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vs“이제 K뷰티에서 K를 버려야 할 때가 왔다.” 

얼핏 보면 상반된 견해 같지만 모두 K뷰티의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한 주장입니다. 또 꽤 오래 전부터 K뷰티의 지속성장을 고민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제기해온 아젠다이기도 합니다. 문맥 상 ‘가장 한국적인 것=K’라고 볼 때 한 쪽에서는 K를 찾으라고 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K를 버리라고 합니다. 이쯤에서 과연 무엇이 K일까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무엇인지를 알아야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할텐데 말입니다. 지극히 추상적인 이 물음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나 자신 역시 K가 들어가는 제호의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머릿속의 K를 명쾌하게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온전하게 정립되지 않은 개념은 타인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확신을 줄 수 없고 확신 부족은 곧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최근 K뷰티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뚜렷한 현상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1. 한류스타 모델과 황금색의 화려한 패키징을 무기로 한동안 성장가도를 달렸던 K뷰티 대표주자들, 최근 안과 밖 모두를 바꾸는 도전 감행

2. 기존 매스마켓에서 인기 얻었던 제품들 주춤한 것과 달리 철저한 자연주의 내세운 비건과 기능 극대화 한 더마코스메틱 콘셉트 제품들 국내외에서 맹활약

3. IT기술을 근간으로 한 뷰티와 테크의 융복합 활발하게 이뤄지며 한국,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뷰티테크 강국으로 조명

승승장구하던 K뷰티산업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점점 증대되고 있는 불확실성은 K뷰티의 미래를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가능 성장 나아가 우리나라가 진정한 뷰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호했던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또 그 실체와 개념을 전 세계인에게 인식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에 소개된 사례 모두 K뷰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재료들입니다. 하지만 재료가 좋다고 모두 맛있는 음식이 되지 않듯 결집과 조화를 통한 하나로의 귀결이 필요합니다. K뷰티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에는 모든 이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과학을 알아야 하고 사람과 사회현상도 알아야 합니다. 또 감성이 중요한 만큼 예술분야도 빠질 수 없습니다. 이 방대한 작업을 개별기업에게 떠넘기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중앙정부는 물론 많은 지자체들이 뷰티산업 지원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K뷰티의 백년대계를 위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K뷰티의 정체성 확립’은 분명 국가의 몫입니다.

 

2023년 08월. 편집인 박재홍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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