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수 ⓒnld.com.vn
그림 1. 전세계 페이스북 사용자 수 ⓒnld.com.vn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뷰티 관련 많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진출에 도전하지만 실패 확률이 높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베트남의 유통 구조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유통 구조는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문화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베트남의 보이지 않는 유통 구조에 대해 설명한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유통 체인은 어디일까? 한국이라면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 이마트, 올리브영과 같은 유통 체인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 대해서 이러한 질문을 하면 한국에 많이 알려진 빈그룹에서 운영하는 빈컴몰이나 베트남 식품 대기업인 마산그룹에서 빈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윈마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아니면 Bic C, 메트로와 같은 대형 마트나 글로벌 편의점 체인점인 세븐일레븐 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최대 유통 채널은 아니다. 유통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판매금액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큰 유통 체인으로 추정되는 곳은 바로 페이스북이다.

이에 대해서는 단지 추정일뿐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살면서 페이스북으로 유통되는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고 있다.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할 때 한국에서는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하고,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구입한다. 베트남에서 페이스북은 모든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영업 장소가 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물건을 사고 파는 상거래 기능이 없지만, 베트남에서는 메신저 기능을 이용해 제품에 대한 상담을 하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DataReportal의 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인도이고, 베트남은 사용자수 6620만 명으로 세계 7위이다. 인구가 1억 명인 베트남에서 66% 이상의 인구가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노령 인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제품을 사고 판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왜 베트남에서는 이렇게까지 활성화 되었을까? 이에 대해서는 베트남의 문화와 전통을 기반하여 해석의 실마리를 추정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앞선 베트남 이야기에서 언급되었듯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다. 이 공동체는 대가족을 이루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혈연적, 행정적, 군사적 공동체였다. 따라서 공동체 구성원 이외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성향을 가졌다. 현재는 베트남이라는 국가 체제하에서 지내고 있지만, 이러한 소규모 공동체적 의식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이러한 공동체적 특성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바로 페이스북 시스템이다. 페이스북은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과 친구를 맺어서 소통하는 구조인데, 이는 베트남의 소규모 공동체의 모습을 온라인으로 반영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럼 왜 베트남에서는 페이스북에서 제품 판매가 많이 되고 있을까? 한국에서는 서로 알고 있는 지인에게 물건 파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꺼려하는 것 같다. 하지만 베트남인들은 좋은 물건을 나와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파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호혜를 배푸는 긍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동일한 제품을 내가 잘 아는 친구가 1만원에 파는데, 모르는 사람이 8000원에 판다고 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파는 제품이 위조 제품이나 품질이 안 좋은 제품일 수 있다는 의심이 있어서 비싸더라도 내가 잘 아는 신뢰할 수 있는 친구에게 물건을 산다. 서로 믿을 수 없는 사회 구조에서 살기 때문에 물건의 가격보다 믿을 수 있는 판매자가 더 중요한 것이다. 특히나 화장품, 건강식품, 의약품과 같이 내용물에 대해서 정확한 위조 제품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더욱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 진다.

페이스북의 구조를 확장해 보면, 나의 친구의 친구는 또한 나의 친구가 된다. 따라서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그룹이 베트남에는 많이 있다. 이러한 페이스북 그룹은 지역별, 취미별, 주제별 다양한 목적으로 만들어 졌으며, 이러한 페이스북 그룹은 베트남의 소비 트렌드와 제품의 평판을 만들어 낼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림 2. 베트남 핸드캐리 대행 업체 광고 ⓒ2539.com.vn
그림 2. 베트남 핸드캐리 대행 업체 광고 ⓒ2539.com.vn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친구들은 해외를 다녀올때면 친구들의 주문을 받아서, 직접 핸드캐리로 제품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형태는 전문화되어 한국에 거주하는 친구들이 전문 유통상을 통해서 제품을 베트남으로 핸드캐리로 발송하고, 베트남에서 주문한 친구들은 또 다른 친구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은 인적 교류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핸드캐리 물류가 더욱 활성화 되어있다.

