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글로벌 뷰티 유튜버 분석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정서윤 학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사진 왼쪽)과 정서윤 학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사진 왼쪽)과 정서윤 학생

유튜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올해 5월 기준 한국인이 만든 유튜버 채널 중 구독자가 10만명 이상인 유튜버는 4379명에 이른다. 정치외교학에서도 유튜브 시장을 분석했다. 그것도 화장품·뷰티 분야를 들여다 봤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지난 5월 21일 ‘글로벌 리더스 프로그램-공공문화외교 웨비나’에서 K-뷰티와 공공외교1를 주제로 논의했다. <더케이뷰티사이언스 2020년 7월호 참고> 이 날 뷰티크리에이터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가 나왔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18학번, 3학년) 학생은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K-뷰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셜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를, 정서윤(19학번, 2학년) 학생은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K-뷰티 문화콘텐츠와 뷰티크리에이터의 가치와 방향성-비아시아 지역(서구권)을 중심으로’를 각각 조사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양종민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뷰티 한류와 공공문화:사회의 시각’을 발표했다. 황지선·정서윤 학생에게 K-뷰티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젊은 생각’을 들었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메일로 진행됐다.

1. 외교부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란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키고,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높여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정부간 소통과 협상 과정을 일컫는 전통적 의미의 외교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다시말해서 국가 대 국가로 이루어지는 정무외교가 아니라 국가와 다른 국가의 국민 혹은 다양한 기관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공공외교’다.

 

“독자적인 K-뷰티 담론 생성이 중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18학번, 3학년) 학생 
황지선 학생은 “인플루언서가 K-뷰티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지선
황지선 학생은 “인플루언서가 K-뷰티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지선

“소셜 인플루언서, K-뷰티 그리고 공공외교와의 연계성을 통해 지속적이고 독자적인 K-뷰티 담론을 생성해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K-뷰티가 아시아에서 입지를 잃지 않고 공공외교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국가에서 어떤 환경 속에서 전파되는지 파악하고, 이에 따라 어떠한 요소들을 강조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해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18학번, 3학년) 학생은 ‘K-뷰티의 독자적인 담론’을 강조했다. 

 

정치외교학부에서 K뷰티를 분석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글로벌 리더십 연습’ 수업을 들으면서 하드 파워hard power 뿐만 아니라 소프트 파워soft power, 그리고 담론談論 생성의 힘을 배웠어요. 한 국가가 가지는 소프트 파워, 즉 매력이 하드 파워 만큼이나 외교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프트 파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공공외교에 대해 관심을 가졌어요. 때마침 이 관심사와 비슷한 방향으로 K-뷰티에 대한 학생 참여 연구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어 평소 관심을 가졌던 K-뷰티와 소프트 파워를 연결지어 연구했지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K-뷰티 환경을 집중 적으로 조사했군요. 

중국은 한류의 물결이 초기에 닿았던 국가 중 하나에요. 중국은 독자적인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류 인기가 쇠퇴함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에서도 한국 화장 방식이나 제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인플루언서의 수가 줄었어요. 그 원인은 한류의 인기도 감소와 트렌드의 변화뿐만 아니라 제품력 자체에서도 볼 수 있어요. 초기에는 한국 화장품을 모방한 제품이 중국에서 생겨나면서 한국 제품의 소비가 줄었다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가치를 담은 중국 고유 브랜드들도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K-뷰티의 인기가 중국에서 아직 완전히 쇠퇴한 것은 아니에요. 초기에 인기를 가지게 되었던 요인들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고는 볼 수 있어요.

일본은 K-뷰티가 인기를 얻기 전부터 자국의 화장품 브랜드가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어요. 중국이나 동남아와 다르게, 일본의 J-뷰티는 K-뷰티 시장과 함께 오랫동안 경쟁해왔고요. 이 때 K-뷰티와 J-뷰티는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어 제품력이나 아이디어에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일본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브랜드는 고가 브랜드들보다는 오히려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로드샵’ 브랜드들인 경우가 많았어요. 

