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otic Broth by Biophile
ⓒ Biotic Broth by Biophile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김나현: 발효 화장품의 효능 중에 자극 완화라는 것도 ‘발효 물질을 통해서 피부장벽을 튼튼하게 한다’고 얘기를 하다 보니까 결국 피부 마이크로바이옴이랑 같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계속 ‘피부장벽을 강화한다’ 혹은 ‘보호한다’ 라는 표현을 자주 접하다 보니까 어떻게 보호한다는 건지 구체적으로는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는데, 우리 Activonol-LevaNA 소개자료를 만들면서 살펴보니까 피부도 약간 장 누수랑 비슷한 원리더라고요. 장을 둘러싸고 있던 점막 세포가 느슨해지면 유해균이나 독성 물질들이 장 밖으로 흘러나가서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신체에 염증을 만든다는 현상인데, 결국 피부도 장벽이 느슨해지면서 새는 피부, 피부 누수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장벽을 더 촘촘하게 만들고 피부 표면에 살고 있는 미생물 군집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준다, 유익한 균들을 더 늘려준다, 이런 의미에서 접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Biophile이라는 회사에서 이런 화장품이 나와 있어서 검색을 해보니까 공식 사이트가 다 지금 닫혀져 있는 걸 보니 지금은 생산이 안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콘셉트들이 시장에 계속 나오고 있어요. '바이오틱 브로스'라는 제품인데 바이오 발효를 통해서 만들어지고 프로바이오틱 박테리아 식물 성분, 균류, 슈퍼푸드가 첨가되어서 몸에 쉽게 흡수된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어디까지가 과학적으로 뒷받침이 된 건지는 알 수가 없죠. 이러한 콘셉트로 ‘좀 더 피부에 흡수가 잘 되고 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피부로 만든다’ 이런 것 같아요.

소재를 보아도 발효를 하는 원물 자체가 자연 유래인 거는 당연하고 아주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인 경우가 많아요. 땅속에서 채소를 뽑아냈을 때 그 뿌리에 달려 있는 흙에서 발견한 미생물을 발효한다, 이런 식으로 되더라고요. 이런 브랜드들이 케모포비아(chemophobia)에 기반해서 결국 그것을 마케팅적으로 이용을 하고 있다는 비판적인 기사도 봤어요. 지난 시간에 언급했던 ‘타타하퍼’는 창업자가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으면서 자기가 쓰는 화장품을 다 천연으로 바꾸다가 브랜드를 창립하게 됐다네요. ‘암을 일으키는 게 결국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 때문입니다’ 이러면서 당시 파라벤 이슈처럼 소비자 운동을 촉발시키고 EWG 같은 단체들도 그런 트렌드에 기반을 해서 나오게 됐죠.

그러다보니 이런 식물 기반 100% 천연 브랜드들의 특징이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공포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받는 거죠. 그렇게보면 발효에 대한, 특히 천연물 발효에 대한 이러한 맹신이나 트렌드가 화학물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도 들어요.

▶조명찬: 이러한 상황은 단순 파라벤과 같은 물질이 들어있는 화장품을 사용해서 일어난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있지만 인터넷이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함에 따라 잘못된 정보들이 확산될 수 있거든요. 실험의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투여했을 때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정도의 결과가 과장되어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

▶김나현: 이~~~~만큼씩 해서 장기적으로 투여했을 때라는 거죠?

▶조명찬: 가령 ‘20세부터 70세까지 쓰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거죠. EWG 만 해도 제가 입사 초기인 2014년이나 2015년도까지만 해도 크게 이슈가 안됐어요. 심지어 제가 발표자료에 이걸 쓰면 윗선에서 이걸 왜 쓰냐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다들 EWG 1등급 원료여야 한다. 그리고 고객사에서 원료 수배 할 때 조건을 보면 EWG 1등급이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근데 사실 이제 그 비판 기사에서도 보면 이러한 브랜드들이 미국에서 대부분 시작을 하는데 소비자 심리를 되게 영리하게 파고든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국은 파라벤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아직 FDA에서 규제를 심하게 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EWG 같은 단체들을 동원해서 ‘왜 유럽이나 한국은 1400여 개의 금지 품목이 있는데, 왜 FDA는 이것을 금지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자기의 브랜드 입지를 단단하게 만드는 거죠.

근데 역설적으로 보면 파라벤, 인공색소 등이 안들어 있지만 그와 비슷한 케미칼이 들어가야지 화장품을 유통을 할 수가 있는 건데, 어떻게 보면 눈속임이고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거죠.

