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착시 ‘화장’ 심리학 - ⑤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본지는 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아름다운 착시illusion ‘화장’ 심리학’을 연재한다. 그는 시지각visual perception 관점에서 화장化粧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최훈 교수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심리학 박사를 취득한 뒤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지냈다. 현재 한국심리학회 편집위원, 한국인지및생물심리학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_편집자 주 

“저와 장동건 중에서 누가 더 잘 생겼나요? 장동건이죠? 제 눈의 안경이라고, 얼굴 매력 판단은 주관적으로 결정된다고 말들을 하지만, 저와 장동건을 비교해 보면 꼭 그런 것 같지 않죠? 얼굴 매력 판단에도 보편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얼굴 매력 지각의 보편성을 강의할 때 내가 실제로 하는 말이다. 그렇게 굳이 자학적인 방식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지만, 난 굳이 개의치 않는다. 내가 장동건보다 못생겼다는게 그렇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지 않은가? 내가 축구 실력이 메시보다 못하다는 것처럼. 그냥 그런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설명하여 학생들이 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간혹 웃을까 말까 고민하는 학생은 있어도 이상(?) 반응을 보이는 학생은 없다. 그런데, 다음 한 마디에 대한 반응은 좀 다르다. 

“이처럼 매력에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어요. 장동건이 저보다 보편적으로 잘 생겼습니다. 우리 둘은 동갑이지만요.” 

“네~~~~에?” 

경악과 놀람.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냐는 듯한 반응들… 그런데 그런 반응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 내가 장동건보다 그렇게 늙어 보이나?? 

매력과 나이.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변인이긴 한데 느낌은 좀 다르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잘생겼다는 점을 받아들이긴 쉬워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늙어 보인다는 말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걸 보면 지각된 매력과 지각된 얼굴 나이는 별개의 독립적인 차원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수의 연구들은 지각된 매력과 지각된 나이의 연관성을 부인하지 못한다. 젊어 보인다는 것은 어떤 것이길래?

얼굴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다. 대표적으로 그 얼굴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신원 정보가 있고, 내적 상태, 즉 정서 상황을 잘 알려주는 표정 정보가 있다. 성별에 대한 정보도 있고, 인종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다. 얼굴 매력도 얼굴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정보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정보가 나이, 즉 연령이다.

상대의 나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보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그냥 조금 친하면 친구먹는 서양 사회에서도 나이 정보의 중요성을 언급하는데, 유교 문화가 전 사회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동양권의 나라, 특히 툭하면 “민증 까”를 남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말을 더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어려 보이는 게 좋을까? 물론 어려 보이는 것이 더 좋다. 

‘동안’ 열풍. 몇 해 전까지 동안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활발했다. 사실 요즘에는 ‘동안’이라는 용어 자체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보톡스와 콜라겐, 리프팅 등의 시술이 횡횡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어려 보이는, 젊어 보이는 외모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왜 우리는 동안을 선호하는가? 

기본적으로 젊어 보이려는 노력은 죽음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과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것은 현생애의 마침표를 뜻하니, 그 누구도 죽음에 도달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스스로 생명을 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이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두려움을 이길만큼 삶이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특히 죽음에 도달하는 과정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은 더 큰 공포로 다가온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내가 스스로 늙어가고 있어도, 그것이 가시적으로 지각되지 않는다면 늙어감에 대한 인식조차 없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생히 체감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울을 통해서 스스로 늙어가는 얼굴을 확인하는 것은 죽음의 접근을 인식하게 되는 단서가 된다. 그래서 스스로 젊어 보이는 얼굴을 유지하는 것은 아직 죽음까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동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동안, 즉 젊어 보이는 얼굴은 늙어 보이는 얼굴에 비해서 지각되는 매력이 높다. 특히 여성의 얼굴에 대해서는 다수의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결과를 일부의 연구자들은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생존과 번식이라는 틀로 해석한다. 젊어 보이는 여성의 경우에는 앞으로 예상되는 가임기가 더 길어 2세를 출산하는 데 유리하며, 더 오랫동안 2세를 돌볼 수 있다는 생존적 장점이 있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지각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눈, 코, 입 세부특징의 전체적인 배열에 기반하여 얼굴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 나이 지각은 전역적 처리를 하기 보다는 
나이를 알려주는 세부특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화를 나타내주는 세부특징이 두드러질 때 해당 얼굴을 더 늙게 지각한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성적 이형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성적 이형성’이란 자신의 성별이 명확하게 지각되는 것을 말하는데, 남성적으로 생긴 남성과 여성적으로 생긴 여성이 더 매력적으로 지각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은 남성적인 속성이 강해지고, 젊어 보이는 얼굴은 여성적인 속성이 강해진다. 따라서 동안인 여성 얼굴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되고, 이런 결과가 남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젊어 보이는 여성 얼굴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거부할 수 없는 동안의 매력. 그렇다면 가장 원초적인 동안, 즉 갓난 아기의 얼굴도 매력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사실 갓난 아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극단적 동안에 있다. 어느 동물이든 아기일 때는 무척 귀엽다. 성인이 된 호랑이를 만나면 날 살려라하며 도망가야 하겠지만, 아기 호랑이를 만나면 왠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들으면 별로 신뢰롭지 않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이 치명적으로 귀여운 어린 아이 혹은 동물의 얼굴이 생존의 필수적인 무기가 된다. 사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어린 개체들이 어떻게 이 험한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부모가 펼쳐주는 ‘슈룹‘우산’의 옛말’ 아래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상 부모가 24시간 항상 보호막을 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가 있어야 할텐데,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기가 어떤 무기를 쓸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치명적인 ‘귀여움’밖에 없다. 

