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gs aren’t just objects

[더케이뷰티사이언스] “돈 많은 젊은 남자는 항상 옳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물질만능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요 난 속물이에요...”

너무 직설적이라서 내용이 좀 그런가? 이 글은 1984년 11월 마돈나(Madonna)가 발표한 ‘Material Girl’이라는 노래 가사의 일부다. 나중에 이 노래 제목은 마돈나의 별명이 되어 오랫동안 그녀와 같이 했다. 사랑보다는 물질적이 추구만이 삶에 이득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사실 마돈나가 진짜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은 그 반대라고 한다. 물질보다는 사랑과 아름다움과 같은 가치가 존중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노래가 발표된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물질과 행복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인간은 평생 동안 다양한 물건을 사용하면서 물건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물건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단순한 생필품이 아닌, 우리의 사회와 문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회에서는(대한민국이라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고급스러운 자동차나 시계, 명품 가방 등이 사회적 지위나 부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여겨진다. 또한, 우리는 물건을 통해 자신의 개성이나 취향을 표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의류나 액세서리를 선택함으로써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그로 인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한편, 물건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물건은 특정 시대나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이나 문화를 반영하고 있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과 관련된 물건은 그 자체로 역사적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물건의 관계를 다른 재미있는 책이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그 남자가 읽어주는 여자의 물건』(이건수 글, 세종서적, 2016)에서는 회화와 사진 등 예술작품을 곁들여 다양한 여자의 물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작가는 남자가 바라보는 시각에서 여자의 물건에 대해 서술하면서, 사실(Fact)에 근거한 설명보다는 가치(Value)에 근거한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여자의 물건은 시간의 소유와 관계된 반면, 남자의 물건은 공간의 소유와 관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건수 작가는 샌들, 제모기, 립스틱, 마스카라, 매니큐어, 보톡스, 헤어스타일, 향수, 핑크색 등 여성의 전유물이라 할 만한 사물과 상징 51가지를 다루고 있다.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주얼리와 뷰티계열의 물질적 기호들, 이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도발적인 코드들의 섹시하고 유혹적인 사물들 , 여성 내부에 존재하는 남성의 취향과 그로 인해 발견되는 동질성 등 여성을 키워드로 하여 남성적 문화를 읽어보고, 더 나아가 인간과 아름다움을 탐색한다.

외모와 미적 치장에 관해 남성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화장품과 뷰티제품은 여성의 전유물이라 할 만하다. 2020년 스테티스티카(Statistica.com)의 통계에 따르면 화장품 구입의 70~80%는 여성이고, 나머지는 남성과 유니섹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의 삶에 만족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여자의)물건은 그 나름의 오랜 역사와 상징을 가지고 있다. 여름에 자주 신는 샌들(Sandal)은 신발의 시작이자 끝이다. 오래전에는 신발을 신을 수 있는 사람은 종교 지도자나 귀족들로서 신발은 신분의 고귀함을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역사적으로 최초의 샌들은 1만 년 전 미국 오리건 주 포트락 동굴(Fort Rock Cave)에서 발견되었고, 우리나라의 전통신발인 짚신도 샌들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속눈썹을 길고 짙어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카라(Mascara)는 화장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면 혹은 마스크(Mask)를 뜻하는 마스카라는 여성의 ‘완전무장’을 정밀하게 완성시키는 화장의 극점이다. 이 화장도구로 여성은 강렬하게든 비범하게든 자신의 눈동자의 표정을 깊숙이 숨길 수 있다. 이렇게 숨겨진 표정은 그 대상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정신을 드러내지 못하게 하여 신비감을 더해준다.

물질뿐만 아니라 화장 혹은 미용시술도 무척 흥미진진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요즘 우리시대의 화장은 대부분 색조화장을 의미한다. 서구적 미의식의 획일화를 통해 우리의 얼굴도 이국적이고 자극적인 광선에 적응되어 갔다. 하지만 우리의 옛 화장법은 일반적으로 튀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담담한 단장인 담장(淡粧)이었다. 마치 수묵화의 담채처럼 맑고 그윽함이 주된 색조였다. 색과 관련하여 감히 남자가 취하기 어려운 색이 ‘핑크’다. 하지만 1920년대 이전까지 핑크가 원래 남성들의 색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바로크·로코코 시대의 왕자들, 역대 교황들의 초상화를 보면 모두 분홍색과 빨간색 옷을 입고 있다. 궁금해서 화가 반다이크의 ‘왕자 시절의 오렌지공 윌리엄과 그의 장래 신부 메리 스튜어트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찾아 보니 남자가 빨강, 여자가 희색 옷을 입고 있고,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의 초상’을 보니 교황이 빨강색 망토를 걸치고 있다! 전통적인 서양의 색채 상징에 있어서 빨강이 남성적인 색이고(음양에서 陽) 파랑이 여성적인 색(陰)이었다. 이 세상에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없는 것처럼, 미의 기준 역시 숨가쁘게 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화장과 함께 체모를 제거하는 제모(Depilation) 혹은 왁싱(Washing)이 인기다. 야성과 동물성의 징표인 체모는 그 과도함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아무 죄가 없다. 각 시대마다 미적기준에 의해 제모 역시 달리 해석되어 왔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고 있다. 음식으로(You are what you eat), 책으로(You are what you read), 그리고 소유하고 있는 물건으로(You are what you have) 자신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소유하고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는 우리의 본질과 닿아 있고 그것들은 자신의 해석과 주관적인 해석을 반영한다. 물건은 정말로 삶을 흥미롭게(그리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물건에 경험과 추억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진다면, 우리의 뇌 중추는 물건이 가지는 사용성과 미적 형태에 ‘맥락’을 더해 우리로 하여금 그 의미를 더욱 강하게 기억하게 한다.

우리의 세포가 매일 새롭게 재생되는 것처럼, 인간의 정체성은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과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 혹은 사물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다. 생각을 해서 말을 하지만, 말을 하다보면 생각이 떠오르는 것처럼 물질과 우리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소유물로서의 물건 자체가 그 가치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는 경험과 의미가 그 가치를 규정한다. 이 지점에서 유물론과 관념론은 하나다. 그러니 ‘소유냐 존재냐’를 구분하여 따지지 말고, 자신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외모를 새롭게 하고, 내면을 성장시키며, 고립된 자아의 감옥을 초월하는 경험을 해보자. 이 세상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만 물건은 단순한 사물 그 이상이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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