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케이뷰티사이언스]  오래 전 북미 화장품 회사와 업무를 같이 했던 적이 있다.

그 회사의 제품개발 팀장과 업무 관련 미팅 후 가진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도 화장품 ODM업체가 많은데 거리도 멀고 소통도 어려운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ODM업체와 거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는 아시아 업체와 일을 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북미 현지 업체에 비해 저렴한 가격

둘째, 북미 현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업무처리와 피드백(feed back)

빠른 업무처리와 피드백(feed back)

북미 화장품 브랜드들이 아시아 업체와 거래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 요소다. 거리와 시차 그리고 언어와 지리적 이유로 인한 소통의 어려움을 모두 상쇄시키고도 남을 만큼 빠른 업무처리와 즉각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이 만족해하는 점은 샘플일정 등 정확하고 치밀한 생산스케줄과 이 과정에서의 신속한 피드백이다. 가격적인 장점도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매력 포인트다.

시장조사를 해 본 결과 북미 현지 화장품 ODM기업의 경우 한국 등 아시아 기업에 비해 비용이 20~30% 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 역시 길다. 경우에 따라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동일한 조건일 경우 대략 3~4개월 정도 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 이유는 완제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수급 가능한 아이템이 다수겠지만 원료 등 일부 아이템의 경우 외국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길다. 내 예상으로는 미국과 캐나다 등에 있는 원료회사의 경우 재고 리스크(inventory risk)를 줄이기 위해 통상 최소한의 재고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미국과 캐나다 등 현지 원료회사의 경우 내가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구매발주서(PO; Purchasing Order) 발행 등의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만 북미 고객에게 대응이 빠를까?

북미 화장품 기업들이 한국 등 아시아 기업과 거래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은 ‘빠른 피드백’에 대해서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말하는 빠른 피드백은 단순히 문의한 내용에 대한 빠른 답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개발 의뢰 단계에서부터 최종 완성품을 납품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응대가 빠르고 정확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다시 말하면 아시아 회사와 거래를 하게 되면 해당 프로젝트의 전반적 일정 예측이 가능하고 그 예측이 거의 다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의뢰한 기업 담당자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 아시아 화장품회사와 거래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실제 같은 아시아 국가라 하더라도 일본 기업은 한국이나 중국 기업에 비해 평균 2~3개월 정도 더 시간이 걸린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 있는 비교적 이름이 있는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피드백을 포함한 빠른 대응은 북미 지역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기업을 찾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업무를 하면서 겪었던 과정을 돌이켜보면 고객이 제품 납기 스케줄을 당겨줄 것을 요구할 경우 한국과 중국, 대만 기업은 어떻게 해서라도 납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대다수 일본 기업의 경우 그들이 세워 놓은 기준과 시스템에 차질이 있다고 판단되면 고객의 납기 일정 단축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화장품 ODM기업은 늦은 납기와 고비용으로 유명하다. 이들 역시 고객의 납기 단축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한국과 중국 기업에서 근무했던 필자의 경험을 보더라도 해외 고객사와의 소통을 위해 금요일 저녁에는 별도의 회식이나 개인적 약속을 하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접수된 고객의 요구를 놓치게 될 경우 이틀(토요일과 일요일)을 허비할 뿐만 아니라 월요일 출근해서도 다른 부서와의 소통에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북미지역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의 담당이나 책임자의 경우 그들의 일과시간(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 오전)에 접수되는 사항은 반드시 체크해 월요일 오전 사내 유관부서에 전달할 것을 권한다. 다소 불편하고 귀찮은 일일 수 있지만 그들이 한국 등 아시아 기업과 거래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는 사항인 만큼 명심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업체의 피드백이 빠른 이유

화장품 관련 Primary packaging(내용물+용기)과 Secondary packaging(부자재와 Gift 박스 등) 업무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유럽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 중에서도 고가부터 저가에 이르기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 중국 정도다. 이런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는 한국과 대만 그리고 중국의 피드백과 업무처리가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은 정확성과 품질을 중시하는 대신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비즈니스는 품질만큼이나 시간 역시 중요하다. 각각의 사정이나 추구하는 바에 따라 선택을 하면 좋을 것이다.

거의 모든 북미 인디 화장품 브랜드는 ODM 계약을 할 때 업무 편의를 위해 Primary packaging과 Secondary packaging을 총괄 관리해주는 턴키(Turn key) 방식을 선호한다.

최근 북미 시장에 진출한 말레이시아 색조 기업의 경우 자국 내에 용기를 만들어 줄 곳이 없어 주문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의 경우 원료에서부터 패키징과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완성품을 위한 모든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 국가이다. 장점을 잘 살려 점점 더 전문화되고 다양화되고 있는 북미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킨다면 북미시장에서 더욱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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