동남아시아는 여전히 한류와 연관된 화장품 콘텐츠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한국 화장품 브랜드 제품 리뷰뿐만 아니라 K-pop 댄스 커버와 패션 하울, 한국 연예인 커버 메이크업, 물광피부 튜토리얼 등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는 콘텐츠가 활발히 제작되고 소비되고 있더군요. 동남아시아에서 K-뷰티의 등장과 주목받는 한국인들의 피부 관리 루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피부 표현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어요. 젊은 계층을 공략하는 에뛰드, 젊은 세대부터 중년 세대까지 사용하는 이니스프리, 30~50대가 사용하는 설화수 등 나이대별로 다른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브랜드들이 존재하고요. K-뷰티가 확산되는 데는 다른 국가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한류의 역할이 컸어요. 드라마 주인공들이나 아이돌이 선보이는 메이크업을 따라하려는 모방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지요. 동남아에서 K-뷰티를 소개하는 인플루언서가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속 연예인과 연결 지어 소개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어요.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K-뷰티를 어떻게 전파하고, 영향을 주던가요?

화장품은 사용하기 전에는 그 특성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경험재experience goods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제품을 경험한 사람의 후기나 정보 등 온라인 구매 전 정보가 해당 뷰티 제품에 대한 인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만큼 뷰티 인플루언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뷰티 인플루언서들은 1인 방송의 형태로 제품 후기나 제품 추천 또는 다양한 콘셉트의 메이크업 활용법을 보이면서 K-뷰티 제품,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서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을 전파하고 있어요. 이들이 K-뷰티의 독자적인 담론 생성에 더욱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요. 초기에는 국내 뷰티 인플루언서의 영향이 더 컸다면, 최근에는 해외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의 뷰티 문화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이용 행태를 보이면서 각 국가 국민의 요구에 더욱 특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따라서 K-뷰티의 전파는 한국의 시각만을 담고 있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산되면서 전파되고 있어요. 

 

조사 시점과 방식은요?

2020학년도 1학기 약 4달 동안 조사했어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모든 연구와 회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져야 했다는 점에서 조사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상황에 맞춰 비대면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어요. 우선 아시아 지역인 만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권에서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소셜 인플루언서들의 영상과 이에 대한 구독자들의 반응을 모아서 수집했구요.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일본,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공식적으로 가장 많은 뷰티 인플루언서가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는 유튜브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빌리빌리, 웨이보 등의 플랫폼을 참고했어요.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소셜 인플루언서가 K-뷰티를 전파하는 양상을 파악했구요. 이외에 다양한 논문과 통계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각 국가에서 K-뷰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파악했고, 소셜 인플루언서에 대한 각국 국민들의 반응에 대한 자료도 수집했어요. 이를 통해 K-뷰티 담론이 각 국가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담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이번에 분석하면서 느낀점은요. 

K-뷰티가 아시아 지역에서 잘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은 이미 10년 이상 지났어요. 그러다보니 앞으로도 K-뷰티가 K-드라마나 K-pop과 함께 한류韓流의 일부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번에 연구하면서 느낀점은 K-뷰티가 앞으로도 아시아 지역에서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독자적인 담론을 생성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K-뷰티가 아시아에서 입지를 잃지 않고 공공외교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국가에서 어떤 환경 속에서 전파되는지 파악을 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어떠한 요소들을 강조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고요. 이번 연구는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K-뷰티의 전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았어요, K-뷰티의 담론 형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해 기존 K-뷰티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소셜 인플루언서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논의가 부재하다는 점을 해결하려고 했어요. 결론적으로는 ‘독자적인 담론’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합니다.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K-뷰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셜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18학번)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K-뷰티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소셜 인플루언서가 미치는 영향-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황지선(18학번)

 

K뷰티가 독자적인 담론을 가지려면요? 

