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유수지 선임연구원, 김미림 책임연구원

김미림 책임연구원(왼쪽)과 유수지 선임연구원.
김미림 책임연구원(왼쪽)과 유수지 선임연구원.

유수지 효능개발연구팀 선임연구원

유수지 선임연구원은 학부시절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막단백질을 주로 연구했다.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있는 단백질 복합체가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수많은 단백질을 인식하고 제자리로 보내는지를 규명하는 등 세포 중심의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첫 직장으로 LG생활건강에 입사했으며 현재 효능 개발 연구조직에서 인체시험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피부의 다양한 특성을 측정하고 화장품에 의한 피부 개선을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미림 발효한방연구팀 책임연구원 

김미림 책임연구원은 학·석사 과정 모두 생명과학을 전공했으며, 알레르기 면역학 실험실에서 천식, 아토피 등의 알레르기성 질환의 병인 기전을 연구했다. 특히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병인성 물질인 세포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 EVs)에 유발되는 알레르기성 질환이 어떻게 유도되고 면역반응이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연구했다. 2011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하여 10년동안 효능 연구에 매진 해왔다. 학교에서는 주로 동물실험을 수행했으나 회사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세포 실험 위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인체와 피부의 노화 원인을 확인하고 현상 완화 혹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효능 소재 발굴 연구를진 행하고 있다. 

 

‘산소’. 산소는 생물의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로서 대부분의 경우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원소이다. 다만 ‘피부건강’이라는 주제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강한데, 그 이유는 세포호흡으로 인해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세포 손상 및 피부 노화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안티에이징 기능성 화장품들이 ‘항산화’를 핵심 효능 포인트로 잡고 있는 이유이다.

이러한 가운데 ‘나쁜 산소’가 아닌 피부에 ‘좋은 산소’의 역할에 주목한 연구가 발표됐다. LG생활건강 유수지 선임연구원과 김미림 책임연구원이 공동연구를 통해 내놓은 ‘Relationship of transcutaneous oxygen tension with age and skin elasticity in Korean women’ 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지난 2019년 11월 국제 저널 ‘Skin Research and Technology’에 발표online published된 논문으로, 사람의 연령대에 따른 피부 특성을 분석하고 ‘경피 산소 장력’이 각각의 피부 특성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이다. 본지는 두 연구원을 만나 어떻게 이러한 관점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연구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는지를 직접 들어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뷰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였으며 야외에서 사진 촬영을 하였음을 밝힙니다.)

 

연구주제가 흥미롭습니다. 보통 화장품 연구에서 산소는 피부 노화를 일으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어떻게 역으로 산소를 피부노화 개선의 타깃 물질로 설정하게 되었나요?

미림: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산소에는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와 같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피부 재생과 같이 좋은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화장품 연구에서 말하는 활성산소는 우리 신체 내부에서 생성되는 화학적으로 반응성 높은(활성이 높은) 산소의 형태로, 주변에 있는 다른 분자들로부터 전자를 빼앗고 단백질 분해효소를 활성화 시킴으로써 세포를 손상시키는 역할을 하지요. 특히 자외선이나 스트레스, 여러 가지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된 피부는 이러한 활성산소가 많아지게 되어 손상 세포를 증식시키고 이것이 곧 ‘노화’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체내에서 생성된 활성산소가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쁜 산소’라면, 그 외에 신체에 존재하는 산소들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피부 재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산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주로 의학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인데요, 외과적인 시술 후에 고농도의 산소를 주입하여 치유 속도를 높이는 기법을 사용 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지요. 좋은 산소의 역할은 피부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피부 재생의 기본은 세포 분열과 세포외 성분 합성을 통해 오래된 세포가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때 경피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피부세포의 신진대사가 활성화 되기 때문에 노화된 피부의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의료 분야 연구를 많이 참고하셨겠군요.