실제로 아기의 얼굴은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 때문에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관찰들이 있다. 동네에서 처음 보는 부부가 유모차에 갓난 아기를 태우고 가면 나도 모르게 눈이 가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경우를 흔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보호 본능은 가끔 종 간에서도 발생한다고 한다. 고릴라나 오랑우탄이 새끼 고양이를 보살폈다던가, 심지어 야생에서 사자가 새끼 영양을 입양(?)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정글북은 단순히 작가의 상상 속 이야기는 아닌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새끼 동물들이 불러 일으키는 보호 본능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니다. 보호 능력 없는 새끼 동물들은 다른 포식자 동물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갓난 아기의 귀여움이 생존 무기로서의 가치를 갖는다는 주장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은 정말 귀여운 아기는 갓난 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갓난 아기가 귀여울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막상 갓 태어난 아이의 모습은 딱히… 사실 쭈글쭈글하고 벌건 피부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상상하는 귀여운 모습은 아니다. 우리가 갓난 아기의 귀여운 얼굴을 상상할 때 떠 오르는 모습은 백일이 지나 첫 돌 무렵 아기의 모습인데, 이때 보통 아기들은 귀여움의 정점을 찍게 된다. 귀여움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면, 왜 갓난 아이보다 첫 돌 무렵의 아기가 더 귀여워 보이는걸까? 아마 육아를 경험해 본 독자들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텐데, 막상 갓난 아기는 위험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다. 워낙 운동 능력이 떨어지다보니 하루 종일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먹다, 자다, 울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힘들기는 해도, 그렇게 생존에 위기가 닥치는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기가 뒤집기를 성공하고, 걸음을 걷게 되어 자가 이동이 가능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온 집안에 있는 물건들이 위험요소가 되는 상황이 된다. 그러니 스스로 움직이며 각종 위험에 노출되는 첫 돌 무렵의 아기는 귀여움을 극단으로 상승시키게 된다는 설명이다. 

