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외진, 아크릴 대표
박외진, 아크릴 대표
KAIST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WRG 대표(2002~2007년), ㈜마이뉴칠드런 기술총괄 이사(2007~2009년)를 역임했다. 과기부 ‘차세대 AI 사업’ 예타 기획 위원, 산자부 ‘산업지능화 사업’ 예타 기획 위원, 충북 바이오산업 전략 자문위원, 광주AI특구 헬스케어 사업 자문위원, IITP 국가 AI 기술수준 조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Mensa Korea 정회원(Life Member, IRD-03104). 현재 ㈜아크릴 대표(2011년~현재)와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있다. 

“..역병도 시작됐어요. 겨울끝 무렵이었나.
봄 오면 가자던 게 많았었는데
모든 것이 멈추었어요.
...
거리는 비어가고 냉장고도 비어가고
우리 만나 손을 잡고 안지도 못해
기약없는 격리의 시간..”
정밀아, ‘환란일기’, 2020

 

격리의 시간. 웰케어 산업을 일상속으로 호출 

2020년. 코로나19가 측발시킨 팬데믹 사태는 사람들의 삶에 ‘어색함’을 강요하는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마스크와 소독약의 상시 이용과 줄어든 오프라인 모임, 그리고 QR 코드로 나의 방문을 기록하는 것이 당연한 ‘어색한’ 풍경들은 뉴노멀이라는 ‘더 어색한’ 단어로 일상의 일부가 되버렸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 ‘어색함’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빠르게 삶의 행태를 바꾸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시간 속을 걸으며 이런 변화를 쳐다봐야하는 강제 속에 놓인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거리두기’와 ‘재택’이라는 개념이 있다. 안타까운 ‘거리두기’가 필연적으로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재택’은 ‘원격’에서의 일상을 통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 활용의 자유’를 우리에게 돌려주는 고마운(?) 어색함임을 우리는 금방 발견하게 되었고, ‘혼자’로서의 활동들에 대해 더 큰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 기회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생활 트렌드는 홈트, 홈밀, 배달 플랫폼, 홈뷰티, 온라인쇼핑, 홈퍼니싱 등 소위 ‘의식주’ 모든 영역에 걸쳐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의 출현 및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생활 트렌드 변화의 기저에는 D.N.A(Data/Network/AI)로 정의되는 소위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주요 기술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고맙게도 우리의 변화된 일상의 ‘어색함’을 ‘자연스러운 기억’에 더 가깝게 만들어 주기 위해 정말 ‘마음껏’ 그 능력이 다양한 산업군에서 힘껏 소비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속에서 예전에 돌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고민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하고 있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는 오히려 그 전보다 훨씬 더 확장되고 지능화되며 융합되어 가고 있다. 바이러스가 파괴한 우리의 일상속에서 강요된 이 아이러니한 발전의 형상은 비록 역사속에서 몇 차례 반복된 형질이었다 해도, 씁쓸함은 전혀 없을 수 없어 묘하다. 결국 핵심은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에게 개인 위생과 건강을 본격적 ‘주제’로 설정시키면서, 모든 개인적 활동 속에서 ‘나’라는 개인individual me의 전반적인 삶을 케어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폭증시켰다는 것이며, 이 니즈에 대한 대답을 들고, 지금 ‘웰케어wellcare1 산업이 기존의 ‘웰빙’과 ‘웰니스’등의 개념 혼용으로 헷갈렸던 삶의 관리에 대한 개념들과 서비스들의 긴 터널을 뚫고서 우리 곁에 와있다는 것이다. 

1. 육체적, 정신적, 감성적, 사회적, 지적 영역에서 최적의 상태를 추구하는 것으로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과 건강하고 활기찬 활동을 위한 인간의 상태·행위·노력을 포괄하는 개념

 

헬스케어, 뷰티, 식품의 ‘AI+ΣX’ 융합 산업, 웰케어

웰케어 산업은 헬스케어, 뷰티, 식품 산업이 D.N.A 기술들, 특히 인공지능 기술 기반으로 융합되어 개인의 삶의 육체적well-conditioned, 정신적well-minded, 미적well-shaped ‘건강함’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맞춤형 가치를 제공하는 융합 산업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다양한 산업군들과 융합이 이루어지는 ‘기반 산업’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을 ‘AI + X’ 로 명명하고 있는데, 웰케어 산업은 저 ‘X’에 대입되는 산업군이 이미 단수單數가 아닌지라, 산업적으로는 유일한 ‘AI + ΣX’ 적 특성을 지닌다. 즉, 전통적인 웰니스 개념에서 유관 산업의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기술적·산업적 융합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확장·진화된 산업적 개념인 것이다. 