▶김나현: 맞아요. 그러니까 그런 미국에서 만든 트렌드들이 결국 우리나라에 와서 엄청나게 영향을 끼치니까. 어쨌든 되게 뛰어난 효능 성분이 아닌 이상 마케팅적으로 가장 지금 많이 사용되는 게 그런 환경적인 이슈인데 신체든 자연이든 그런 부분을 충족을 시키면서 개발을 하는 게 되게 어려운 것 같아요.

▶조명찬: 우리 회사를 보아도 미국 시장을 잘 못들어가고 있거든요. 들어가기도 그렇고 선점하기도 그렇고. 그냥 어떻게든 싸고 안전하면 되는데. 싸고 안전하려면 기존 원료로도 되거든요. 새로운 원료가 들어가기 되게 어려운 시장이긴 해요. ‘우리 파라벤 쓸래. 우리 헥산디올 안 써~ 비싸잖아. 파라벤도 안전한데?’ 약간 이런 식으로 나와버리면.

▶김나현: 지금은 파라벤 이슈가 터진 지 좀 오래됐으니까 당연히 파라벤은 안 쓰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이런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뭐 그렇게 위험한 게 실제적으로 나오는 게 없어~’라는 의견들이 계속 쌓이고 쌓이면 결국 또 한 10년 후에는 다시 괜찮다 해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조명찬: 무슨 프리, 프리가 되게 많아요. 설페이트(Sulfate) 프리도 그렇고.

▶김나현: 그리고 결국 OO-프리라고 해서 보면은 비슷한 정도의 유해성을 지닌 대체제가 또 들어가 있고.

▶조명찬: 기존의 유해한 원료들도 다른 원료들의 대체체였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변화가 있을거라 봅니다..

▶김나현: 그렇죠. 다음은 뭐가 될지 모르는.

▶조명찬: 효능을 나타낸다는 건 부작용(side effect)이 생길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냥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는 거죠. 저도 원료를 개발하다 보면 파라벤이랑 비슷한 구조를 가진 원료를 찾아보거든요. 그러면 거기서 똑같은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봐요.

▶김나현: 효능만 비슷하고 부작용은 없을 수가 없겠죠.

▶조명찬: 제가 원료를 개발할 때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요, 비슷한 구조의 원료를 찾았을 때는 지금 당장 이슈가 없어도 추후에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어쨌든 효능을 가지는 신규 원료들은 유해성 부분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레이첼: 그냥 트렌드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금방 지나가는 정도 같이 느껴질 때가 많이 있거든요. 큰 이슈가 아닌 이상 다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몇 년 지나서 보니 별 이상이 없더라 하면서요.

▶조명찬: 유럽이 환경 문제에 대해 민감하잖아요. 유럽은 환경적인 부분이나 화장품 규제적인 부분에서 선두적으로 이끌기 때문에 보통 한국도 유럽을 따라가요.

▶김나현: 그리고 화장품의 특성상 트렌드를 빨리 따라가야 되기 때문에. 사실 비건(Vegan) 열풍도 사실은 먹는 게 더 훨씬 더 영향이 큰데 한국 시장에서는 식품쪽도 변화가 많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소비자로 체감하기에는 화장품 시장에서 비건이라는게 이제 스탠다드가 된 것 같아요.

말레이시아는 2025년부터 할랄인증이 없는 제품 수입 자체를 전면 금지한다 ⓒ crowdpic
말레이시아는 2025년부터 할랄인증이 없는 제품 수입 자체를 전면 금지한다 ⓒ crowdpic

▶조명찬: 인증도 지금 할랄(halal)쪽으로 집중되는 이유가 말레이시아에서 2025년부터 할랄인증이 없는 제품 수입 자체를 전면 금지를 해버리니까 동남아 쪽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준비를 해야 하는거죠. 그런 걸 소재 회사에서 빨리 캐치하고 인증이 필요하면 선제적으로 받아놓고 해야죠. 참고로 엑티브온은 10개 제품에 대한 할랄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김나현: 지금 여기 말레이시아 출신이 계시니까… 이게 물론 정부에서 2025년부터 규제를 한다고 발표는 했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구매를 할 때 할랄인증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레이첼: 아무래도 말레이시아가 무슬림국가이기 때문에 무슬림 자체는 할랄 음식만 먹을 수 있고 문화와 일상생활 자체가 할랄이어야 해요. 물론 무슬림이 아닌 사람도 많지만 60퍼센트 이상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가장 첫번째 기준이 되기는 하죠.