미림:  맞습니다. 산소를 활용한 시술은 의학적인 치료방법인 만큼 신뢰할 수 있는 연구 결과물들이 많이 존재할 것이라고 가정했고, 참고문헌들을 찾아본 결과 고압 산소 처리 방법이 피부 재생과 콜라겐 증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화장품 연구 영역에서는 주로 다루어진 주제가 아닌 만큼(피부 재생/치유 효과는 의료적 치료 효과이며 화장품 효능 영역이 아님), 얼굴 부위에 특정된 피부노화와 관련하여 진행된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었지요. 저희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Facial-care 화장품에 산소 효능을 구현하기 위한 선행 연구로서 피부 노화 케어의 타깃 물질로서의 산소의 역할에 대해 분석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산소를 활용한 화장품이 출시 된 적이 없었나요?

미림: 사실 산소를 활용한 피부 개선에 대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2011~2012년에 산소 마스크나 클렌저와 같은 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이슈가 되었던 적도 있었는데요. 해당 제품들은 산소수 혹은 산소를 직접 제품에 담은 콘셉트였기 때문에 제품에 산소가 오래 유지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근본적으로 피부 산소량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결과가 뒷받침 되지 못했던 지라 진정성 있는 효능을 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즉 제형 속에 산소를 담아 피부 표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는 피부 속에서 일어나는 노화 현상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산소 적용 화장품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피부에 존재하는 산소량(경피 산소 장력, TcPO2) 변화와 피부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 연구부문에서 인체 시험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유수지 선임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된 것이지요.

 

‘경피 산소 장력TcPO2’의 개념을 설명해주세요.

미림: 경피 산소 장력TcPO2이란 영문으로는 ‘Transcutaneous Oxygen Pressure’로 표현되며 피부 속의 산소 분압Skin Oxygen Tension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피부에 측정 센서를 장착하고 열을 가하여 비침습적으로 피부 속에 존재하는 산소를 경피를 통해 측정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피부에 공급될 수 있는 산소의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수지: 본 연구에서는 경피 산소 장력과 다양한 생물물리학적 피부 지표와의 상관관계, 특히 피부 노화와의 연관성을 확인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다양한 연령(20~60대)의 여성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일정한 조건 내에서 볼 부위 피부의 탄력·보습·피지량·피부 밝기·붉은기·혈류량·경피 산소 장력 등을 측정해 보았지요. 

우선 표 1과 같이 피부 특성과 나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분석하였는데요, 기존 연구와 유사하게 나이가 들수록 탄력은 떨어지고 피부색이 어두워졌으며 피지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더불어 나이가 들수록 경피 산소 장력 역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표 1에서 ‘r’은 ‘피어슨 상관계수’로 절대값이 클수록 상관관계가 높고, 부호에 따라 양/음의 상관관계 방향성을 나타냅니다. 경피 산소 장력과 다른 피부 특성의 상관성을 살펴보면 경피 산소 장력이 높을수록 피부 탄력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표 2). 이 두 가지 실험 결과들로 유추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경피 산소 장력이 감소하고 이것이 곧 피부 탄력 저하 등의 피부 노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지요. 

표 1. 피부 특성과 나이의 상관관계(R2, R5, R7: 탄력, L: 피부 밝기, a: 붉은기, TcPO2: 경피 산소 장력)
표 1. 피부 특성과 나이의 상관관계(R2, R5, R7: 탄력, L: 피부 밝기, a: 붉은기, TcPO2: 경피 산소 장력)
표 2. 피부 특성과 경피 산소 장력의 상관관계(R2, R5, R7: 탄력, L: 피부 밝기, a: 붉은기, TcPO2: 경피 산소 장력)
표 2. 피부 특성과 경피 산소 장력의 상관관계(R2, R5, R7: 탄력, L: 피부 밝기, a: 붉은기, TcPO2: 경피 산소 장력)

 

유사한 연구 사례는 없었나요? 본 연구의 차별점을 설명해주세요.