K-뷰티는 그동안 K-드라마, K-팝 등 주요 한류 분야의 부속적인 부분으로 여겨졌어요. 따라서 K-뷰티가 하나의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아시아 지역에서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해요. 아직 제 공부가 부족하지만 3가지 의견을 드리고 싶어요. 우선 K-뷰티는 ‘독자성’ 그리고 ‘개별성’을 놓쳐서는 안됩니다. 개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One Size Fits All(널리 적용되도록 만든)’ 전략은 성공할 수 없어요. 개인의 취향, 그리고 창의성이 반영된 다양한 제품이 필요해요. 두 번째로 K-뷰티는 한류의 부속 성격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분야로 수립되어야 하고요. 세 번째는 K-뷰티와 공공외교와의 연결을 통한 ‘문화후광효과(국가의 문화적 매력을 기업들이 후광효과Halo Effect로 이용하는 것)’ 그리고 ‘원산지 효과(특정 국가에 대한 인상, 신념이 그 국가에서 만든 제품의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를 성취해야 하고요. K-뷰티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존재감을 가지고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고요. 

 

K-뷰티의 성장을 위해 국내·해외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지원할 방안도 필요한데요.

소셜 인플루언서는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유지시키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이들은 개인의 개성이 반영된 K-뷰티 담론의 재생산으로 인해 K-뷰티의 담론이 지속적으로 ‘새로움’이라는 특성을 보유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경험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고, 문화권의 차이에 따라 존재하는 빈틈을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소셜 인플루언서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신한류를 이끌어나가는 한 주축으로서 K-뷰티의 담론을 재생산할 수 있지요. 국내와 해외 인플루언서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뷰티 인플루언서 생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미래의 인플루언서를 적극적으로 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공외교와 K-뷰티와의 연관성을 생각해 이들 인플루언서가 K-뷰티와 관련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K뷰티와 관련해서 더 연구하고 싶은게 있겠어요.

지금은 정치외교학부 외교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외교학은 분야가 매우 넓은 학문으로, 아직까지는 한 분야에 대해서만 전문성을 쌓기보다는 다양한 주제와 분야를 탐구하며 앞으로 공부하게 될 분야를 탐색하는 과정에 있어요. K-뷰티도 제가 흥미를 항상 가져왔던 분야구요. K-뷰티가 소프트파워로서 가지는 잠재성을 연구하고 싶어요. 


 

“K-뷰티의 독자성 담은 브랜딩 필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정서윤(19학번, 2학년) 학생 
정서윤 학생은 “아시아인의 백인성에 대한 고유의 의미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서윤 학생은 “아시아인의 백인성에 대한 고유의 의미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구에서 보는 ‘한국형 메이크업’ 스타일은 자연스러움이에요. 미의 기준도 한국이 서구보다 훨씬 발전되었다고 보고 있어요. 하지만 ‘K-뷰티’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정서윤(19학번, 2학년) 학생은 △‘K-뷰티’ 브랜드의 통일성 있는 이미지 △담론적 한계 극복 △완전한 라이프 스타일 문화로서 확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외교학부 학생인데 K뷰티를 분석했네요. 