갓난 아이를 보고 느끼는 보호 본능은 주로 여자에게 더 강하게 작용한다고 하던데, 사실일까? 일련의 연구 결과는 이와 같은 주장이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젊은 여성의 경우, 갓난 아기의 얼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직접 출산을 경험한 여성이 아니어도 이와 같은 경향을 보인다고 하니, 이 현상은 출산 및 양육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귀여운 아기 얼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성 호로몬과 영향이 있다고 한다(Sprengelmeyer et al., 2009). 비슷한 연령과 경험을 가진 여성 중 폐경기의 여성보다 아직 폐경이 오지 않은 여성이 아기의 귀여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이 아기의 얼굴을 보면 뇌의 보상 영역이 활성화 된다고 하니, 젊은 여성들이 인스타그램에서 갓난 아기나 동물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갓난 아기 얼굴의 귀여움은 그 유효 기간이 매우 짧다는 약점이 있다. 동물의 경우, 귀여웠던 강아지가 성견이 될 때까지는 몇 개월이면 충분하다. 성견도 성견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겠지만, 강아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육아 기간이 가장 긴 동물에 속하는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갓난 아기의 매력은 일단 어린이가 되면 사라진다. 물론 어린이도 어린이에 걸맞은 귀여움이 있지만, 갓난 아기의 치명적 귀여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잔인한 이야기지만 첫 돌 이후 얼굴의 귀여움은 줄어들면 줄어들지 절대로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린이 중에서도 더 동안으로 보이는 어린이들, 즉 더 귀여워 보이는 아이들에게는 여러가지 혜택이 따르기도 한다. 나이가 같아도 더 동안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노안으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더 엄격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Zebrowitz 등(1991)의 연구에서는 두살박이 아이가 벽에 낙서를 한 행동에 대한 반응이 동안 정도에 따라 달라졌는데, 아이가 동안으로 보일 때 보다 노안으로 보였을 때 더 엄격하게 훈육을 받았다. 동안의 얼굴을 가진 어린이는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으로, 노안의 얼굴을 가진 어린이는 책임을 지는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런 경향 때문에 동안 정도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일명 자기충족적 예언, 즉 기대에 의해 행동이 변화해 가는 경향을 고려해보면, 어려 보이는 동안의 어린이는 항상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주변의 기대 때문에 주변의 보살핌을 기대하는 의존적인 성격을 가진 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굴의 어떤 정보를 가지고 나이를 판단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얼굴에 있는 정보는 일반 사물과 달리 눈, 코, 입 등 각각의 세부특징에 근거하여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눈, 코, 입 세부특징의 전체적인 배열에 기반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전역적 처리holistic processing’라고 한다. 얼굴을 보고 그 주인공의 신원을 확인하는 얼굴 재인,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구분하는 성별 지각, 그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판단하는 매력 지각 모두 이 전역적 처리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얼굴 나이 지각의 경우, 전역적 처리를 하기 보다는 나이를 알려주는 세부특징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노화를 나타내주는 세부특징이 두드러질 때 해당 얼굴을 더 늙게 지각한다. 흰머리와 탈모는 대표적인 노화와 관련된 세부특징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검은 머리가 흰 머리보다, 풍성한 모발이 있는 머리가 그렇지 않은 머리보다 얼굴을 더 젊어 보이게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노화 관련 모발 특성은 대부분 유전적인 속성과 연관된다. 하지만 최근 염색 기술의 개발과 가발 혹은 모발 이식 등을 통해 모발도 관리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젊어 보이는 얼굴로 꾸미는 것이 가능하다. 

노화와 관련된 또 다른 대표적인 세부특징은 피부결texture로 묶을 수 있는 주름 및 색소 침착이다. 주름이 많아지고, 검버섯 등과 같은 색소 침착 부위가 늘어나면 늙어 보이는 얼굴이 된다. 피부결은 유전적인 영향도 많이 받지만, 비교적 환경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관리하기 나름인 셈이다. 

동안 메이크업이라 불리는 화장기법들은 
노화와 관련된 얼굴의 세부특징들을 젊어 보이도록 해 주는 것들이다. 
젊게 보이는 피부를 만들기 위해 주름과 검버섯을 감춘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눈, 코, 입의 윤곽을 뚜렷하게 만든다. 

유사한 특징으로 얼굴색도 노화와 연관이 되어 있는데, 입술의 색이 홍조를 띨수록 더 젊어 보인다. 노화가 진행되면 입술에 혈액 공급이 감소하면서 입술의 색이 붉은색에서 창백한 분홍색으로 변화되며, 노년기에는 회색에 가깝게 되는 노화 과정과 관련이 깊다. 얼굴색의 경우에는 유전이나 환경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요인들인데, 다른 말로 대책이 없는 노화 속성이다. 

눈, 코, 입의 형태도 노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얼굴의 피하지방이 줄어들게 되고, 피부의 탄성도 줄어든다. 따라서 얼굴이 아래로 축 늘어지는 형태가 된다. 그 결과, 젊을 때의 눈은 동그랗지만 나이가 들면 위쪽 눈꺼풀이 늘어지면서 눈꼬리가 처지고 눈이 작아진다. 또한, 기본적으로 살들이 쳐지면서 눈, 코, 입의 윤곽이 약해져 보이는 효과를 낳는다. 