웰케어 산업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현상, 기술진화, 산업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 팬데믹 등의 사회현상은 사람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 시켰고, Google의 BERT와 OpenAI의 GPT3와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 기학습모델pre-trained model 을 위시한 뜨거운 인공지능 업계의 노력들은 새롭고 영리한 개인맞춤형 건강 서비스들의 구현을 가능하게 하면서 이에 호응하고 있다. 또한, 건강 관련 유관 산업들의 통합 서비스 경험 제공에 따라 ‘토털 케어’ 구현 및 ‘생활 밀착형 헬스케어’ 서비스들도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림 1 참조). 

그림 1. 웰케어 서비스 사례
그림 1. 웰케어 서비스 사례

또한, 웰케어 산업은 후방 산업으로 ICT·SW 산업, 의료 기기를 비롯한 장비HW 산업, 소재·원료 산업 등을 포진시키고 있고, 전방에는 서비스업, 도소매업, 마케팅 등의 배치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어 웰케어 산업의 성장은 포괄적인 전·후방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웰케어 산업의 포괄적 성격이 ‘AI+ΣX’ 라는 독야청청獨也靑靑한 산업적 특성을 더욱 더 선명하게 만들고 있음은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을 수 없다. 

보건산업진흥원의 발표2에 따르면 국내 보건 의료 산업은 2019년 190조 규모였으며, 2023년까지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해외 바이오헬스 분야 시장은 2019년 11조달러로 추정되며, 2023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초거대 시장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웰케어 산업이 지향하고 있는 시장과 상당 부분 교차한다. 이렇듯 웰케어 산업은 사회현상, 소비 트렌드, 기술 발전 등에 힘입어 향후 큰 성장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인데, 산업계의 성숙과 규모의 선순환을 위해 넘어야 하는 장벽도 다양하게 존재함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융합적 성격을 반영한 개인별 산업 융합 데이터 수집 및 축적과 의료/검사기관 연계는 그 자체가 난제이다. 또한, 이렇게 축적된 웰케어 융합 데이터에 기반하여 시장에 출현할 고부가가치의 웰케어 비즈니스 모델들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인공지능 기술 역시 일반적인 웰케어 관련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이 쉽지 않아 중소 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련 산업계의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2. 2019 글로벌 보건산업 시장규모 2012~2023(2019), 보건산업진흥원

이런 고민에 대한 인식은 정부가 웰케어 산업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2018년 ‘4차 산업혁명기반 헬스케어 발전전략’, 2019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등 다양한 바이오헬스 분야 정책 및 과제들을 추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웰케어 산업에 특화되어 중소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데이터 수집 과정부터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기술 이전을 위한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는 소위 ‘전주기적 지원’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은 안타깝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충북, 국내 최초 웰케어 플랫폼 구축 시작