▶김나현: 만약에 내가 무슬림 소비자인데 정말 필요한 제품이 할랄이 아니면 그냥 안사요?

▶레이첼: 할랄 반대말이 하람(haram)인데 그걸 쓰는 자체가 종교적으로 불법이니까 안 쓰죠. 나라 자체가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할랄 인증 받은 제품이 아무래도 경쟁력이 있죠.

▶김나현: 아까 바다이끼나 해조류, 극한 미생물 이런 거를 발효를 해서 물질을 얻는데 이런 애들도 사실 발견된 지 얼마 안된 거잖아요. 그러니까 뭐 언젠가 또 이게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하고 더 흔한 물질을 발효하는 화장품들이, 아까부터 계속 반복해서 말하게 되지만 그런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몇 천 년 동안 먹었으니까 괜찮겠지 뭐 이런 거. 콩 발효나 이런 것들이 다 그런 거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 같아요.

 

발효 관련 원료에 대해 고객사에서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제조 시 사용한 균주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런데 이 미생물에 대한 안전성 자료 있는지?

없으면 입증해주세요'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균주도 일반적인 게 아니라  새로운 균주라면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 못해요.

▶조명찬: 그래서 발효 관련된 원료에 대해 고객사에서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제조 시 사용한 균주의 종류가 무엇인지? 그런데 이 미생물에 대한 안전성 자료 있는지? 없으면 입증해주세요'라는 요구가 있습니다. 균주도 일반적인 게 아니라 새로운 균주라면 결국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용을 못해요. 증빙이 안됐잖아요. 예전에는 그냥 박테리아 효소 곰팡이 이렇게 크게 봤었는데 이제 세분화해서 좀 알려달라고 해요. 이거 우리 처음 들어보는 건데 위험한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 할 수 있죠.

▶김나현: 생각해 보면 발효도 발효 라인으로 어떤 것만 딱 나오는 게 아니라 그냥 전체적인 라인에 발효 원료들이 다 약간씩 베이스처럼 들어가게 되는 거 같아요. 그만큼 되게 흔해지고 그러니까 서티도 더 세세하게 요구를 하는 거죠.

▶조명찬: 발효공정 자체로는 차별성이 되기 어렵죠.

▶김나현: 발효공법이랑 효소공법은 뭐가 달라요?

▶레이첼: 발효공법은 균주를 이용해 발효를 진행해서 물질이나 식품을 생산하는 반면, 효소공법은 효소를 이용하여 기질을 분해해 다른 물질을 생산하는 공법이에요. 효소는 생물학적 촉매이고 거의 항상 단백질이에요. 효소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 여러가지 있는데요. 효소 자체가 소비되거나 반응에 의해 영구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화학 반응의 속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반응물과 생성물 사이의 화학적 평형을 변경하지 않고 반응 속도를 증가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C.T.(Core technology) 파트에서도 금속 촉매를 개발해서 바이오매스 기반 플랫폼 케미칼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촉매는 반응에 관여하지 않지만 반응 속도를 증가시키는 역할이기 때문에 생산된 화학물질을 바이오 및 내추럴 제품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명찬: 덧붙여 설명드리자면 발효란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때 특정 유기물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효소반응에 의해 생성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발효란 범주에 효소가 포함이 되어 있는거죠. 효소식품과 발효식품은 다른데 둘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예를 들자면 청국장은 콩을 발효시킨 발효식품이고 청국장의 효소를 추출하여 파우더형태로 만든 청국장파우더는 효소식품입니다. 결국 결과의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김나현: 제가 레반(Levan, 다당류의 일종, '프룩탄(Fructan)'이라고도 한다) 자료를 찾아보면서 어느 이스라엘 회사의 레반을 보니까, 수분 보유력이 굉장히 높은데 이게 기존에는 발효 공법으로 주로 생산이 됐는데, 자기들이 이것을 효소 공법으로 개발해 생산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명찬: 네 맞아요. 자사원료인 Activonol-LevaNA의 주성분인 레반의 유래는 프럭코스(Fructose, 과당)인데 이런 당류들은 발효공법으로도 생산이 가능하고 효소반응으로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자사 레반은 참고로 발효공법과 효소공법 두 개 모두 있습니다.

▶김나현: 그러네요. 오늘 마이크로바이옴 이야기가 잠깐 나오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어요. 발효 화장품의 트렌드나 원리에 대해서, 그리고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나온 것 같고, 다음 시간에 마이크로바이옴 관련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마무리 하면 될 것 같아요.

<‘Part.5’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