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an or not to tan, that’s the question)

[더케이뷰티사이언스] 각 인종과 문화마다 독특하게 사용하는 생활용품이 있다. 아시아에서는 안마의자(massage chair)가 대표적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아시아에서 안마의자 보급률은 일본이 20%로 가장 높고, 그 뒤를 대만·홍콩·싱가포르(10%)와 우리나라(8%)가 뒤 따르고 있다.

유럽과 미주 지역의 경우 특별한 생활용품으로 태닝기계(tanning machine)가 있다. 전체 보급률은 명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기계식 태닝 장치가 팔리고 있고, 심심치 않게 들리는 태닝기기와 관련된 사고 뉴스를 보면 상당히 많은 집에서 태닝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미국에서는 태닝기계를 작동하는 사람은 자격증이 있어야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태닝기계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관련된 규제가 아직 없다.

생활용품 뿐만 아니라 화장품의 경우도 피부색 그리고 문화와 관련이 깊다. 아시아권에서는 피부를 좀 더 하얗게 만들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와 미백화장품을 찾는 반면에, 서구권에서는 미백화장품의 수요가 적고 오히려 파운데이션이나 색조 화장품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원하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흰 피부의 사람은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대한 갈망이 있다. 저자가 영국 유학시절에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 부근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동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번에는 태닝에 관한 이야기다. 태닝은 피부가 태양의 노출로 인해 색소를 생산하여 어두워지는 과정을 일컫는다. 과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태닝은 주로 자외선 노출의 의해서 일어난다. 자외선은 피부 내의 멜라닌 세포에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신호전달 체계를 거쳐 멜라닌을 생산하여 피부를 어둡게 만든다. 멜라닌은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생리적인 반응으로, 일종의 자연적인 방어기작이다. 그러나 자외선은 피부건강에 여러 손상을 줄 수 있다. 장기적인 자외선 노출은 피부암, 주름, 건조함 등 다양한 피부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태닝은 멋지고 건강한 피부색을 얻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자외선 노출 혹은 유사한 조건을 통해 피부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미학적인 관점에서 태닝은 건강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창백한 피부가 아닌 다소 짙은 피부톤은 여름의 태양을 받은 활력 있고 활기찬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태닝을 통해 피부가 건강하고 환하게 보이며, 자신감을 높일 수 있다고 느낀다. 특히 일부 문화권에서는 갈색피부가 아름답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미학적 관점은 종종 피부건강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갈색 피부와 함께 최근 건강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이 '갈색 지방(brown fat)'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방(fat)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기름이다. 투명한 클렌징 오일, 갈색의 참기름, 흰 색의 삼겹살 기름과 노란색 마가린 등 모든 기름에는 나름의 색이 있다.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과잉의 칼로리를 섭취하였을 때 잉여 칼로리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조직(white adipose tissue, WAT)과 에너지를 열로 발생시켜 연소시키는 갈색지방조직(brown adipose tissue, BAT)이라는 두 종류의 지방조직을 가지고 있다. 갈색지방조직은 임신초기의 배형성 과정에서 백색지방조직보다 먼저 형성된다. 그 후 출생 5개월 만에 1/3이 줄어들고 성인이 되면 2/3 이상 사라진다. 어른이 되어 한번 찐 살이 잘 안 빠지는 이유는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 그런 이유도 있지만, 지방의 색이 백색이어서 그럴 가능성도 크다.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면 비만 치료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성인이 되어 줄어든 갈색지방을 다시 늘리는 방법은 많지 않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시키거나 줄기세포로부터 얻은 갈색지방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이 두 방법 가운데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대학교 생명공학과의 윤종원 교수가 그 동안 연구해온 갈색지방과 비만에 관한 내용을 정리한 그의 책 『갈색지방의 비밀』을 보면 비만과 관련된 흰색지방, 베이지색지방, 갈색지방의 비밀을 화학적, 생화학적, 분자생물학적 측면에서 상세히 밝히고 있다. 특별한 외부 자극이 있으면 백색지방 일부가 갈색지방으로 변환되는 브라우닝(browning)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쯤이면 독자 분들은 몸은 좀 덜 움직이고, 대산 뭘 먹어야 이 브라우닝을 잘 일으킬 수 있을까 궁금할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베이지지방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베이지색지방은 백색지방과 갈색지방의 중간 성격의 지방으로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변한 지방이라서 베이지색지방(beige fat)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1994년 이탈리아 연구팀은 실험용 쥐를 이용하여 갈색지방세포가 활성화되어 열발생(thermogenesis)이 유도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갈색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처럼 좋은 지방은 세포 조직이 열을 내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방이 색을 띄는 이유는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철분으로 인해 갈색과 베이지 색을 띤다. 재미있게도 두 지방은 그 근본이 다르다. 갈색지방세포는 근육세포로 분화하는 줄기세포에서 생성되지만, 베이지색 지방세포는 백색지방세포 내에서 베이지색 지방전구세포로부터 만들어진다. 즉 빠지지 않는 살을 이루는 백색지방세포를 활성화하여 베이지색지방을 만들면 열도 발생시키고 몸 전체의 지방세포도 감소시킬 수 있다.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물질로는 탄수화물, 아미노산, 지방산, 페놀계 화합물,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무척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페놀계 화합물이 중요한데, 특히 폴리페놀(polyphenols) 화합물을 잘 기억하면 좋다. 강황 뿌리에서 추출된 커큐민(curcumin), 포도에 풍부한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양파에 풍부한 퀘르세틴(quercetin), 색이 진한 과일과 껍질에 풍부한 안토시아닌(anthocyanin), 콩에 포함된 제니스테인(genistein), 벌집과 버섯에 함유된 크리신(chrysin), 녹차에 포함된 에피카테킨(epicatechin)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 몸에 저장된 칼로리는 기초대사 활동, 활동에 의한 에너지소모, 식사와 추위에 의한 열발생, 운동에 의한 에너지 소모 등으로 사용된다. 과하지 않은 식식사와 더불어 위에 언급한 베이지지방 활성화 식품을 섭취하는 ‘지방태닝’ 습관을 만들어 보자. 햇빛과 기계에 의한 피부태닝과 함께 생활습관에 의한 지방태닝이 더 해진다면 더욱 매력적인 몸과 마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제 봄이다. 이제 “태울까 말까?”는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구릿빛 피부와 그 피부 아래에 숨어 있는 갈색지방을 만들기 위해서 태닝은 당연히 해야 한다. 바로 지금 시작이라는 씨앗을 뿌려야 머지않아 결과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신현재 조선대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 신현재 교수는 조선대학교 생명화학고분자공학과 교수로 효소와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자원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탄수화물 합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국문화원 ‘Chevening Scholarship’ 장학생으로 영국 런던에 위치한 Westminster University에서 탄수화물 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객원선임연구원과 효소전문기업 ㈜엔지뱅크의 대표 겸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한국생물공학회에서 수여하는 신인학술상과 생물공학연구자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생물공학회 KSBB Journal의 편집장(Editor-in-Chief)으로 생물공학의 다양한 연구내용을 한글로 소개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효소영양학을 소개한 『엔자임: 효소와 건강』을 출간하고, 2010년 효소를 이용한 질병 치유 가능성을 제시한 『춤추는 효소』를 선보였다. 2013년 ‘효소 3부작’ 마지막 편으로 『효소치료』(개정판)를 출간했다.
▶ ‘신 교수의 뷰티사이언스 서재’에서는 아름다움과 뷰티사이언스 그리고 화장품 과학에 대한 책을 소개하여 뷰티사이언스의 대중화와 일반인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월 1회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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