인공지능 전문 기업 ㈜아크릴은 2019년부터 충청북도와 함께 국내 웰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웰케어 포럼 등의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해 왔다. 또한 국내 최초의 웰케어 민간연합체인 ‘한국 웰케어 컨소시엄KWC’을 2020년 발족하여 현재 헬스/뷰티/식품/병원 등 각 분야의 60 여개 기관이 회원사로 가입하여 다양한 협업을 준비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드디어 2021년 5월 충북 과학기술혁신원과 함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웰케어 산업특화 인공지능 기술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00억, 충청북도, 청주시 및 민간에서 43억을 매칭하는 총 143억 규모의 사업으로 3년간 추진되는 국내 최초의 ‘웰케어’ 산업으로 그 의미는 대단히 각별하다. 해당 사업을 통하여 충북 오창 지역에 드디어 국내에도 본격적인 ‘웰케어 산업’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센터가 구축되고, 이 센터를 통하여 국내 웰케어 산업계의 다양한 기업들의 지능형, 맞춤형 비즈니스 발굴과 시장 진입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웰케어 플랫폼 사업’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다양한 웰케어 비즈니스 모델들을 발굴하고, 해당 비즈니스 모델에서 필요한 융합 데이터 수집과 필요한 인공지능 서비스의 개발 및 사업화까지 데이터/인공지능 플랫폼 기반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본 사업은 국내 웰케어 산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아크릴, EDGC, 노바렉스 등)들과 기관들(충북혁신원, 성균관대, 충북대, 세명대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 웰케어 컨소시엄의 60여개 회원사들이 힘을 합쳐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데이터 수집 등에 참여하고, 다양한 웰케어 시범 서비스들을 출시하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그림 2. 충북웰케어 업무 협약과 한국웰케어 컨소시엄
그림 2. 충북웰케어 업무 협약과 한국웰케어 컨소시엄
그림 3. 웰케어 사업 추진체계
그림 3. 웰케어 사업 추진체계
그림 4. 웰케어 특화 플랫폼
그림 4. 웰케어 특화 플랫폼

본 사업은 (1) 웰케어 융합데이터 구축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2) 웰케어 특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의 전주기를 지원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 (3) 플랫폼이 지원할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구현의 전주기를 지원하는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3대 추진 전략 하에 수행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본 사업을 통해 개인맞춤형 화장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사 보유 피부 데이터와 더불어 센터에서 수집될 관련 데이터들, 예를 들면 유전체 데이터, 건강검진데이터, 식품영양 데이터 등의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확보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맞춤형 화장품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지원 및 해당 서비스의 운영과 관련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즉, 본 사업을 통해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은 데이터를 구축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매출 증대를 위한 ‘사업적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집중된 ‘사업적 가치’가 구현된 서비스를 통해, 일반 사용자는 치료 중심에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 및 건강 관리를 체험하게 되며 ‘일상 건강’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림 5. 충북 바이오 밸리
그림 5. 충북 바이오 밸리

본 사업을 통해 구축될 센터는 충북 오창에 위치하게 되는데, 충북은 ‘바이오 5각 밸리’(괴산-유기농, 오송-바이오, 제천-한방·뷰티, 옥천-의료기기, 충주-바이오헬스)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천연의 웰케어 지구’를 형성하고 있어 국내 웰케어 산업의 본격적 시작을 위한 ‘최적의 출발지’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 구축될 센터는 웰케어 산업에 관심있는 전국 모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제공하게 될 것이며 국내 웰케어 산업을 ‘동작시키는’ 시작 버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 아프지 말고.

2014년에 Zion.T는 ‘양화대교’라는 노래를 통하여 우리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노래를 읊조렸었다. 그 노래 속 ‘아프지말고 행복하자’는 후렴구는 너무나 당연하고 간절한 소망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권리이자 의무인 ‘불변의 가치’임에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들이 주변에 널려있어 스트레스 투성이인 일상이 당연했던 우리. 어쩌면 지금의 ‘격리의 시대’는 국가적인 고통속에서 사회 전체를 시름하게 하면서도, ‘그간의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고 관리하게 하는 ‘잠시의 기회’를 우리에게 잠깐 허락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7년전 저 가사는 지금의 우리에게 더 어울린다. 그리고 잔잔한 목소리로 노래하여 2020년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정밀아의 ‘환란일기’의 마지막 가사는 어쩌면 이 시대의 ‘웰케어의 역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이 글의 마무리 글로 인용해 본다. 우리 모두 건강하자. 그리고 아름답게 살아가자. 웰케어 산업은 그 이유 하나를 위해 선명하게 존재하는 산업이며, 그 역할을 위해 유관 산업들 간의 융합도, 데이터 기술도 인공지능 기술도 필요로 한다. 단지 그 이유 하나만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걸 잃고 
겨우 조금을 배우고
보통 아닌 것들이 보통이 되는
오늘을 살아갑니다.
..
정성껏 살아갑니다.
정성껏 살아갑니다.”
정밀아, ‘환란일기’, 2020년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