일반적으로 ‘정치외교학부’하면 드는 생각이 정치철학이나 정치사, 외교사 등 고전적인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우리 사회 전반의 방대한 분야를 다룰 수 있는 학문이에요. 4차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군사, 안보,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문화예술 분야의 기반 환경자체가 기술집약적으로 탈바꿈하고 있어요. 21세기 정보세계에서 외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기존의 시각과는 차별화되야 한다는 점에서 여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가령 군사기술, 데이터안보, 디지털 매체와 문화교류 등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최근 한국의 문화공공외교는 방탄소년단과 같은 K-pop을 비롯하여 ‘K-’로 명명되는 다양한 한류 열풍과 함께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그 중 K-뷰티 문화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 이후 국제정치분야에서 주목받는 국가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강화시킬 요소들 중 하나에요. K-뷰티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해외 소비자나 수용자의 인지, 태도, 행동 등 국가 브랜드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문화후광효과, 원산지 효과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 증대 및 뷰티 관광산업 활성화로 국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교학적으로 접근해 보았어요.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K뷰티를 ‘사회’의 시각에서 바라본 연구 주제였기 때문에 국가나 기업의 입장보다는 K뷰티를 직접 체험하는 소비자와 그것을 퍼뜨리는 인플루언서를 조사 대상으로 정했어요. 다양한 SNS 플랫폼 중에 세계가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유튜브Youtube 플랫폼을 중심으로 국내외 인플루언서(혹은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와 반응을 분석했어요. 동시에 현지 반응을 살펴보기위해 외신을 통해 K뷰티에 대한 지역권의 인식을 파악했고요. 2020년 1학기동안 진행했어요.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국내 인플루언서에 대해 아쉬운점도 있었나요?

소셜미디어가 확산되고, 문화콘텐츠 유통과정의 혁신이 이루어지면서 한류의 전파는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전통적인 한류 확산지역을 넘어서 미주, 유럽, 중남미권까지 빠르게 이루어지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전통적인 홍보와 마케팅 시장에서는 정보의 전문성, 모델의 유명세 정도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오히려 일반인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솔직한 후기 영상이 더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렇게 등장한 뷰티 산업에서 소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막대해지는 추세였어요. 특히, 지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주, 유럽, 남미권 등 비아시아 지역의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1인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는 관심있는 한국의 뷰티문화와 접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되기도 했고요.

한국의 수많은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K-뷰티 제품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죠. 특히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의 아시아권에서는 스타급의 인기를 누리는 한국의 뷰티 크리에이터도 있어요. 하지만 비아시아권에서의 K-뷰티 문화 콘텐츠 전파 양상을 볼 때, 한국의 수많은 뷰티 유튜버들이 K-뷰티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직 그 영향력이 동아시아권에 그치고 있어요. 상당수는 국내 젊은층 여성을 타깃으로 할뿐이고요. 기본적인 외국어 자막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어요.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한국의 뷰티 크리에이터들도 ‘K-뷰티’에 대한 홍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개성있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다시말해서 개인 수익을 위한 콘텐츠 방송을 통해 국내 20~30대 여성 뷰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 뷰티크리에이터들은 넘쳐나지만, K-뷰티 홍보를 메인으로 한 한국 크리에이터나 단체는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개인들에게 K-뷰티를 홍보하라고 강요할 수 없지만, 공공외교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아쉬웠어요.

 

비아시아 지역(서구권)을 주로 조사했는데요. 서구에서 생각하는 K뷰티는 어떤가요?

서구에서 K-뷰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나름 존재하더라고요. 서구에서 통용되는 ‘한국형 메이크업’ 스타일은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것이에요. 하얀 피부와 과하지 않은 아이메이크업, 스킨톤보다 붉은 립 제품과 블러셔를 강조한 화장법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K-뷰티 콘텐츠를 담고 있는 백인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한국인의 피부에 집중해 색조화장품보다는 한국 로드샵 브랜드의 기초화장품을 주로 소개해요. 가령 주름 방지, 탄력 부스팅, 색소침착 방지, 자외선 차단 등 스킨케어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더라구요. BBC와 같은 미디어에선 한국의 소비자들은 피부관리를 철저하게 여기고, 제품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중요시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단순히 흉터만 없으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서구의 미의 기준보다 훨씬 발전된 미 의식을 가졌다고 언급하고요. 또한 한국 소비자들의 제품과 원재료에 대한 까다로운 시각, 빠른 속도의 유비쿼터스 인터넷망을 통한 한국의 발빠른 소비자들의 정보 공유를 강점으로 꼽아요. 따라서 깐깐한 한국 뷰티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저렴하지만 믿을 만한 품질을 제공하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인식해요. 특히 한국 화장품의 특별한 원료(한방, 천연성분유래), 인삼, 송이, 대나무, 난초 추출물 등 자연적인 천연재료를 화장품 원료에 쓴것에 주목하고요. K-뷰티 전파 양상은 한류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최근 K-pop 아이돌들의 커버 메이크업 등을 통해 서구권이 한국의 남성 뷰티 모델을 중심으로 한 남성 뷰티 시장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중남미 시장에서는 BTS, EXO, BLACKPINK 등의 아이돌을 통해 생겨난 한국인의 완벽한 피부에 대한 열망이 전파되면서, 여성과 남성 모두의 관심을 증대시켰고요. 스페인어권 뷰티 시장에서는 ‘el sector masculina’(남성부문)에 주목하고 있는데, 한국 남성들의 화장품 시장 소비점유율을 보며, 코스메틱 분야에서 남성소비자 시장의 발전을 예측하고 있어요. 

