장품을 물장사라고 안 좋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팔아서 돈버는 회사라고. 하지만 정제수가 없으면 화장품이 만들어질 수 없어요. 정제수는 화장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가장 중요한 원료이기에 선택하였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소비자를 위한 화장품 구매법과 
피부관리 TIP 
▶ 피부 관리를 위해서는 첫째도 자외선, 둘째도 자외선, 마지막도 자외선입니다. 자외선차단제는 필수이자 제일 중요한 화장품으로 볼 수 있어요. 자외선에 망가진 피부는 회복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보습력을 높여주는 제품을 귀가 후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화장품으로 피부를 좋게해 준다는 생각보다, 화장품으로 피부가 안 좋아지는걸 막아준다라는 생각을 잊지 마세요. 
▶ 피부는 환경에 따라 스스로를 변화시켜요. 여름과 겨울의 피부가 다르고 스웨덴 사람과 베트남 사람의 피부가 다르죠. 피부는 인체를 방어하는 수문장이기에 적의 형태에 따라 자신의 방어전선을 다르게 구축해요. 계절에 따라 온도와 습도가 다르고 자외선 지수도 변화하죠. 그러면 화장품도 거기에 맞춰서 바꿔주는게 좋습니다. 
▶ 내게 맞는 화장품을 찾는 방법은 참 어려운거 같아요. 화장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만들어지는 획일화된 제품이기에 병원에서 진료 받는 것과는 다릅니다. 맞춤형 화장품이 허용되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개개인 맞춤형 화장품은 아니에요. 결국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화장품을 발랐을 때 피부가 발작한다면 대부분 화장품 성분 중 오일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이렇게 민감한 분은 오일이 적은 화장품을 바르는 것이 좋고 꾸덕한 크림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 주변 사람도 같은 색조 제품을 사용했는데 화장이 뜬다면 색조제품의 폴리머 때문에 그럴 수 있습니다. 과감하게 화장품을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나만 화장이 뜬다면 피부 각질 때문에 화장이 일어날거에요. 매끈한 도화지가 색칠하기 쉽고 나무껍질에는 색칠이 힘든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되요. 전날 밤 따뜻한 타월을 피부 위에 올려 놓거나 마스크팩으로 각질을 정돈해주면 다음 날 화장이 잘 받을 거에요. 
▶ 많은 화장품을 사용하기보다 자주 바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화장품을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어떠한 효능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더라도 화장품 자체가 주는 보습효과는 무시 할 수 없습니다. 그 밖에 주름개선, 미백 등 바로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화장품을 꾸준히 사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는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밖에 각종 임상기관에서 진행한 결과만 보아도 수치적으로 화장품 사용 전·후 피부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바이오 연구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되어 있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물질들이 화장품에 적용될 것입니다. 
따라서 의약품 효능물질이 적용된 ‘코스메슈티컬’의 비중이 더 커질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코스메슈티컬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길(185쪽)이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2000년 이전에는 신규 화학물질의 발견과 합성이 주류를 이루었어요. 반면 2000년 이후에는 인체의 신비가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바이오 성분의 발견과 효과가 학계 연구의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를 화장품에 적용하면 2000년 이전까지는 제형의 발전으로 볼 수 있고 2000년 이후는 효능의 발전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물론 대부분의 바이오 연구는 치료제 개발에 집중되어 있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물질들이 화장품에 적용될 것으로 봐요. 지금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요. 때문에 의약품 효능물질이 적용된 코스메슈티컬의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집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요. 새로운 집필 계획이 있는지요?

화장품 제형은 정체된 학문이기에 새로운 논문 및 자료가 적어 자료를 찾기 어려웠어요. 대신 피부 효과 및 효능원료와 연관된 논문은 많아 저도 새롭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직업을 바꾸었기 때문에 화장품 전문 책을 또 쓸 계획은 없지만 개정판처럼 미래 화장품에 대한 전망 같은 주제는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