동안 메이크업이라 불리는 화장기법들은 지금까지 언급한 노화와 관련되어있는 얼굴의 세부특징들을 젊어 보이도록 해 주는 것들이다. 젊게 보이는 피부를 만들기 위해 주름과 검버섯을 감춰 매끈한 피부를 만든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눈, 코, 입의 윤곽을 뚜렷하게 만들어 주면, 훨씬 더 젊어 보인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이 나올 법 하다. 사람의 얼굴에서 모든 세부특징들이 모두 동일한 속도로 노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닌데, 세부특징 간 노화 수준이 다를 때 우리는 어떻게 나이를 판단할까? 즉, 50대의 얼굴, 40대의 피부, 60대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이 사람의 얼굴은 몇 살로 보일까? 똑똑한 우리의 뇌는 평균을 구해 50대라고 판단할까? 슬프게도 뇌는 그렇게 너그럽지 못하다. 가장 잔인한 방법을 사용하는 데 가장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부분으로 전체 얼굴을 판단한다. 즉, 위의 예에서는 60대로 판단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체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한 부위를 과도하게 시술하거나 화장을 해서 젊게 보이려고 해도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나잇살을 뺄 생각을 안 하고, 젊게 보이려고 젊은이들에게서 유행하고 있는 스키니 바지(물론 요즘 스키니 바지가 유행이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를 입는다고 해서 전혀 젊어 보이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동안 메이크업은 늙어 보이는 부분을 없애는 것에 중점을 두는지도 모르겠다. 얼굴 나이는 얼굴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세부특징 중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부분에 의해 결정되니, 한 부분을 젊게 만드는 방법보다, 늙어 보이게 하는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셈이다. 

이렇듯 얼굴 나이 지각에서는 얼굴에 포함되어 있는 노화와 관련된 세부특징의 영향력이 매우 높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눈, 코, 입의 배열 정보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어린 아이를 한 번 떠올려 보자. 생각나는 특징은 커다란 이마, 큰 눈, 조그만 코, 작은 턱이다. 이 특징을 모두 갖춘 얼굴은 그렇지 않은 얼굴에 비해서 눈, 코, 입이 얼굴의 아래쪽에 위치하게 된다. 이에 반해, 어른의 얼굴은 눈, 코, 입이 어린이에 비해 얼굴의 위쪽으로 위치하게 된다. 즉, 눈, 코, 입이 얼굴의 상-하축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지각되는 얼굴 나이가 달라진다. 

위의 그림을 잘 보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나이가 들어 보인다. 한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세 사진은 동일한 인물의 사진이다. 단지 사진을 찍은 각도만 달랐을 뿐이다. 제일 왼쪽에 있는 사진은 얼굴 위쪽에 카메라를 두고 찍은 사진이다. 그래서 이마와 눈 부위가 크게 보이고 상대적으로 턱이 작아 보인다. 반대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진은 카메라를 얼굴 아래쪽에 두고 찍은 사진이다. 그 결과, 머리와 이마 부분이 작아 보이고 턱을 비롯한 하관 부분이 커 보인다. 이렇게 카메라의 각도만 달리 했을 뿐인데 얼굴의 배열 정보가 다르게 지각되면서 얼굴 나이가 다르게 보이는 일종의 착시이다. 

새치가 많으셨던 외할아버지를 닮아 30대 중반부터 염색을 시작했던 나는 한 달 반이면 다시 나의 머리를 덮는 흰머리를 보며 미장원 예약을 한다. 얼굴 나이가 뭐라고, 내 나이가 어때서 이렇게 젊어 보이려고 노력을 해야할까하는 생각에 허탈할 때도 있지만, 젊어 보이는 모습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을 하나씩 나열해 생각해 보면 그래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 방법들을 사용해서 내 얼굴을 젊게 만들고, 젊어진 얼굴을 거울을 통해 확인하고, 더 나아가 젊은 인생을 사는 것도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기억하자. 내가 아무리 젊게 꾸며도 늙게 보이는 한 가지에 헛수고가 된다는 점을. 그리고 그것이 내 얼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꼰대로서 ‘라테’를 외치는 내 마음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REFERENCES 
- Sprengelmeyer, R., Perrett, D. I., Fagan, E. C., Cornwell, R. E., Lobmaier, J. S., Sprengelmeyer, A., ... & Young, A. W. (2009). The cutest little baby face: A hormonal link to sensitivity to cuteness in infant faces. Psychological Science, 20(2), 149-154. 
- Zebrowitz, L. A., Kendall-Tackett, K., & Fafel, J. (1991). The influence of children's facial maturity on parental expectations and punishments. Journal of Experimental Child Psychology, 52(2), 221-238.

 

저작권자 © THE K BEAUTY SCIENC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