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트렌드를 읽는 법’ <9> ⑲ [INTERVIEW] 정화영 ‘오피스더블유(OFFICEW)’ 대표

패션의 완성은 ‘선글라스’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선글라스 업계는 트렌드에도 예민하지 싶었다. 그들은 트렌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파악할까. ‘오피스더블유OFFICEW’ 정화영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을지대학교 안경광학과에서 공부하고 안경사 자격증을 취득후, 톰 브라운Thom Browne, 디타Dita, 수비Ksubi, 카렌 워커Karen Walker와 같은 인디 아이웨어 하우스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국내 최고 인디브랜드 선글라스 아이웨어 전문가로 꼽힌다. 정 대표는 “홀세일러(wholesaler, 도매업자)이면서 수입상으로서 우리만의 컬러를 갖겠다”고 말했다. 

 

Q. 안경원眼鏡院 인테리어가 독특하다.

“안경은 두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 내가 잘 볼 수 있는 안경이 있고, 내가 남에게 잘 보여지는 안경이 있다. 오피스더블유는 수입 총판업체로 남에게 잘 보여지는 안경을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트렌디한 안경을 선택한다. 패션에 가깝다. 매장 인테리어도 색다른 느낌을 주려고 애썼다. 1999년부터 매장을 운영중인데, 2014년 매장 인테리어를 모두 바꿨다. 당시 핫hot한 클럽의인테리어를 담당한 분에게 맡겨서 지금의 톡톡한 매장이 탄생했다. 매장 내부는 물·나무·흙·돌·빛이라는 5가지 물질을 이용해 한국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매장 외부는 안경테를 상징하는 쇠(철, iron)로 덮었다. 빛을 많이 활용했다. 매장안으로 햇빛이 들어오면 동그란 모양으로 보이는데, 오피스더블유와 안경알을 상징한다. 외국인들도 한국적인 느낌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서울 서초동 매장은 안경원이면서 쇼룸인데, 이곳은 서구적인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곳인데도 외국인들은 동양적인 분위기를 좋아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신선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Q. 기존 인테리어와 다른 분위기를 선택하는게 쉽지는 않았겠다.

그렇다. 사실 이렇게 꾸미고 나서 한동안 손님이 줄었다. 친밀감이 떨어져서이지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이 다시 늘고 있다. 지금도 ‘다른 생각으로, 다르게 만든다’가 옳았다고 확신한다. 비슷비슷하거나 똑같은 매장은 너무나 많다. 우리는 정말 다르고 싶었다. 얼마전부터는 압구정동 등 몇몇 곳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안경원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운영하는 안경원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흐름만 좇아가는 것 같다. 20년 넘게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면서 느낀점은 어떤 흐름을 계속 좇아가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자신만의 정확한 색깔을 세우고 그대로 가는 것이다. 그렇게 가다보면 흐름에 맞을땐 많은 매출을 올릴수도 있고, 적을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에 흔들리는게 아니라 그대로 가는 것이 브랜드이다.

 

Q. ‘차별화’가 ‘경쟁력’이라는 의미같다. 하지만 쉽지않은 선택이다. 

맞다. 나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하라는 대로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한테 맞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했고, 10년 뒤도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사업 규모를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바꿨다. ‘미니멀’이었다. 우리에게 맞는 안경 브랜드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버릴건 버려야 한다. 1926년 탄생한 ‘올리버 골드스미스’의 캐치프레이즈처럼 “Express Yourself(자신을 표현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오피스더블유가 수입하는 제품은 로고가 잘 드러나는 선글라스 보다 모양(shape, 쉐입)이나 컬러로 보여주는 제품이 많다. 오피스더블유OFFICEW의 W는 정화영 대표의 영어 이름 가운데 Wha(화)에서 따왔다.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담겠다는 의지다.)

 

Q. 트렌드 파악도 중요하겠다.

트렌드는 함께 살아가는 고객들의 니즈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트렌드는 돌고 돈다. 그 트렌드를 찾는 방법은 많이 다니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해외에 많이 못나가지만 그 전에는 1년에 50일 이상은 유럽, 미국의 전시회를 방문했고, 패션 변화가 빠른 국가를 다녔다. 