 

국내 뷰티 유튜버와 서구 뷰티 유튜버들이 다루는 콘텐츠는 비슷하나요? 

‘뷰티’라는 콘텐츠를 다루는 국내 유튜버와 서구 유튜버들은 유사한 방식으로 자신의 콘텐츠를 구성하고 공유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구매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대부분의 뷰티크리에이터 들은 유명하거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혹은 소비자에 게 정말 실용적인 뷰티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요. ‘뷰티’의 범위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메이크업’의 범주를 넘어 패션, 성형, 라이프스타일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뷰티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V-LOG 형식으 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요. 유튜브 크리에 이터의 특성상 시청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흥미로운 주제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본인만의 개성있는 콘텐츠를 잡고, 다양한 메이크업 튜토리얼과 시연 영상을 제공해요. 국내와 해외 뷰티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자체에 대한 차이점은 크리에이터별로 천차만별이라 이렇다 말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K-뷰티 문화 콘텐츠의 장점과 한계라면요? 

공공외교의 관점에서 K-뷰티 문화콘텐츠는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외교자원이에요. 동아시아권을 뛰어넘어 서구권까지 한국 고유의 ‘뷰티’ 문화를 전파한다면, 한국이 세계 뷰티 시장에 대한 담론을 주도할 수 있겠지요. 특히 서구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남성 뷰티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주도해나가면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갖출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공공외교의 관점에서 전파되는 K-뷰티 문화콘텐츠에 대한 한계점도 존재해요. 첫번째는 ‘K-뷰티’ 브랜드의 통일성 있는 이미지가 부재해요. 하얀 피부와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메이크업, 투명한 피부 표현, 훌륭한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천연유래 성분 등 세계의 다양한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강조하는 K-뷰티의 특성은 대체로 유사하지만 뚜렷하게 통일된 양상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즉 ‘K-뷰티’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어요. 

두번째는 K-뷰티가 비아시아권으로 나아가는 데에 여러 담론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요. 서양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백인성에 대한 시각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K-뷰티에서 강조하는 미백, 맑고 투명한 피부에 대한 강조가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해요.2 이는 어떻게 보면 인종과 피부색에 대한 서양의 고정관념이 작용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한국의 주도로 아시아권에서 강조되는 ‘미백’의 의미가 화이트 워싱이 아니라 동양 문화 고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담론적 주장을 더욱 강조해야 해요. 

2. 소정, 홍석경, ‘K-뷰티의 미백 문화에 대한 인종과 젠더의 상호교 차적 연구를 위한 시론, 『언론정보연구』 56-2, 서울대 언론정보 연구소, 2019 