해외를 가장 많이 다니는 사람은 항공사 승무원이다. 이들은 친구들을 위한 부업으로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입하여 화장품샵에 면세점 봉투까지 그대로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승무원 급여보다 이 부업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많을 것이다.

이렇게 핸드캐리를 활용한 수입과 유통이 활발한 이유는 이를 통한 수익이 베트남 일반적인 급여 이상이 되기 때문이다. 핸드캐리는 정해진 부피와 무게가 있기 때문에 부피와 무게가 적으면서도 가치가 높은 상품이 주요 대상이 된다. 이런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이 바로 화장품, 건강식품, 의약품이 다. 대표적인 핸드캐리 제품인 화장품 중에서도 립스틱 같이 작지만 가격이 높은 제품은 최적의 상품이라고 할수 있다. 립스틱 제품의 경우 1개 제품이 50g 정도라고 하면 20kg 핸드캐리 가방에 300~400개까지도 넣을 수 있다. 1개 제품 가격을 1만원이라고 할 때 20~30%의 마진을 붙여 제품을 판매한다고 하면 60~120만원의 마진이 생길수 있다. 이 정도 금액은 베트남에서는 1~2개월 이상의 급여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활성화 될 수 밖에 없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베트남과 한국간의 인적 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핸드캐리는 정착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핸드캐리는 베트남인이 많이 거주하는 호주, 북미(미국, 캐나다), 프랑스와 같은 곳에서도 잘 발달되어 있다. 베트남인만의 인적 네트워크 판매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 베트남으로 들어오는 핸드캐리 운반이 어려워지자 베트남 국가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핸드캐리로 제품이 못 들어오면서 정식으로 수입 통관한 제품들의 판매가 활성화 되었다는 것이다. 정식 통관하는 제품은 관세와 부가세, 제품 허가 비용 등으로 원가가 많이 상승되지만, 핸드캐리 제품은 이러한 비용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핸드캐리 운송이 멈추면서 시장이 좀 더 투명해지는 긍정적인면이 있었지만, 다시 정상화되면서 핸드캐리는 예전과 같이 활성화 되고 있다.

한국에서 제품을 구매시에는 위조 제품에 대한 걱정은 안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워낙 위조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늘 품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러한 품질을 검증하지 못한다면 판매하는 사람을 검증해야 하고, 이러한 검증을 손쉽게 하는 방법이 그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를 통해서 구매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 구조에 기반을 둔 것이 페이스북을 통한 판매라고 할수 있다.

그림 3. 위조 제품을 단속중인 시장관리국 ⓒvietnamplus.vn
그림 3. 위조 제품을 단속중인 시장관리국 ⓒvietnamplus.vn

베트남 최대 전자상거래 쇼피와 라자다에서는 이러한 고객의 구매 핵심 요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위조 제품 발견 시 100% 보상을 약속하며, 공식 브랜드 전용몰을 운영하여 브랜드사가 직접 판매하여 고객의 신뢰를 얻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노력으로 실제 전자상거래를 통한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대면 구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이용이 급증하였다. 이후 전자상거래의 편리함을 체험 고객들이 많아지고, 전자상거래 업체의 강력한 프로모션으로 실제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2017년 필자가 베트남에 왔을 때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고객은 소수였지만, 이제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쇼피나 라자다와 같은 전자 상거래를 활용하여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베트남의 핸드캐리 증가는 시장가의 왜곡을 만들고 베트남 시장에서 위조 제품, 저품질의 제품 관리를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핸드캐리 제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국가에서 수입 제품에 대한 관리가 잘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포장재만 위조하여 적절하지 하지 않은 내용물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위조된 제품을 수입하여 보관 또는 운송중 단속에 걸린 사례가 많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소비재 시장 조사 시 겉으로만 보이는 유통 구조만 본다면 잘못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꼭 보이지 않는 시장의 움직임을 알고 진출 전략을 세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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