트렌드 읽기에 몰두할 때에는 해외 도시와 장소를 정해 수시로 변화를 파악했다. 도쿄, 오사까, LA, 뉴욕, 홍콩, 런던, 파리 등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장소를 방문해 트렌드를 체크했다. 동일한 곳을 계속 다니면 변화되는 것이 보인다. 백화점 디스플레이나 브랜드가 달라진다. 그 변화를 보면서 트렌드를 읽었다. 그리고 3년 주기로 핫한 도시 중심으로 일부를 바꿔가면서 살펴보았다. 다만 해외에 나가면 정해진 시간이 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트렌드를 파악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옷, 안경을 유심히 본다. 그럴 때 같은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보이면 전시회에서 그 브랜드를 찾아간다. 다시말해서 트렌드는 살아 있는 것이다. 책이나 뉴스만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직접 가서 보고, 만져보고, 입고, 써봐야 한다. 나는 직접 보고 확인한 것만 믿는다. 누구나 10년 정도 꾸준하게 하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된다. 패션도 꾸준하게 살펴본다. 옷이 바뀌면 그 옷에 어울리는 안경과 선글라스를 생각한다. 트렌드 관련 잡지도 정기적으로 체크한다. 10대와 20대들이 구독하는 매체를 중심으로 본다. 결국 트렌드를 알기위해서는 패션도 보고, 잡지도 체크하고, 거리를 돌아 다니면서 멀티multi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Q. 트렌드를 잘못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직접 보고, 확인할 때 우리나라 시장에 맞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해외에서 판단할때는 좋았는데, 한국 시장에서 적용하면 아닐 경우도 많았다. 

트렌드는 살아 있는 것이다. 책이나 뉴스만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직접 가서, 보고, 만져보고, 입고, 써봐야 한다. 
패션도 보고, 잡지도 체크하고, 거리를 돌아 다니면서 멀티multi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누구나 10년 정도 꾸준하게 하면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된다. 

해외에 며칠만 있어도 ‘현지화’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맞았는데 한국에서 다시 판단하면 잘못된 경우도 많았다. 예를들어 미국 LA의 한인들에게 유행하는 제품이 있었다. 그 제품을 한국에 수입했는데 매출이 부진했다. 뉴욕에서 수입한 제품은 잘팔렸다. 이유는 기후와 소비자들의 태도였다. LA는 1년 내내 따뜻해서 트로피칼tropical한 알록달록한 색을 좋아했다. 뉴욕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소비자들은 실용적이면서 까다롭게 제품을 골랐다. 뉴욕의 제품이 한국과 잘 맞았다. (그는 렌즈나 안경테는 자신의 피부톤에 맞춰야 한다고 귀뜸해주었다.)

 

Q. 최근 선글라스 트렌드는 어때요?

코로나19로 선글라스 수요도 줄었다. 하지만 이미 3년전부터 선글라스 개념이 바뀌고 있다. 잘보려는 안경은 매일 쓰니까 비싸고 좋은것도 가치가 있지만 선글라스는 다르다. 소비자들은 선글라스를 소모품으로 바라보고, 스마트하고 합리적인 제품을 많이 찾기 시작했다. 선글라스의 적정 가격대는 착용 기간으로 볼때 1년이면 10만원 정도, 2년이면 20만원 정도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다 충족하는 제품이다. 이것은 선진국형 소비 스타일이기도 하다. 또 안경산업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이 활발해지고,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대가 열렸다. 콘택트렌즈도 마찬가지다. 안경업계도 유통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능동적으로 대처했으면 좋겠다. (그는 이어폰, 헤드폰, 블루투스 등의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아이웨어SMART EYEWEAR’ 수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Q. 화장품업계와 협업하면 좋을텐데요.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선글라스 분야의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얘기를 하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의 뷰티와 패션이 활성화되면 선글라스 산업도 활성화 된다. 한국만의 아이덴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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