세번째로는 K-뷰티가 완전한 라이프 스타일 문화로서 확장되지 못하고 있어요. 최근 유튜브에서 K-뷰티에 대한 콘텐츠는 단순히 한국 스타일의 메이크업 시연,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 소개에 그치고 있어요. 그 주 소비자층이 아직까지는 젊은 여성층에 국한되어 있는 한계가 존재하고요. 여전히 문화 콘텐츠 사업에서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K-뷰티 분야를 특정 한류 스타를 중심으로 한 부수적인 요소로 여기는 인식이 상당 부분 존재하지요. 그러다보니 주 소비자층이 K-pop이나 K-drama에 관심있는 젊은층에 더욱 국한되기도 하고요. K-뷰티에 대한 콘텐츠의 범위를 확장하고 그 다양성을 넓혀서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K-뷰티를 강조한다면, 주 소비층의 범위도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확대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더 배워야 하지만 이번에 연구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K-뷰티 문화콘텐츠와 뷰티크리에이터의 가치와 방향성-비아시아 지역(서구권)을 중심으로’, 정서윤(19학번)
ⓒ‘공공외교 자원으로서 K-뷰티 문화콘텐츠와 뷰티크리에이터의 가치와 방향성-비아시아 지역(서구권)을 중심으로’, 정서윤(19학번)

 

K-뷰티가 해외 시장에서 지속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서 언급한 K-뷰티 문화콘텐츠에 대한 한계점을 보완해야 겠지요. 먼저 한국 뷰티 제품의 고유한 브랜딩 포인트는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스킨케어제품 및 천연유래, 한방 성분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K-뷰티의 독자적 특성이 강조되는 코스메틱 브랜딩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뷰티 유튜버들의 콘텐츠에서도 비아시아권을 대상으로 한 홍보효과가 상당할 겁니다. 또한, 장기적 뷰티 한류는 가성비를 넘어선 한국 고유의 브랜드성을 가져야 하고요. 유명 명품 브랜드의 대안적 제품이 아닌, 한국이 원산지라는 것에서 오는 유럽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 만큼의 가치가 필요해요. 더 나아가 K-뷰티가 뚜렷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려면 뷰티 크리에이터들과 뷰티산업계의 지속적 커뮤니케이션과 노력이 필요하고요. 

두번째로 화이트워싱에 대한 비판에 대응해 서양인과 동양인의 인종적 차이를 넘어서 미백이 서구의 모방이 아니라는 프레임 전환도 필요해요. 따라서 아시아인의 백인성에 대한 고유의 의미 정립이 요구됩니다. 동시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뷰티 한류의 상호교차적인 문화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종을 고려한 뷰티 제품의 다각화도 필수적이고요. K-pop 아이돌 이미지의 대중화에 따른 한국 남성의 그루밍, 뷰티 제품 사용은 여전히 여성들의 분야로만 여겨지는 ‘뷰티’ 장르에 새로운 행위자 집단을 상정하고 남성 뷰티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폈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대항 담론이 아니라, 하나의 대안적 담론으로서 기존의 여성 중심의 뷰티 담론과 밸런싱을 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성 뷰티시장의 확립과 전파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요구되고요. 

마지막으로 뷰티한류 콘텐츠와 함께 여러 한류 문화가 연계되어 소개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간혹 한류 문화가 그 중심이 되고 뷰티한류는 부수적인 요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국내외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뷰티 콘텐츠의 다양성을 높여 ‘뷰티’의 영역을 다각화, 다양화하여 넓힘으로써, K-뷰티를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분석을 진행하면서 느낀점도 많겠네요.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정부와 기업의 노력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 기업의 뷰티 제품 제작과 수출 및 해외 진출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제품규정 및 규제의 문제를 정부차원에서 조정해 K-뷰티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환경 위에서 기업은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차별화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을 거듭해야 하고요. 독자적인 K-뷰티로서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이것이 다양한 K-문화와 연계되어 해외에 소개된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K-뷰티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제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 기업, 사회의 협력적인 노력이 필요해요.

 

K뷰티와 관련해서 더 공부하고 싶은 것도 있을텐데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뷰티시장에도 전통적인 메이크업 제품을 넘어, 다양한 디지털 미용기기가 개발되고 있어요. 뷰티 산업의 마케팅 및 홍보 분야도 플랫폼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고요. 공공외교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뷰티산업의 기술적 변화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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