수지: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에서 저희 연구팀보다 1년 정도 먼저 발표한 유사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경피 산소 장력과 피부 탄력도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측정에 사용한 기기는 달랐지만 경피 산소와 피부 탄력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유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만 저희 연구와는 달리 중국 연구팀의 연구는 이미 노화가 진행되어 있는 제한된 연령대(36~49세)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피부 탄력과 주름에 초점을 맞춘 연구라는 점이 차이점이었습니다. 중국의 연구가 피부 특성과 지표 라는 2가지 파라미터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정적Static 연구라면, 저희 연구는 20대~60대의 다양한 연령대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나이에 따른 피부 변화와 경피 산소 장력이라는 생물물리학적 지표를 연결하여 3개의 파라미터로 복합적이고 동적Dynamic인 연구를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동안 피부노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로 알려진 산소가, 오히려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부 탄력 저하를 개선하는 포인트로 역할 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과거 ‘산소 같은 여자’라고 이미지로만 존재했던 산소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객관적인 지표로 증명한 연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수지: 사실 경피 산소 장력은 저희에게도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주로 의료 분야에서 쓰이던 개념이다 보니 실험을 위한 기기 역시 모두 의료용 기기였지요. 당연하게도 의료기관이 아닌 저희 연구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기였고 이 연구를 위해 새로 구매하여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기기를 직접 세팅하여 사용하다 보니 연구 시작 과정부터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사용한 의료용 기기는 주로 괴사된 팔과 다리의 피부를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기기였는데, 이 기기로 얼굴 피부를 측정하니 팔이나 다리와는 구조가 다르기도 하고 측정 부위 역시 정해져 있지 않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같은 팀의 연구원 분들에게 (피험자로서) 도움을 요청했고 얼굴의 어느 부위에서 피부 측정이 잘 되는지를 일일이 실험해보아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기 세팅 기간으로만 약 4개월이 소요됐지요. 또 기기로 측정할 때마다 사용하는 일회용 소모품의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더욱 신중하게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유수지 선임연구원(왼쪽)과 김미림 책임연구원은 “‘경피 산소 장력’은 생소한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유수지 선임연구원(왼쪽)과 김미림 책임연구원은 “‘경피 산소 장력’은 생소한 개념이었다”고 말했다.

 

기대되는 성과가 있다면?

수지: 경피 산소 조절을 통해 피부 노화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했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피부 속 경피 산소 장력과 피부 노화 사이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제형에 산소를 직접 담아 피부 표면에 바르는 형태의 기존 방식과 달리 피부가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노화를 개선하는 새로운 제품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지요. 이번 논문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연구소 내부적으로 경피 산소 장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성분을 연구하여 제품에 적용하였습니다. 개발된 제품으로 인체평가를 진행하여 실제로 피부 탄력 증가 효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개발하여 출시한 제품이 올해 새로 리뉴얼한 ‘숨37 New 시크릿 에센스’ 입니다. 이 제품은 저희 숨37 브랜드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피부의 산소 텐션을 업 시켜주는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는데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피부 노화를 관리하는 새로운 관점의 제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수행한 기초 연구결과가 실제 제품에 적용되어 고객들에게 소개 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후속연구가 더 많이 진행 된 것 같습니다.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미림: 이번 논문은 작년 11월에 승인된 논문이었고, 그 이후에 경피 산소 장력을 피부 노화 개선의 주요 타깃으로 선정하여 개선 방안 및 메커니즘에 대해 추가 연구를 진행 했습니다. 피부 세포의 관점에서 산소가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확인했고, 피부 속 산소의 양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인자에 대해 현재까지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피 산소 장력을 개선시키는 성분도 개발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후속 논문도 발표를 준비하고 있지요. 조만간 좋은 저널에서 이번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를 말씀해주세요.

미림: ‘노화’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벌써 피부 노화와 효능 성분에 대해 연구한 지가 10년이 되어가는데요, 궁극적으로 어디에서든 자신 있게 피부 노화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겠지요. 이것은 저의 개인적인 목표이고, 회사에서는 저의 연구를 바탕으로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좋은 효능의 제품을 개발하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수지: 입사 첫 해부터 좋은 선배님과 함께 재미있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노화나 피부에 관련된 새로운 주제를 스스로 찾아서 다양한 연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어요. 다음에는 미림 책임연구원님께 저의 아이디어로 같이 연구를 해 보자고 제안해보고 싶어요. 언젠가는 후배 연구원들이 저하고 함께 연구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이 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웃음)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